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08)
708화 움직여!
강도성 밖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문간에서 구걸하는 걸인 아니면 작은 노점상뿐이었다. 역용술이라도 쓰고 매복을 해야 할 판이었다.
사실 초휴와 육 선생은 그렇게 해도 별 상관없었다. 그냥 다 죽이면 끝나는 일인데 변장 좀 하는 게 대수겠는가. 하지만 매경령이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양심도 없나요! 나처럼 예쁘고 아리따운 미인더러 남의 집 문간에서 구걸하거나,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장사를 하게 만들 작정인가요!’
해서 그녀는 차라리 신행길을 가는 일행으로 꾸미자는 발상을 내놓았다. 신부는 당연히 매경령 자신이었다.
신랑의 경우, 심혈응은 별 교분이 없던 사이다 보니 어색하다고 싫어했다.
육 선생은 매경령과 연배가 비슷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삼화취정의 돌파가 좀 늦어서 외관상의 나이를 빨리 먹는 바람에 매경령의 아버지뻘로 보였다.
결국, 신랑이 될 사람은 초휴밖에 없었다. 적어도 얼굴만으로 따지자면 육 선생이나 찌그러진 호박 같은 다른 마도 무사들보다 훨씬 나았다.
신행길 일행은 완전히 성을 빠져나갔다. 맹경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는 했으나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지마당 사람들이 모일 때가 되었다. 평범한 남의 혼례에 참견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옛날 관중형당 순찰사 시절의 경험 때문에 사람을 살펴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어째 결혼식 행렬치고는 다들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봐도 경사를 기뻐하는 기색이라고는 쌀 한 톨만큼도 없었다.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임보황이 한숨을 내쉬었다.
“왔소.”
멀리서 말을 탄 사람들이 강도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대충 백 명 정도 되어 보였다. 겉보기에는 상단 같은 모습이었다. 모두 지마당 고위층과 정예로, 은마의 기습을 경계하느라 오는 길에 모여서 상단처럼 꾸민 것이었다.
그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 임보황도 비로소 한숨 돌렸다. 그로서도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라도 방심했다가 누군가의 기습으로 암살당할까 봐 두려웠다.
은마권에서 심혈응이 나선 것은 확실했다. 그의 전적을 살펴봤을 때 임보황이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심혈응 한 사람만 온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맹경의 분석에 의하면 출수한 자 중 적어도 네 명이 무도종사였다. 그 넷이 협공을 해온다면 자신이 무사할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임보황이 상단을 맞이하려는데, 신행길 대오가 상단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지마당 사람들은 화가 나서 저리 꺼지라고 욕을 하려 했다. 순간 신랑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마기가 솟구쳤다.
신랑의 두 손이 살을 얹은 활시위를 당기듯 움직이자 무형의 원신이 화살로 변해 쏘아져 나갔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고통스럽게 뒤흔들었다. 마치 원신 자체를 그대로 뒤엎을 듯한 기세였다.
지마당 무도종사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이 돌발적인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멸혼전이 코앞까지 닥쳐왔을 때야 노호성을 지르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의 앞에서 원신의 힘이 담긴 잿빛 소용돌이가 용솟음치더니 멸혼전을 삼키려 했다.
초휴의 운이 너무 좋은 것인지 혹은 나쁜 것인지, 그가 맨 처음 노린 지마당 무도종사는 원신 방어 비법에 정통한 자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석하게도 그 무도종사의 운이 좋지 못한 것이었다.
그의 방어 비법은 원신 비법 대부분, 그러니까 멸혼전의 구할은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초휴의 정신력은 이미 동급의 무사 중 상위 일할에 속했다.
멸혼전의 위력 또한 강대하기 그지없었다. 화살이 날아들자 회색 소용돌이는 그대로 터져나가고 말았다. 지마당 무도종사의 신음성이 터지고 칠공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초휴의 몸은 강대한 마기와 혈살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일권을 내뻗을 때마다 산하를 부수고 갈라 버릴 듯했다. 스치는 곳마다 대지가 흔들리니 천하에 적수가 없을 듯,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 일권은 천절지멸망아살권 같기도 했고, 다시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뒤에 있던 맹경은 초휴의 그 일권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진청제!”
서초를 통틀어 저렇게 사납고 강력한 위세의 일권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청제뿐이었다.
지마당 무사는 이미 정신에 중상을 입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산전수전 겪은 무도종사로서의 본능은 남아 있었다.
위기의 순간 그는 황급히 인결을 맺었다. 대량의 마기가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극에 달한 시기(尸氣, 시체의 기운)가 주변의 천지 원기를 썩히고 파먹으며 요사하고 기이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초휴의 주먹은 마기건, 시기건, 무공이건, 비법이건 일절 가리지 않았다. 힘으로 모든 것을 압살해 버리는 일권이 굉음을 내며 연신 터져나갔다.
지마당 무도종사는 선혈을 울컥 뱉으며 십여 보를 물러섰다. 한 걸음씩 후퇴할 때마다 발아래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초휴가 다시 일권을 날렸다. 온몸을 둘러싼 마기에 구소연마금신의 위력이 더해져 마치 갑옷 같았다. 그 끔찍한 힘이 담긴 일권은 상대방의 두 팔을 아예 짓뭉개 버렸다.
세 번째 주먹이 날아들 때, 지마당 무도종사의 몸을 핏빛 안개가 감쌌다. 목숨을 걸고 정혈을 태워서 초휴와 싸워 보려 한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일권이 터지는 순간, 그는 그대로 혈무로 변하고 말았다.
주먹 세 방으로 무도종사를 죽인 것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이 아닌가. 초휴가 기습을 한 이점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결과였다.
맹경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어렴풋이 감을 잡았다.
초휴는 이미 멸혼전을 무수히 사용했다. 이토록 독특한 기술, 거기다 저 두려울 정도의 실력, 초휴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초휴가 상대를 압도할 때, 다른 지마당 사람들이 수수방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도와주러 갈 방법이 없었다.
초휴가 출수하는 순간 그들 역시 발목이 잡혔다. 매경령과 다른 사람들도 즉각 출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꽃가마에 타고 있던 매경령이 마기의 안개로 변해서 날듯이 솟아올랐다. 그녀가 스치고 가는 곳마다 극한의 차녀대법이 펼쳐져서 걸려든 자들은 거의 주화입마 지경까지 몰렸다.
육 선생도 천마무상묘법을 펼쳤다. 허구와 현실의 결합은 기이하면서도 강력하기 그지없었다. 적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제압당할 수밖에 없었다.
심혈응의 출수는 비교적 초휴와 비슷했다. 깔끔하고 과감하며 지독했다. 그의 음살마검은 휘둘러졌다 하면 피를 보았다.
검격 세 번에 상대는 완전히 검에 꿰뚫릴 것처럼 보였다. 다른 자가 끼어들어 이대일이 되지 않았다면, 그는 초휴가 한 것처럼 삼검으로 상대를 죽여 버렸을 것이다.
나머지 은마 무사들 역시 지마당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쪽은 수가 좀 적어서 상대의 삼 분지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실력도 차이가 났으므로 초휴 쪽만큼 식은 죽 먹기로 적을 처리할 수는 없었다.
뒤에 서 있던 임보황은 눈앞의 광경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지마당 사람들이 왔으니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살육극의 시작이 될 줄이야.
무리에 섞여 있던 초휴도 한쪽에 서 있는 임보황을 보았다. 초휴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쳤다.
초휴는 한 발씩 임보황에게 다가가는 동시에 한 손을 움켜쥐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천인합일 이하의 지마당 무사들은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속절없이 쓰러졌다. 마치 그대로 혼백이 뽑혀 나간 듯했다.
이것이 바로 천절지멸대수혼수의 위력이었다. 그야말로 학살을 위한 무기가 아닌가.
임보황은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이만 한 판을 짜 놓고 매복한 은마가 그를 간단히 놔줄 리가 있겠는가.
배월교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여기는 강도성이다. 분명 배월교 사람도 주둔하고 있을 터였다. 그 역시 배월교 총단에 사람을 보내 구원을 청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임보황은 결국 맹경을 향해 외치는 수밖에 없었다.
“맹 대인! 뭐 하는 겁니까? 빨리 신호를 보내서 서초 공봉당과 서초군의 고수들을 부르시오! 이 마도 흉수들을 처치해야 합니다!”
맹경은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곧장 신호를 보내는 대신 초휴에게 물었다.
“초 대인, 당신네 은마와 지마당 간의 은원에 대해서는 알고 있소. 정확히 말하면 은마권 전체의 은원이겠지요. 하지만 그건 몇백년이나 지난 일이 아니오. 인제 와서 복수하는 건 좀 늦은 감이 있소. 굳이 이렇게까지 큰 수고를 들여서 몇 세대나 지난 원한을 갚을 의미가 있겠소? 이미 적잖은 사람을 죽였잖소. 그만하면 분도 풀렸을 것 아니오. 이쯤에서 그만두면 서로 체면은 서는 셈이 아니겠소?”
초휴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체면? 우리가 강도성 안에서 움직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서초 조정의 체면은 충분히 세워 드린 거외다. 정마대전이 벌어지려는 이런 때일수록 조정은 강호의 분쟁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애꿎은 백성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데, 누군들 그런 꼴을 보고 싶겠습니까.”
“내 좋게 말씀드리지요. 대인은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마시오. 지마당은 서초 조정에서 거둬준 집 지키는 개에 불과하잖소. 설령 이들이 죽는다고 해 봐야 다른 개로 바꾸면 그만이오. 개 하나 때문에 주인까지 말려들 필요가 어디 있단 말이오?”
마지막 말을 뱉는 초휴의 얼굴에 웃음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말투는 싸늘하고 냉엄했다.
조정과 무림이 대립하는 관계라지만 항상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양측의 최절정 고수들이 붙으면 누가 우세를 점할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 초휴가 서초 조정 사람인 맹경한테 위협을 가한 것은 대담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물론 만만해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동제나 북연 조정이었다면 초휴도 그렇게 말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서초 조정의 상황을 보니 지마당 하나 때문에 은마권 전체와 싸우려 할 것 같지도 않았다.
맹경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초휴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기와 마기가 가득 실린 주먹이 임보황에게 날아들었다. 맹경은 무의식중에 옆으로 피하면서도 분노가 차올랐다.
초휴의 오만방자한 행태에 화가 났으나, 출수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지마당 상황을 이미 조정에 보고했다. 조정에서는 상황을 봐서 움직이자고 했다.
간단한 이야기였다. 만일 은마에서 이번 일에 쏟아붓는 힘이 제한적이라면 조정이 나서서 도울 수도 있을 터였다.
반대로 은마가 정말 대규모의 힘을 동원했다면 문제가 달랐다. 유감이지만 서초 조정은 마도 무림의 사적 은원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면서 발을 빼야 하지 않겠는가.
* * *
그렇게 초휴 일행이 공격하기에 바쁠 때, 형사도 쪽은 하릴없이 성안을 뒤지고 있었다.
암첩사는 뭐라 해도 서초 조정의 비밀기구였다. 그러니 형사도 같은 자들에게 손쉽게 발견될 정도로 엉터리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형사도 일행 역시 강도성 안에서 싸움을 벌일 생각은 없는지라 신중하게 움직였다. 해서 속도는 더욱 느려졌다. 애초에 형사도를 따르기로 했던 무사들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진단경의 중년 무사 하나가 불평했다.
“이보시오, 형사도. 정말 당신의 계획대로 제대로 되고 있는 거요? 벌써 며칠 째인데 강도성 안을 헤매고만 있잖소. 이러다가는 지마당을 찾아낼 때쯤이면 정마대전은 다 끝나 있을 것 같구려!”
형사도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강요해서 억지로 따라온 것도 아니잖소? 혹시 다른 쪽으로 갈 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거 아니오? 하지만 이제 와서 줄을 바꾸고 싶어도 초휴가 어디 있는지도 못 찾을 텐데!”
형사도의 뻔뻔한 말에 중년 무사가 막 화를 내려는데 갑자기 성 밖에서 강기가 터져나가는 파동이 전해져 왔다.
진단경의 무도종사 여러 명이 싸우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파동이 생길 수 없었다. 일순간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형사도를 바라보았다. 바로 조금 전에 초휴가 그림자도 안 보인다고 하더니, 상대는 이미 판을 다 짜 놓고 작전을 실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형사도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으나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정신 차리고 당장 움직입시다! 안 그러면 국물도 못 건질 거요!”
서로 얼굴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당장 성 밖으로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