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09)
609화 행동의 결과
초원승이 관중형당 당주 자리에 오른 것은 일약 대사건이었다. 이 소식에 모두가 처음에는 괴이하게 여겼다.
초원승이 어떻게 당주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초원승이 아니라 초휴, 혹은 다른 인물이 당주 자리에 올랐다면 더 납득이 안될 듯했다.
이제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초휴는 관중성의 금제를 풀고 휘하 세력을 관중 각지로 보내서 다스리게 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관중형당은 완전히 ‘초휴’의 것이 될 터였다.
물론 지금도 거의 그렇기는 했다. 명목상으로는 초원승이 당주였으나 실제 관중형당을 장악한 사람은 초휴였으니까.
* * *
다음날이 되자 저무기 역시 관중형당에 도착했다. 그는 보란 듯이 당당하게 초휴와 매경령을 찾아왔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저무기의 표정은 다소 기괴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건가? 어쩌다 이렇게 난리가 났어?”
저무기는 초휴와 매경령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관중형당에 잠복해 손을 잡은 이상 관중형당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듯 창졸간에 혼란스럽게 진행될 일은 아니잖은가.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뜻밖의 일이 생겨서 정체를 들키는 바람에요. 해서 계획이 다 어그러졌습니다.”
초휴는 최근 관중형당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말해 주었다. 이에 저무기가 미간을 찡그렸다.
“양공도 그 망할 놈의 짓이었군. 재주 있는 놈이기는 했지. 그렇지 않고서야 낙방한 수재 따위가 어떻게 한 지역을 뒤흔들어 풍운을 일으켰겠나. 다만 그자는 너무 자기만 잘난 줄 알아서 강호의 거물들은 안중에도 없는 양 굴었고, 매번 지독한 꼴을 당한 뒤에야 교훈을 얻었지. 지금까지 살아있었던 것만도 운이 좋았던 셈이지. 그러나 이번 일에 천문까지 얽혀들 줄은 몰랐네. 양공도 그놈이 제대로 걸렸군. 천문 사람들은 애초에 규칙 같은 걸 따지는 자들이 아니니까.”
초휴는 다소 호기심이 들었다.
“천문은 대체 어떤 곳입니까? 옛날 절정기였을 때의 곤륜마교도 그들을 곤륜산에서 쫓아내지 못했다던데요.”
저무기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천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네. 장담은 못 하네만 위 선배는 조금 아시지 않을까 싶어. 천문 사람들의 실력은 대단하지만, 천문을 벗어나는 데에 어떤 금기가 있네. 일정한 시일이 지나야 한 사람씩 나올 수 있지. 물론 두 명이거나, 더 많은 수가 나올 때도 있네만 그런 경우는 아주 적지. 그들은 어떤 사명을 받은 것처럼 움직인다네. 자네가 천문의 그 사명과 충돌하지만 않는다면 그들과 얽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초광가도 마찬가지일세. 천문의 보물 탈취를 적극적으로 막으려 하지 않았다면 죽지도 않았겠지.”
그러더니 저무기는 냉소했다.
“오백 년 전 우리 성교가 서곤륜을 독점하지 못했다는 것은 천문 사람들이 제 얼굴에 금칠하려고 떠드는 소리일 뿐이야. 그 시절 비밀은 은마 사람들도 다 알고 있네. 독고 교주는 천문을 쫓아 버리려고 홀로 쳐들어가기까지 하셨으니까. 그때 천문의 구대 신장 중 여덟이 죽었고 하나는 폐인이 되었네. 마지막에는 독고 교주가 천문 문주와 한바탕 일전을 벌여서 천문을 반쯤 부숴 버릴 뻔했는데, 천문 문주가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독고 교주를 천문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천문에 들어갔던 독고 교주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천문을 곤륜산에서 완전히 내쫓지 않고 그냥 떠나셨네. 그리고는 구역을 갈라 천문에 내주면서 성교 제자들더러 앞으로는 천문과 싸우지 말라고 하셨지.”
“당시의 천문 문주는 사건 다음 날 세상을 떠났고, 구대 신장 중 유일한 생존자로 무공을 못 쓰게 된 자가 새로운 문주가 되었네. 그들은 이후 백 년간 산을 봉인했다가 성교가 멸망하고 나서야 다시 열었지. 그때부터 슬슬 강호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천문은 옛날 절정기 곤륜마교조차 겁낸 적이 없었다, 대등한 상대였다고 허풍을 떨고 다니는 걸세. 이유야 모르겠지만, 당시 독고 교주께서 봐주지 않았더라면 망해도 여덟 번은 망했을 자들이야.”
“지금의 천문 문주 군무신(君舞神)은 절세의 재주를 지닌 인물일세. 독고 교주의 공격에 살아남았던 자의 손자뻘인데, 실력이 전성기였을 때는 천하제일의 자리를 넘볼 정도였지. 그러나 그 야심을 실현해 보기도 전에 종신수에게 패배하여 얌전히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네.”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이 신비한 곳이기는 해도 그 실력은 역시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옛날 곤륜마교의 강호 제패를 끝낸 사람은 영현기가 아니라 천문 문주였을 게 아닌가.
저무기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됐네. 이런 복잡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왜 불렀는지나 말해 봐.”
“간단합니다. 은마권의 입장을 알고 싶습니다. 짐작건대 관중형당에서 일어난 일과 제 정체는 며칠 안 가서 온 강호에 알려질 겁니다. 저나 은마가 관중형당을 장악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는 자들이 있겠지요.”
“저와 얽힌 자들은 많습니다. 만일 동년배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종현이 대광명사 무리를 이끌고 온다고 해도 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정도 사람들은 우리 같은 ‘마교 요물’을 상대로 도리를 따지지 않잖습니까.”
“저는 진양자를 죽였고 대광명사 허행에게 중상을 입혔습니다. 그 대문파들이 어떻게 나올지 안 봐도 훤한 일입니다. 제 실력에 자신은 있습니다만, 아직 자만할 정도까지는 못됩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상 은마의 지원이 없으면 저는 신분을 감추고 잠적해서 한동안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무기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은마권에 자네를 지키기 위해 정도 대문파의 고수들과 맞서라는 이야기를 전하라는 건가?”
“이는 저만이 아니라 은마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관중형당은 안정되었고 일단 지금은 잘 통제되고 있습니다. 삼국의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위치는 민감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기도 합니다. 관중형당을 은마의 거점으로 삼는다면 앞으로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발판이 될 겁니다. 삼국 어디로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은마권에 관중형당이 필요하지 않다면 저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무기가 웃었다.
“초휴, 그런 말은 말게. 자네의 지위를 그렇게 낮출 필요도 없고, 은마를 약하게 생각할 것도 없어. 자네가 마천경에 들어간 이상, 다른 은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명분상 자네는 이미 은마의 계승자이자 청년 세대 중 최강자가 된 걸세. 이제 자네의 정체가 들통났으니 은마가 안 나설 수는 없겠지. 모두가 나서서 자네를 돕지는 않을지라도 위 선배와 교분이 오래된 고수들은 움직일 거야. 그 정도면 자네에게는 충분할 걸세. 종문 몇 군데와 얽혔을 뿐, 무림 전체의 적이 된 것도 아니지 않나. 그 정도 은원은 은마가 짊어질 수 있지.”
저무기의 약속을 듣고도 초휴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도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은마권이 제 일 때문에 대규모로 움직인다면 정도 종문에서 꺼리지 않겠습니까? 다시 정마대전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요? 제가 임엽의 신분으로 저지른 일만 해도 만만한 건 아니니 말입니다.”
저무기가 흐흐 웃었다.
“자네가 온갖 일을 다 저지르고 다녀서 이번에는 오히려 격렬한 반응이 없다네. 위 선배님도 정마대전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시는 것이고. 정마대전의 대가는 너무 크니까 말이네. 지난번 부옥산처럼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싸움조차도 진지하게 싸우기 시작하면 승부는 미지수일세. 더군다나 은마는 숨어 산 지 이미 몇백 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쥐새끼처럼 평생 땅속에만 숨어 살라는 법이 어디 있나!”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다면 저도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선배님. 위 선배님께도 저 대신 인사 전해 주십시오.”
관중형당은 초휴가 큰 수고를 들이고야 손에 넣은 것이었다. 만일 지금 이곳을 포기하고 떠난다면 귀수왕 같은 심복은 모를까, 나머지 관중형당 무사 대부분은 결코 그를 따를 리가 없었다.
한 지역의 세력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은 초휴에게 의의가 아주 컸다. 더욱 유의미한 점은 초휴가 이번 위험을 넘기면 은마도 더는 지하에 숨어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은마를 대표해, 지금까지 그들이 어둠 속에서 살아온 세월을 청산하게 만들 수 있었다.
초휴가 예측한 대로 바깥에서는 관중형당 소식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태자 여륭기는 양공도와 진 공공이 관중형당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격노하여 초휴의 신분을 까발렸다.
개중에는 양공도가 ‘양념’을 친 내용도 섞여 있었다. 이에 일시에 온 강호가 터질 듯이 끓어올랐다.
아무도 짐작조차 못 했던 일이 아닌가. 초휴가 임엽이고, 임엽이 초휴였다니.
강호에 숨어있는 은마권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용호방 일 위의 가짜 신분이 용호방 이 위였다니, 이게 무슨 농담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풍만루가 용호풍운지존방을 만든 이래 용호방과 풍운방에 함께 오른 걸물은 있었다. 지금의 장승정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초휴처럼 한 사람이 동시에 두 자리를 차지한 경우는 처음이었으니, 그야말로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강호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신나는 구경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휴 혹은 임엽과 원한이 있는 대문파들, 그리고 용호방에 이름을 올린 무사들은 모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초휴가 그들을 갖고 논 것이나 다름없잖은가.
곤륜마교 멸망 후 마도가 쇠락하긴 했어도 실력이 강한 거물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들은 혼자 힘으로 강호에 풍운을 불렀고 작지 않은 규모의 사건도 일으켰다.
초휴의 실력은 그런 거물들과 비교할 바는 못 되었다. 하지만 그가 벌인 사건의 규모만큼은 작지 않았다. 거의 온 무림을 뒤흔들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초휴의 정체가 폭로되자 이제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용호방 일 위와 이 위는 마도 출신이고, 둘은 동일인이었다!
과격한 이들은 풍만루에 용호방 수정을 요구했다. 초휴와 임엽을 모두 삭제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풍만루는 이를 거절했다.
용호풍운지존방은 풍만루의 간판이었고 이는 그들의 체면과 관련된 문제였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순위표라면 풍만루로서도 다소 장난을 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온 강호가 다 아는 일에 수작을 부릴 수는 없었다. 스스로 자신의 뺨을 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해서 풍만루는 임엽만 순위표에서 지웠을 뿐, 용호방 일 위에 있는 초휴의 이름은 그대로 두었다.
하지만 풍만루가 초연한들 강호는 이미 비바람이 몰아칠 태세였다. 초휴 사건이 간단히 끝날 리 만무했다.
* * *
동제 하동군, 순양도문의 순양궁 대전에 수염과 머리가 하얗게 센 도사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개중 한 명이 대전 한가운데 있는 조사 여순양 상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뜨거운 순양강기로 불붙은 향이 상 앞의 향로에 날아가 꽂혔다.
순양도문 여순양의 이름은 강호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도문 일맥에서 여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강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멀리는 천사부의 시조인 초대 천사 장릉(張陵)이요, 가까이는 진무교의 영현기가 그랬다. 지금의 순양도문은 실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고 이미 쇠락해 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기반이 오래된 만큼 젊은 세대가 좀 약해도 선배 중에는 고수가 적지 않았다. 대전에 앉아있는 도사 모두가 무도종사 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