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27)
627화 응보
초휴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관중성 밖의 관도에서 무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몇천몇만은 족히 될 듯한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관중형당을 물샐 틈 없이 둘러쌌다.
다운자는 대충 손을 휘저었다.
“저것 보게. 이제는 자네가 승낙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겠군그래.”
하후진은 다운자와 허양자를 힐끗 보고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순양도문이 먼저 온 것은 그렇다 치고, 싸운 흔적조차 없으니 그럼 무엇하러 왔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하후진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
“관중성을 포위한다! 마도 요물은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조직을 다루는 하후진의 능력은 제법 쓸 만했다. 그는 연맹에 참가한 무사들을 다시금 작은 부대로 나뉘었다.
소부대들은 명령이 한 번 떨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물론 그가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자기 휘하의 하후세가 무사와 군소 세력의 무사들뿐이었다. 정정산 같은 자들은 명령해 봐야 제대로 들을 턱이 없었다.
초휴를 바라보는 하후진의 눈에도 원한이 스쳤다. 그는 아들 하후무강이 은마 임엽의 손에 죽은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임엽을 찾아낼 방법이 없어 복수도 포기해야만 했다. 초휴의 신분이 드러났을 때야 원수가 이리도 가까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하후진은 섭인룡이 아니었다. 그는 섭인룡보다 훨씬 마음이 단단했다. 하후무강이 그의 자식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긴 했으나, 아들의 죽음이 그의 권세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가 온갖 공을 들여 동제 연맹을 조직한 이유의 구 할은 자신의 명성을 강화하고 하후세가 내에서의 입지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아들의 복수는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하후진이 싸늘하게 말했다.
“초휴, 제멋대로 설치면서 무고한 자들을 참살하고 다닐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겠지? 인과는 순환하는 것이며 업보는 비껴가는 법이 없다. 이제 네 업보를 갚을 때가 왔다!”
초휴는 눈썹을 치켜떴다.
“하후진, 당신네 정파들은 싸우기 전에 가식 떠는 것을 좋아하지. 속으로는 꿍꿍이가 가득한 주제에 겉으로는 대의를 실천하는 양 고상한 척은 다 한단 말이지.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악행을 한 번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양심에 걸고 맹세할 수 있나? 정말 웃기는군!”
“말은 잘하는구나!”
하후진은 곧장 시선을 저무기에게로 돌렸다.
“당신네 은마권은 그간 줄곧 어둠 속에 숨어 있었지. 우리 정과 마는 서로 관여하지 않고 살아왔소. 그러나 정도 무림은 초휴가 저지른 악행을 결코 모른 척 넘길 수 없소!”
“저무기, 당신은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소. 그러니 초휴를 내놓고 은마는 관중형당에서 물러나시오. 그리고 예전처럼 서로 관여하지 않고 삽시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은마가 오래도록 쌓아 온 기반은 크게 손상되고 말 거요!”
다운자가 순양검에 기댄 채 헤헤 웃었다.
“좋은 말씀이군. 때리고 싸우는 게 무슨 재미가 있나. 다들 앉아서 술이나 마시며 좋게 말로 풀면 어떻겠소?”
다들 기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괴상한 인간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다운자의 내력은 순양도문 내에서조차 잘 몰랐다. 현임 장문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니 외부인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저무기도 소문이나 언뜻 들었을 뿐 그의 이름은 몰랐다.
물론 다운자의 내력이 어떻건 간에 순양도문의 무도종사가 약할 리가 없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
허양자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조금 전 다운자가 극강의 실력을 발휘해 그를 구해 주지 않았다면 이미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다운자의 행동거지는 순양도문에 창피를 주고 있었다.
순양도문의 지극한 보배인 신병 순양검을, 무려 강호명검보 오 위의 검을, 다운자는 무슨 지팡이처럼 삐딱하게 짚고 서 있었다. 저게 무슨 꼬락서니란 말인가!
하후진은 다운자를 힐끗 보았으나, 그 역시 다운자의 내력을 모르는지라 무시하기로 했다.
그가 은마에 초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은 싸우기 싫어서라기보다 자기 편의 손실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고 싶어서였다.
연맹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하후씨 제자들의 수가 제일 많았다. 이왕이면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게 명성이나 실리 면에서 모두 유리했다.
저무기가 웃었다.
“내가 좀 분별이 있긴 하지. 분별이 있으니 잘 알고 있소. 이번 일에서 우리 은마는 물러날 수 없고, 물러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안단 말이오. 언젠가부터 은마는 강호에서 어두운 구석에 숨어 구차하게 목숨이나 보전하는 자들로 여겨지고 있소. 하후진, 당신도 잘 알지 않나? 초휴와 당신 간의 은원만이 아니라 은마 전체가 끌려들어 온 상황이란 말이지. 내가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소?”
앞으로 나서는 초휴의 눈에 싸늘한 빛이 돌았다.
“하후진, 그런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시오. 당신네는 정말 느려터졌더군. 난 당신들을 기다린 지 오랜데 말이지. 이렇게 늑장을 부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동제로 찾아갔을 거요.”
초휴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냉소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이 초휴의 목숨을 노리는 것 아닌가?”
이어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내 머리는 바로 여기 있소. 어디 누가 내 머리를 가져가는지 두고 봅시다!”
하후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곁에 있던 무사가 냉큼 나섰다.
“내가 가져가겠다!”
일순간 검기가 울부짖으며 폭발했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검의가 춤추듯 휘돌며 무사의 전신을 감쌌다. 그가 초휴를 향해 한 발짝씩 걸어나갈 때마다 모든 것을 짓뭉개고 으깨버릴 듯한 검기가 충천했다.
그 무사는 바로 심백이었다!
심백의 출수는 너무 급작스러워 하후진이 막을 겨를조차 없었다.
그러나 은마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어차피 싸움 외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하후진은 한 손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공격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한 무리의 무사들이 달려나갔다. 동시에 관중형당의 성문이 활짝 열리며 은마와 초휴 휘하 무사들이 뛰쳐나와 죽음을 불사할 기세로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마와 초휴 쪽은 교전이 시작되자 상대를 막아내지 못하고 열세에 처했다.
본래 관중형당의 사람 수는 적지 않았으나, 관서 지부를 제외하면 진정 초휴를 위해 죽음을 무릅쓸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해서 초휴는 그런 자들을 관중 각 지역에 보내 수비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심복이라 할 만했으나 머릿수와 실력에서는 아무래도 밀렸다.
* * *
초휴를 향한 심백의 원한은 심해처럼 깊었다. 그러나 초휴는 심백에 대해 뚜렷한 기억이 없었다.
강호에 발을 디딘 이래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러니 출수 한 번에 폐인을 만들어버린 심백을 굳이 머릿속에 담아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해서 심백이 나섰을 때 초휴는 잠시 어리둥절했다가 잠시 뒤에야 심백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심백은 그가 오래전에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을 터다. 그런데 실력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이렇듯 강대한 검법까지 발휘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깊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초휴의 몸에서 불광이 폭발했다.
타오르는 불꽃 같은 금빛 불광이 무한한 위력을 쏟아내며 대일여래의 환영이 등 뒤로 떠올랐다. 온 천하를 고르게 비추는 부처의 빛, 환일대법이었다!
범어 영창이 울리며 끝없는 불광이 내리쬐자 검기는 불광에 막혀서 녹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그 광대한 위엄에 성 아래 있던 ‘소면미륵’ 치견의 얼굴빛마저 변했다.
‘마치 대광명사 육대 무원의 상좌가 나선 듯하지 않은가!’
환일대법은 순수한 힘의 기술이었다. 심백의 표정은 그대로였으나, 속으로는 다소 놀랐고 눈에도 얼핏 경악의 빛이 스쳤다.
그는 단 일 초 만에 알아차린 것이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초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만검귀종의 검기는 분명 극강의 기술이다. 그는 기연을 얻어 그것을 깨달았으나 아직은 입문한 정도에 불과했고, 대성까지는 한참 먼 상태였다.
아무리 강한 기술이라도 기반이 받쳐줘야 하는 법이다.
만검귀종으로 순간적인 폭발력을 발휘해 서북귀 같은 풋내기 무도종사를 이길 수는 있어도, 강력한 내실을 쌓은 자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초휴가 한 걸음 내딛자 주변의 불광이 흩어졌다. 가볍게 내민 손가락 끝에서 불광이 마기로 변했다. 천주지멸시선신지였다.
허공에 검은 파문이 나타나서 곳곳을 스쳤다. 그러자 천지 원기마저 그 지극한 죽음의 기운에 적멸을 맞았다.
심백은 백홍을 뽑아 들었다. 무수한 검기가 심백의 주위를 빽빽하게 감싸고 휘돌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검기로 자신을 감싸 초휴의 일지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만검귀종은 만 가지 검술이 하나로 모인 것이라 변화가 무궁무진했다. 그러나 초휴의 힘 앞에서는 무수한 검기 역시 적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 스러졌다.
심백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생각했던 바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초휴의 강함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을 했건만, 원수 초휴는 강호를 휩쓸고 다니며 그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얻은 상태였다.
심백은 옛날의 초휴가 처음으로 종현 앞에서 체험했던 것과도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
초휴와 종현이 대결했을 때, 초반에는 강대한 기술과 폭발력의 초휴가 종현과 백중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후반에는 내실을 단단히 쌓은 종현의 심후한 힘이 초휴를 눌러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 초휴 앞의 심백은 그때의 초휴보다도 더 열세인 상황이었다. 초휴의 내실은 그보다 훨씬 심후했고, 폭발력 역시 절대 약하지 않았다.
심백을 둘러싼 검의가 극한까지 치솟았다. 만 갈래 검기가 그를 감싸고 돌며 부딪쳐 나갔다. 검기 한 갈래마다 심백이 불어넣은 검의가 위력을 떨치며 일순간 초휴와 백중지세를 이루었다.
한편 다른 자들도 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저무기가 제일 먼저 나서서 다운자 앞을 가로막았다.
이자의 실력은 가늠할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수행의 깊이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이는 저무기가 유일했다.
다운자는 그가 휘두르는 순양검 때문에 더더욱 위협적인 인물이었다.
살기등등하게 덤벼드는 저무기를 보자 다운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경이나 하러 온 나를 왜 노리는 거람?”
말은 그렇게 했으나 그는 순양검을 들어 저무기에게 맞섰다. 육 선생은 허양자를 막아섰고, 매경령은 하후진을 상대했다.
하후씨의 어신술은 지극히 기이한 것이었으나 매경령의 차녀대법 앞에서는 완전히 억제당해 거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구석에 숨어 있던 류홍엽은 정정산을 기습했으나, 고작 몇 초 만에 제압당해 열세에 몰렸다. 사실 류홍엽은 초휴의 수하 중 가장 재수가 없는 사람이라 할 만했다.
그가 무도종사가 된 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형편없이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휴의 원수 중 실력이 약한 자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대문파 출신 무도종사였고, 심지어는 풍운방에 이름이 오른 자도 있었다. 그러니 난처한 일이 아닌가.
류홍엽은 그중 한 명도 이길 수 없었다. 초휴를 돕기는커녕 자신의 목숨이나 보전하면 다행일 판이었다.
동제 연맹 측은 훨씬 사람이 많았다. 왕쌍군과 치견이 서로 눈짓을 하더니 즉각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설마 세 명이 힘을 합쳐도 초휴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겠는가.
왕쌍군의 등에 있던 두 자루 장검이 타오를 듯 눈부시게 빛났다.
순양도문의 강맹하고 밝은 순양강기에 비하면 왕쌍군의 검기에는 뜨거운 불꽃이 섞여 있었으나, 삿된 마를 제압하고 주멸하는 위력은 다를 바 없었다.
이어서 치견이 손으로 불인을 맺자 만 갈래 불광이 터져 나오더니 수인으로 변해 초휴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