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26)
626화 대전(大戰)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초 대형, 답답한 소리 마십시오.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관중형당이 진정 중립을 지킬 수 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정도든 마도든 뒷배가 필요합니다. 제가 관중형당에 없다 한들, 관 당주 없는 관중형당의 존립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결국은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저를 선택해야 할까요, 아니면 정도 문파를 선택해야겠습니까? 초 대형, 정말로 몰라서 그러시는 겁니까? 옛날 초광가 대인께서 무슨 일을 당하셨는지 남들은 몰라도 대형께서는 아시잖습니까?”
초원승은 낙담하여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정도 문파의 행실이 어떤지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 초광가는 마도 보다도 정도 문파의 미움을 훨씬 더 많이 샀다.
그 시절 은마는 아주 소극적이라 초광가와 부딪칠 일이 거의 없었다. 명마 또한 그리 시끄럽지 않았다. 정도 무림 전체가 압박하고 있었으니 함부로 일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만방자하게 굴며 세력을 믿고 남을 괴롭혔던 것은 정도 종문들 쪽이었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행사가 초광가에게 가로막히거나 혹은 충돌하면서 적지 않은 원한이 생겼었다.
“그럼 이번 싸움을 이길 자신이 있나?”
초원승의 눈빛에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당주 자리를 맡은 것을 다소 후회하는 중이었다.
사실 초원승은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눈이 높으나 재주가 그에 미치지 못할 뿐, 큰 뜻은 없었으며 별 야심도 없었다.
만일 초휴가 심마륜전대법으로 그의 마음속 욕망을 흔들지 않았다면 초원승은 당주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예 가산을 정리하여 관중형당을 떠났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초휴와 함께 죽기를 기다리는 꼴이 되었으니 견디기 힘들었다.
초휴는 앞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자신 말입니까? 하늘 외에 그 누가 절대적인 자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초원승이 막 뭐라 말하려는데 성 위에서 주변을 경계하던 무사가 긴장된 고함을 질렀다.
“왔다!”
모두가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관중성을 찾아온 자들은 동제 연맹이 아니라 수십 명의 도사였다. 순양도문의 허양자가 제자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애초에 동제 연맹을 기다렸다가 함께 올 생각이 없었던 그가 제멋대로 찾아온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초휴마저 황당해하는 얼굴이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자들을 많이 봤지만 허양자만 한 사람도 드물었다.
동제 연맹에 참가한 그 많은 세력의 체면은 생각지도 않고 혼자서 제자들을 이끌고 달려오다니, 동제 연맹은 순양도문과 나란히 설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셈이 아닌가.
게다가 자부심인지 자만심인지 몰라도, 허양자 자신이 무도종사라 한들, 순양도문 제자 수십 명으로 관중형당을 멸망시키고 초휴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성 위에 선 초휴를 바라보는 허양자의 눈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 그의 사형은 바로 저 애송이의 손에 죽어 평생의 명성을 모두 잃었다.
그 생각만 하면 초휴를 산 채로 씹어 삼키고 싶었다. 순양도문은 그 오랜 세월 동안 마도 제거를 위해 적지 않은 피해를 무릅썼고 그 때문에 세력도 약해졌다.
그러나 진양자가 죽었을 때 강호인들이 보인 반응은 꼴좋다는 비아냥이었다. 허양자는 마음이 착잡했다. 자신이 그간 해 온 모든 일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허양자는 그 모든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는 초휴를 올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초휴, 지금 네 처지는 잘 알 테지. 오늘 빈도는 순양도문을 대표하여 마도를 제거하러 온 게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러 왔다! 진양자 사형이 네 손에 죽었다. 오늘 나와 싸워 은원을 매듭짓는 게 어떤가?”
“네가 이기면 너와 우리 순양도문은 다시 얽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제 연맹의 공격에 우리 순양도문은 참가하지 않겠다. 네가 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너는 그것으로 끝장이고 모든 게 정리되는 것이니까! 나와 싸워 볼 용기가 있느냐?”
허양자가 동제 연맹을 도외시하고 단독으로 싸우러 왔다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죽으러 온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그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소범천에서 진양자가 초휴에게 죽는 바람에 순양도문의 명성은 크게 실추되었다. 강호인들은 순양도문의 무도종사가 천인합일인 후배 무사만도 못하다고 수군거렸고, 진양자가 초휴와 이비렴의 연합 공격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무시했다. 그러니 지금 허양자는 사형의 복수뿐 아니라 순양도문의 명예도 되찾아야 했다.
‘순양도문의 무도종사가 후배 무사만도 못하다고? 어디 두고 보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초휴를 격파해 줄 테다!’
이것이야말로 강호인들의 비아냥에 대한 통렬한 반박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제 문제는 초휴가 도전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허양자는 초휴가 승낙하리라 생각했다. 초휴가 승낙한다면 자신 하나와 싸우는 것으로 끝이다. 승낙하지 않으면 순양도문은 동제 연맹에 합류할 것이고, 초휴가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는 적은 더 많아진다.
초휴는 눈을 가늘게 뜨고 허양자를 보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이에 허양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웃지? 싸울 테냐, 말 테냐?”
초휴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 인간들이 우스워서 말이지. 당신네 순양도문 사람들은 참으로 머리가 나쁘군. 머리가 나쁘면 쓸 생각을 말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남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 지금 여기서 나를 죽이고 순양도문의 명성을 되찾을 생각 아닌가?”
허양자의 미간이 더 깊게 파였다. 마치 초휴가 이렇게 간단히 제 생각을 간파할 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말하는 시간이 긴 것과 머리가 좋은 것은 별 상관이 없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순양도문 안에서 단순하고 직접적인 성격으로 자란 허양자는 초휴처럼 강호 밑바닥에서부터 구르며 올라온 사람과 눈치 싸움을 하기에는 너무 단순했다.
허양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다면 어쩔 테냐? 싸우지 않겠다는 말인가?”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왜 당신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나? 하지만 허양자 당신이 죽여 달라고 찾아왔으니 소원을 들어주지. 덤벼라!”
말이 끝나자마자 초휴는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뒤를 이어 무상마종의 육 선생, 저무기, 매경령 등이 한꺼번에 허양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하늘이 마기로 충천하자 허양자의 낯빛이 확 변했다.
“초휴! 이렇게 나오다니, 정말 순양도문과 끝장을 볼 셈이냐!”
초휴는 냉소할 뿐 대꾸하지 않았다.
진양자를 죽인 순간부터 이미 순양도문과는 끝장을 봐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정말 일대일로 싸워 허양자를 패배시키고 허양자가 약속을 지킨다 치자. 그렇다고 순양도문의 다른 도사들이 허양자의 약속대로 복수하러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물론 초휴가 순양도문에서 찾아와 시비를 건다고 물러날 성격 또한 아니었다. 어차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될 수밖에 없다면 지금 죽이는 편이 나았다.
허양자는 이를 악물었다. 순양강기가 폭발하더니 손에 들린 순양도검이 눈 부신 빛을 발했다. 막대한 혈기를 도검에 흘려 초휴 일당과 목숨 걸고 싸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초휴 편의 셋은 전부 실력이 강한 무도종사였고 초휴 자신은 대부분의 무도종사보다 실력이 강했다. 일 초가 지나자 순양도검은 그대로 깨져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을 찌르는 검광이 떨어져 내리더니, 작렬하는 순양검기가 모든 것을 사멸시켰다. 사방에 충천하던 마염도 순양검기 아래서 눈 녹듯 사라져 갔다.
저무기, 육 선생, 매경령 셋은 모두 마공만 수련한 무사였다. 순양검기는 마공에 대한 살상력이 극대화되어있었으니 그대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초휴만은 도불마 삼맥의 비법을 다 익힌지라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순양검기의 힘에 뒤로 물러섰다.
무덤 속 같은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허양자 앞에 꾀죄죄한 몰골의 중년 도사가 서 있었다. 그는 도문이 새겨진 매우 낡은 장검을 들고 삐딱하게 선 채, 허양자를 향해 웃어 보였다.
“허양자 사질, 내가 뭐랬나. 미간에 검은빛이 도는 게 흉조가 분명하다고 말했잖은가. 이 사숙이 걱정이 되어서 일부러 조사님의 순양검까지 빌려서 도와주러 왔다네. 어떤가, 감동적이지?”
허양자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다운자를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다운자······ 사숙, 여긴 웬일이오? 거기다 지금의 그 실력은······.”
지금의 다운자와 그가 알고 있던 다운자는 마치 딴 사람 같았다. 생김새와 성격은 똑같았지만 지금 다운자가 드러낸 실력은 진단경의 절정으로 그를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 아닌가.
다운자의 손에 들린 순양검은 좀 오래되어 보일 뿐 독특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 순양도문 조사 여순양의 패검 순양으로, 강호명검보 오 위에 올라 있는 물건이었다.
이 검을 쓰려면 지극히 정순한 순양강기가 있어야 했고, 순양도문의 현 장문을 제외하면 순양검을 쓸 자격이 없었다.
허양자는 다운자가 순양검을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넋이 나간 허양자를 보면서 다운자가 태연히 말했다.
“이보게 사질, 사부님께서 임종하실 때 나를 제자로 거두신 것이, 그저 내가 총명하고 빠릿빠릿하고 솔직하고 귀여운 덕분인 줄 알았나? 그간 자네를 사질이라고 부른 세월이 얼마인데, 이런 순간에는 이 사숙이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지.”
저무기가 다운자를 바라보았다.
“선대 순양도문 장문이 순양도체(純陽道體)를 타고난 천재를 제자로 삼았다고 들었는데, 그 뒤로는 아무 소식이 없었지. 그 제자가 바로 당신이었군. 순양도문은 참 명이 길기도 하군. 이제 쇠락하는 것이 명백해 보였는데 당신 같은 자를 찾아내다니.”
다운자는 고개를 저었다.
“해도 흐려질 때가 있고 달도 이지러질 때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일개 종문을 말해 무엇하겠나. 그때 사부님이 관문제자로 거두어 주신 것은 나의 행운이었지. 적어도 남의 물심부름이나 하면서 눈치 보는 막내 노릇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여자를 가까이하면 원양이 깨져서 순양도체가 상한다는 게 재미없는 일이긴 했지만 말이지. 그래도 나는 순양도문에서 아주 편안하게 지냈다네.”
다운자는 초휴를 바라보더니 탄식했다.
“나는 자네도 은마에게도 아무 원한이 없네만, 순양도문 사람으로서 종문의 원수가 곧 나의 원수지. 사실은 나서기도 귀찮았지만 이미 순양검을 들고 왔으니 여기서 끝을 내는 수밖에. 순양도문 사람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는 없잖나. 진양자가 성격이 고집스럽긴 했지만 어쨌건 그 또한 순양도문 사람이니까. 초휴, 방금 허양자가 한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좋네, 내가 한 약속으로 생각하고 나와 겨루도록 하지. 순양도문에 내 말을 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도 누군가가 당신의 명령을 어긴다면?”
다운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장문 사형에게 고하는 수밖에. 장유유서를 제대로 몰라서야 쓰겠나?”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다운자의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겉보기에는 미덥지 못한 듯했으나 실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한 발짝씩 그들을 몰아세우면서도 별다른 살기조차 띠고 있지 않았다.
그는 저무기와 육 선생에게 눈짓했으나 그 둘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순양도문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들어 보았을 뿐이고 지금까지는 다운자라는 이름조차 몰랐다. 그러니 성격이나 다른 점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