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0)
560화 금단을 삼키다
장희령은 뒤늦게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비술은 절대로 배우지 못하게 할 것을! 남들은 장승정이 아주 분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일단 멋대로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누구도 막지 못했다.
뇌광이 흔들렸다. 장승정이 도인을 맺자 강기가 극렬하게 타오르면서 그의 등 뒤에 그림자 같은 형체가 엉겨들기 시작했다. 가물가물 흐릿했으나 온몸이 뇌정의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문 일맥을 아는 사람은 그 법상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모든 도문이 받들어 모시는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이 아닌가!
천존의 그림자가 도인을 맺은 손을 휘두르자 오뢰정법, 자소신뢰, 신소천뢰(神霄天雷) 등 갖가지 속성의 강대한 뇌법들이 쏟아져 내리며 초휴와 그 외 네 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초휴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속셈일까. 장승정은 정말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셈인가?’
초휴의 환일대법은 천지의 조화를 가져와 하늘의 해마저 훔칠 만한 위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일여래의 힘을 몸으로 받아 내려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내력이 필요했고 사람의 몸으로는 너무도 힘들었다.
환일대법을 쓸 때마다 초휴는 전신의 기혈이 그 힘에 불태워져 끓어올라 날아가 버리는 듯했다.
지금 장승정이 쓰고 있는 비술도 초휴의 환일대법과 원리가 비슷했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힘을 몸으로 받아내려면 소모가 엄청났다. 강기가 물 흐르듯 빠져나갔다.
장승정은 아직 무도진단경도 아닐뿐더러, 설령 무도진단경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엄청난 천지 원기의 소모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장승정은 이미 출수했고, 초휴와 다른 사람들은 피하지도 못하고 다 함께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이비렴마저 비도 세 자루를 동시에 날렸다.
벼락이 하늘에 가득 찼다. 귀가 터질 듯한 강기의 포효와 뇌광 속에서, 초휴 역시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실력을 한계까지 끌어냈다.
무도종사와의 목숨을 건 전투도 아니고 동급 무사끼리의 싸움이었다. 모두 천인합일이었으나 자신들의 힘을 극한까지 발휘하고 있었고, 강호의 청년 무사 중 최정상이라 자부하는 이들이었다.
장승정은 일대오의 싸움을 통해 초휴와 네 명의 압력을 숫돌로 삼아서 자신을 완전히 단련하여 무도종사의 경지로 올라서려 했다. 그러나 실제 싸움에서 초휴와 네 명은 숫돌이 아니라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칼날이었다.
칼과 칼이 부딪치면 상대를 더욱 날카롭게 단련시켜 주거나 양패구상하는 결말뿐이다. 이쯤 되면 정혈을 불태우는 최후의 비술을 제외하고 모두 전력을 다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장승정은 그 수준에 가까운 비술까지 썼음에도 다섯 사람의 협공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얼마 가지 않아 장승정의 기세는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고,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의 법상도 점차 흐릿해졌다.
방칠소의 검은 수많은 방향으로 뻗어 나가며 매번 장승정이 피할 기회를 완전히 차단했다. 종현이 맺은 대위덕명왕인(大威德明王印)은 산이라도 뒤흔들 것 같은 위세를 발휘했다.
먹색 강기를 온몸에 두른 영백록은 흑룡이 똬리를 튼 듯했다. 그가 일권을 휘두를 때마다 흑룡이 포효하며 울부짖었다.
초휴 역시 전력을 다해 무색정대수인(無色定大手印)을 펼쳤다. 손바닥 안에서 생사와 천지가 뒤바뀌는 힘이 일어났다. 이것은 옛날 담연대사가 창안한 극강의 기술로, 그 위력을 극한까지 발휘하면 환일대법보다도 강력할 정도였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이비렴 역시 비도 다섯 자루를 한 번에 뽑았다. 마지막 필살의 한 자루만 남겨두고 전력을 다하려는 것이다.
그 힘의 파동을 느낀 무도종사들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다섯 명의 협공은 무도종사라 해도 당해낼 사람이 드물 듯했다. 장승정이라면 더더욱 막아내기 어렵지 않겠는가.
바로 그 순간, 장승정의 눈에서 홀연히 만 갈래 뇌광이 쏟아져 나왔다.
뒤에 있던 구천응원보화천존의 법상이 완전히 부서졌으나 소멸하지 않고 그의 몸속으로 모여들었다. 장승정이 그 형상을 받아들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폭풍처럼 내리치며 장승정을 그 안에 가둬 버렸다.
동시에 초휴와 다른 사람들의 공격도 완전히 무너졌다. 우레 폭풍은 천지의 힘이 변한 것이었다. 사람의 힘이 아무리 강한들 천지와 맞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 폭풍 속에서 장승정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을뿐더러 기세가 몇 배는 올라 있었다. 그의 기세가 극한까지 치솟은 순간, 뭔가 깨져나간 양 강대한 기운이 쏟아져 나와 공간을 온통 뒤덮었다.
장승정이 손을 휘젓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우레 폭풍이 점차 수축하더니, 단약 크기로 줄어들어 장승정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벽력이 내리꽂히는 듯한 우렛소리가 울렸다.
“뇌명금단(雷鳴金丹)!”
장승정을 바라보는 장희령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환희의 기색이 넘쳐났다. 장승정이 무도종사의 경지에 들어선 것은 그 혼자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사부뿐 아니라 온 강호 사람들이 뻔히 짐작하던 사실이었다. 장희령이 감격한 것은, 천년이 넘도록 천사부의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뇌명금단을 장승정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이었다.
무도진단은 무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경지로, 이 경지에 대해서 도, 불, 마 삼맥 모두 상세한 분석을 한 바 있었다. 천지의 힘을 끌어내고 소통하여 단전에서 무도진단으로 만든다.
이것을 불문에서는 사리자(舍利子)라고 불렀고, 도문에서는 금단이라고 했다. 금단을 삼키면 비로소 나의 운명이 하늘에 매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니, 도문에서 말하는 금단이란 곧 무도진단을 말하는 것이었다.
무도진단은 무사가 정식으로 천지의 힘을 불러올 수 있음을 뜻했다. 오묘한 경지에 들어서서 천지와 어우러질 때 일어나는 변화는 종문마다, 심지어 사람마다 달랐다.
천사부의 경우 뇌법을 극치까지 수련해서 무도종사의 경지에 이르게 될 때 만들어지는 것이 뇌명금단이었다. 숨을 내뱉고 들이쉴 때마다 벼락이 친다고 할 정도로 순식간에 천지 원기를 뇌정의 힘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뇌명금단은 지극히 수련이 어려워, 적어도 천년 동안은 천사부의 누구도 성공한 이가 없었다. 장승정이 처음인 것이다.
장승정이 진작 무도진단을 응집시켜 무도종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줄곧 힘을 축적한 까닭이 이것이었다. 그는 천사부에서 천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뇌명금단을 만들어내려고 한 것이었다.
무궁무진한 뇌정에 둘러싸인 채, 장승정은 공간 비전함에서 도온이 담긴 진반을 꺼내 공중으로 던졌다. 그것은 진법의 힘을 받아 대전 위로 떠올랐다.
초휴와 종현 등을 바라보며 장승정이 나직하게 말했다.
“내기를 걸었으면 결과에 승복해야겠지. 내가 졌으니 도온은 여러분의 것이오.”
그렇게 말한 장승정은 곧장 몸을 돌려 떠났다. 그는 다른 도온을 놓고 싸우는 중인 장희령을 도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왜 장승정이 졌다고 했는지를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일대오로 싸운 이상 장승정의 패배는 처음부터 확실한 것이었다. 마지막 일격 때 장승정이 무도종사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분명히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승정은 졌지만 동시에 이긴 것이기도 했다.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무도종사의 경지에 올랐으며 뇌명금단을 응집해 냈다. 어느 모로 따져봐도 장승정이 손해 본 것은 없었다.
무도종사가 된 장승정은 여유롭게 떠났으나 뒤에 남겨진 장희령은 미칠 것 같았다. 패배를 인정했으면 그만이지, 도온은 뭐하러 남에게 준단 말인가. 무도종사가 되었으니 도온을 가지고 떠난다 한들 누가 그의 앞을 가로막겠냔 말이다.
백 보 양보해서 도온을 포기한 건 그렇다 치자. 여기서 더 볼 일이 없다는 듯,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건 또 뭔가. 악전고투 중인 사숙은 까맣게 잊어먹었단 말인가?
그러나 장희령의 표정을 본 진청제가 냉소했다.
“천사부에는 허명에 연연하는 자들이 많다지만, 저 장승정이란 녀석은 제법 쓸 만하군.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 말대로 군소리가 전혀 없잖소. 제 패배를 인정했으니 도온도 내놓고 간 것이지. 성격 한 번 마음에 드는군그래. 장희령, 장승정이 왜 갔는지 정말 모르겠소? 당신 바보인가? 방금 진단경에 들었는데 요동치는 진단을 안정시키지 않고 계속 죽기 살기로 싸우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저 애송이가 무도종사가 되자마자 망가져야 속이 시원하겠나?”
진청제의 말을 듣고서야 장희령은 정신을 차렸다. 무도진단경에 오른 직후에는 진단을 응집시키느라 육체적 상태가 나빠진다. 해서 반드시 한동안 쉬면서 진단을 안정시켜야 했다.
이제 막 경지에 오른 장승정이 아예 토대를 무너뜨릴 작정이 아니고서야 여기서 다른 사람들과 계속 대판으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장희령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진청제를 바라보았다.
진청제가 좋은 마음으로 그에게 깨우침을 줄 리 없지 않은가?
진청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하고 한바탕 드잡이질을 하니 화가 좀 풀리는군. 나와 천사부 간의 은원도 이걸로 끝난 셈 칩시다. 하지만 앞으로 또 개뼈다귀 같은 놈들이 내 앞에서 짖어대면 그때는 사정 안 봐줄 테니 명심하시오!”
천사부의 위세는 진청제도 잘 알았다. 천사부가 두렵지는 않다고 했지만, 입씨름 좀 한 거로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들 정도로 그가 미치광이는 아니었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으면 천사부 진화련신 고수 앞에서 상대방을 죽여 버렸을 것이다. 진화련신의 고수이건 뭐건, 진청제 생각에는 늙어빠진 진화련신경 따위가 자신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떠나가는 진청제의 뒷모습을 보면서 장희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청제와의 싸움은 그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재앙이었다. 어쨌거나 자신이 그를 건드려서 생긴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용호산 천사부의 폐단을 어느 정도 알게 된 셈이기도 했다. 그는 돌아가면 노천사에게 말씀드려서 천사부의 제자들을 단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문파의 제자들은 대개 오만하고 경솔하기 마련이나, 도문이 숭상하는 것은 청정무위였다. 마음이 집념으로 가득하면 자신의 수행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종문의 발전과 미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순양도문을 봐도 명백했다. 과도한 집념은 극단적인 행동을 부른다. 예전의 천사부는 이렇지 않았다. 그러나 순양도문이 쇠락하고 영현기의 실종 후 진무교 역시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천사부 사람 중 일부는 자신들을 도문의 우두머리이자 무림 지존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마음가짐을 그냥 놔두는 건 곤란했다. 진청제와 있었던 일처럼 까닭 없이 고수들과 척을 지게 될 뿐이 아닌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머리를 쓴다는 것은 무도 수행과 큰 관련이 없었다. 어떤 사람은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르고도 머리를 쓸 줄 몰라서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초휴와 네 준걸은 그대로 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장승정은 동년배인 그들 중 제일 뛰어난 자였다. 십년 동안 용호방 일 위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켰고 누구도 그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가 이제 무도종사의 경지에 올랐으니 용호방에서는 자동으로 이름이 빠지게 된다.
이제 그의 자리가 비게 되었으나, 바꿔 말하면 장승정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것이기도 했다. 다들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종현은 장승정과 십여 년을 겨뤄왔다. 두 사람은 각각 도문과 불문 소속으로 무수히 맞붙었고, 대부분은 장승정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생사를 걸고 싸운 적은 없었으니 결국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를 결정짓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승정이 명백히 그보다 한발 앞서게 되었다. 줄곧 평정심을 유지해 왔던 종현은 희미하게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방칠소의 얼굴은 다소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성격상 장승정이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른 것을 질투해서일 리는 없었고, 또 검왕성 노인네들에게 된통 꾸지람과 잔소리를 듣게 생겨서였다. 그가 제멋대로 고집을 부리면 사고만 터졌는데, 장승정은 제멋대로 고집을 부려 뇌명금단을 만들어내고 무도종사가 되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러니 검왕성의 노인네들한테, 제발 장승정의 반이라도 본받으라는 소리를 또 주구장창 듣게 생겼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