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698)
698화 천마무를 다시 벼리다
보름쯤 지나자 어느 정도 원기가 회복된 듯했다.
초휴는 그제야 천절지멸대수혼수를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무공을 손에 넣은 당시에는 자세히 살펴볼 틈이 없었다. 방금오를 죽일 판을 짜기 위해 곧장 움직여야 했으니까.
막상 대수혼수를 손에 쥐니 침착한 초휴도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고작 대수혼수 하나에 들떠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로써 일곱 부의 대비부를 다 모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고 이래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일곱 부의 대비부를 다 모으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얼마나 알고 싶었던가.
천절지멸대수혼수는 대비부 중에도 힘이 비교적 강한 무공에 속했다. 가장 강하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가장 사악하고 기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성질은 원신 비법과 보통 무공의 중간쯤 되었다. 출수하는 동시에 상대의 정신과 원신을 끌어당겨 혼백을 뽑아내는 것이다. 실력이 약한 무사를 상대로 시전하면 대수혼수로 완전히 혼백을 뽑아내 속수무책으로 그 자리에서 숨을 끊을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상대가 약할 때의 이야기고, 실력이 강한 무사라면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정도의 작용을 할 뿐 근본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계륵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수를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면 좀 쓸모가 있을지 몰라도, 일대일로 싸울 때는 아무래도 멸혼전이 더 편할 듯했다.
대수혼수를 읽고 완전히 마음속에 새겨넣은 뒤, 초휴는 나머지 여섯 가지 대비부를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돌려 보기 시작했다.
일곱 부의 대비부가 초휴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융합되더니 기이한 음률이 그의 머릿속에서 휘돌았다. 주문 같기도 했고 상고의 마신이 나직하게 속삭이는 말 같기도 했다. 이어서 초휴의 시야가 칠흑처럼 시커멓게 물들었다.
초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주문 같은 말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 핏빛 비가 끝없이 내리더니 귀신이 애달프게 울부짖는 소리가 하늘 끝에서부터 들려왔다. 마음이 오싹해지는 귀곡성이 연신 울려 퍼졌다.
급기야 초휴는 선혈을 분수처럼 토해냈다. 핏빛 비가 멈추고 귀곡성도 흩어지며 빛이 다시 돌아왔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이미 여러 번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공의 반작용이었다.
폐관 밀실의 문이 열리더니 매경령이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초휴의 몰골을 보고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대체 뭘 하는 거예요? 토혈할 지경으로 폐관을 하다니, 정말 괴상한 짓은 다 하고 있네.”
초휴 자신은 몰랐으나, 방금 그가 무의식중에 주문을 웅얼거리자 진무당에 있던 모두는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사악하고 두려운 존재가 강림한 것처럼 소름이 끼쳤던 것이다. 매경령 역시 그 전율을 느꼈기에 그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초휴는 손을 내저었다.
“별 것 아닙니다. 무공 수련의 반작용이니 며칠 쉬면 나을 겁니다.”
매경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초휴는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기분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반작용이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무공이 대단히 강하다는 의미였다. 물론 너무 강한 나머지 지금 그로서는 통제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일곱 대비부가 한데 모인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정도라면 전설 속의 절세신공이나 지존무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가능할 듯했다.
천지교정음양대비부가 다 모여 만들어진 무공의 이름은 천지교정마통천곡대비주(天地交征魔慟天哭大悲呪)였다.
원래 일곱 대비부에는 이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았다. 그러나 초휴가 일곱 대비부를 다 모으고 나자 이 단어가 저절로 초휴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마치 그것이 이 무공의 이름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위력이 너무 강해서 지금의 초휴로서는 완전히 시전할 방법이 없었다. 방금 터진 반작용 때문에 초휴의 부상은 다시 도지고 말았다. 한 달 좀 넘게 요양하며 회복해 놓았던 몸이 도로 나빠지는 바람에 며칠의 시간을 더 써야 했다.
* * *
그로부터 한 달 후, 드디어 초휴가 폐관 밀실을 나왔다.
진화련신 강자와의 교전은 정말 아슬아슬했으나 수확도 막대했다.
초휴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수련만으로 실력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워서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훨씬 빨랐다. 그런 생사결을 통해 얻은 힘이야말로 가장 안정적이었다. 헛된 힘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도종사쯤 되면 문파를 세워 한 지역에 자리 잡을 만한 힘의 소유자인 법이다. 한 가닥 하는 인물이 되었으니 편안히 살기를 원하지, 굳이 남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싶겠는가?
초휴가 매경령에게 물었다.
“그간 임천리 쪽은 뭔가 움직임이 없었습니까?”
“아주 얌전하던걸요. 아예 북위군 군영에서 나오지도 않았어요. 설마 그자도 죽여 버리려는 건 아니죠?”
“물론 그럴 리가 없죠. 그냥 물어본 것뿐입니다.”
누가 뭐래도 임천리는 진국오군 대장군이었다. 초휴가 그를 죽이면 항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물론 초휴가 그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선택의 전제는 임천리가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북연 조정과 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초휴가 그를 해치우게 될 터였다.
“참, 오앙도인이 왔다 갔어요. 단약 같은 걸, 이것저것 주고 갔는데.”
매경령의 말에 초휴가 냉소했다.
“늙은이가 겁을 먹은 모양이군요.”
본래 오앙도인은 초휴에게 굽히지 않고 맞서면서 진무당의 실권을 두고 다투었다. 그러나 초휴가 방금오를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오앙도인도 좀 겁이 난 것이다.
자신이 초휴한테 고개를 숙이겠다고 대놓고 선언한 건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그런 뜻을 표명한 셈이었다. 설마 초휴가 그렇게 지독할 줄 알았겠는가. 진화련신 고수까지 죽이다니 말이다.
게다가 아무것도 거리끼지 않는 초휴의 악랄한 수단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초휴를 건드렸다가는 자신한테도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 * *
초휴가 진화련신 고수 방금오를 죽인 후 북연에서 그의 위명은 하늘에 뜬 태양 같았다. 지금 당장 그를 귀찮게 굴 만한 자는 없었다. 해서 초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맡겨둔 후 동제에 다녀올 준비를 했다.
방금오와의 교전에서 천마무에 금이 간 게 문제였다. 이대로 계속 쓰면 균열이 커지다가 결국 완전히 망가질 수도 있었다.
초휴는 이 도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는데, 심지어 신병보다도 속성이나 합이 잘 맞았다. 해서 그는 천마무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동제에 가서 병기 주조의 대가 막야자를 만나 천마무를 고쳐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천마무는 막야자가 만들어낸 도였고, 초휴는 거기에 재료를 하나 더했을 뿐이니까. 강호에서 천마무를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막야자뿐일 터였다.
업무 인계를 마친 초휴는 동제로 길을 떠났다.
* * *
장림군 제주부에 도착하니 이런저런 감회가 들었다.
제주부는 그가 처음으로 와 본 동제 주부였고 천마무를 얻은 곳이기도 했다. 신병대회에 얽히면서 안락왕 강문원과의 일 등 여러 사건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의 제주부는 그때만큼 번화하지 않았다. 강문원이 살아 있었을 때 제주부는 그의 봉토였다. 안락왕의 명성이 높았고 강문원은 실제로 강호의 많은 낭인 무사를 도왔다. 해서 제주부에 드나드는 무사도 많았다.
그러나 강문원이 죽고 안락왕부가 사라지자 제주부 역시 예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초휴는 제주부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외곽의 경호산장으로 향했다.
경호산장 밖에는 적잖은 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막야자나 막가에 무기 제조를 부탁하러 온 자들이었다.
그러나 막야자가 직접 무기를 만들어 주는 기회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막야자의 마음이 움직일 만한 재료가 있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탁하는 사람도 막야자의 마음에 들어야 했다.
그러니 막야자가 직접 나서는 것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았다. 막가 제자가 몇 자루의 무기를 만들어 주기만 해도 사람들은 감지덕지했다.
그러나 막가 제자 중에서도 이름 있는 대가들은 쉽게 무기를 만들어 주려 하지 않았다. 해서 모두가 인맥을 동원하고 좋은 말로 애원해가며 어떻게든 병기를 한 자루라도 받아가려고 했다.
초휴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얼굴로 경호산장을 향해 다가갔다. 심지어 명함이나 선물 같은 것도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속으로 비웃어댔다.
‘어디서 온 멍청이길래 저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행동하는 거지?’
문간에 서 있던 경호산장 제자들이 초휴를 가로막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공자, 경호산장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나는 초휴요. 막야자 대사를 뵈러 왔소.”
평범한 사람은 그런 질문에, 어느 문파에 속한 누구누구라 하거나, 자신 이름이 무엇인지만 답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니 초휴의 답변은 아주 오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초휴니까 다들 나를 알아 모시라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가. 게다가 막야자를 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아니고 뵈러 왔다고 하지 않는가.
그를 상대하는 막가 제자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이렇게 오만무도한 자는 처음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옆의 제자가 즉각 눈치를 채고 앞으로 나서서 공손하게 말했다.
“초 대인이셨군요. 들어오시지요. 얼른 가서 노야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렸다.
눈앞의 이 남자는 바로 은마의 초휴 아닌가!
얼마 전 북연에서 진화련신 고수를 참살했다는 초휴 말이다.
하지만 북연에 있어야 할 인물이 별안간 동제에는 왜 나타났을까?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막가 제자 하나가 그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귀빈이 오신 터라 경호산장은 다른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 다들 이만 돌아가시지요.”
그러자 거기 모인 사람들은 내심 초휴에게 욕을 퍼부었다.
얌전히 북연에 있을 것이지, 경호산장에는 왜 나타나서 남이 힘들여 한 발걸음을 헛것으로 만든단 말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막야자가 직접 나와서 초휴를 맞더니 안으로 들였다. 그는 제자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북연에서의 일은 나도 들었네. 거 참, 자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옛날에는 자네나 비홍이나 청년 세대에서 눈에 띄는 인물 정도였지. 하지만 이제 자네는 아예 다른 수준으로 가 버렸군그래.”
막야자로서도 여러 감회가 들었다. 기실 그 역시 초휴를 퍽 오래 알고 지낸 인물이다. 신병대회 때만 해도 초휴가 청년 후배 중 최정상급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낙비홍을 구해낼 무렵에는 영백록 같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의 초휴는 강호 최정상의 존재인 진화련신의 고수마저 죽인 준걸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세상이 참 빨리도 변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세상보다도 초휴 혼자서 너무 빨리 나간 것이겠지만.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들이야 그리 말하면서 저를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내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저도 아니까요. 방금오를 죽일 수 있었던 건 내게 계획이 있었고 그자는 없었기 때문이죠. 단장고로 중독시키고 나서야 죽일 수 있었고, 성공하기까지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다 늙은 진화련신 하나를 죽이는데도 젖먹던 힘까지 다 써야 했습니다. 남들이 떠받들어준다고 멋모르고 절호조의 진화련신 강자에게 싸움을 걸었다가는 어떻게 죽게 될지 상상도 안 가더군요.”
막야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초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야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그는 나이를 먹은 만큼 물정도 잘 알았다. 강호에서 순식간에 명성이 치솟았던 무사 대부분은 올라갈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몰락했다. 별안간 높아진 실력과 명성에 들뜬 나머지 멍청하고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서 추락한 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 경호산장에는 무슨 일로 왔나? 이 늙은이 얼굴이 보고 싶어 온 건 아닐 테고.”
막야자와 초휴의 교분이 그리 깊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낙비홍을 친딸처럼 대했고, 지금 이렇게 온화한 모습으로 초휴를 대하는 것도 초휴가 낙비홍의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초휴가 회포나 풀려고 자신을 찾았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초휴는 천마무를 꺼내 막야자에게 보여주었다.
“막 대사, 천마무를 기억하고 계시겠지요. 방금오와 교전할 때 좀 망가졌습니다. 천마무를 고쳐 주십사 부탁드리려고 온 겁니다. 무슨 재료나 대가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균열을 살펴보던 막야자는 모르게 속이 서늘해졌다.
“허허, 천마무의 강도는 신병과 비견할 정도네. 아니지, 아마 대부분의 신병보다 강하지. 그런데 맨손에 얻어맞아 금이 가다니, 진화련신의 힘은 정말 두려울 정도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