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
이때 초휴 몸속의 진기가 폭발하듯 불어나면서 살기(煞氣)와 살기(殺氣)가 한데 응집되어 고스란히 홍수도의 몸체에 실리니, 홍수도 본연의 핏빛이 강렬함을 더하며 섬뜩한 빛을 번뜩였다. 초휴가 아직 어기오중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일기관일월로 응집된 살기(煞氣)와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살기(殺氣)를 내강경 무사에 버금갈 만큼 홍수도에 불어넣었다.
이처럼 두렵게 치고 들어오는 칼의 기세를 처음 겪어본 이청봉은 눈앞에 끝없이 피어오른 시뻘건 안개 속으로 온몸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이에 외마디 기합 소리와 함께 다급히 몸을 돌린 이청봉은 등 위에 메고 있던 둔중한 한산검(寒山劍)을 뽑아 자신의 몸을 방어했다.
이청봉이 우연한 기회에 차지한 이 한산검은 자그마치 사급에 해당되는 병기였다. 소속 문파도 없는 선천경 무사가 이런 보검을 손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보기 드문 행운일 터였다.
이윽고 칼과 검이 맞부딪히자 일기관일월이 실어낸 강력한 힘이 칼날에서 폭발하듯 발출되며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단 한 번의 부딪힘만으로도 가슴이 짓눌리는 압박감을 느낀 이청봉은 검을 잡았던 양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이청봉의 둔중한 검이 되레 초휴의 날렵한 칼에 압도당하고 만 순간이었다. 그러나 홍수도는 이청봉이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다시금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청봉이 한산검을 제대로 휘둘러보기도 전에 홍수도가 기세를 바꾸더니, 마치 황혼 무렵에 보슬비가 흩날리듯 경쾌하게 이어지며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실체는 바로 살기였다! 보슬비처럼 이어지던 칼의 기운이 어느덧 일직선으로 뭉쳐진 순간 일기관일월의 내력이 폭발하는가 싶더니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치면서 사람 머리 하나가 날아갔다.
객잔 안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진 것도 잠시, 곧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밥을 먹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객잔의 일꾼들마저도 자칫 옆에 있다가는 날벼락을 맞을 것이 두려워,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객잔을 빠져나갔다.
오로지 장여 하나만 남아 우두커니 양손에 창을 든 채, 넋을 잃고 초휴를 쳐다보고 있었다. 초휴가 잔을 던지고 자기가 그것을 창으로 막아내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자신이 잔을 막아내기가 무섭게 출수를 했음에도 그새 초휴는 이청봉을 죽이고 말았다. 그는 그제야 장백도가 주기로 약속한 물건이 쉽게 손에 쥐어질 게 아님을 깨달았다. 상대가 이런 악귀 같은 놈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섭동류가 중간에서 주선했더라도 응하지 않았을 터였다.
초휴가 이처럼 하늘도 놀랄 만한 기세로 이청봉을 죽여버리자, 현장에 있던 장여는 물론이고 밖에 있던 유원해도 스멀스멀 두려운 마음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들 셋은 모두 임중군과 낙평군 일대 무림에서 잔머리를 깨나 굴렸던 능구렁이들이다. 평소에도 악행을 일삼는 진짜 흉수들을 처단하기는커녕, 좀도둑이나 잡범들을 족치며 생색을 냈던 그들이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장백도는 장여와 유원해가 두려움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걸 눈치챈 한편, 초휴의 가공할 실력에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실력자를 가문 내 유일한 선천경인 부친 혼자 상대했었다고? 그는 자신의 부친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시 선천경이 한 명 더 있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저자는 부친을 죽인 철천지원수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부친을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초휴, 죽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백도가 검으로 창문을 부수며, 객잔 안으로 몸을 날려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싸움을 빨리 속행해야 장여와 유원해가 더 이상 마음이 약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선공이었다. ‘부친을 죽인 원수’라는 말을 듣자 초휴는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과연 저들은 애당초 자신을 노리고 온 게 맞고, 지금 달려드는 저자는 파산검파에 입문했다던 장송령의 큰아들, 장백도가 분명했다.
“같은 하늘 아래 못 살겠다고? 그럼 너를 부친 곁으로 보내주면 되겠군.”
초휴가 홍수도를 빼들자 핏빛으로 물든 보슬비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다가 장백도의 자전청광검(紫電靑光劍)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번갯불이 번뜩이고 우레가 요란한 가운데 장백도가 자신의 장검에 한껏 원한이 실린 내력을 불어넣으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천지가 뒤흔들릴 위력이 발출되면서 급기야 초휴의 선천공도 그 앞에서 무력화될 것 같았다.
그러나 황혼세우홍수도도 이에 질세라 빛의 속도로 변화무쌍한 기세를 펼쳐내니, 양측은 잇달아 십 초를 주고받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장백도가 장여와 유원해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두 분은 구경만 하고 있을 거요? 거기서 뭘 기다리는 게요? 당신들이 소장주 앞에서 무얼 약속했었는지 잊지 마시오!”
그 외침소리에 장여와 유원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이 일이 장백도 본인이 직접 청탁한 일이었다면 그들은 더 이상 엮이기 전에, 지금이라도 걸음마 나 살려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섭동류가 소개해준 일이었다. 그들이 신의를 저버린다면 앞으로 섭동류를 볼 면목이 없게 된다.
북연 무림에 몸담은 그들로서는 북연 조정에 죄를 지을지언정 취의장의 눈 밖에 나는 건 곤란했다. 취의장과 관계가 틀어진다는 건 곧 북연 무림 전체로부터 배척받게 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곁눈질을 하다가 장백도와 초휴의 싸움이 백중지세를 이루는 것을 보고는 각기 좌측과 우측을 맡아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장백도는 초휴가 강호에 발을 들이고 싸웠던 상대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강한 축에 속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문파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대문파의 내문 제자다운 실력이었다. 일전에 겨루었던 대광명사의 화두승 이충이나 심백의 아우 심묵도 물론 대문파의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나,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제대로 된 과정을 밟은 경우는 아니었다.
그건 초휴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게임 줄거리를 꿰고 있던 덕분에 강력한 무공을 적잖이 손에 넣긴 했지만, 사부를 모시고 가르침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선천공과 같은 기초 무공은 그런대로 할 만했다. 그러나 다른 것들, 이를테면 일기관일월의 적용 등에 대해서는 혼자만의 힘으로 깨우쳐야 했다. 실전에서 목숨 걸고 싸우며 자신의 움직임에 적용했다가 싸움이 끝나면 문제점을 파악해 수정 보완해서 다음번 싸움에 다시 적용해보는 그런 식이었다.
이런 주먹구구식의 수련법이 얼핏 체계 없는 땜질식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무공에 있어서 실전은 최고의 수련인 법이다. 자기 앞의 상대가 누구건, 자기가 무슨 무공을 사용하건 간에 상대를 죽일 수만 있으면 그게 바로 좋은 무공이다.
자전청광검의 강력한 위력이 폭발하는 가운데 홍수도의 핏빛 기세도 보슬비가 흩날리듯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졌다. 가물가물 희미한 것이 여차하면 끊어질 것 같아도 실제로는 견고하기 그지없는 기세였다. 그때 좌우에서 장여와 유원해가 동시에 압박해 들어왔다.
장여가 사용하는 병기는 상당히 괴이한 것이, 두 개의 짧은 창 중에서 좌측의 창은 움직임을 종잡을 수가 없어 어느 각도로 치고 들어올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우측 창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가로 방향으로 쓸어갈 때의 기세가 바위처럼 무거워서 초휴도 섣불리 받아내기 힘들었다.
그에 비해 유원해의 무공은 얼핏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휘두르는 요도가 어느 방향에서 공격해올지 종잡을 수가 없어 초휴는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렇게 사악하기 그지없는 요도 특유의 움직임은 초휴가 맨 처음 수련했던 혈도경과 유사했다.
이처럼 실전 경험이 풍부한 고수들이 협공을 해오자 초휴는 그만 일방적으로 구석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이때 장백도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이는가 싶더니 그의 장검이 번갯불을 방불케 하는 푸른빛을 맹렬히 토해냈는데, 그 빠르기가 전광석화 그 자체였다.
일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충격에 초휴는 가까스로 칼을 들어 막았으나, 번개의 위력이 고스란히 실린 연이은 검격에 양손이 크게 떨리면서 하마터면 홍수도를 놓칠 뻔했다. 장백도가 어기오중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의 내력만큼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그가 쥔 병기를 통해 전달되는 번개의 위력도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무림에서 닳고 닳은 유원해의 요도도 장백도를 도와 우측에서 섬뜩한 검망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한 마리의 독사와도 같이 커다랗게 꿈틀대며 초휴의 단전을 향해 덮쳐왔다.
음사도(陰蛇刀)!
‘챙’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며 유원해의 칼이 아슬아슬하게 초휴의 앞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 표독스러운 칼날의 기운에 살갗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가워 오면서 그의 무사복도 덩달아 찢겨나갔다. 그리고 울부짖는 듯한 광풍이 몰아치며 장여의 기혈과 진기가 응집된 두 창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마치 거대한 망치와도 같이 난폭한 기세로 초휴를 향해 덮쳐왔다.
초휴는 이미 장백도의 자전청광검과 유원해의 음사도에 철저히 압박당해 막다른 구석으로 내몰린 상태여서 장여의 추가공격을 받아낼 여력이 없었다. 이들 세 사람은 비록 이번이 처음 합을 맞추는 싸움이었는데도, 한 몸인 양 척척 손발이 잘 맞았다.
실력이 가장 강한 장백도가 직접 나서는 대신, 물샐 틈 없이 움직이는 장여의 창에 필살의 일격을 맡긴 그때였다. 초휴가 돌연 칼을 가로 방향으로 비스듬히 틀더니 장백도와 유원해는 내버려 둔 채, 전력을 다해 장여의 창을 막아냈다.
그러자 장백도와 유원해의 눈빛에 회심의 살기가 감돌았다. 이제 초휴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로구나! 초휴는 장여의 내력이 고스란히 실린 쌍창의 수직 공격을 막아내느라 오장육부가 흔들려 충격으로 입에서 연신 피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초휴의 명줄을 완전히 끊어놓을 참이었다.
이때 초휴가 방금 내리치고 남은 창의 기운을 빌려 몸을 뒤로 기대더니 일기관일월을 운용해 내력의 살기(煞氣)를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살기(煞氣)를 응집시킨 곳이 자신의 양손이 아닌 바로 몸 뒤였다! 이윽고 거대한 두 힘이 맞부딪치자 굉음이 터지면서 벽돌로 된 객잔의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 틈에 초휴가 객잔 밖으로 몸을 날리자 장백도와 유원해의 칼은 나란히 허공을 베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안색이 돌변했다. 초휴가 막다른 골목에서 이런 뜻밖의 묘수를 부릴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초휴를 객잔에 가둔 채 포위 공격으로 숨통을 끊으려 했는데, 어이없게도 독 안에 든 쥐를 놓치고 말았지 않았는가.
“빨리 쫓아! 부상을 입어서 멀리는 못가!”
장백도가 장여를 향해 소리쳤다. 장여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의 지시가 아니라도 초휴의 뒤를 쫓아 숨통을 끊어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가 막 객잔 밖으로 몸을 날린 그때, 진작 객잔 주위를 벗어난 줄로만 알았던 초휴가 돌연 고개를 뒤로 홱 돌리더니 두 눈 가득 살기를 번뜩이며 장여에게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