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64)
664화 뒤통수치기
초휴를 비롯한 세 사람의 연합작전에 막천림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부로 그를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그의 실력이 많이 처지는지라 섣불리 출수했다가는 실패로 이어지고 몸만 다칠까 봐서였다. 막천림이 천인합일이긴 해도 방칠소 및 여봉선의 실력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었다.
여봉선의 말에 초휴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일이건 간에 여봉선이 무조건 안비연부터 챙기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정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모양 아닌가.
하긴 평소의 그라면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그는 일단 친구로 여긴 상대를 위해서라면 흔쾌히 희생을 감수하고 자기 목숨도 아낌없이 내던질 위인이었다. 그 하고많은 친구들에게도 이럴진대, 하물며 하나뿐인 연인을 위해서야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세상사라는 건 매번 자기가 호의를 베푼 만큼 상대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무정한 강호에서는 호의를 받은 상대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어쨌든 초휴를 비롯한 세 사람은 서로 눈짓을 교환하더니 곧장 출수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이들의 일신에서 기혈이 솟구치더니 정혈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무도종사 한 사람과 무도종사에 버금가는 두 천인합일 고수가 동시에 태워낸 기혈의 위력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했다.
한정일을 위시한 세 사람은 이들의 힘을 감지하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휴 저놈이 미쳤단 말인가. 고작 검의 전승 하나 차지하겠다고 냅다 정혈부터 태우고 달려들다니!’
그것도 본인이 검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방칠소와 여봉선도 다를 바 없었다.
‘요즘 젊은것들은 저렇듯 하나같이 제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걸까? 아니면 반대로 나이 먹은 자신들이 죽는 게 두려워져 몸을 사리는 것일까?’
지금 이 세계의 비밀을 모르는 그들은 초휴 무리의 뜬금없는 자해 행각에 당황하여 검의 쟁탈전을 멈추고 우두커니 쳐다만 볼뿐이었다.
초휴는 여기서라면 그 어떤 소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여러 절기를 동원하느니 차라리 이참에 바깥세상에서는 절대 장악할 수 없었던 절기, 즉 독고유아의 최강 도법인 홍진표묘참을 시전해 볼 심산이었다.
사실 예전에도 그 도법을 운용한 적이 있었다고 봐야 할지 애매했다. 지난번 나신군과 맞붙었을 때 운용해본 듯도 했다. 그러나 당시는 초휴가 온통 혼돈 상태에 빠져 있었던지라, 제대로 시전했는지 아니면 흉내만 내다 말았는지 기억이 모호했다.
이 가상의 정신세계에서라면 먼젓번과는 달리 반작용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과감히 홍진표묘참을 시도해봐서 나쁠 건 없었다.
그가 수중의 도를 치켜들자 현묘한 기운이 터져 나와 눈앞의 모든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곧이어 공간 전체가 유리면 속에 갇히기라도 한 양, 모든 모습이 고정된 채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한정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초휴의 표적이 바로 자신임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세 무도종사 중, 정정봉은 실력이 그다지 강한 편이 못 되었다. 그리고 풍운검총 무사에 대해서는 초휴의 이해가 깊지 못했다. 다만 첫눈에 그를 알아볼 수 없었던 거로 봐서 아무래도 풍운검총에서 지명도가 그다지 높은 무도종사는 아닌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세 사람 중 한정일이 가장 강하다고 봐야 했다. 이게 초휴가 제일 먼저 그를 제거하려는 이유였다.
홍진표묘참의 시전과 동시에 한정일은 자신의 몸이 공간 속에 갇혀버린 걸 느꼈다. 아무리 거기서 벗어나려 애써도 번번이 무위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는 환장할 지경이었다. 한껏 절정에 도달한 무도종사로서 어찌 초휴의 일격에 실린 그 엄청난 힘을 감지하지 못하겠는가.
정혈을 태운 것도 모자라 목숨과도 맞바꿔야 할지도 모를 무리한 출수를 감행하는 초휴의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기는 초휴에게 딱히 원한산 일도 없으니, 그저 젊은 치기에 어떻게든 검의 전승을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저러는 것일 뿐, 자기를 꼭 죽이고자 하는 건 아니지 싶었다.
그렇다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상대의 무리수에 굳이 자신이 말려들어 장단을 맞춰줄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 장단의 끝은 결국 동귀어진일 테니 말이다.
그러자면 일단 이 빌어먹은 공간에서 벗어나고 봐야 할 터였다. 각오를 새롭게 다진 그의 일신에서 백색 찬란한 광망이 터져 나왔다.
좌망검려 제자들은 검법을 꾸준히 연습함으로써 검리를 이해하고 검의에 통달한 후 궁극적으로 검도를 깨우치는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기본기가 매우 탄탄했다.
지금 한정일은 이미 검의에 통달한 단계였다. 그 검의를 궁극의 경지까지 펼치자 자신만의 불멸검혼(不滅劍魂)이 빚어졌다!
전신의 정기신과 기혈이 합일을 이루자 한정일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더니, 수중의 장검에서 매섭기 그지없는 극강의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 상태로 일검을 내리치자 모든 걸 공간 속에 가두었던 홍진표묘참의 위력이 얼마간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초휴도 일도를 내리쳤다. 졸지에 모든 걸 가둬둔 유리면을 사이에 두고 초휴는 밖에서 내리치고 한정일은 안에서 내리친 격이 되었다. 곧이어 소리 없는 굉음과 함께 유리면이 와장창 깨지듯 그 공간도 산산이 파훼 되고 말았다!
꺼졌던 눈빛이 되살아난 한정일이 놀람을 금치 못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최근에 이르기까지도 그는 검혼법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막강한 절기를 자칫 잘못 운용했다가는 무공이 전폐 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육신도 필연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너무도 멀쩡한 몸 상태는 뭐란 말인가. 초휴와 강대강의 맞대결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은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분명 온몸의 기혈이 격렬히 타들어 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검의 전승을 향해 달려드는 초휴의 모습을 본 순간, 한정일은 둔기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바보가 아닌 그 또한,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그는 너무 당황해서 온몸이 굳은 채 초휴가 그 흑색 검의 전승을 손에 넣는 걸 지켜만 보았다. 한바탕 광채가 번뜩이는가 싶더니 그 검의 전승은 순식간에 초휴와 하나가 되었다.
비단 초휴뿐만 아니라, 여봉선과 방칠소도 하나씩 검의 전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방칠소는 웬만한 무도종사와도 맞먹을 실력으로 정정봉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정봉은 일격필중(一擊必中)의 인과 검도에 연신 밀린 끝에 반사적으로 저 멀리 몸을 피하자, 그 틈을 노려 몽롱한 기운에 가려져 있던 검의 전승을 차지했다.
여봉선도 맞바로 신병 무쌍을 휘둘러 경천동지할 위력을 토해냄으로써 풍운검총 무사를 쉽게 격퇴하고 나머지 하나를 차지했다.
이 무렵 안비연 등도 와 있었다. 원래 검의 전승은 곧장 몸속으로 유입되기 마련이나, 여봉선은 한 손을 휘저어 이를 그대로 그녀의 몸속에 주입했다.
이에 그녀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여봉선과 방칠소가 정혈을 활활 태우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건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지켜보던 이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천연덕스럽게 전승을 차지한 젊은 놈들을 노려보던 한정일을 비롯한 세 무도종사는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 진단경에 오른 지 최소한 십수 년도 넘은 노련한 노강호였다.
그런데 저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의 간계에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때 허공에서 탄식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그들 주위의 모든 게 거울의 면처럼 깨지며 내려앉고 말았다.
중인들이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창란검종의 지하 동굴로 돌아온 상태였다. 모든 게 아까와 똑같았다. 심지어 각자 서 있던 위치마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유일한 변화라면 하늘도 뚫을 검기를 발하던 백옥같던 유골이 어느샌가 회백색 조각들로 변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곧이어 동굴 내 미미한 기류 변화에도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래도 그 검도 고수가 후덕한 자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상 상고 고수들은 전승을 남김과 더불어 온갖 시련도 함께 남겨놓기 마련이다.
후대인이 자신의 전승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그 험난한 시련 앞에서 자칫 정신줄을 놓았다가는 그 즉시 저승행을 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 검도 고수만큼은 그런 상고 고수답지 않게 고결한 귀인의 풍모를 내보였다. 시련이 될 만한 건 일절 남기지 않은 채, 당시의 정경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후대인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당부한 후, 아낌없이 전승을 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승을 내줌에 있어 아무런 약속도 요구하지 않았다. 설령 후대인이 전승만 꿀꺽하고 복수는 나 몰라라 할지라도 구속받지 않을 조건 없는 전승이었다!
이처럼 후덕한 인물은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좌망검려 등 세력들은 그저 만검귀종의 잔본만 손에 넣었을 뿐, 정작 가장 가치 있는 검의 전승은 눈앞에서 놓친 것이다.
한마디로 화려하게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도 못 먹은 셈이었다. 이제 한정일 무리가 본격적으로 분노를 표할 때가 되었다.
그들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초휴 등을 에워쌌다. 하지만 초휴가 어디 이 정도 일에 위축될 위인이던가.
“아까 겨루었던 건 가짜니까 이제 진짜로 한판 벌여보자는 거요? 뭐, 못할 것도 없지. 어디 한번 해봅시다!”
그러자 한정일 등은 서로 눈치를 살피더니 결국 출수를 포기했다. 심지어 독한 말 한마디 못해보고 홱 하니 등을 돌려 가버렸다.
그들이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지금 출수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검의 전승은 진작 저 빌어먹을 놈들과 한 몸이 되어버렸다. 저들을 죽여봤자 이미 체내로 녹아든 전승을 도로 끄집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아까 그 정신세계 속의 모든 게 허구이긴 했으나, 그 허구가 엄연히 사실에 기반한 거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했다. 현실의 초휴 등에게 그런 실력이 있었으니 가상세계에서도 그런 위력이 발휘된 게 아니겠는가.
방금의 일전에서 한정일 등은 저들의 위력을 똑똑히 확인했다. 저들이 아까의 수법을 지금도 써먹는다면 이번에도 역시 막아내지 못할 게 뻔했다. 그러니 싸워봤자 득이 되기는커녕, 잘해봐야 양패구상의 형국밖에 벌어질 게 없었다.
* * *
이 무렵 창란검종 산자락은 결과를 기다리는 무사들로 온통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의 짐작으로는, 지금쯤이면 분명 저 위에서 정파 세력들, 그리고 초휴 등이 한바탕 격전을 치르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아무런 낌새도 감지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진 남짓 기다렸을까. 어느덧 정파 검객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똥 씹은 듯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 초휴 무리도 그곳을 떠나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 이르렀다. 그제야 각자 확보한 만검귀종의 잔본을 꺼내어 서로 맞춰보기 시작했다.
아까 지하 동굴에서 그들 모두는 많건 적건 간에 얼마라도 잔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비록 완전한 만검귀종을 완성해낼 순 없었지만, 여하튼 막강 그 자체의 검법인 만큼, 잔본이라도 언젠간 요긴하게 쓰이지 않겠는가.
그들 모두 일부만 봐도 전체 맥락을 추정해낼 수 있을 만한 실력자들이었으니 말이다. 서로 잔본을 주거니 받거니 맞춰보느라 바쁜 그들을 뒤로하고 초휴가 월녀궁 제자들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