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33)
633화 진단을 응집하다
지금 초휴의 행동은 오직 불멸마단을 응집해 내려는 목적에서였다.
저번 소범천에서 장승정은 일대오의 싸움을 벌였다. 초휴 등 용호방 십 위 안에 드는 다섯 명의 무사들과 싸움을 벌여 진단경에 들어서면서 뇌명금단을 응집해 냈으니, 그야말로 판돈을 엄청나게 내건 판이었다.
지금 초휴가 걸어 보려는 판돈은 장승정보다 더 컸다. 그가 응집해 내려는 것은 독고유아 이후 곤륜마교에서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불멸마단이었으니 말이다.
위서애로부터 불멸마단의 응집 방식을 듣자 이해할 수 있었다.
옛날 위서애의 큰형님과 위서애는 왜 이 비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자들에게 전수해 불멸마단을 응집하게 시키지 않았을까.
그들이 속이 좁아서가 아니었다. 불멸마단의 응집 방식이 너무나 혹독해서였다. 만일 이것이 곤륜마교 내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었다면, 위서애 등은 누군가가 남을 해치려고 지어낸 것으로 여겼으리라.
장승정의 뇌명금단은 뇌정의 힘을 품고 있다. 호흡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벼락이 깃들고 천지 원기를 마음대로 뇌정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초휴가 만들려는 불멸마단은 효과로 보자면 더 괴상망측했다. 심지어 신이하다고 할 만한 경지였다.
기록에 따르면, 불멸마단을 응집하려면 일단 평범한 무도진단을 응집해야 했다. 그리고 절반 정도 응집했을 때, 지극히 강대한 마기로 무도진단을 단련시켜 진단을 병기의 틀처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원신 기혈마저 그 안으로 주입하여 끊임없이 부수고 다시 벼리기를 무려 마흔아홉 번을 반복한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불멸마단을 만들 수 있었다. 불멸마단을 성공시키면 뇌명금단처럼 만물의 마기를 삼킬 수 있게 된다.
뇌명금단보다 더 대단한 점은, 불멸마단은 마기로 몸을 다시 빚어내는 것인지라 마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주(魔主) 역시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몸이 터져나가 가루가 되더라도 마단의 원신만 망가지지 않으면 기혈을 빨아들여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렇게까지 현묘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독고유아 외에 아무도 없었다. 불멸마단에 대한, 이 기록 때문에 수많은 곤륜마교 제자들, 은마권 사람 중에는 독고유아가 아직도 살아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고유아의 시체를 직접 보지 않는 한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독고유아의 시체를 정말 보더라도 그 안에 불멸마단이 없다면 그들은 독고유아의 죽음을 믿지 않을 터였다.
고난은 기회이기도 하다. 초휴의 실력으로 보통의 무도진단을 응집해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뿐이라면 앞으로 초휴가 걸어갈 길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짧을 터였다. 반대로 불멸마단만 성공한다면 그에게는 밝게 빛나는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이다.
초휴의 단전에서 강기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안으로는 건곤을 축적하고 밖으로 천지와 이어지니, 기이한 음률이 초휴의 단전에서 울려오기 시작했다.
무도진단을 응집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이미 무도종사와 여러 차례 겨루어 보았고, 심지어 그의 손에 죽은 무도종사도 벌써 여럿이었다.
초휴가 무도진단의 응집에 성공할 확률은 구할 구푼 구리였다. 나머지 일리는 하늘의 뜻에 달린 셈이다.
초휴는 마기에 휩싸인 채 상대와 싸우면서 무도진단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직 인과 검도를 수련한 방칠소만이 뭔가 위화감을 느꼈으나, 그 또한 그 정체를 뚜렷이 알지는 못했다.
다섯 사람은 계속 맹공을 퍼부었고 강대한 힘이 마기를 통해 초휴의 온몸을 뚫고 들어왔다. 그러나 초휴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그 힘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마기에 둘러싸인 채 정신력과 기혈을 사용해서 반쯤 응집된 무도진단을 그대로 깨부쉈다!
울컥 선혈을 토한 초휴의 기세가 확연히 약해졌다. 치견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 회심의 빛이 번쩍였다. 초휴의 뚜렷이 열세를 띠는 것이 그들에게도 보였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초휴는 더 버티지 못할 것이다.
초휴는 힘겹게 적의 공세를 막는 한편, 솟구치는 마기를 기혈과 원신으로 한데 모아 무도진단을 다시 빚어냈다. 첫 번째로 다시 만들어낸 무도진단에는 이미 한 가닥의 마기가 서려 있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렇게 강대한 마기를 모으고 시시각각 보충해서 무도진단을 재구성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밖으로부터의 공격이 없이 초휴 자신의 힘만으로 무도진단을 깨부수기는 더욱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얼마나 죽을죄를 저지르고 다녔어야 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을 수 있겠는가? 일부러 그럴 목적으로 불렀다면 절대로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초휴는 다섯 사람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들의 힘을 빌려 무도진단을 깨부수고, 다시 또 빚어냈다.
한 번 되풀이할 때마다 그 고통은 거의 무공을 폐하는 것과 비슷했다. 초휴 자신도 불멸마단을 왜 마흔아홉 번이나 응집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냥 길한 숫자이기 때문일까?
연속으로 삼십여 번을 깨부수자 초휴의 단전에 응집한 마단은 이미 칠흑 같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겉에는 끝없는 마기가 엉켰고 기이한 부호가 은은히 떠올랐다. 그건 누가 새긴 게 아니라 저절로 생겨난 마문(魔紋)이었다.
이만큼 싸웠는데도 초휴가 죽지 않자 아무리 멍청한 자라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만했다. 공격할 때마다 그 힘이 초휴에게 적중한 것을 분명히 느꼈으니 말이다.
그리고 초휴의 기운 역시 크게 쇠약해졌다. 심지어 마기 너머로 초휴가 그들의 공격에 나가떨어져 피를 토하는 것까지도 똑똑히 보았지 않은가.
그러나 어떻게 공격해도 초휴는 죽지 않았다. 심지어 기운은 미약하기 짝이 없는 상태임에도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정정산이 낮게 외쳤다.
“잠깐! 뭔가 이상하오!”
다른 사람들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다들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공세가 다소 늦춰지자 초휴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단전 속에서 불멸마단이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단은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해 대단히 불안정했다. 계속 부수고 다시 빚지 않으면 이대로 마단이 터져 죽을 수도 있었다.
해서 초휴는 즉각 출수했다. 처절한 마기를 품은 천마무가 정정산을 향해 휘둘러졌다.
정정산은 코웃음을 쳤다. 담청색 장검을 뽑아 휘두르자 격렬한 강기의 바람이 마기를 찢어발겼다. 그러나 초휴는 피하기는커녕 목숨을 버리려는 것처럼 덤벼들었다.
초휴의 마기가 정정산의 검에 찢겨나가고 검기가 몸속으로 들어왔으나, 되레 정정산이 천마무의 일격에 나가떨어져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초휴가 목숨을 걸고 내지른 공격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정정산은 자신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이 자가 정말 미친 것인가? 죽음이 코앞에 닥치니 물귀신 노릇이나 실컷 하고 저승길에 오를 생각일까.’
그러나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초휴가 또 미친 듯이 공격해 왔다. 마기가 극한까지 응집되더니 실체가 생긴 것처럼 초휴의 몸에 달라붙었다.
가슴의 거대한 상처를 급히 틀어막은 정정산의 눈에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초휴의 힘은 무도종사를 필적하고도 남았다.
서로 똑같이 일격을 날렸으니 분명 초휴가 중상을 입었어야 했다. 그러나 초휴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정정산 자신은 일도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초휴가 다시 달려들자 정정산은 손을 휘저었다. 아홉 자루 장검이 떠올랐는데 하나같이 신병급의 무기였다.
장검산장은 강호명검보에 오른 명검 중 절반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명검들은 거의 쓰이지 않았고, 종문에 모셔두고 제사나 올렸다.
해서 많은 무림 종문들은 보물을 썩힌다며 장검산장을 비웃었다. 수많은 보배로운 명검이 장검산장에서 먼지나 먹고 있으니 낭비가 아니면 뭐겠는가.
그러니 정정산은 이번 관중형당 토벌에 정말 비장한 각오로 임한 셈이었다. 신병급 무기를 열 개도 넘게 가져왔으니 말이다.
아홉 자루의 신병급 장검이 검진을 형성하며 초휴를 그 안에 가두자 눈부신 검망이 찬란하게 빛났다. 정정산도 장검산장 장주이자 풍운방에 이름이 오른 자였다. 비장의 패가 왜 없겠는가. 동제 연맹 때도 그가 자신의 힘을 전부 사용했다면 심백의 일격에 패배하는 수치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기가 초휴의 몸속에서 터져나갔으나 그는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기를 몸속에 끌어들여 불멸마단을 깨부수도록 했다.
그때쯤 초휴는 깨달았다. 불멸마단은 깨질수록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제는 정정산의 검을 십여 차례는 받아내야 깨져나갔다.
초휴의 몸을 둘러싼 마기가 폭발하듯 부풀고 등 뒤에서 마영이 어른거리며 그의 몸과 겹쳤다. 구소연마금신의 힘이었다. 비록 연체공법이었지만 최절정 급의 마도 무공이기도 한지라 마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초휴는 가장 거친 방법을 사용해서 장검들을 날려 버리고는 제 몸으로 검기를 받아냈다. 거대한 마기의 손이 연신 자신을 내리치려 하자 정정산은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다들 뭐 하는 거요?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초휴에게 하나씩 당하고 싶은 건가!”
정정산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치견과 다른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으나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은 출수가 내키지 않았다. 상황이 아무래도 괴이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초휴는 정말로 ‘불사’의 상태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목숨을 새것으로 바꾸기라도 하는 양, 아무리 공격해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치견이나 다른 사람들도 견문이 넓었다. 세상에 그렇게 불합리한 일은 있을 수 없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책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초휴는 그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줄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 더 머뭇거리다간 정정산이 죽게 생긴 것이다.
모두가 다시 초휴를 공격하여 정정산을 구하려는 순간, 초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인결을 맺었다. 끝없는 마기가 원신의 힘 속으로 녹아들며 멸혼전이 소리 없이 낙구년에게 쏘아져 나갔다.
천자망기술로 조준이 고정된 멸신전은 순식간에 낙구년의 머리에 명중해 버렸다. 그는 갑자기 신음을 토하더니 칠공으로 피를 철철 흘렸다.
초휴가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미 낙구년의 곁에 가 있었다. 그는 심백과 왕쌍군의 검을 무시하고는 곧장 낙구년의 목을 움켜쥐고 마기를 극한까지 끌어 모아 폭발시켰다.
펑 소리가 났다. 혼란에 빠진 낙구년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초휴가 그의 머리를 터뜨린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초휴가 무도종사를 죽인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낙구년이 그리 강한 무도종사가 아니긴 했다. 초휴가 그를 죽인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초휴는 네 명의 협공을 받는 와중에 반격하여 낙구년을 죽였으니 어찌 경악하지 않겠는가. 정정산마저 초휴가 이런 상황에서 치명타를 날리며 반격할 줄은 몰랐다.
적들은 넋이 나갔지만, 초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귀도 화신이 풀려남과 동시에 극한의 마혈대법이 펼쳐지면서 정정산의 기혈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무도종사인 정정산은 원래 마혈대법같은 마공에 대한 저항력이 강했다. 그러나 조금 전 초휴의 일도를 맞는 바람에 기혈이 새어 나와서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귀도 화신이 끊임없이 그의 힘을 먹어 삼키고 있었다.
강대한 마기를 머금고 연신 휘둘러지는 천마무의 위력에 정정산은 번번이 뒷걸음질 쳤다. 결국, 거대한 굉음이 울리더니 그의 신병급 장검에 균열이 생겼다. 정정산은 이를 악물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것은 초휴가 일대오인 상황에서 낙구년을 죽인 것보다도 더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어찌 됐든 정정산은 장검산장 장주로서 강호에 이름이 드높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에 도주하다니? 그토록 수치를 모르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기실 정정산에게 체면이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목숨이었다.
초휴가 대체 무슨 엄청난 원한이 있길래 그 한 사람만 공격하는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