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04)
704화 배반자 처리
지마당 배반자를 처리하는 일에는 옛 곤륜마교의 원한을 갚는 것 외에 다른 이익이 걸려 있었다.
지마당이 같은 편을 기습했던 것은 옛 곤륜마교의 지보(至寶)를 빼앗기 위해서였다. 보물 대부분은 배월교에 투항하면서 비호를 받는 대가로 바쳤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그들의 손에 남아 있었다.
지마당을 처단한다면 옛 곤륜마교의 보물도 회수하게 될 텐데, 그것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 은마의 약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전체적인 판세를 읽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고 다들 각자의 이득을 챙길 생각만 했다.
위서애는 자신의 경험과 명성을 내세워서 무게감 있는 발언으로 다른 자들을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문제라면 위서애의 위세가 통할지 몰라도, 이득에 관해서는 그의 명성도 별 소용이 없었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위서애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저었다.
“지마당같은 잔챙이들을 상대로 우리가 다 나설 필요는 없겠지. 후배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합시다. 우리 늙은이들이 은마를 장악한 지도 오래되었으니, 이제 후배들이 나설 기회도 주어야 하지 않겠소? 우리가 다 죽어 자빠지고 나면 여기 앉아 중대사를 의논할 것은 후배들인데, 그 전에 서로 얼굴도 익히고 함께 일해 볼 기회도 줘야겠지.”
다른 은마 원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방식이라면 그래도 공평하다고 할 만했다. 적어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각자 내일 사람들을 보내오기로 하고 모두 해산했다.
* * *
자신의 거초로 돌아온 위서애는 한숨을 쉬었다.
“자네들도 봤지만 지금 은마 상황이 이렇다네. 저마다 딴생각이야. 내가 있는 동안은 어떻게 버티겠지만 다음 대로 내려가면 정말 어떤 꼴이 될지 모르겠군.”
저무기가 의자에 느긋하게 늘어져서 말했다.
“선배님은 걱정도 많으십니다. 천하에 정도가 있는 한 마도도 계속 존재하는 법이지요. 은마 사람들이 모두 못났으면 위 선배 혼자 은마를 지탱해갈 방도는 없는 겁니다. 옛 곤륜마교의 전승이 사라지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이름이 바뀔 뿐이겠지요.”
저무기는 그래도 생각이 트인 편이었다. 본래는 은마권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중간에 마도로 들어왔고, 출신은 엄연한 황족이자 정도 준걸이었다.
그러니 저무기가 감사하는 사람도 사실 위서애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은마권 사람들이야 죽건 말건 알 바 아니었다.
위서애는 또 한숨을 쉬었다.
“됐네. 그 일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서초에 가서 지마당 부스러기를 처리하는 일은 매경령과 초휴한테 맡겨야겠어. 자네는 나서지 말게나. 그놈들이 노부가 후배를 괴롭힌다고 떠들어댈 것 아닌가.”
저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가면 문제가 되리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매경령은 음마종의 유일한 전인이니 당연히 갈 수 있고, 초휴나 저무기나 위서애 계열을 대표해 나설 만한 자격이 되었다.
하지만 저무기는 명성을 떨친 지 오래였다. 아직 무도종사이기는 하지만 개중 제일 강한 축에 들었다.
북연의 항무, 대광명사 허도와 함께 진화련신 고수와 겨룰 만한 실력인 것이다. 그러니 저무기가 간다면 다른 자들의 불만을 사게 될 터였다.
그러나 초휴는 진화련신을 죽인 전적이 있다고는 해도 배분과 나이가 모두 약소했다. 저무기는 안 된다 쳐도 초휴까지 안 된다고 한다면 지나친 처사가 될 터였다.
* * *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중앙 대전에 모여들었다.
마도 원로의 적통은 다들 무도종사 급의 실력자였다. 물론 적통이 아닌 무사들도 있었다. 예컨대 매경령 같은 사람들이었다.
음마종이 자칭 종파라고는 하나 음마종을 통틀어 살아남은 사람은 그녀 혼자였다. 그리고 위서애와 가까운 편이라 위서애 계열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대체로 적통이 아닌 잔가지들의 실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좀 나으면 무도종사였고, 실력이 떨어지는 세력은 무도종사가 없어서 적당히 아무나 내보내야 했다. 죽기 살기로 싸우진 못해도 따라다니며 잡일이라도 거들다 보면 뭔가 건질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전에는 족히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개중 무도종사만 열 명이었다.
초휴가 도착하자 다들 미묘하게 낯빛이 변했다. 특히 무도종사 급의 인물들이 더 그랬다.
그들 모두가 초휴보다는 한 세대 위의 사람들이었다. 초휴 같은 후배가 자신들과 같은 반열에 섰으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길쭉하고 마른 체구에 검은 포를 두르고, 동공에는 붉은 기가 도는 중년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헛기침을 했다.
“다들 모인 것 같으니, 어떻게 움직일지 의논해 봅시다. 노야들께서 분부하신 일이니만큼 깔끔하고 재빠르게 처리해야 하오. 지마당의 잡놈들 때문에 정마대전에 참전하는 게 늦어지면 애석한 일이 아니겠소?”
“지마당 놈들은 이미 서초에 수백 년을 자리 잡고 살아왔소. 세력도 이미 뿌리를 튼튼히 내렸고, 서초 조정에도 뒷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단숨에 처단하기는 좀 어려울 거요. 움직이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야만 하오.”
“서초의 마도 낭인인 내 친구 ‘영도상인(影刀上人) 사광(司狂)에게 그들의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두었소. 일단 대략 계획을 정한 뒤, 서초에 도착해서 현지 정보와 취합하고, 고칠 부분을 고치고, 즉각 움직입시다!”
그 중년인의 말을 듣던 초휴의 미간이 푹 팼다.
’자신이 뭔데 나서는 거지? 대뜸 자신이 다 준비를 했으니, 내 지휘대로 따라야 한다는 투가 아닌가. 주제도 모르고!‘
하지만 그의 말에 좌중의 무사 중 절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견에 흔쾌히 찬동하는 듯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초휴도 이번만큼은 모난 돌이 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보다도 더 설치는 자가 있지 않은가.
초휴는 곁에 앉은 육 선생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저자는 누굽니까? 위명이 대단한 사람인가요?”
육 선생은 무상마종의 대표 자격으로 왔다. 무상마종의 신참 무도종사로, 실력으로 최강자는 아니었으나 잠재력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위험이 크지 않고 얻을 게 많은 임무는 보통 육 선생이 동원되곤 했다.
육 선생은 의아한 눈으로 초휴를 보았다.
“저자를 모르나? 그래도 그 사부는 들어본 적이 있겠지. 동극산(東極山) 마애동(魔崖洞)의 ‘십방노마(十方老魔)’ 원천방(袁天放) 말이야. 원천방은 수십 년 전부터 강호를 누벼 온 마도의 거물이지. 저자는 그 원천방의 대제자인 ‘구음홍연(九陰紅淵)’ 형사도(刑司徒)라네. 옛날에는 풍운방 사십몇 위에 오르기도 했지. 하지만 십년 전 무모하게도 오대 검파 제자를 죽이려 했다가 수천 리를 쫓겨 다닌 일이 있네. 그 후로 줄곧 숨어 지낸 탓에 풍운방에서도 이름이 삭제되었어.”
육 선생의 말을 들으니 초휴도 기억이 나는 듯했다. 어차피 마도의 강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나하나 헤아리다 보면 금방 나왔다.
그의 사부인 ‘십방노마’ 원천방은 진화련신의 고수였다. 어제 동황태일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자의 태도가 뻣뻣하다고 호통을 쳤던 노인이 바로 그 원로였다.
그는 이름을 떨친 지 이미 수십년이었다. 진화련신에 오른 후에는 진무교와 순양도문의 진화련신경 고수와 연속으로 싸웠다. 하나는 폐인으로 만들고 하나는 중상을 입혔을 정도로 수단이 독하고 매서웠다.
그러나 용호산에서 싸웠을 때는 노천사를 모시던 늙은 도사의 불진 한 방에 나가떨어져 피를 토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멀리 동해의 동극산 마애동에 은거하며 요양과 수련을 병행했는데, 제자도 적지 않게 거뒀다는 소문이 있었다.
형사도 역시 스승과 마찬가지로 매우 대담한 자였다. 그의 별호인 ‘구음홍연’은 사실 흉병 마검 두 자루의 이름이었다. 옛날 곤륜마교에서 만들어낸 신병들이었으나 곤륜마교 멸망 당시 망가지고 말았다.
형사도는 원천방한테 이 신병의 주조 방법을 들은 뒤로 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목적을 빨리 이루기 위해 오대 검파의 제자들까지 도륙했다. 검을 익힌 자의 선혈을 재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결국, 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오대 검파 사람들에게 추격당해 십여 년간 감히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한마디로 원천방과 형사도 사제는 둘 다 대담하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은마권에서의 명성은 대단히 높았다. 어쨌거나 시산혈해를 뚫고 나온 자들이 아니겠는가.
물론 초휴는 말할 것도 없고 육 선생이 생각하기에도 두 사제의 행각은 초휴만도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껏 초휴가 건드린 자들도 적지 않았다. 초휴 역시 땅속으로 도망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숨어 있다가 수십 년 후 풍파가 잦아들면 다시 고개를 내밀어도 되지 않겠는가. 초휴는 그럴 능력도 수명도 충분했다.
그러나 초휴가 선택한 길은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정도 연맹과 맞서는 것이었고, 결국에는 싸워서 승리했다. 그는 정정당당하고 광명정대하게 강호를 활보하게 되었다. 그러니 원천방 사제보다 더 당당하고 대단하지 않은가.
원천방 사제의 처신이 미치광이 같기는 했으나, 한 번 발작을 일으키고 도망치는 것으로 끝이었으니 아무래도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초휴는 가볍게 허허하고 웃었다.
‘명성이 대단한들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적에게 쫓겨 온 강호를 헤매고 다녔던 주제에 지금 와서 난데없이 선배 노릇을 하겠다고?’
한창 작전 계획을 논의하던 형사도는 초휴의 웃음소리가 몹시 거슬려 미간을 찌푸렸다.
“초휴, 왜 웃는 거요?”
초휴는 아예 그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그저 손짓했다.
“갑시다.”
초휴와 매경령, 그리고 육 선생은 위서애 계열의 마도 무사들을 이끌고 떠나려 했다. 그러자 형사도가 버럭 외쳤다.
“초휴! 지금 뭐 하는 짓이오? 노야들께서 맡기신 임무를 의논해야 하는데 멋대로 먼저 가겠다니! 뭘 어쩔 셈이오?”
초휴는 몸을 돌리더니 담담히 말했다.
“당연히 임무를 수행하러 가려는 거지. 노야들께서 이번 일을 누가 지휘하라고 말씀하셨던가요? 당신이 뭔데 여기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요? 물론 나는 너그러운 사람이니까 당신이 꼭 우두머리가 되어서 시시콜콜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소. 하지만 내게 명령할 생각일랑 하지 마시오. 당신이 공적인 일이라는 핑계를 대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친하지 않은 자는 일부러 죽을 길로 내몰고, 마지막에는 보물을 독차지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다는 말이요?”
다른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해서 초휴가 지적한 부분을 이미 생각해 봤다.
형사도가 먼저 나서서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는 게 선의에서 우러난 일이겠는가? 다들 모래알 같은 처지인지라 형사도가 두목이 된다면 그가 완전히 권력을 쥘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은 형사도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휴는 대놓고 민감한 부분을 입 밖에 내어 말한 것이다.
초휴를 손가락질하는 형사도의 얼굴에 노기가 치솟아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처럼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에 내가 왜 같은 편을 해치려 든단 말인가!”
사실 초휴가 형사도를 너무 악의적으로 평하기는 했다. 형사도는 남을 해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은마 원로의 심복이거나 전인, 혹은 이름난 분파 사람들이었다. 누구 하나도 만만하게 건드릴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해서 그는 마지막에 이득이나 좀 긁어 갈 심산이었다. 그러니 초휴가 한 말 중 최소한 절반은 그에 대한 모욕이었다.
초휴는 대강 한 손을 휘저었다.
“당신 생각이 어떤지는 내 알 바 아니오. 하지만 우리가 당신 말을 듣지는 못하겠다 이거요. 노야들께서는 결과를 원하실 뿐, 과정은 상관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다 함께 공격하건 말건, 결과적으로 지마당 잔당을 깨끗이 처단하기만 하면 되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 우리는 곧장 움직이겠다는 거요.”
“나를 따라오고 싶은 사람은, 통제에 따르고 소란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굳이 막지 않겠소. 그러나 따로 놀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사라지는 게 좋을 거요. 그러다 우리끼리 싸우게 되면 다들 체면이 엉망이 될 테니까.”
형사도는 싸늘하게 말했다.
“말은 쉽게 하는군. 당신이 멋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가버리면 우리 전체의 힘이 약해지는 게아니오? 그 때문에 임무가 실패하면 우리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오. 그건 은마 전체의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야지!”
“그럼 어쩌자는 거요?”
초휴가 음산하게 웃었다.
“초휴, 당신이 가는 건 상관없소. 하지만 다른 자들은 남겨두고 가시오!”
쌍방의 분위기는 언제 충돌하는지 모를 일촉즉발의 상태로 변했다. 검고 붉은 두 자루 장검이 어느새 형사도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러나 초휴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사람들을 남겨두고 가라고? 당신이 뭔데? 정도 종문에 쫓기느라 머리도 내밀지 못하고 숨어 다녔던 주제에 여기서는 마치 왕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군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