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연마
그들은 장승정이 던진 뒤로 아직 공중에 떠 있는 도온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초휴였다. 천마무의 원한이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며 끝없는 핏빛 마기가 종현을 덮쳐갔다.
방금 장승정은 그들을 숫돌로 써서 자신의 한계를 뚫는 돌파구로 삼았다. 물론 그들이라고 조금 전의 싸움에서 천인합일로서의 경험이 더 쌓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초휴는 싸움이 너무 짧게 끝나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조금 더 길게 싸웠으면 장승정처럼 싸움 도중에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해도, 천인합일로서의 경험을 절정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장승정은 떠났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중 종현이 가장 좋은 상대였다. 담연대사가 보는 앞에서 종현과 싸웠을 때,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실력으로 비긴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자신의 패배였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초휴는 전력을 다하고서야 종현과 비길 수 있었으나, 당시 종현은 여전히 힘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만일 담연이 마지막에 나서지 않았다면 여지없이 초휴의 패배가 확정되었을 것이다. 지금 초휴의 실력은 진일보했다. 이제는 종현과 자신 중 누가 더 강한지를 시험해 보아도 좋지 않겠는가.
종현의 눈빛이 번쩍이더니 명왕인을 맺은 손이 초휴의 천마무를 향했다. 그 순간 초휴는 종현에게서 명확한 전의를 보았다. 종현 역시 그와 거의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초휴와 종현이 싸우기 시작한 것을 본 영백록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방 형, 한 판 더 해 보시겠소?”
방칠소는 입을 삐죽였다.
“영백록, 싸우는 거야 상관없소만, 당신네 영가는 뭐든 숨겨두기를 좋아하는구려. 제 실력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는 없소? 좀 전에 당신이 전력을 쏟았으면 장승정은 무도종사가 되긴커녕 보기 좋게 실패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
영백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는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게 있는 법이오. 그걸 드러낼 경우는 정말로 궁지에 몰린 것이고 필살의 각오를 했다는 뜻이오. 좀 전에는 내가 여유를 부린 건 아니오. 더구나 ‘소천사’ 장승정을 상대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소? 방 형, 나에게 가르침을 주시지요.”
영백록은 방칠소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장 먹빛 강기를 폭발시켰다. 흑룡 형상으로 엉겨든 강기가 천지를 진동시키는 포효와 함께 방칠소를 덮쳐갔다.
그걸 보는 중인들은 넋이 나갔다. 다들 뭐 하는 거람? 좀 전까지 함께 장승정과 맞서 싸우던 자들이 이제는 자기들끼리 엉켜 싸우지 않는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강호를 잘 아는 선배 무도종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금 용호방의 젊은이들은 모두 걸물이었다. ‘소천사’ 장승정의 재능이 놀랍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다른 네 명이 발하는 빛까지 덮어서 가릴 수는 없었다.
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다. 아무리 놀라운 책략을 꾸민들 모든 음모를 부숴버리는 주먹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옛날 용호방에 올랐던 취의장의 섭동류 역시 인물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온갖 책략을 짜내는데 골몰한 나머지, 실력을 키우는 데 소홀하여 결국은 비명에 가고 말았다.
강호에 그와 같은 모사꾼은 많았으되, 정말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는 별로 없었다. 강호 절정의 최강 고수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볼 때, 음모와 책략으로 그 자리까지 오른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초휴와 다른 사람들은 상대방의 배경도, 옛 원한도, 승패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실력을 단련하기 위해, 마침 이렇게 맞붙어 싸울 좋은 기회를 맞아서 힘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이것이야말로 더없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로서는 최고로 적합한 상대를 찾아 실력을 단련하는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용호방 순위를 둘러싼 대혈투였다.
‘장승정이 떠났으니 다음 용호방 일 위는 누구일까?’
상식대로라면 응당 종현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변수가 많았다. 가장 큰 변수는 초휴였다.
조금 전 싸움에서 장승정에게 진정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한 자는 단 두 사람뿐이었다. 하나는 계속 기회를 노렸던 이비렴이었고, 다른 하나는 맹렬하고 포악한 기세로 폭발적인 힘을 휘둘렀던 초휴였다.
초휴가 이렇게까지 발전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놀라운 경험을 쌓은 것이 분명했다. 지켜보던 무도종사들 중 일부는 초휴의 환일대법과 무색정대수인을 쉽게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안 생길 정도였다.
그러니 이 싸움이 끝나면 용호방의 순위는 다시 쓰이게 될 터였다. 누가 정상에 오를지도 이 싸움에 달려 있었다.
초휴와 종현, 방칠소와 영백록이 각기 싸우는 동안, 구석에 있던 이비렴은 뒤로 물러나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관전하기 시작했다. 나서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비렴은 아까의 싸움에서 이미 아홉 자루의 비도를 다 던졌다. 마지막 한 자루를 쓰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으니, 지금으로서는 힘을 회복하며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있는 자들은 모두 고수였으므로 이비렴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이비렴 역시 장승정에게 큰 위협이었으나, 아무래도 그의 전투 방식은 초휴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비도 열 자루가 힘의 모든 것이었다.
아홉 자루까지 다 써도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마지막 열 번째는 목숨을 던져서 쓰게 되는 것으로, 결국 생사를 하늘에 맡기는 셈이 된다. 진정한 전투력을 따지면 초휴는 명백히 이비렴보다 위에 있었다.
네 사람의 머리 위 도온은 아무도 감히 가져갈 엄두를 못 내서 계속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은 누구 한 사람에게 속하는 물건이 아니라 초휴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전리품이었다. 눈치 없이 달려들었다가는 처참한 꼴을 당하게 될 터였다.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하려 들지는 않았다.
초휴와 종현은 한 번 싸워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종현의 무도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종현의 무도는 불문 전체, 혹은 대광명사가 빚어낸 가장 뛰어난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광명사의 무도를 극한까지 발휘하는 실력자다. 비할 바 없이 강대한 육신의 힘으로 만 가지 법술을 깰 수 있었고, 온몸 전체에 그 어떤 약점도 없었다. 그를 격파할 유일한 방법은 정면에서 힘으로 맞서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힘으로 맞섰을 때 종현의 우위에 설 수 있는 자가 천하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결국 패하는 자는 종현의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초휴는 종현을 상대로 출수한 순간 이미 결심을 굳혔다. 종현에게 힘을 소모하며 버틸 기회를 주지 않기로!
끝없는 원한을 품은 천마무가 거세게 휘둘러졌다. 도 자체의 강력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에 깊이 스며든 원한은, 원한도 자체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원한도처럼 원한을 빨아들여 힘으로 바꾸는 신비한 기능은 없었으나, 종현의 마음속 원한을 끌어내는 건 가능했다. 그 칼에 맞서 종현이 불인을 맺자 양 손바닥에서 거대한 불광이 피어올랐다.
그는 맨손으로 초휴의 천마무를 틀어잡았다. 강기가 폭발하면서 천마무의 마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초휴가 도에 불어 넣은 원한은 종현에게 심한 손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종현의 마음속에는 원한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종현은 어려서부터 대광명사에서 수련해 왔다. 그가 지금까지의 수행을 쌓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이런 성격으로 자랐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초휴의 일격이 무효로 돌아갔다는 것은 종현의 마음에 진정 원한 같은 거라고는 없음을 뜻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옛날 흑마탑의 연기대사 역시 칠마도를 만들면서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탐욕, 분노, 우둔, 원한, 애정, 악의, 욕망. 사람이면 누구나 칠정 육욕을 지니고 있으니 칠마도에 걸려들지 않을 수 없었다. 원한도는 소용없다고 한들 나머지 칠마도까지 그럴지는 모를 일이었다.
만일 칠정 육욕이 정말로 없다면 그것은 이미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일 터. 신이든 악마이든 사람 아닌 존재로 변한 것이니, 이미 자신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 않겠는가.
종현의 마음에는 원한이 없었다. 초휴의 일격에 종현은 약간 아찔함을 느꼈을 뿐, 금세 정신을 차렸다. 그는 초휴의 천마무를 움켜쥐고 한껏 힘을 주며 칼을 비틀어 꺾어 버리려 했다.
초휴의 천마무는 육급의 보병이기는 했으나 기실은 신병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고 천마령(天魔令)도 재료로 들어가 있었다. 종현의 육신이 신병과 맞설 정도라고 하지만 그래도 천마무를 부수는 건 불가능했다.
다음 순간 초휴는 몸을 빼며 물러나는 동시에 천절지멸이혼대법을 펼쳤다. 강대한 정신력이 미친 듯한 기세로 종현에게 쏟아졌다.
섭혼구대식처럼 공격적이고 민감한 원신 비법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서 쓸 수 없었다. 해서 그는 단순하게 정신력으로 종현의 정신에 충격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만(卍) 자 불인이 종현의 이마에 떠올라 대부분의 정신력을 막아냈으나, 일부분은 종현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종현이 큭 하고 신음을 토하자 몸을 둘러싼 강기도 떨리면서 통제를 벗어나는 듯이 보였다.
바로 그때 초휴의 몸에서 불염이 거세게 일었다. 대일여래의 법상이 등 뒤에서 나타나더니 불광이 대전 전체를 환하게 비췄다. 그 순간의 초휴는 종현보다도 더 불종 고수처럼 보였다.
대일여래가 일장을 내리치자 하늘의 해를 무색하게 하는 강대한 기세가 폭발했다. 무도종사들마저 안색이 변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조금 전 초휴가 환일대법으로 장승정을 공격했을 때, 장승정은 환일대법을 막기 위해 뇌부로 맞설 수밖에 없었고 초휴의 힘에 눌려 땅속으로 박히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종현의 방어력은 장승정보다 훨씬 강했다. 그가 인결을 맺자 온몸의 불광이 맑은 달빛처럼 변하더니 약사유리광왕불의 법상이 드러났다. 인결이 하나하나 떨어지며 초휴의 환일대법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러나 환일대법의 강대한 힘 앞에서 종현은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서야 했다.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열세가 뚜렷했다. 반대로 초휴의 낯빛은 한결같았다.
물론 지금은 초휴가 우세를 점했을지 몰라도 종현은 중상을 입지 않았고 강대한 힘의 근원과 기반도 그대로였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무한한 불광이 초휴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겨자씨 한 알에 수미산이 들어가니, 온 세상 삶과 죽음이 이와 같도다.
무색정대수인이 발휘된 것이다!
초휴의 무색정대수인이 스치는 곳마다 모든 것이 분해되고 찢겨나갔다. 모든 것을 적멸시키는 부처의 빛이 종현의 뒤에 떠 있던 약사유리광왕불의 법상마저 완전히 부숴버렸다.
환일대법과 함께 쓰인 무색정대수인은 초휴 자신마저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그 옛날 담연대사가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던 시절처럼, 이 수법을 제대로 펼친다면 정말 천지의 위력과도 감히 맞설 만한 힘을 발휘할 터였다.
초휴의 경악할 만한 공격을 못 견디고 종현이 연신 뒤로 물러나자 장내가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졌다. 어쨌거나 용호방 이 위의 종현이건만, 초휴의 공세 속에서 반격 한 번도 못 하는 것은 의외인 일이 아닌가.
실력의 격차가 너무 큰 것 인가, 아니면 장승정과의 일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때문일까?
허행은 이미 도온을 빼앗으러 나설 마음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뛰어들 뻔했다.
‘종현에게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종현은 대광명사의 체면 그 자체다. 종현이 장승정보다 한 수 아래인 것까지는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장승정은 도문 일맥에서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걸출한 인재였으니까.
도문과 불문은 줄곧 주거니 받거니 해가며 경쟁해온 사이였고, 종현 역시 장승정에 비해 그렇게 크게 뒤지지 않으니 괜찮았다.
그러나 초휴는 달랐다. 초휴에게 질 수는 없었다. 대광명사가 온 힘을 기울여 길러낸 제자가 낭인 출신 무사에게 진다면, 장승정이 용호방에서 나간 뒤에도 종현은 용호방 제일이 될 수 없다. 종현이 정말로 진다면 강호에 온갖 말이 떠돌게 될 터였다.
그러나 허행은 결국 참았다. 정말로 그가 뛰어들면 대광명사의 체면은 더더욱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의 인물이 후배들의 싸움에 끼어들다니, 싸워서 이기건 지건 간에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다.
더군다나 관사우 역시 한편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게 결정적인 문제였다. 그가 후배들의 싸움에 공공연히 끼어들면 다른 자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둘째 치고, 관사우가 그것을 수수방관할 리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