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79)
679화 목적 달성
현장에 도착한 정도 무사들의 수는 절대 적지 않았고, 심지어 동가와 친분이 있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도우려고 출수할 생각을 안 하니, 동가로서는 세상인심의 야박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한없는 절망과 황당함이 심중에서 솟구쳤다.
만약 누군가에게 죄를 짓거나 줄을 잘못 서서 이런 멸문의 위기에 처한 거라면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황한 유언비어가 강호에 퍼지는 바람에 이 지경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어 실소가 터질 지경이 아닌가.
어쨌거나 지금 눈앞의 상황은 엄연한 현실이고, 이대로 오래 버티기란 불가능했다. 진법이 파훼 되면 동가는 끝장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때 노야의 눈빛에 독기가 서리더니 동제곤에게 결연히 당부했다.
“이제 내가 선대의 유물인 부러진 검을 쓸 테니 자네는 제자들을 이끌고 달아나도록 해!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란 말이다!”
그러자 동제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망히 말했다.
“하지만 노야, 그 부러진 검은······.”
그러나 그가 말을 맺기도 전에 노야가 단호히 끊어버렸다.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 그 검을 쓰지 않고서는 우리 동가에 희망은 없어. 지금 우리 가문은 파국에 처했단 말이다!”
노야가 공간 비전함에서 암흑 같은 칠흑빛 검신에 혈흔이 점점이 남은 한 자루의 부러진 검을 꺼내 들었다. 그 검이 공간 비전함 속에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였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표면의 혈흔은 사람의 체내에서 금방 뽑은 것처럼 선연하기 그지없었다.
검집을 벗어난 순간 터져 나온 검의 매서운 기세는 초휴마저도 은근히 긴장시켰다. 상고시대 흉수의 것이 아닐까 초휴가 생각한 그 태곳적의 황량한 기세에서는 약육강식의 기운이 묻어났다.
그리고 초휴가 짐작한 대로였다. 그 부러진 검은 사람이 주조한 것이었으나, 표면의 혈흔은 분명 사람이 아닌 흉수의 것이었다.
서초의 십만대산에 무슨 흉수인들 없겠는가. 과거에 동가의 어느 선조가 서초 십만대산을 헤매다 유적 한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어느 상고 고수와 흉수 한 마리가 격전을 치른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애석하게도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유적은 죄다 바깥에 노출되고 대부분 유실된 상태였다. 남겨진 거라고는 상고 흉수의 피가 묻은 이 부러진 검이 유일했다.
이 검을 사용하자면 진기가 아닌 자신의 기혈이 필요했다. 기혈의 힘을 동원해 혈흔 중에 잠들어있던 흉수의 기운을 일깨우면 본연의 흉포한 위력을 터뜨리는 게 가능했다.
다만 그 기운의 흉포함이 너무 과하다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일단 한번 활성화된 다음에는 이를 억누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했다.
그런 검으로 자신이 적과 싸우는 동안 모두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가주에게 지시한 것은 노야가 죽을 각오를 했다는 의미였다.
결국 동가를 에워쌌던 진법이 소실되자 노야의 일신에서 기혈이 들끓으며 용솟음쳤다. 이와 동시에 부러진 검에서 흉맹한 기운이 터져 나와 노야의 기혈과 합쳐졌다. 그리고 흐릿하게나마 사나운 흉수의 형상을 갖추기가 무섭게 초휴와 사도경을 덮쳐갔다.
그 사이 동제곤은 되는 대로 동가 제자들을 끌어모아 후방으로 도주했다. 뒤에 남겨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일일이 확인해볼 정신도 없었다.
부러진 검의 위력은 그야말로 상고 흉수의 귀환을 방불케 했다. 사도경이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고충 떼를 출격시켰으나 노야 근처에 다가가기도 전에 바르르 떨더니 사방팔방으로 달아나버렸다.
고충도 결국 상고 흉수와 다름없는 천지 간의 생명체인 셈이니 약육강식의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것만 봐도 저 혈흔의 주인이 얼마나 극악하고도 막강한 흉수였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졸지에 고충을 죄다 잃은 사도경은 자기 실력의 일 할도 채 발휘하지 못했다. 이내 흉수의 검기를 맞고 나가떨어진 그는 분수처럼 피를 내뿜으며 낭패한 기색이 되었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초휴는 피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되레 맞불 작전으로 들어갔다. 흉맹한 검기가 접근하자 일신에서 극강의 불광을 터뜨려 받아친 것이다.
한낮의 이글대는 태양과도 같은 광채가 찬연히 그의 몸을 물들이며 대일여래의 허상으로 화하는가 싶더니 곧장 환일대법이 격출되었다. 구중천까지 솟구친 불광의 화력에 하늘의 해도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흉맹하던 흉수의 기운은 고막을 찢을 폭음과 함께 초휴의 일장에 고스란히 진압되었다. 초휴가 한발 한발 전진하자 노야가 재차 검을 휘두르며 대항했다.
이번에는 초휴 뒤에 떠오른 대일여래의 허상이 불인을 결해 무색정대수인으로 응수했다. 겨자씨가 수미산을 품고 건곤도 역전시킬 이 막강한 인법의 힘에 노야의 공세는 결국 파훼 되고 말았다.
진검공 등, 옆에서 초휴의 출수를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가 식은땀을 흥건히 흘렸다. 서초 무사들은 초휴의 출수를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야 초휴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그가 발휘하는 난공불락의 위력이 어떤 건지 여실히 깨닫게 된 셈이었다. 도·불·마의 공법을 동시에 익힌 그는 힘의 축적과 육신의 강도, 그리고 원신의 힘에 있어서, 거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듯하지 않은가.
상이한 적을 상대하면서,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공법을 구사해 공격하면서도 일절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허점은 귀신같이 찾아내어 공략하는 매의 눈마저 가진 것이다!
지금 초휴는 저 무지막지한 흉수의 기세를 토하는 검기에 맞서 불문 공법을 선택했다. 무릇 불문 공법은 요사한 기운을 제압하는 힘이 탁월하니, 흉수의 기세를 누르는 데 있어 최상의 선택지인 것이다.
* * *
한편, 죽기 살기로 동가에서 도주해서 이제는 안전해졌다고 생각한 동제곤이 한숨 돌리는 순간이었다. 줄곧 가만히 있던 왕혈응이 어느샌가 동제곤을 쫓아온 게 아닌가. 왕혈응은 번쩍 몸을 날리더니 그의 앞을 막고 섰다.
동제곤이 격노하여 소리쳤다.
“왕혈응! 한때 우리는 좋은 벗이 아니었더냐? 지난날의 우정을 깡그리 짓밟고 동가의 멸문에 한 손 거들려는 심산인 게야?”
이에 왕혈응이 피식 웃었다.
“지난날의 우정 좋아하시네. 그리도 우정을 중히 여기시는 분께서 왜 칠대한은 죽어도 안 보여주겠다고 버텼나? 아까 내 말은 귓등으로 들은 게야? 오늘부로 우리 사이는 끝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정은 개뿔! 개나 줘버리라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혈응이 동제곤을 공격했다. 물론 실력만 보자면 왕혈응은 동제곤의 상대가 못 되었다. 한 가문의 가주로서 동제곤은 전승이나 수련자원 같은 것을 왕혈응보다 훨씬 더 풍족하게 누려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좀 전, 사도경의 금강 누에에 한쪽 팔을 잃은 게 치명적이었다.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왕혈응과 싸우게 된 그는 몇 합 만에 치명상을 입고 절명하고 말았다.
* * *
초휴는 계속해서 불문 공법으로 노야의 흉수 검에 대항하며 그를 압박해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노야를 훌쩍 뛰어넘어 등지고 섰다.
고개를 돌려 노야를 보니 그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얘진 상태였다. 기혈의 힘이 바닥난 모습이 역력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초휴는 쾌만구자결을 연이어 출수했다. 구인합일이 이루어지며 순간적으로 엄청난 불광이 솟구쳤다.
강맹함의 진수라고 할 만한 일격에, 그토록 믿었던 비장의 패마저도 맥을 추지 못했다. 노야는 공격은 꿈도 못 꾼 채 방어에만 급급했다.
구인합일의 위력은 노야의 노구에 연속적인 충격을 안기기에 충분했고, 입가에 피를 칠갑한 그는 검을 쥔 손마저 떨고 있었다. 그는 연신 피를 토하면서도 사력을 다해 끝까지 부르짖었다.
“정말로 우리 동가에 칠대한 같은 건 없다!”
노야의 죽음은 이제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어떻게든 초휴가 이 사실을 믿게 하여 나머지 동가 사람들이라도 살리고픈 마음뿐이었다.
처절한 노야의 몸부림을 지켜보던 초휴의 얼굴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노야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알고 있소. 동가에 칠대한이 없다는 걸 내가 모르는 것 같소? 나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소이다.”
노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초휴의 표정을 보니 이제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듯했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구인합일을 이룬 쾌만구자결이 또 한 차례 강렬한 불광을 내뿜어 노야의 심맥을 조각냈다. 이와 동시에 부러진 검에 얼룩졌던 흉수의 혈흔도 모조리 증발해버렸다. 상고의 검은 결국 영성을 잃고 부러진 쇳조각이 되어버려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를 본 사도경은 금강 누에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입가의 피를 쓱 닦았다.
동가의 두 무도종사 중 하나는 죽고 남은 하나는 도주한 이 상황에서 남은 동가 사람들의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이성을 잃은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때 줄곧 구경만 하던 진검공이 수신호를 보내자 그의 수하들이 도주하는 사람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일가 모두를 몰살할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그저 이들이 행여 몸에 지보를 지니고 달아날 것을 우려한 조치였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살인이 벌어져도 알 바는 아니었다.
이렇게 죽일 사람은 죽이고 잡을 사람은 잡고 나자 좌중은 삽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였다! 동가의 보물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좌중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듯 초휴를 향했다. 여기 모인 사람 중 초휴의 나이가 가장 어리긴 해도 실력은 최강이었다. 만에 하나 그가 아까의 약속을 무시하고 모든 걸 독식하려 든다면 그들로서는 손을 잡고 대항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들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초휴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사신옥과 칠대한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칠대한은 필사본 한 부만 가지고 여러분께 드릴 거요. 나머지는 알아서들 나누시지요. 이렇게까지 말씀드렸는데도 나와 물건을 놓고 다투려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그제야 다들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초휴가 모든 걸 독차지하는 것이었다. 노야를 죽인 초휴의 실력이라면 여기 있는 누구라도 단번에 해치울 수 있지 않겠는가.
비장의 패까지 꺼내 들었던 노야도 속절없이 정면승부에서 패해 숨지지 않았던가. 그들의 눈에 비친 초휴는 사신 그 자체였다. 그런데 초휴가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당연히 그들로서는 이의가 있을 리 만무했다.
동가 사람들을 완전히 제압한 그들은 서둘러 동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고이 간직되어왔을 진귀한 보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세족의 가주가 사신옥을 발견하자 흔쾌히 초휴에게 갖다 바치면서 알랑거렸다.
“이 사신옥은 당연히 초 대인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이 못마땅한 듯 눈을 흘겼다. 초휴가 서초에 계속 머물 사람도 아니건만 저렇게까지 알랑댈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지라 그들은 다시금 수색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차례나 동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우수수 쏟아져 나온 보물들 가운데 칠대한과 서천충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동가 사람들을 모두 붙잡고 심문했으나 실낱같은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동가에 대단한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그렇게나 강호를 달구더니 결과적으로 헛물만 켜게 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