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12)
712화 대전에 나서다 (2)
육장류가 배월교와의 싸움에 나서기로 결심했을 때, 진무교의 반대편 서쪽 끝에 있는 검왕성에서도 결정이 내려졌다.
진무교와는 다르게 검왕성은 적극적으로 출수하기로 했다. 검왕성 대전에 진화련신경 고수 세 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하나는 부옥산 정마대전 때 출수했던 ‘검남왕’ 독고이였다.
다른 하나는 수를 놓은 비단옷을 입은 비범한 기세의 중년인으로, 검왕성 성주이자 풍운방 사 위에 오른 ‘통천검(通天劍)’ 심천왕(沈天王)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심천왕의 본래 이름은 심천이었다고 한다. 훗날 검왕성 성주가 되면서 ‘통천검왕’ 심천이라 불리게 되었는고, 이후 어쩌다 보니 결국은 심천왕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쪽이 더 위풍당당했으므로 심천왕은 아예 그것을 이름으로 삼아 버렸다.
마지막 한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차가운 표정의 중년인이었다. 기이한 것은 두 눈이 모두 칠흑처럼 검었다. 몸에서도 죽음의 기운이 한 가닥씩 퍼져 나오고 있었다. 정도 무사라기보다는 오히려 마인처럼 보였다.
그 사람은 지금의 강호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이십여 년 전에는 강호를 뒤흔들었던 검왕성의 고수였다. 선대 형검당 당주로 이름은 맹양하(孟陽河)라 했다.
맹양하는 풍운방 삼십 위에 올랐었다. 아주 높은 순위는 아니었으나 낮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는 검왕성의 동 세대 중 가장 뛰어난 제자로 여겨졌고, 진화련신에 들 가능성이 가장 큰 무사였다.
그러나 이십년 전 맹양하는 돌연 종적을 감췄다. 형검당주 자리도 그때 막 무도종사에 올라 아직 불안정한 상태였던 백잠에게 넘겨줘 버렸다.
이십여 년 동안 출수한 일이 없으니 풍운방에서도 진작 이름이 빠졌다. 다들 맹양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사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다.
이십여 년 전, 맹양하는 극음(極陰)의 땅에서 만들어진 천연의 검을 발견했다. 그것을 제련하려던 중에 사고가 터져 끝없는 음마(陰魔)의 기운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었다. 독고이와 심천왕이 그를 도와 보려 했으나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었다.
맹양하는 이십여 년 동안 온갖 힘을 다 쓴 끝에야 극음의 검을 제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은 극음의 마기가 몸에 침투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상태가 되고 말았다. 진화련신에 올랐으나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는 그 자신만 알뿐이었다.
심천왕이 서초 쪽을 바라보며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
“야소남은 담력도 기백도 정말 대단하군. 이렇게 큰 판을 벌였다는 것은 무림의 고수들이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지. 우리 검왕성이 어찌 빠질 수 있겠나?”
독고이가 눈썹을 찌푸렸다.
“야소남은 두려운 자일세. 천지통현의 힘이 어떤지 알지 않나.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야.”
심천왕이 말했다.
“천지통현의 강자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은 건 당연하지요. 저도 우리 힘으로 야소남을 이길 수 있으리라는 망상은 하지 않습니다. 양하 자네도 이제 극음검을 만들어내고 진화련신경에 올랐지 않나. 독고 사백, 나와 함께 셋이서 인왕검(人王劍)을 사용한다면 천지통현의 강자라도 한 번 싸워볼 만할 걸세. 오대 검파의 수장으로서 결판을 내야지!”
심천왕이 말한 인왕검이란 상고 시대 인간족의 어느 왕이 썼던 패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상고 시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상고보다도 더 오래된 옛날, 인간이 아직 뿔뿔이 흩어져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던 무렵, 어느 왕이 천지의 힘을 사용해 만들어낸 검으로 무궁한 위력을 품고 있었다.
검왕성의 이름 역시 인왕검과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왕검은 이미 부러졌다. 그러나 부러진 인왕검조차 검왕성을 세운 조사만이 다룰 수 있었다.
검왕성의 개파 조사는 옛날 인왕검을 만든 왕의 후예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혈통을 이었기 때문에 인왕검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심천왕이 인왕검을 쓰려면 진화련신 세 명의 힘을 합쳐야 간신히 다룰 수 있었다.
인왕검은 검왕성 전체의 뿌리였다. 수천 년 동안 몇 번밖에 사용된 적이 없었는데, 검왕성의 존망이 달린 위기에만 피로써 제를 올린 뒤에 사용했다.
물론 그 오랜 세월 개파 조사 때를 제외하면 인왕검이 검왕성 밖으로 벗어난 적은 없었다. 검왕성이 인왕검으로 야소남을 상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심천왕의 패기가 대단해서였다.
* * *
며칠 동안 북연에서 동제, 다시 서초에 이르기까지 온 강호에 풍운이 일었다. 모두 야소남 한 사람으로 인한 것이었다. 강호 돌아가는 사정에 아무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제 곧 폭풍우가 몰아치리라는 긴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초 십만대산, 단장애.
단장애라는 이름은 애간장이 끊어지는 절벽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풍경이 매우 수려해서 바라보노라면 마음이 트이고 정신이 맑아지는 곳이었다.
단장애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에서 기인한 이름이었다. 그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하늘은 어째서 이렇게 잔인하냐고 탄식하곤 했다.
전설의 주인공인 남녀가 죽은 후, 단장애에는 단장초가 가득 자라났다고 한다.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치명적인 독초로, 배월교에서 단장고를 키울 때 쓰는 중요한 먹이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야소남은 뒷짐을 지고 단장애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일월성신이 솟구쳐 도는 것처럼 고풍스럽고도 노회한 느낌을 주었다.
옆에 펼쳐둔 복잡한 진법에서는 뜨거운 마염이 타올랐다. 마염 속에서는 기괴한 병기 하나가 불길에 제련되며 느릿하게 돌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것은 평범한 도검이 아니라 초승달 형태인 듯했다. 한 면이 온통 날이었고 손잡이가 없었다. 겉면에는 기이한 무늬가 가득해서 화려하면서도 신비스러웠다.
야소남은 기다리는 중이었다.
누가 올지는 그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올 사람은 꼭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한편 단장애에서 십여 리 떨어진 낭떠러지 위, 화려한 비단옷에 작고 뚱뚱한 체구의 못생긴 중년인이 긴장한 얼굴로 진반을 움직이고 있었다. 진반 위에는 단장애 전체의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제원례와 풍만루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원석과 영정(靈晶) 등 천지 원기가 담긴 물건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든 진법에 투입할 태세였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못생긴 중년인은 바로 풍만루의 현임 루주인 ‘백효천하(百曉天下)’ 방비범(方非凡)이었다.
풍만루는 강호의 온갖 비밀을 환히 알고 있다. 그러나 방비범 자신은 아주 비밀스러운 인물로, 풍만루를 벗어나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는 풍만루 안에서 자료만 정리하면서도 강호의 모든 정보원을 통제하는, 풍만루의 머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이번 일은 너무 규모가 대단해서 풍만루의 정보원들조차 쉽게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방비범이나 제원례 같은 무도종사라 해도 이런 수준의 대전에는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자칫 전투의 여파에 휩쓸려 저승길에 오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풍만루로서는 이번 일전은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 해서 그들은 비법을 동원하고 막대한 재화와 보물을 써 가면서 십여 리 거리에서 벌어질 대전을 여기서 투영해 낼 심산이었다.
그때 제원례가 별안간 소리쳤다.
“왔다!”
그들은 일제히 투영된 영상을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불광이 강림하며 대광명사의 방장 허자의 모습이 보였다.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온몸의 불광이 성스럽기 비할 데 없었다.
그는 탄식하더니 말했다.
“곤륜마교의 교훈이 바로 눈앞에 있거늘, 야소남, 그대는 왜 독고유아의 길을 걸으려 하시오?”
“독고유아의 길이라······ 독고유아는 갈 수 있어도 나는 안 된단 말이오?”
허자를 바라보는 야소남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당신이야말로 나를 놀라게 하는군. 다들 당신이 허운보다 못하다고 했건만, 선대 방장이 사람을 제대로 보았음이 증명된 셈이 아닌가. 당신이 허운보다 반 발짝 빠르구려.”
허자는 고개를 저었다.
“중생들이 우매하다고 해서 빈도도 그들처럼 우매해질 수는 없소. 빈도는 남에게 증명 같은 걸 할 필요가 없소. 나는 나일뿐, 남보다 못할 것이 무엇이며 남보다 나을 것은 또 무엇이겠소?”
“옳은 말이오! 어리석은 자들의 말은 개미 소리나 다를 바 없으니, 거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멍청한 짓이지!”
그때 흑룡의 포효가 천지에 울리더니 상수 영가의 노야가 모습을 드러냈다. 꼿꼿하게 선 등은 마치 용의 척추 같았다. 일거수일투족이 용과 호랑이를 방불케 하니 그 기세가 사뭇 비범했다.
풍만루의 제자들은 넋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무공을 보아서는 분명 상수 영가의 사람인데, 상수 영가에 언제 저런 강자가 있었단 말인가.
그 모습에 방비범이 안 그래도 작은 눈을 더 가늘게 떴다.
“애송이 놈들은 기억력이 떨어진다니까. 저자는 오십년 전 상수 영가의 가주였던 ‘용왕(龍王)’ 영사(贏嗣)다. 얌전히 가주 자리를 물려준 뒤로 아무 소식이 없었지. 다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지. 지금 보니 소리, 소문 없이 용의 경지로 뛰어올랐군그래. 진짜 용왕이 되었어! 영가의 늙은 용왕은 옛날부터 성격이 불같고 사나웠다. 나는 그가 그렇게 얌전히 죽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지. 역시 내 짐작이 옳았구나.”
풍만루 제자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오십년 전이라니,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가 아닌가.
강호에 사건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풍만루의 정보원, 심지어 제원례라 한들 지금 강호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전부 다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러니 수십년 전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방비범이 풍만루 루주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한번 본 것은 어떤 자료든, 어떤 일이든 전부 다 기억하는 능력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한 번 보면 영원히 머리에 저장해 두는 셈이었다. 해서 루주가 된 것이다.
영사가 야소남을 바라보며 한 발짝 나섰다.
“배월교가 곤륜마교의 길을 가고 싶다면, 좋소. 하지만 노부는 여기서 그 길을 막을 생각이오. 나를 돌파할 수 있다면 상수 영가가 전부 나서도 당신을 막을 수는 없겠지.”
영사는 야소남이 자신을 물리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소남은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결과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왜 굳이 이런 고생을 하시는가.”
한숨과 함께 진무교의 육장류도 등장했다. 왼손에는 불진, 오른손에는 검을 들었다. 불진은 영현기의 것이고 검은 그 자신의 물건이었다.
“육 도장, 어리둥절하실 것 없소. 마도가 마도다운 짓을 하는 거외다. 얌전히 곱게 처박혀서 수양이나 하면 그게 마도겠소? 이치를 따져서 먹히지 않으니 검으로 따지는 수밖에!”
검왕성의 진화련신 고수 세 명도 모두 모였다. 심천왕이 등에 지고 있는 철상자는 기이할 정도로 무거워 보였다.
그 셋을 본 영사가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달갑잖은 혐오의 빛이 드러났다.
사실 여기까지 와서 야소남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동기는 아주 순수했다. 허자는 대광명사 방장이니 상대가 진화련신이든, 천지통현이든 무조건 와야만 했다.
영사는 죽기 전에 전력을 다한 일전을 치러 여한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육장류는 그의 조사 영현기가 그랬듯 강호 전체를 위해 나섰다.
그러나 검왕성의 세 사람만은 공명과 이득을 바라고 여기 온 것이다.
그때 야소남이 고개를 들었다.
“올 사람은 다 오셨군.”
그렇게 말한 그는 휙 하고 손짓했다. 마염 속에서 제련되던 월인(月刃)이 일순간에 형태를 갖췄다. 찬란한 달의 광휘가 번쩍이며 솟아올랐다. 대낮의 하늘에 밝은 달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한순간 단장애 위에서 해와 달이 동시에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