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65)
565화 원한
초휴는 홀연히 탄식했다.
“나는 창란검종에 기회를 주었건만, 애석히도 너희는 목숨을 소중히 할 줄 모르는구나.”
초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분명 창란검종에 기회를 주었다. 애초 신병대회에서 초휴에게 먼저 도전해 온 쪽은 심백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는 초휴에게 당해 폐인이 되고 말았다.
원래 초휴는 아예 창란검종을 쓸어버림으로써 고생 한 번으로 편하게 일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초휴에게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게다가 창란검종에도 류공원이 있었다. 그 당시 초휴의 실력으로는 무도종사를 죽이기는 쉽지 않았다.
창란검종 역시 그 뒤로는 그를 귀찮게 굴지 않았으므로 초휴는 그 일을 잊기로 했다. 그 뒤로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으나 굳이 창란검종을 찾아가 해코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초휴가 먼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저쪽이 먼저 다가와 시비를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나오면 초휴로서는 자신의 성질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초휴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인결을 맺는 것도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손가락이 퉁겨지는 순간 벽력이 작렬하는 듯한 폭발음이 한 창란검종 제자의 귓가에서 울리더니, 힘의 진동이 그의 심맥을 짓부쉈다.
삼화취정인 그 무사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초휴가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창란검종 무사들은 한 명씩 심맥이 터져나갔다. 울며 도망치려는 자도 있었으나, 백 장 너머까지 살아서 몸을 피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는 초휴의 솜씨에 모두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다지 고강한 무공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사자인결(獅子印結)에 정신력을 합쳐 임시로 만든 수단일 뿐, 사실은 무공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저 힘을 운용하는 여러 방식 중의 하나였다. 상대가 그보다 강하거나 같은 경지의 무사였다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력이 한참 떨어지는 무사들은 썩은 나뭇가지처럼 무력하게 쓰러져갔다.
초휴의 시선이 임개운을 향했다. 임개운은 손이 떨려오는 바람에 적혈검을 땅에 떨어뜨릴 뻔했다. 임개운의 얼굴은 창백했다. 절반은 방금 기혈을 태워서였고, 다른 절반은 겁나고 두려워서였다. 그는 점점 더 꼴사나운 몰골이 되어 대들 꿈도 못 꾸는 주제에 낮게 으르렁거리며 허세를 부렸다.
“초휴, 넌 날 죽일 수 없다! 날 죽인다면 우리 검왕성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 광경을 보았다. 멀리 뒤쪽에 있던 백잠의 안색이 일순간 변하더니 다급하게 소리쳤다.
“초휴! 그만둬라!”
먼저 공격한 쪽이 임개운이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임개운 역시 검왕성의 제자이다. 임개운을 벌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초휴의 손에 죽게 방관할 수는 없었다.
방칠소 역시 고함을 질렀다.
“초 형! 진정하게! 성급하게 굴면 안 돼!”
같은 검왕성 동문이었으나 방칠소는 임개운을 몹시 싫어했다. 반면 초휴와는 사이가 좋았으므로 임개운을 위협한다고 초휴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진정하라고 한 것은 초휴를 위해서였다. 방금 일은 임개운의 잘못이 분명했다. 갑자기 미친놈처럼 제멋대로 초휴를 죽이려 하지 않았는가. 지금 임개운을 죽이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초휴가 무슨 보상을 요구하건 상관없었다. 중간에서 중재할 수도 있었다.
방칠소는 다른 검왕성 무리처럼, 도리를 내던지고 무조건 가까운 자를 편 드는 버릇 따위는 없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초휴가 정말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임개운을 죽인다면 그로서도 원만히 사태를 수습할 여지가 없었다. 중인환시리에 검왕성 제자를 죽인 자를 검왕성이 어찌 용납하겠는가.
특히 임개운은 검왕성에서 방칠소 다음가는 제자로, 용호방에도 이름이 오른 준걸이었다. 그러니 일단 죽이지만 않으면 그다음은 어찌 되어도 좋았다.
초휴는 방칠소와 백잠에게 잠깐 시선을 주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아무런 살의도 느껴지지 않았으나 지극한 절망감을 주는 동작이었다.
임개운은 그 절망을 똑똑히 느꼈다. 그는 기혈을 마지막까지 짜내어 적혈검에 흘려 넣어서 막으려 했다. 그러나 초휴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강대한 힘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 심맥을 부쉈다.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진 그는 그대로 숨이 끊겼다.
그는 십여 년간 자신의 종문을 원망해 왔다. 종문의 스승과 선배들이 방칠소만 편애한다고 원망한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종문의 위명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 위명에 허리를 굽힐 생각이 없는 자 앞에서는 결국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개입하려던 백잠과 방칠소는 결국 한발 늦고 말았다. 쓰러진 임개운의 시체를 보며 방칠소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초 형,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그는 초휴와 농담이나 할 기분이 아니었다. 일이 너무 커진 것이다. 지금까지 초휴와 검왕성 간에 소소한 은원은 있었으나, 이제는 반드시 갚아야 할 큰 원한이 되고 말았다. 어느 한쪽이 죽어야만 끝이 날 원한 말이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나는 간단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싫네. 강호의 수많은 원한은 모두 내가 남을 죽이거나 남이 나를 죽이거나 둘 중 하나인 거지. 누군가 날 죽이려 한다면, 그것도 내가 가장 허약해진 틈을 노려 습격한다면, 당연히 상대를 죽일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당연한 이치를 왜 굳이 따지는 건가?”
방칠소는 말문이 막혔다. 단순하고 거칠기 그지없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원래 초휴의 행동 방식이기는 했다.
자신들 검왕성 역시 제멋대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문의 사람을 도울 때는 객관적인 도리를 따지지 않았다.
임개운이 남들 보는 앞에서 그를 습격했다고 해서 검왕성이 임개운을 폐물로 만들고 초휴의 분을 풀어주겠는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임개운과 그의 원한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고, 도저히 풀 수 없는 지경까지 갔을 것이며, 자신은 언젠가 초휴를 죽이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 죽이나 나중에 죽이나 마찬가지라면 당장 해결하지 않을 이유가 뭐겠는가. 초휴가 말한 대로였다.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러면 내 손에 죽는다.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백잠이 초휴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초휴, 아주 잘 났어! 종현을 격퇴하더니 이제는 우리 검왕성 제자까지 죽여? 강호에 정말 네놈을 손봐줄 사람이 없을 거 같으냐!”
백잠 역시 임개운이 제멋대로 초휴를 공격한 것에 화가 나긴 했으나, 초휴가 중인환시리에 임개운을 죽인 것은 검왕성의 따귀를 갈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을 참아 넘긴다면 검왕성이 앞으로 어떻게 강호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그러자 옆에 있던 방칠소가 미간을 찌푸렸다.
“상좌!”
백잠은 그를 돌아보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칠소, 네가 초휴와 사이가 좋은 것은 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우리 검왕성의 위신과 관련된 일이니, 네 개인적 감정으로 좌지우지할 사안이 아니다. 멋대로 나서지 마라!”
분명 검왕성의 스승과 선배들은 방칠소를 총애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방칠소의 실력과 잠재력 때문이었다. 아무리 황당한 일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검왕성의 체면과 관련된 일이라면 방칠소도 멋대로 굴 수 없었다.
백잠의 태도를 본 방칠소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착실하지 못한 인물이긴 했으나 방칠소라고 바보는 아니었다. 종문의 이익과 명성이 어떤 건지, 얼마나 중요한 건지 그 역시 잘 알았다. 그저 평소에 그걸 미주알고주알 따지기 귀찮았을 뿐이다.
이제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가 검왕성의 동년배 중 가장 걸출한 제자라 해도 중재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뛰어난 제자일 뿐, 검왕성의 주재자는 아니기 때문이었다.
백잠의 손이 장검을 움켜쥐었을 때 뒤에 있던 관사우가 쫓아왔다.
“백 당주, 후배들 간에 벌어진 일에 손을 쓰려는 것이오?”
관중형당이 검왕성보다 한 수 아래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초휴가 방금 보여준 두려운 실력과 잠재력은 둘째 치고, 그가 관중형당의 평범한 일개 무사였더라도 관사우는 백잠이 초휴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을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사우를 본 백잠은 코웃음을 치더니 검을 쥐었던 손을 놓고 방칠소와 함께 떠났다.
검왕성 형검당 상좌 백잠의 실력은 무도종사 중에서도 상급에 속했다. 그러나 관사우를 이길 수 있을지는 그로서도 자신이 없었다.
관사우는 줄곧 강호인들에게 과소평가 당해 왔다. 이번 소범천에서도 그를 공격한 자가 적지 않았다. 기실 초휴와 삼청전에서 만나기 전까지 관사우는 이미 수많은 상대와 싸웠다.
개중에는 관사우보다 훨씬 이름 있는 고수도 많았으나, 관사우를 이긴 자는 하나도 없었다. 방금 도온 쟁탈전에서도 관사우는 성공적으로 도온을 쟁취하지 않았는가.
감히 그에게 달려들려는 자도 몇 없었을 정도였다. 이미 관사우의 실력을 본 백잠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사실 무승부조차도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검왕성 제자가 관중형당 초휴에게 일 합에 죽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검왕성 형검당 상좌까지 관사우에게 패한다면 검왕성의 체면은 땅바닥에 처박히는 꼴이 아니겠는가.
백잠은 떠나면서 욕설 한마디 하지 않았으나, 관사우와 초휴에게 음침한 시선을 던졌다. 검왕성은 오늘 일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으리라 뜻을 전한 것이다.
* * *
삼청전은 완전히 무너졌다. 도온을 얻은 자도, 얻지 못한 자도 사력을 다해 뛰쳐나와 제각기 흩어졌다. 관사우는 무거운 낯빛으로 초휴를 데리고 나와, 좀 떨어진 곳으로 가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검왕성 사람까지 죽이면 어떡하나! 임개운이 어떤 자인지 몰라? 검왕성이 어떤 무리인지 모르느냔 말이네! 방칠소와 친분이 좀 있다고 해서 검왕성이 자네에게 손을 못 쓸 것 같나? 방칠소는 아직 그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못 돼!”
관사우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초휴가 종현과 격전 끝에 이겼을 때는 관사우도 자랑스러웠다. 관중형당에도 드디어 강호를 호령할 청년 준걸이 나온 것 아닌가. 그것도 강호의 동년배 고수들을 전부 제압할 만한 인물이 말이다.
그러나 그 뿌듯한 기분이 가시기도 전에 초휴는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검왕성과 대놓고 원수가 되다니. 아무래도 초휴의 실력은 사고 치는 능력과 정비례하는 모양이었다.
초휴는 담담하게 말했다.
“임개운이 저를 죽이려 해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굳이 죽을 길에 제 발로 걸어들어오길래 원하는 대로 해 준 것뿐입니다. 상대가 검왕성 사람이라고 해서 그냥 참아 넘긴다면, 계속해서 절 해치려는 음모와 계략이 펼쳐질 뿐입니다. 내가 물러나서 끝날 일이 아니고, 잠시 참는다고 가라앉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강호에 은원과 싸움이 얼마나 잦습니까. 뒷배를 내보이는 것만으로 해결된다면 그 많은 강호인이 왜 죽어 나가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까지 우리 관중형당이 횡포를 부린 적은 없으나, 남에게 굽히고 들어간 일도 없잖습니까?”
관사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나한테 늘어놓는 핑계가 많기도 하군. 그런데 임개운을 죽일 때는 왜 그렇게 여러 가지로 생각하지 않았나?”
초휴의 말은 사실이었다. 관중형당은 은인자중하는 편이었으나, 다른 세력에 굽신거리며 이익을 좇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옛날 초광가는 거협이라 불리며 일생 협의를 실천했다. 그는 위급하고 곤란한 자들을 도왔고 수많은 사람을 구했다. 초광가는 수많은 적 앞에서도 한결같았다. 단 한 번도 물러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초광가는 남과 싸우면서, 목숨을 걸겠다는 투의 말을 평생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출수하면 너 죽고 나 죽자는 기세로 달려들었다고 한다.
관사우는 초광가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으나, 젊었을 적에는 확실히 고집이 센 성격이었다. 적을 앞에 두고 물러서 본 적이라곤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은 매우 신중해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