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70)
570화 은마권의 힘
위서애는 병력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나, 그가 초휴에게 보내려는 자들이 은마권의 정예는 아니었다. 은마는 여러 다양한 세력이 있었고 이해관계가 복잡했다.
어떤 자들은 초휴는 고사하고 위서애의 말조차 따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육 선생이 그 좋은 예였다. 위서애는 무상마종 전체가 위서애와 사이가 좋은 편이다. 육 선생은 무상마종 사람이었고, 당연히 위서애와의 관계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한마디로 사이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사이가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이익이 걸려 있는 일이라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해서 위서애는 다른 자들을 부르지 않고 은마 내의 낭인 무사들을 찾았다.
낭인 무사들의 구성은 아주 복잡했다. 우연히 마공을 얻는 바람에 마도에 입문한 낭인 무사도 있었고, 옛날 구천산 마도 연맹 시절 살아남은 자들의 후예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위서애를 받들었다. 개중 가장 통제가 어려운 것은 저마다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마도에 들어왔거나, 정도 종문에 쫓겨서 마도에 들어온 무사들이었다. 이런 자들은 실력도 강했고 강호에서 제법 명성도 있었으나 성격이 괴팍했으며 오만불손했다.
위서애가 이런 자들을 동원한 것은 초휴에게 힘을 보태주는 동시에 이들이 오합지졸에서 벗어나 한 덩어리로 뭉치기를 바라서였다. 물론 초휴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뜻도 있었다.
위서애는 초휴를 믿었다. 그러나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 정도 작은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임무를 완수하겠는가. 그래서 위서애는 직접 초휴를 데리고 가지 않고 아예 저무기를 보냈다.
육 선생과 매경령의 경우 하나는 음마종이요 하나는 무상마종이니 신분이 특수했다. 위서애는 그들에게 따로 다른 일을 맡겨서 떠나보냈다.
* * *
은마권의 지하 거점은 상당히 넓었다. 저무기는 초휴를 데리고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서 미소지었다.
“위 선배님이 자네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알겠지만 실로 대범하시군. 그자들을 한데 묶어 자네의 지휘를 받게 할 생각이시니 말일세. 그들을 만나면 주의하도록 하게. 자네가 무도종사에 필적할 실력이고 임엽이라는 신분이 용호방 삼 위의 준걸이라지만, 그자들은 아마 인정하지 않으려 할걸세.”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의아하게 물었다.
“저 선배님의 실력으로 옛날 마도에 입문하셨을 때 중용하려는 자들이 없었습니까?”
저무기는 담담했다.
“마도가 자선 단체는 아니니까. 정도 종문의 말이 옳을 때도 있지. 마도가 행하는 일은 대부분 무정하고 악랄하네. 내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다른 자들에게 얼마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따라 대우가 바뀌네.”
저무기는 옛일이라도 떠올리는 듯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내가 은마에 입문했을 때는 은마의 수많은 종문이 내게 손을 내밀었지.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보고 그런 게 아니고, 나의 용호방 순위와 위국 황족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술수를 꾸미려고 접근한 것이었네. 내 신분만 이용하려 했다는 말일세. 내가 마도에 든 것은 강대한 힘을 추구해서였지 그들을 위해 헛수고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 그래서 거절했지.”
이윽고 진지한 표정이 된 저무기가 담담히 말했다.
“이제 자네가 이끌어야 할 사람 중 마공을 수련하다 마도에 들어온 사람들은 비교적 다루기 쉽네. 옛날 구천산 마도 연맹의 후예들도 까다롭지 않을 거야. 제일 곤란한 것이 바로 나 같은 자들일세. 실력이 있고 성질도 있지만, 남에게 구속받는 건 싫어하지. 성격이 아주 괴팍하단 말일세. 그런 자들을 굴복시키는 건 쉽지 않을 걸세.”
초휴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무기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담담하게 물었다.
“도저히 통제가 안 될 때는 죽여도 됩니까?”
저무기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초휴의 성격을 알았다. 이 자의 살성(殺性)은 이만저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살육을 즐기는 건 아니었고, 다만 목적 달성에 가장 간편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마도에 오래 있는 동안 피를 탐하는 미친 자들,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빡 않는 자들을 무수히 보았다. 하지만 그런 자들은 모두 하류일 뿐이었다.
겉보기에는 흉악했고 무수한 선혈을 손에 묻혔다고는 하지만, 초휴는 그런 자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 자들은 살의에 조종당하는 불쌍한 인간들일 뿐이고 살의란 하나의 감정에 불과하다. 자기 자신조차 통제하지 못하다니 불쌍하고 하찮은 자들이 아닌가?
정반대로 초휴 같은 자, 살육을 도구로 여기고 목적과 이익의 달성만을 냉정히 추구하는 자야말로 두려운 법이다. 이런 사람은 꼭 직접 나서서 남을 죽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 결정 하나가 무수한 목숨을 파묻어 버리는 것이다.
저무기는 담담히 말했다.
“죽여도 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네. 자네가 직접 판단하게. 나나 위 선배님이나 마찬가지야. 결과를 보고 판단할 뿐일세. 누군가를 죽여서 일이 잘된다면야 상관없겠지. 반대로 누군가를 죽이는 바람에 일이 어긋난다면, 그 결과도 자네가 감당해야 하네.”
초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저무기는 앞쪽의 문이 닫힌 대전 건물을 가리켰다.
“위 선배가 불러모은 자들은 저 안에 있네. 준비하게나.”
* * *
대전 안에는 족히 삼백 명쯤 되는 자들이 모여 있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있었고, 차림새가 괴상한 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이 아주 강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삼백여 명 중 가장 약한 자도 삼화취정이었고, 가장 강한 자는 천인합일이었다. 천인합일 무사는 삼십여 명 정도로, 이 정도 숫자면 칠종팔파 중 창란검종이나 파산검파 등 비교적 약한 종문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대전 내는 난잡했다. 귓속말을 나누는 자들도 있었고, 고함을 지르며 소란 피우는 자, 술을 마시고 욕설을 퍼붓는 자도 있었다. 의자는 열 개뿐이었고 앉은 자도 열 명이었다.
땅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고 창백해진 얼굴에 분노와 원한을 품고 상처를 추스르는 자도 있었다. 이 오만불손한 자들은 초휴가 오기 전에 이미 한판 벌인 게 분명했다. 그것도 의자를 차지하겠다는 하찮은 이유로 말이다.
자리에 앉은 자 중, 검은 장포를 입고 세모꼴 눈에 사십여 세쯤 되어 보이는 무사가 입을 열었다.
“나삼총(羅三聰), 조승평(趙承平), 그리고 다른 분들. 앉아만 있지 말고 이야기 좀 해 보시오. 위 선배님이 우리를 왜 부르신 것 같소? 우리보다 새카맣게 어린놈의 명령을 따르라고? 그야말로 웃기는 소리 아닌가.”
그자의 손 위에서 금색 전갈이 놀고 있었다. 손놀림이 민첩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전갈의 꼬리가 먹처럼 검은 것이 극독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마도에서 퍽 이름난 무사인 ‘독랑군(毒郞君)’ 도공망(陶公望)이란 자였다.
정확히 말해 그가 익힌 것은 마공이 아니라 독공이었다. 그러나 강호인 대부분은 그렇게 사악한 건 모조리 마도로 간주했으니 도공망 역시 마도에 몸담게 되었다.
그는 강호에서 십여 년을 방랑했다. 독하고 악랄한 수완에 성품도 교활했다. 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건드리고서도 오랫동안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재수 없게도 몇 년 전 서초에서 사람의 피로 독충을 키우려다 ‘소천사’ 장승정과 맞닥뜨린 것이다. 하마터면 장승정의 오뢰정법에 목숨이 날아갈 뻔했으나 비장의 패가 많았던 덕에 도망쳐서 살아날 수 있었다.
그 뒤로 도공망은 은마에 들어와서 신중하게 처신하기 시작했다. 더는 옛날처럼 나대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위서애가 그들을 불러모은 것은 초휴를 중심으로 구천산 마도 연맹의 복수를 하려는 것이라지만, 사실 도공망은 내키지 않았다. 임엽의 실력이 강하고 용호방 삼 위까지 올랐다고는 하나 도공망에게는 그래 봐야 한참 어린 후배였다.
도공망이 강호에서 이름을 날렸을 때 임엽은 아직 흙장난이나 하고 있었을 게 아닌가. 인제 와서 그런 자의 명령을 따르라니 어떻게 속이 편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그런 것은 둘째 문제이긴 했다. 어쨌건 남의 처마 밑에서 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임엽에게 위서애라는 뒷배가 있으니 명령대로 따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정파 세력을 적으로 삼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았다.
몇 년 전 장승정에게 당했던 패배는 그의 마음에 큰 공포를 심어주었다.
도공망은 그때의 두려움 때문에 은마의 비호를 받으려고 들어왔다. 은마권의 신중함과 위험을 피하는 처신을 기대하고 왔던 것인데, 이제는 대놓고 일을 벌이라니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엄격히 말하면 그는 은마 소속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구천산 마도 연맹의 원한이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기회가 생기면 이번 일을 고스란히 남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하든 알 바 아니었으나 자신만큼은 가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나삼총은 상석에 앉은 거한이었다. 전신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용모가 굳세기 그지없어 마치 쇳덩이로 주조해 낸 것처럼 보였다.
그의 옆에는 흉악하게 생긴 핏빛 귀두참수도(鬼頭斬首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허리춤까지 오는 길이에 흑갈색 핏빛 녹이 점점이 슬어 기이할 정도로 흉하고 끔찍해 보였다.
‘혈광도(血狂刀)’ 나삼총 역시 평범한 은마 소속의 무사는 아니었다. 그는 낭인 출신으로, 거칠고 호전적이었으며 성격도 포악해 강호에서 적잖은 원한을 쌓았다.
평범한 무사들이라면야 싸울수록 그를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러나 한 번은 구대 세가 청년들이 모인 집회에서 생각 없이 굴어 미움을 사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에게 추격을 당하게 되었다.
영백록 정도의 지위에 있는 자였다면 문제가 달랐을 것이다. 설령 나삼총이 그를 건드렸어도 낭인 무사 하나 죽이자고 일을 크게 벌이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다른 세가 제자들은 속이 좁았다. 나삼총은 그들에게 쫓기다가 거의 막다른 곳까지 몰렸고, 최후의 순간 은마의 고수에게 도움을 받았다. 해서 그 길로 은마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마도인들은 저마다 속셈이 달라서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뭉쳤던 적이 없었다. 그들 모두가 옛 구천산 마도 연맹의 희생자들을 위해 복수할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위서애가 초휴에게 통솔을 맡긴 것은 이런 분열상을 정리하라는 뜻도 있었다.
도공망이 온갖 생각을 다 하는 것에 비해 나삼총은 훨씬 단순했다. 그는 냉소하며 말했다.
“도공망, 별생각을 다 하는구려. 우리보다 한참 어린 후배면 뭐 어때서? 엄밀히 따지면 내 배분도 당신보다 아래 아닌가. 그럼 나도 인정 못 하겠단 소리 아뇨? 어디 한 판 붙어볼까!”
도공망은 나삼총이 아무 생각 없이 퍼붓는 말에 화가 치솟아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배분을 따지자는 게 아니오. 나는 은마에 들어온 이래 오래도록 어둠 속에 숨어서 은인자중해 왔소. 그런데 위 선배님은 인제 와서, 경험도 없는 후배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여서 정도 무림과 싸우라고 하시는 거 아니오.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생각이 안 되는 거요?”
나삼총은 손을 휙 내저었다.
“생각은 무슨! 정도건 마도건 실력이 강한 자라면 나는 그 말에 따를 거요. 죽이라는 대로 죽이면 그만인 거지. 반대로 지휘하는 자가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애송이라면 얘기는 다르지. 내가 누굴 죽이든 말든 그자가 간섭 일이 아니지.”
도공망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삼총처럼 아무 생각 없는 자는 상대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는 조승평에게로 눈을 돌렸다. 두 사람에 비하면 조승평은 훨씬 인상이 평범했다.
그는 검은 장포를 입은 냉혹한 얼굴의 중년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언쟁하거나 싸움박질을 해도, 혼자 가만히 앉아 눈도 끔쩍하지 않았다. 도공망의 시선을 받자 조승평은 담담히 말했다.
“나는 임엽에 대해 잘 모르오. 은마권이 먼저 정도 종문을 공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소. 나한테 중요한 건, 이게 위 선배님께서 분부하신 일이고, 임엽 역시 위 선배님이 선택하신 사람이라는 거요. 나는 위 선배님을 믿소이다. 위 선배님의 생각이 잘못될 리가 없으니까.”
도공망과 나삼총에 비하면 조승평은 정통 마도 출신이라 할 만했다. 옛날 그의 선조는 위서애 등을 따라 구천산에 올랐던 마도의 고수였다.
선조는 구천산 전투에서 죽었고, 조승평 일가는 그 뒤로 줄곧 위서애의 비호를 받아 왔다. 그러니 위서애가 무슨 일을 시키건 조승평은 충실하게 따를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위서애가 자기 가문의 존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