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18)
718화 목표
초휴가 화살을 쏘아낸 순간 모두 얼어붙었다. 그가 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일대팔로 싸우며 마도의 거물 같은 위세를 떨치더니 이제는 느닷없이 제 편을 공격한다고? 설마 정도 편이 되어서 마도 제거라도 할 생각인가?
형사도 정도면 그래도 강호에서 제법 이름이 있었다. 옛날 오대 검파 무사들을 많이 죽였고, 오대 검파가 연합하여 추살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니, 나름 이름이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은마권의 원로인 ‘십방노마’ 원천방의 제자인 것도 다들 잘 알았다. 그렇게 멀쩡한 은마권 무사를 초휴가 왜 죽이려 한단 말인가?
초휴의 화살이 떨친 영향력은 너무 넓었다. 한창 대광명사 인과선당 상좌 허정과 싸우고 있던 원천방마저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화살의 목표가 형사도인 것을 알아차린 원천방의 낯빛이 확 변했다.
“초휴! 네놈이 감히!”
원천방은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음험한 얼굴의 노인이었다.
실력이 절정이었을 때의 그는 꽤 독한 사람이었다. 도문과 무슨 원수라도 졌는지 그의 손에 죽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사였다. 순양도문과 진무교의 진화련신 고수들이 모두 그의 손에 패했다.
하지만 노천사를 모시던 무명의 노도사가 휘두른 불진에 나가떨어진 이후로는 강호에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특히 서초 땅에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용호산 무사에게 패한 것은 부끄러울 일이 아니었다. 천사부는 도문 제일의 대문파 아닌가. 그 패배가 마도 원로의 위엄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초휴가 지금 같은 상황에 그의 제자를 건드렸다는 것은 원천방에게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위엄에 대한 도발로 느껴진 것이다.
그는 제자를 구하려 했다. 그러나 허정이 미소 짓더니 온몸에서 눈부신 불광을 내뿜었다.
일순간 허정의 몸이 다섯으로 변해 원천방에게 달려들었다. 원천방은 어느 게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대광명사에서 이미 은거하기 시작한 윗세대 무사들을 제외하면, 허 자 항렬의 무사 중 가장 실력이 강한 자는 방장과 그 아래 삼대 선당의 상좌다.
허운의 실력이 가장 강력하고 패도적이었다. 허도는 못 미더운 구석이 있긴 했지만 가장 젊고 잠재력도 대단했다.
인과선당의 허정은 거의 대광명사를 떠난 적이 없었다. 인과선당 밖으로 나온 적조차 드물었다. 아무도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인과의 도에 대한 조예가 대단히 높고, 대광명사의 머리라 불릴 정도라는 것만 알려져 있었다. 허자가 폐관하고 대광명사를 담당하던 허운도 큰일이 나면 반드시 허정과 상의한 뒤에 움직였다.
그렇게 출수가 드물었던 허정이 이번에 강호에 나온 것이다. 다들 이 신비의 인과선당 상좌가 득도한 고승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력도 아마 진화련신쯤 되지 않을까 추측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허정이 진화련신이기는 했으나, 그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득도한 고승의 모습이 아니라 하얗고 오동통한 승려였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다 알고 있다네’ 라는 느낌의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지는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도 초휴의 출수를 보았다. 왜 이런 상황에 자기편을 죽이려는지 이유는 몰랐으나, 마도가 자기들끼리 싸운다는데 말릴 까닭은 없었다. 그러니 불난 집에 기름을 듬뿍 끼얹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원천방은 허정에게 붙들려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여기저기 파손되었으나 아직 마기를 띠고 있는 거대한 깃발을 공간 비전함에서 꺼내 형사도쪽으로 내던졌다.
거대한 마기가 포효하며 닥쳐들었다. 제자를 향한 초휴의 일격을 막아 주려 한 것이다.
그것은 그의 병기가 아니라 옛 곤륜마교 당구의 깃발이었다.
망가지기는 했지만 참혹한 마혈로 적셔져서 힘은 예전보다 더 강했다. 보물이라 해도 좋은 물건이었다.
원래 제자에게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던 물건이었지만, 우선 목숨부터 살려야 선물이든, 벌이든 줄 게 아닌가. 그러니 이렇게라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간신히 형사도에게 도달한 깃발의 마기는 초휴의 멸삼련성전을 맞자 거세게 부풀어 오르더니 그대로 뚫리고 말았다.
형사도는 노호성을 질렀다. 그는 아무 쓸모없는 시도를 과감히 포기하고 모든 힘과 기혈을 구음홍연에 모아 두 검을 하나로 합쳤다. 그러자 경악할만한 파동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새카만 화살은 아주 약간의 저항을 받았을 뿐이고 형사도의 구음과 홍연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옛날 무수한 검사들의 선혈로 만들어진 마병은 결국 초휴의 손에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칠흑 같은 적멸의 힘이 폭발했다. 형사도는 그 화살이 자신의 가슴을 뚫고 심맥을 찌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까만 점 하나가 점차 넓게 퍼지더니 온몸의 생기가 그 적멸의 화살에 모조리 삼켜진 것이다.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초휴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곧장 형사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혈대법을 펼쳐 형사도의 몸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혈까지 모조리 빨아먹었다.
형사도가 정혈을 일부 태우기는 했으나 전부 불태운 것은 아니라서 일부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 많은 무도종사 강자들의 선혈을 먹은 뒤에야 초휴의 품속 혈주에서 박동이 전해져 왔다.
배가 다 찼다는 신호인 듯했다.
형사도는 자신이 미쳐 날뛰어도 남은 그러지 못하리라 여긴 모양이었다. 순진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형사도 같은 행동 방식은 마도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일시적인 감정대로 일을 저지르고 후환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실력도 있었고 운도 좀 따라준 덕에 지금까지는 죽지 않고 무사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건드린 사람은 초휴였다. 게다가 뒷일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니, 그냥 제 발로 죽을 길을 간 거라고 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초휴가 증거도 없이, 남들 다 보는 데서 자신을 죽일 줄은 몰랐으리라. 그러나 초휴는 상대를 죽이는 데에 증거 따위를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지금 초휴의 눈에 형사도는 죽일 수 있는 쪽이었다.
“초휴! 죽고 싶으냐!”
원천방이 허정의 손에서 벗어나 노호성을 지르며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허정은 굳이 막지 않고 원천방이 초휴를 공격하게 내버려 두었다. 마도 것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겠다는데 막을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 위서애가 원천방 앞에 나타나서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위 옹! 비키시오! 초휴가 내 제자를 죽였단 말이오!”
위서애는 침중하게 말했다.
“일단 싸움이 끝난 뒤에 얘기합시다.”
원천방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이 많은 사람이 다 보았소. 초휴가 내 제자를 죽였다니까! 위 옹, 뻔히 다 보고서도 초휴를 편들 셈이오?”
위서애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누구를 죽였든 지금은 때가 아니니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거요! 지금 여기는 정마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이오. 그 나이를 먹고도 일의 경중을 가리지 못한다는 말이오?”
원천방의 시커먼 얼굴은 울분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허정과의 싸움을 재개했다. 그의 출수는 아까보다 훨씬 격렬해서 마치 초휴에게 할 분풀이를 그에게 하는 듯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위서애의 경력은 참으로 쓸모가 많았다. 원천방이 진화련신이기는 했으나, 옛날 위서애가 구천산 오대천마로서 온 강호와 맞서 싸우며 이름을 떨치던 시절, 그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마도 낭인에 불과했다. 나설 만한 실력도 없었다.
물론 원천방이 일단 물러난 것은 위서애의 실력 때문이기도 했다. 위서애가 고령이라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이고, 싸움을 못 할 지경으로 노쇠하지도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 위서애와 붙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위서애는 고개를 돌려 초휴를 힐끗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그는 형사도의 헛수작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초휴를 믿었다. 물론 초휴의 인품 때문에 동료를 죽일 리 없다고 믿는 것은 아니었다. 초휴가 멍청한 짓,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공연히 멍청한 짓을 저지를 리 없다는 것을 믿었다는 것이다. 초휴가 작심하고 죽였을 때는 분명 형사도가 그럴 만한 짓을 했기 때문이리라.
정마대전은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형사도 살해의 시시비비는 모두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형사도의 기혈을 먹이고 나자 초휴의 혈주도 배가 부른 듯했다. 물론 아직 덜 불렀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었다. 무도종사를 더 죽여 혈주를 먹일 힘은 지금의 초휴에게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멸삼련성전은 먼젓번처럼 반작용으로 중상을 입을 만큼은 아니었으나 견디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마터면 모든 힘을 다 소진할 뻔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조용히 있어야 했다. 해서 그는 전장의 외곽으로 물러났다.
한동안은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막을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초휴가 날렸던 그 화살은 가히 전율할만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이 보이면 신을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멸할 기세였다.
진화련신의 강자가 출수한들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초휴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기는 했으나, 두 번째 화살을 날릴 힘이 없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초휴가 얼마나 미친놈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배월교 측마저 그렇게 여겼다. 일단 돌아버리면 제 편까지 죽여 버리는 놈이니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었다.
초휴가 얌전히 전장에서 물러날 때, 배월교 외곽에서는 적잖은 무사들이 격전을 관찰 중이었다. 풍만루 사람들도 있었고 싸움을 구경하러 온 군소 세력도 있었다.
물론 위풍당당하게 구경하러 온 사람도 있었다. 진청제였다.
* * *
서초는 천하맹의 기반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이런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구경조차 못 한다면 너무 아쉽다는 것이었다.
진청제는 사소루를 데리고 가장 높은 백 장 높이의 나무에 앉아서 정마대전의 치열한 격전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술 단지까지 하나 가지고 와서 한 모금씩 마셔 가며 말이다.
그 모습은 마치 느긋하게 연극이라도 구경하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던 풍만루 무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소루는 초휴가 천천히 전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역시 초 형답네요. 배월교와 정도 종문의 전장을 자신의 전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왜 저토록 목숨 걸고 싸운 걸까요? 배월교와 무슨 비밀 거래라도 맺은 걸까요?”
사소루는 초휴가 왜 그렇게까지 전력을 다해 정도 종문 사람들을 죽였는지가 궁금했다. 형사도를 왜 죽였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는 초휴의 성격을 잘 알았다. 상대가 은마 사람이건 아니건 자신을 건드리면 그냥 죽였다. 아주 단순했다.
진청제가 흐흐 웃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죽일 놈들인데 뭘. 초휴 저놈은 확실히 내 생각 이상이구나.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다음 정마대전의 주인공은 초휴가 될 게다. 요즘 젊은 놈들이 대단하긴 해. 내가 제대로 봤다면 종현, 저놈도 곧 경지를 뚫겠군그래.”
이번 정마대전에는 당연히 종현도 나섰다. 초휴가 정도 무사들과 격전을 벌일 때, 종현 역시 배월교 무사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의 몸은 금빛 불광으로 충천했다. 강맹하고 포악한 명왕인의 힘이 스치는 곳마다 무수한 배월교 무사들은 뼈가 부서지고 터져 죽었다. 가히 눈부신 활약이었다.
종현은 배월교 성녀의 눈에 띄어 고충 무리 둘러싸이고 말았으나 그가 익힌 보월광왕유리연금신은 너무 강력했다. 고충들은 그의 육체에 아무런 타격도 입힐 수 없었다.
그것을 보고 엽천사도 나섰으나, 고작 몇 초 만에 종현의 명왕인에 얻어맞고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