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91)
691화 공혼(控魂)
당아가 담담히 말했다.
“다들 잘 보셨지요? 진금정이 먼저 초 대인을 모욕했고, 거기에 더해 거령방 심 공자를 폭행했소. 진무당은 법도를 아는 곳이고 초 대인도 법도를 아시는 분이니, 이번 일은 우리 측에 명분이 있소. 아무도 뭐라고 못 할걸.”
그렇게 말한 당아는 곧장 진금정을 끌고 떠났다. 다들 찍소리도 못하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하나둘 그곳을 떠났다. 진금정은 대단한 뒷배가 있고, 초휴 역시 얽혀서 좋을 게 없는 자가 아닌가. 양측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말려들어 다치기 전에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았다.
* * *
초휴는 진무당에 한가로이 앉아 눈을 반쯤 감은 채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경령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마 진금정과 대비부를 바꾸려는 건 아니겠지요?”
초휴는 눈을 뜨더니 담담히 말했다.
“그래도 방금오의 관문제자인데, 마공 하나와 바꿀 가치도 없겠습니까? 이번 일의 목격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진금정이 먼저 남을 때렸으니 명분이 없어요. 대광명사 승려라 해도 잘했다고 언성을 높이지는 못할 겁니다.”
사실 초휴가 진금정을 잡고 싶으면 그냥 끌고 올 수도 있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진금정처럼 하찮은 자에게 이토록 공을 들인 것은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해서였다. 당아가 말했듯이 진무당은 법도를 아는 곳이고, 초휴 역시 법도를 아는 사람으로 행세하려는 것이다.
법도와 명분이 모두 초휴한테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방금오가 진금정을 데려가고 싶다면 정면으로 싸우거나 물건으로 교환하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리고 초휴는 방금오가 강경하게 나오지 못할 거라고 자신했다. 초휴 자신을 겁내서가 아니라 북연 조정을 꺼리기 때문이었다.
진무당은 초휴가 주무르는 곳인 동시에 조정의 관청이기도 했다. 심지어 연경성 한가운데 세워져 있었다. 방금오가 직접 진무당에 쳐들어와 무력을 행사한다면 초휴를 얕보는 정도가 아니라 북연 조정을 도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매경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공 하나를 달라는 거라면 방금오도 아마 수락할 거예요. 하지만 진화련신의 강자가 얼마나 골치 아픈 상대인지는 당신도 알 텐데요. 특히 방금오 같은 상황이면 더 그렇죠. 그에게 대비부를 내놓으라고 강요할 거라면, 앞으로 닥쳐올 보복도 조심해야 해요. 욕심 없는 사람은 단단하다잖아요. 방금오 정도의 나이와 경지에 오른 사람을 건드리고 싶어 하는 강호인은 아무도 없을걸요.”
방금오는 나이가 많지만 진화련신의 고수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면 거의 강호의 전설이자 무림지존이 될 위치였다. 그러니 세상천지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었다. 정말 그를 성날 때까지 몰아붙이면 동귀어진 수준의 일을 저지를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초휴의 눈에 싸늘한 기색이 스쳐 갔다.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 산 자야 건드리면 안 될지 몰라도, 죽은 자야 무슨 보복을 하겠습니까.”
그 소리에 매경령은 등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그녀가 뭐라 묻기도 전에 당아가 진금정을 끌고 들어왔다.
극북표설성에서야 임천리가 옆에 있던지라 진금정도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초휴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군소리를 늘어놓았던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홀로 잡혀 와 얼음 같은 초휴의 살기를 마주하고, 당아의 조롱하는 눈빛까지 받고 있으려니 손이 다 떨렸다. 그는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
“초휴, 이게 무슨 짓이오? 내 사부님이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거요? 내가 안 좋은 일을 당한다면 사부님과 사형께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요!”
초휴는 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갔다. 아주 평온하고 냉담한 시선이었다. 마치 진금정이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듯했다.
“하하.”
그는 가볍게 웃더니 손을 뻗어 진금정의 머리를 툭툭 밀었다.
거의 힘도 주지 않은 동작이었다. 가볍게 가늠해 보는 수준의 움직임이었으나 진금정은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가 버렸다.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초 대인,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 처먹고 정신이 나가서 그런 막말을 했나 봅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뭐든 시키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진금정이 공포에 질려 눈물 콧물을 흘려대자 매경령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녀석이 정말 방금오의 관문제자 맞아요? 사람이 늙으면 눈이 흐려진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쓸개 빠진 자를 관문제자로 받다니.”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방금오는 낭인 출신이니 그럴 만도 하지요. 사람 보는 눈이 좀 떨어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이놈도 방금오 앞에서는 이렇게 굴지 않았겠죠. 이놈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방금오니까, 그 앞에서는 분명 자신만만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나야 바로 앞에 있고 방금오는 너무 멀리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본색과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 겁니다. 풍만루의 용호방이 그래도 꽤 믿을만하다는 게 증명되었군요. 적어도 이런 자를 용호방에 넣어 주지는 않았으니까요.”
풍만루의 용호풍운지존방 중 가장 과장된 것이 용호방이었다. 때로는 인맥의 도움을 받아 명단에 오르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인맥을 통해 들어간 몇몇 사람을 지우면 나머지 순위는 꽤 신뢰도가 높았다. 용호방은 실력은 물론 능력도 따지기 때문이었다.
설령 열여덟 살에 천인합일에 올랐다 한들, 한 번도 출수한 적이 없고 아무런 일도 해내지 못했다면 용호방에 오를 수 없다. 반대로 선천경인 사람도 강호에 이름을 떨친다면 용호방 순위에 들 수 있었다.
진금정 정도의 위치라면 풍만루 북연 지부에서도 분명 그를 주시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용호방에 오르지 못했다면 말 다 한 셈 아니겠는가.
느긋하게 다가온 방호가 진금정의 꼬락서니를 보고 냉소를 금치 못했다.
“극북표설성에서는 아주 뻣뻣하게 굴더니,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형편없이 찌그러졌지? 하하, 그냥 빛 좋은 개살구였군그래. 이런 놈도 천지교정음양대비부와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니 참으로 우습구나.”
진금정은 그 말을 들은 순간 한시름 놓았다. 초휴가 그저 대비부를 원하는 것이라면 살아남을 기회가 있었다.
진금정은 초휴가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죽일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진금정이 다시 숨을 고르기도 전에 초휴가 손을 확 내뻗더니 진금정의 정수리를 움켜쥐었다. 찰나 강대한 정신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와 진금정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매경령과 방호는 깜짝 놀랐다.
‘이 녀석의 목숨을 대비부와 바꾸려던 것 아니었나? 이건 또 무슨 짓이람?’
‘설마, 이 자를 죽일 셈인가?’
“그리 얕보면 곤란하지요. 이자의 값은 대비부 하나 정도가 아니라, 사부의 목숨이니까요!”
초휴의 눈에서 바닥없는 심연이 일렁이는 듯했다. 진금정의 정신과 혼은 그 심연 한가운데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초휴는 원래 정신력이 강대한 편이었다. 정신력을 전문으로 수련하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하후세가의 무도종사라해도 정신 비법으로 맞서 싸울 자신이 있었다.
자신도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원길대사가 사신옥을 써서 삼생조영술을 펼친 후 초휴의 정신력은 배 이상 강해졌다. 초휴는 자신의 정신력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진보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혼미한 상태에서 일순간에 수많은 이치를 돈오한 듯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자신의 몸에서 자꾸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 독고유아와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결국은 어떤 결론도 낼 수 없었다.
지금 초휴는 정신력에 관해 얻은 돈오를 진금정에게 써 보고 있는 것이었다.
초휴의 정신력 수련에는 뚜렷이 정립된 체계가 없었다. 그냥 되는 데까지 할 수 있는 만큼 수련해 왔다. 지금 그는 진금정의 정신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개조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정신력 안에 자기 자신을 억지로 들이민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혼과 원신으로 진금정의 일부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이건 무공 같은 게 아니라 초휴가 정신적 깨달음을 얻어 한 단계 더 성장하면서 알게 된 기술이었다. 그러나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집중해야만 했다.
혼미한 돈오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돈오로 얻은 결과고, 이름도 없었으므로 대충 ‘공혼술(控魂術)’이라 부르기로 했다.
공혼술을 쓸 때는 아주 치밀하게 조종해야 했다. 상대방의 정신력이 너무 강하거나 심지가 굳으면 반작용이 일어나고 공혼술 자체도 실패하게 된다.
물론 그 반작용은 초휴가 아니라 공혼술에 당한 사람을 향했다. 원신이 찢겨나가 산 송장이 되는 것이다.
초휴가 진금정에게 공혼술을 쓴 것은 그가 워낙 폐물인 데다 심지가 약해 빠졌기 때문이었다. 공혼술을 써도 실패하거나 부작용이 생길 염려가 없었다.
잠시 후 초휴는 진금정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진금정의 얼굴에서 공포는 사라지고 깊은 경외심만 남아 있었다.
그는 초휴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덜덜 떨었다. 그것은 지극한 경외심의 발로였다.
진금정은 초휴를 신처럼 숭배하게 되었다.
공혼술은 사람을 완전히 꼭두각시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새기는 술법에 가까웠다. 공혼술에 걸려도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고, 초휴가 근처에 없으면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일 정도였다.
초휴가 진금정에게 작은 병을 주자 진금정은 공손한 태도로 받아서 품에 넣었다.
매경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뭐예요?”
“단장고입니다.”
그 병에 든 것은 일전 신무문에서 연정정이 그를 죽일 생각으로 썼던 단장고였다.
초휴가 삼켰던 단장고는 물론 다시 쓸 수 없었다. 그 병은 당아와 다른 자들이 시신을 처리할 때 연정정의 몸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단장고는 사용 조건은 까다로웠으나 제대로 먹히기만 하면 효과가 대단히 좋았다.
매경령은 단장고를 보자 초휴가 뭘 할 작정인지 눈치챘다. 그녀는 속으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초휴의 미치광이 같은 성질머리는 무도종사가 되기 전보다 더 심해진 게 아닌가!
그때 부하가 임천리가 찾아왔음을 알렸다.
초휴는 미소지었다. 그는 당아에게 진금정을 데리고 나가도록 명한 뒤 임천리를 불러들였다. 임천리가 노기충천하여 들어섰다.
“초휴! 이게 무슨 짓인가? 내가 대비부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고 당장 내 사제를 납치해 가다니! 우리 일맥과 끝장을 보겠다는 거냐?”
임천리가 초휴의 제안을 거절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진금정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둘 사이의 연관성을 왜 모르겠는가.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임천리, 말은 똑바로 하셔야지. 가서 직접 알아보시오. 당신 사제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서 잡혀 왔는지 말이오. 공공연히 나를 모욕한 것은 둘째 치고, 거령방 심비응의 아들을 때려눕혔소이다.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하실 참이오?”
임천리를 바라보는 초휴의 얼굴에 싸늘한 기색이 감돌았다. 초휴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진금정은 지금 거령방 사람들이 내 개나 다름없다고 하더군. 맞는 말이오. 하지만 개를 때리려거든 주인이 누군지를 봐야 할 게 아닌가! 여기는 연경성, 우리 진무당이 있는 연경성이란 말이오. 진금정은 내 앞마당에서 나를 모욕하고 내 개를 때렸소. 임천리, 당신 사제는 내가 물러터진 호인이라 생각한 거요? 아니면 내가 그런 일을 참고 넘길 정도로 머저리로 보이는 건가!”
임천리는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화가 치솟아 욕을 퍼부으려던 기세도 수그러들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본 일을 그라고 왜 모르겠는가. 솔직히 말하면 자신도 화가 났다.
평소에는 신중하던 진금정이 어쩌다 이렇게 충동적인 일을 저질렀을까. 초휴의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인 연경성에서 그런 소리를 대놓고 지껄이다니, 자살 행위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원래 진금정은 연경성에 자주 드나들었다. 연경에 있는 진국오군 대장군이 그의 사형이니 그럴 만도 했다. 문제는 이 큰 연경성을 임천리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