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30)
630화 구원군
바로 그때, 별안간 누군가 매경령의 뒤에 나타나서 강맹한 위력의 일장을 날렸다. 일장에 섞인 기혈의 힘이 매경령의 차녀대법을 억눌렀다.
그 벼락같은 출수는 매경령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힘을 감지하자마자 곧장 검은 안개 같은 마기를 흩뿌리며 몸을 날리려 했으나, 그 일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연신 몇 발짝을 물러난 매경령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매경령을 기습한 음침한 낯빛의 노인은 낙가의 노야 낙구년이었다.
낙구년의 초휴에 대한 원한은 뼛속 깊이 스며든 상태였다. 그가 상수 영가와의 혼인을 방해하고 낙비홍을 구출하는 바람에 낙가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생강은 오래될수록 맵다는 말이 있듯이, 노련한 낙구년은 자신의 실력이 이곳에 모인 사람 중 제일 약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배분이 높으면 뭐하겠는가, 실력이 별 것 아닌데 말이다.
해서 나서지 않았고, 매경령이나 다른 사람도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동제 연맹는 이처럼 출수하지 않고 있는 무사들은 많았다.
예를 들면 백호당 울지봉, 막가 사람들, 풍만루의 제원례 등이었다.
그래서 다들 자신도 모르게 낙가 노야도 없는 사랑인 양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난데없이 매경령을 기습해 중상을 입힐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매경령이 중상을 입자 저무기는 포위당할 위험에 빠졌다. 초휴의 수하들 역시 열세에 처해 있었다.
하후진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그려졌다. 모든 것이 그의 계산대로 돌아가고 있고 착오는 없었다.
초휴 휘하의 실력은 고작 이 정도였다, 유일하게 기댈 만한 언덕인 위서애는 북연에서 허운과 겨루다가 중상을 입어 나서지 못하는 듯했다.
아직 숨어 있는 은마의 고수들 또한 걱정할 것이 없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온 이상 은마와 정도 종문의 고수들 간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양측 다 너무 큰 힘을 쏟아서 대규모 정마대전으로 비화 되는 사태까지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얼룩 하나만 보아도 표범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초휴가 드러낸 힘을 보면 은마가 어느 정도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모든 힘을 다 쓸 필요가 없었다. 은마에서 참지 못하고 나선다면 초휴가 이 상황을 버텨내지 못한다는 뜻이고, 은마권 역시 아직 허약하다는 증명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땅밑으로 숨어들어 구차하게 사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정도 무림의 다른 강자들까지 나서기 전에 말이다.
그때 초휴와 방칠소는 여전히 껄끄럽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다. 상대방의 인과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공세를 막는 것이다.
초휴와 방칠소 모두 다른 쪽 상황을 보고 있었다. 방칠소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초 형, 역시 그만두는 게 낫겠어. 사람들을 이끌고 관중형당에서 물러나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으면 정도 무림도 아예 뿌리를 뽑으려 들지는 않을 거 아닌가. 이대로 가다간 당신 편은 다 죽게 생겼어.”
방칠소가 보는 초휴는 수완이 독하고 악랄하긴 했으나, 그래도 자기 사람들에게는 퍽 잘 해 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고집을 부리며 버티려고 드니 방칠소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초휴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만두라고?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만둔단 말인가? 게다가 내 편은 아직 오지도 않았단 말이네!”
그 말에 방칠소가 잠시 멍해진 순간, 다른 쪽의 전세가 또 바뀌었다.
하후진이 낙구년과 손을 잡고 매경령을 완전히 해치우려는 순간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 강력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그의 뒤를 덮치더니 포악한 마기가 하늘을 뚫을 듯했다.
그 위세에 하후진은 깜짝 놀랐다. 그는 순식간에 어신술로 원신의 힘을 써서, 천지 원기를 이용한 강기로 자신을 감쌌다. 극한까지 속도를 폭발시킨 끝에 그 일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피한 자리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마기로 빛나는 거대한 방천화극이 땅에 꽂혀 대지에 균열이 퍼져나가더니 십여 장은 될 듯한 구덩이가 파였다.
그 일격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사람이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골이 송연했다.
“여봉선! 네놈이 어떻게?!”
하후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신병 무쌍을 든, 이미 천인합일 경지의 최정상에 오른 여봉선이 나타난 것이다.
수무상과 다른 자들도 따라왔다. 그간 무슨 비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그들 네 명도 천인합일 초입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다.
비록 네 명뿐이었지만 그들 모두는 상고 시대의 강자였고 원래는 진단경과 진화련신 사이의 실력자였다. 힘의 장악과 운용에 있어 같은 경지의 무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들은 싸움에 끼자마자 같은 경지의 무사들을 여럿 날려 버리며 눈부신 전투력을 발휘했다.
여봉선은 방천화극을 든 채 초휴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늦지 않게 왔다는 뜻이었다.
초휴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여봉선이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일 뿐이었으니까.
여봉선은 소범천에서 종현과 싸우며 적지 않은 이득을 얻었다. 실력이 크게 늘어났고, 신병인 무쌍을 쓰는 데에 들어가는 힘의 소모도 훨씬 덜했다.
하후진은 여봉선을 보며 일갈했다.
“여봉선! 초휴의 정체는 자네도 알지 않나? 자네를 속였단 말이다! 아무리 초휴와 친구 사이라도 그렇지, 마도인도 아닌데 왜 끼어드는가? 지금 초휴 편에 서면 정도 무림 전체와 맞서는 셈이란 사실도 모르나!”
그 말에 여봉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초 형의 정체는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소. 정도 무림과 맞선다고? 내가 정도 무림 편에 섰던 적도 없는 것 같소만. 쓸데없는 말은 그만둡시다. 초 형의 상황이 다급하니 더는 당신들이 설치게 놔둘 수가 없소. 나도 진작부터 하후씨의 어신술을 구경하고 싶던 참이기도 하고 말이지!”
말을 끝낸 여봉선은 하후진에게 달려들었다. 방천화극 무쌍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마기가 솟구치며 강대한 위력이 터져 나왔다.
여봉선을 상대하게 된 하후진은 골머리가 아파 왔다. 강호의 청년 세대 중, 여봉선이 초휴나 방칠소보다 못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그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 역시 낭인 출신으로 자기 자신의 힘만으로 용호방에 올랐으며 마신 여온후의 전승을 손에 넣었다. 지금은 흉악하기 그지없는 신병 무쌍까지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 두려운 위력이라면 무도종사와 맞서 싸우는 것도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물론 하후씨의 어신술은 여전히 대단했다. 여봉선처럼 완전히 힘으로 그와 맞서려면 아무래도 무리인 감이 있었다.
게다가 여봉선이 데려온 사람은 고작 넷뿐이라, 실력이 강하긴 해도 판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대규모 부대는 이제 막 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날씬한 몸에 착 붙는 흰색의 무사복을 입고 핏빛 장창을 든 여인이 말에 채찍질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를 한 무리의 무사들이 따르고 있었는데 천까지는 몰라도 수백은 족히 되어 보였다. 게다가 그 수백 명 중 약한 자가 하나도 없어서, 제일 낮은 수준이 외강경이었다.
당당한 기세의 백의 여인은 낙비홍이었다!
원본 줄거리의 낙비홍은 낙가를 떠난 후 불이궁을 창립하여 호탕하게 강호를 휩쓸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의 낙비홍은 초휴를 도와 구분당을 관리하고 있었다.
초휴의 명성에서 오는 지지도 있었고 막야자 역시 암암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구분당은 이미 초휴 자신마저 몰라볼 정도로 발전한 상태였다.
낙비홍이 이끌고 온 무리는 워낙 수가 많았다. 실력은 여봉선과 수무상 등에 못 미쳤으나, 구분당의 머릿수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구분당 사람들이 가세하자 전세는 일순간에 뒤집혔다. 힘겹게 버티는 쪽은 동제 연맹이 된 것이다!
말에서 뛰어내린 낙비홍은 혈창 홍연으로 낙구년을 겨냥했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음산한 웃음이 걸렸고 눈빛은 혐오와 살기로 가득했다.
“어르신, 오랜만이군요. 낙가에서 얌전히 폐관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여긴 뭐하러 기어 나온 거죠? 사는 게 지긋지긋해서 저승길에 빨리 오르고 싶으셨나 봐요?”
낙구년 역시 똑같은 눈빛으로 낙비홍을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후레자식 같으니!”
낙가 사람으로서 가문의 이익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굴다가, 낙가의 조상을 모신 사당마저 무너뜨릴 뻔하고 엄청난 손해를 보게 만들었다.
그가 후레자식 이외의 어떤 말로 낙비홍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낙비홍이 냉소했다.
“후레자식? 낙가가 지금 그 모양으로 썩어빠진 건, 낙가의 가장 웃어른인 낙구년 당신의 공이 가장 크다는 걸 알아야죠! 낙가가 내게 불의한 짓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나는 낙가를 어질게 대해준 편입니다. 당신을 죽여버리는 게 낙가가 다시 부흥할 계기가 될지도 모르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낙비홍은 혈창 홍연을 들고 낙구년에게 달려들었다. 소범천 이후 낙비홍 역시 천인합일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갓 천인합일이 되어서 무도종사에게 덤비는 오만불손한 인물은 초휴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낙비홍도 초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비록 낙구년이 늙었지만 그래도 무도종사였다. 이제 막 천인합일 경지에 오른 낙비홍이 그와 싸우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었다.
여봉선은 수무상과 염적소에게 눈짓을 하고, 그들에게 전음으로 낙비홍을 보호하라고 명했다. 두 사람 역시 지금은 천인합일이지만, 옛날에는 강대한 실력을 지녔었고 무수한 비법을 알고 있었다. 중요한 순간 낙비홍을 도우면서 제 목숨을 보전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터였다.
기실 동제 연맹에는 막천림도 끼어 있었으나, 그는 초휴에게 아는 척할 낯이 없었다. 여봉선이나 낙비홍이 초휴를 돕는 것에 비해, 그는 친구이면서도 초휴의 적으로서 서 있지 않은가.
심지어 방칠소처럼, 초휴를 공격하려는 백잠의 행동을 바꾸는 정도의 일조차 못 하는지라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막천림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체구가 굳건하고 기세가 비범한 노인에게 말했다.
“노야, 초 형의 실력을 보셨지요. 이번 고비만 넘기면 반드시 훨훨 날아오를 겁니다. 우리 막가는 본래 중립이었는데 왜 하후씨의 명령을 따라 관중형당을 공격해야 합니까? 지금이라도 초휴의 편을 들면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숯을 갖다 주는 셈이 됩니다. 은마의 큰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막가의 노야 막성명(莫成名)은 나이가 크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장년을 넘기기는 했으나 아직 기혈이 크게 쇠할 기미가 없었고, 겉보기로는 고작 쉰을 좀 넘어 보일 정도로 젊게 보였다. 막천림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천림아, 네 생각은 나도 안다. 너는 초휴의 벗이니 우리 막가가 초휴를 도와줬으면 하는 게지. 하지만 세상에는 네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다. 강호인은 제 뜻대로만 살 수 없는 법이다. 무슨 일에서든 가문을 첫째로 생각해야 한단 말이다.”
“게다가 아직은 상황이 명확하지 않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불난 데에 부채질까지 하지는 않는 정도일 뿐이다. 추워하는 사람에게 숯을 갖다 주면 얼마나 이득이 될지는 나도 물론 알지. 그러나 숯을 건네주려다가 내가 얼어 죽으면 어쩐단 말이냐. 네 친구 사소루를 생각해라. 사소루도 초휴와 가깝지만 천하맹의 진청제 역시 나서지 않았잖느냐.”
노야의 말에 막천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사소루는 절대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진청제도 손을 썼을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서초 무림에서 온 세력이 왜 전혀 없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