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97)
597화 흉계
초휴의 이중 신분이 들통나자 관사우가 받은 충격의 크기는 다른 사람들에 못지않았다. 초휴가 마도의 임엽일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가 매경령의 실체를 간파했던 것은 그녀가 자신한테 차녀대법을 시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휴는 자신의 앞에서 아무런 허점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초휴가 은마에 정식 가입한 건 엄밀히 말해서 비마목장 추진성 사건을 조사하면서 육 선생과 알게 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초휴가 관중형당에 합류했던 초창기에는 은마와 완전히 무관한 사이였다.
그 후로 매경령이 은연중 초휴를 돕는 건 관사우도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관사우는 그녀가 관중형당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할 목적으로, 뒷배가 없는 초휴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밀어주는 줄 알았다. 초휴도 마도 인물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관사우의 출수로 인한 충격에 얼이 빠졌던 방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양공도를 노려보며 따졌다.
“초휴가 마도 놈인 걸 알면서 왜 내게는 알려주지 않은 거요?”
양공도는 이 일에 대해서는 방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사전에 알렸으면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방살은 초휴에게 이 얘기를 언급했을 게 뻔했다.
양공도가 태연히 받아쳤다.
“전부 다 말해주었으면 이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당신들이 그 얘기를 꺼냈을 리가 없지 않소? 기껏해야 은밀히 당주에게 보고하여 둘이서 숙덕공론으로 마무리 지었겠지. 여기 모인 모두가 알 권리가 있거늘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쉬쉬해서야 쓰나.”
방살이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 자기가 양공도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매경령의 신분을 들추는 것은 관중형당 입장에서 악성 종양 하나를 제거하는 데 불과하다는 게 방살의 생각이었다. 그리 대단한 축에도 못 드니, 크게 떠벌릴 것도 없이 관중형당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하지만 초휴는 경우가 다르다. 아직 무도종사는 아니어도 강호에서의 위상과 명성을 감안할 때, 일파만파 파문이 퍼질 것을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방살은 천방지축이 아닐뿐더러, 관중형당의 파멸을 원치도 않았다. 만약 그가 진작 이 일의 전말을 알았더라면 은밀히 관사우에게 알려서 대책을 마련했으면 했지, 이처럼 백일하에 모든 게 까발려지게 만들지는 않았을 터였다.
한마디로 양공도는 처음부터 그를 이용해, 이 일을 최대한 크게 키울 작정이었던 거다. 관사우가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양공도에게 물었다.
“말해봐라. 대체 무슨 수작을 벌이자는 것이냐?”
독룡사라는 별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공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지금껏 무슨 일을 도모하건 간에, 단 한 번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을 꾸미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굳이 방살을 이용해 관중형당 내부의 치부를 수면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다. 계획된 악의로 관중형당을 해치는 게 아니라면, 남 잘되는 꼴 보기 싫어 재를 뿌리려는 심보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공도가 하는 일이 후자일 리는 없지 않겠는가.
양공도가 매섭게 눈을 부릅뜨며 답했다.
“관 당주, 이 일이 쉽게 넘어갈 일이라 생각하시오? 관중형당이 음마종 성녀도 모자라 자그마치 마도의 기대주로 우뚝 선 초휴까지 거두었거늘, 강호인들이 좌시만 할 것 같소? 그간 은마가 무수히 뿌려온 원한의 씨앗들, 그리고 초휴가 무참히 학살한 그 아까운 목숨을 한번 생각해 보시구려. 일단 그의 정체가 알려졌다 하면 정도 무림 전체가 달려들 텐데, 설마 관중형당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소! 천만에! 어림도 없는 소리지!”
자신만만한 그의 호언장담에 관중형당 사람들의 표정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양공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 태자 전하 편에 서서 관중형당을 동제에 편입시키고 전하를 위해 충성하겠다고 약속하면 그까짓 강호의 너저분한 일들 정도는 동제 조정에서 깔끔히 처리해 주리다. 물론 관사우 그대는 여전히 당주일 것이고, 심지어 그 자리를 당신의 제자나 아들에게 물려준다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소!”
그제야 현장의 사람들은 양공도의 속셈을 알게 되었다. 그는 관중형당을 송두리째 삼키려는 심산인 것이다!
원래 그는 관중형당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관사우가 요녀한테 미혹되고 마도 사람을 은닉했다는 데에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으나 그게 그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굳이 개입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가 변했기 때문이다.
삼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관중형당은 중립을 추구했다. 이는 관사우가 당주에 오른 후 줄곧 흔들림 없이 견지해온 자세였다.
하지만 삼국이 계속 이를 두고만 보기에는 관중형당의 지정학적 위치가 너무도 중요했다. 삼국 중 어느 일국이라도 관중형당을 차지한다면 다른 두 나라를 공략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어삼키자니 관중형당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일단 관중형당을 침공하면 상대의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데다, 다른 두 나라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였다.
복잡한 대결 및 대치 국면 끝에 삼국은 자연히 불안정하게나마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고, 서로 견제하기 바쁜 와중에 관중형당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시금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지 않겠는가.
기왕에 어느 나라도 관중형당을 침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관중형당이 자진해서 어느 나라에 복속되길 원하는 전개는 어떨까?
태자 여륭기의 책사인 양공도가 관중형당과의 합병을 성사시킨다면 태자는 엄청난 공을 세우는 셈이 된다.
그리된다면 동제에서 그의 위상은 반석에 올라 장차 황제가 될 것이고, 양공도 역시 그를 황제로 만든 일등공신이 되는 것이다.
여륭기가 등극한 후에도 양공도는 그간 갈고 닦아온 제왕술을 통해 일생의 포부를 맘껏 펼치게 되지 않겠는가.
관사우가 그를 노려보며 냉랭히 말했다.
“방금 여륭기 밑으로, 동제 밑으로 들어오라 했나? 양공도, 보아하니 일찌감치 관중형당을 칠 궁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관중형당을 지금처럼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 알고서나 하는 소린가? 감히 여기까지 기어들어 와서는 동제에 편입되라는 가소로운 협박 따위를 하다니, 내가 널 죽일 게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말과 함께 노호성을 내지르자 그의 일신에서 화산 폭발과도 같은 기세가 터져 나와 구중천까지 치솟는 모습은 엄청나게 위압적이었다. 무도종사에도 강약의 구분이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초휴 손에 죽은 교연동, 양가 노야나 은마로 들인 류홍엽 같은 이들은 무도종사 중에서도 최약체 축에 들었다. 진양자, 허행 등과 같은 이들이 평균 수준이라면, 이 경지의 진정한 정상급 실력자로는 진청제, 현룡자, 저무기 등을 들 수 있다.
예전에야 다들 관사우의 풍운방 십 위권 순위가 거품이 낀 거라는 생각 때문에 위의 인물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관사우는 소범천에서 더없이 막강한 기세를 토하며 세간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렸다. 방살과 양공도 정도는 손쉽게 날려버릴 수준이었음은 물론이고 매경령도 감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처럼 가공할 기세로 관사우가 위협을 가하자 양공도는 내심 찔끔했으나 당당히 가슴을 편 채 그를 향해 바싹 다가갔다. 저항할 의사는 고사하고 급기야 양팔을 좌우로 쫙 펼치며 호탕하게 웃음까지 터뜨렸다.
“하하하! 천하 만민이 관 당주 당신을 업신여길 때도 나 양공도는 감히 그러지 않았소. 내 이 하찮은 실력으로는 관 당주의 신통구변을 세 초식도 막지 못할 테니 말이지. 그런데도 오늘 감히 여기 온 것은 그대와 목숨을 건 도박을 하기 위함이오. 내 목숨과 관중형당의 미래를 내건 도박을!”
이제 그의 눈빛에서는 광기마저 번뜩이고 있었다.
“내가 매경령의 실체도 알아냈고 초휴의 비밀도 밝혔는데 이 귀한 소식을 나 혼자만 알고 있으리라 여기는 건 아닐 테지? 태자 전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오. 지금 당신이 날 죽이면 내일부터 전하께서 내가 알아낸 것을 천사부, 대광명사, 순양도문 등등 모든 강호 대문파에 알리실 거요. 거기다 내가 양념도 솔솔 뿌려 놓았지.”
“내가 무엇에 능한지 잘 아실 텐데? 단언컨대 양념까지 가미된 그 소식을 받아본 세력들이 사마외도 처단을 명분으로 당장 관중형당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릴 거요. 관중형당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가 되겠지.”
“수백 년 전통을 가진, 그래서 이제는 정상급 강호세력에 버금갈 만큼 성장한 관중형당의 운명을 설마 나의 하찮은 목숨과 맞바꿀 생각은 아니리라 믿소. 물론 나야 얼마든지 내 목숨을 걸 수 있소만, 당신이 과연 관중형당을 걸 수 있을까?”
이때 양공도 뒤에 서 있던 진 공공은 내심 미친 듯이 그를 욕하고 있었다.
‘저런 개 같은 놈을 다 봤나!’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양공도는 일이 이처럼 험악하게 흘러갈 거라는 언질은 전혀 주지 않았다. 맘속에 완벽한 계획이 갖춰진 양 으스대기에 진 공공은 옆에서 구경하는 심정으로, 위세나 좀 보태면 되겠지 생각하고 따라온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목숨까지 내건 도박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양공도는 제 목숨이 안 아까운지 몰라도 진 공공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양공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릇 풍운방에 오를 만한 자라면 하나같이 강호의 흐름도 바꿔 놓을 범상치 않은 존재들이라고 봐야 했다.
조직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이건만 풍만루에서 아무나 마구 올려서 허투루 순위를 매겼을 리가 있겠는가.
사실 양공도의 인생역정을 돌이켜보면 성공한 삶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줄곧 실패만 잇따랐으니 말이다. 가까스로 북연의 합종연횡 전략을 도와 수많은 강호 종문의 힘을 결집해서 동제를 격퇴했나 싶었더니, 결과적으로 황위 싸움에 실패해 모든 걸 잃었다.
그 후에는 서초 무림을 들쑤셔 기류를 뒤바꾸는가 했더니만 성공을 눈앞에 두고 정마 양맥의 최강 세력인 천사부와 배월교를 동시에 건드린 바람에 서초에서 쫓겨나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처럼 실패와 패배로 점철된 인생이었으나, 그토록 일을 벌이고도 안 죽고 살아 있다는 데 용기를 얻어서 이번엔 동제 조정 일에 끼어들 궁리를 한 것이다. 그 근성과 의지만큼은 알아줘야 할 터였다.
그것도 다 제 능력과 실력이 받쳐주니 가능한 일일 테니 말이다. 오늘 일이 돌아가는 양상은 양공도가 짐작했던 바와 별 차이 없었다. 과연 관사우는 호락호락 굽히고 들어올 인간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착오를 일으킨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실력이었다.
이 넓은 동제 땅에 관사우보다 강한 자가 없겠는가마는, 애석하게도 여륭기 휘하에는 그런 자가 없었다. 해서 여륭기가 부리는 무도종사 여럿의 도움을 청해볼까도 생각해봤으나, 자기까지 가세해도 관사우를 당해내지 못할 공산이 컸다.
어차피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니 차라리 밑지는 셈 치고 관사우를 상대로 도박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가 관사우에 대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관사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매경령이요, 다른 하나는 관중형당이다. 동제에 빌붙게 되면 당장은 중립을 주창해온 관중형당의 발전 방향에 어긋날 지 몰라도 관중형당을 지킬 수는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를 계기로 한층 더 강성해지는 것도 가능했다. 따라서 관사우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모를 리가 없다고 그는 여겼다.
양공도의 방식이 다소 미친 듯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통상 그는 결정적인 도박판을 벌일 때 적어도 오할 이상의 승률을 자신할 수 있는 경우에야 행동으로 옮기곤 했다.
나머지 오할에 대해서라면야······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늘이 그의 성공을 허락한다면 오할의 승률만으로도 충분할 터였다. 하지만 하늘이 그를 사지로 밀어 넣으려고 한다면 고작 일할의 실패 소지만 안고서도 죽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