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23)
723화 혈신마공
이 무공을 수련의 용도로 쓴다면 기혈이 썩지 않고 육신이 사라지지 않는다. 육강하가 혈혼주에 혼의 조각만 남은 채로 갇히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살아 있을 터였다. 아마 노천사보다도 젊어 보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살육을 위해 쓴다면 학살 무기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죽는 사람이 많을수록 혈신마공이 빨아들이는 기혈의 힘도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피의 바다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이다.
혈마당이 옛 곤륜마교의 수많은 당구 중 최강이었다고 한 육강하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살육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만한 마공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그 마공에는 신성과 마성이 한데 섞여 있었다.
물론 혈마당의 강대함은 곤륜마교의 강대함이 있어 가능했다.
그 시절 혈마당 제자들은 우선 대살육을 벌임으로써 마혈대법으로 기혈을 빨아들였고, 나중에는 혈신마공으로 바꾸어 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런 짓을 할 수 없다. 자칫 정도 종문의 끝없는 추살에 시달릴 게 뻔하지 않은가.
사람의 목숨을 이용해 수련하는 것은 큰 금기였다. 원수만 골라 죽인다 해도 안 될 일이었다. 그런 속성 수련 방식은 정도 종문에서 가장 꺼리는 것이니 결단코 저지하려 들 게 확실했다.
초휴는 혈신마공을 두 달 정도 수련했다. 마혈대법의 기초가 있었으니 순조롭게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두 달 동안 육강하는 거의 미쳐 버릴 뻔했다. 간신히 바깥 구경을 하게 되었다고 기대가 컸는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초휴 하나뿐이잖은가.
게다가 그 초휴는 폐관 수련 중이었다. 육강하는 혼잣말이나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육강하가 수다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오래 갇혀 있은 탓에 말이 많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이런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수다쟁이라고 해서 꼭 못 미덥다는 법은 없다. 방칠소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그는 육강하보다 훨씬 더 말이 많으니 말이다.
오래도록 봉인 당했던 혈해마존께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초휴 앞에서 살살 기며 군소리를 주워섬기고 있지만, 옛날 절정기에는 무수한 무사의 선혈을 손에 묻힌 마도의 거물이었다.
그가 환영 속에서 흉내 냈던 끝없는 피의 바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가짜이긴 했으나, 분명 예전에는 언젠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두 달 동안 육강하가 주절거리는 혼잣말을 들은 초휴는 다른 것도 알게 되었다. 갇혔을 당시 육강하의 나이가 백 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전형적인 절세의 천재형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오백년 동안 그의 혼은 잠들어 있었고, 의식은 고독과 적막에 잠겨 괴로워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수명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만일 육강하가 혈혼주에서 나와 육체를 재구성하고 절정의 경지까지 수련한다면, 노천사와 동시대 인물인 이 마도 거물은 앞으로 사오백 년쯤 더 살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그는 노천사에 비하면 한참 어린 ‘젊은이’인 셈이니 말이다.
폐관을 끝낸 초휴가 밀실에서 나오자 육강하도 드디어 한숨 놓을 수 있었다.
그때 매경령이 다가오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벌써 끝냈어요? 정마대전을 치렀으니 일이 년 정도는 폐관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초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매경령을 본 육강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아니, 음마종 제자잖아. 자색이 제법인데. 아주 타고난 미모 아닌가. 흐흐, 애송이가 제법 염복이 있군그래. 옛날 성교 시절에도 음마종 여제자는 어딜 가나 환영받았지. 하지만 눈이 높은지라 어지간한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지. 호랑말코 도사 놈들에게 가서 쌍수(雙修, 남녀가 함께 수련하는 것) 비법 따위라도 물어보면 어떤가? 내 기억에······.”
‘입 다물어!’
초휴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질렀다. 짜증이 나서 육강하의 부탁을 들어준 게 잘못된 판단을 한 건가 싶었다.
“정마대전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었잖습니까. 폐관을 몇 년씩 해야 하는 건 야소남 쪽이겠지요. 내가 폐관한 동안에 무슨 일은 없었습니까?”
매경령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몰라요. 나도 방금 폐관 끝내고 나왔으니까. 순양도문 도사 놈들과 좀 싸웠더니 이래저래 얻은 게 있어서.”
초휴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정마대전에 순양도문은 정말 죽을힘을 다한 모양이었다.
그렇게나 많이 왔었나? 초휴가 한 명을 죽이고 두 명에게 중상을 입혔고, 진화련신의 경원자도 진청제의 일권에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매경령도 순양도문 사람과 싸웠다니, 정말 집구석을 탈탈 털어 모조리 싸우러 나섰던 걸까?
육강하가 흐흐 냉소했다.
“그럴 만도 하지. 순양도문의 호랑말코 놈들은 정말 밉상이라니까. 여순양의 적통 전인이라는 것으로 만년 가까이 우쭐거려 놓고도 모자랐나 보군? 전인이랍시고 그렇게 쓸모없는 놈들 만남은 걸 여 조사가 봤으면 열 받아서 관뚜껑을 열고 뛰쳐나올 거야.”
초휴는 육강하를 무시하고 당아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으나, 역시 별다른 일은 없었다.
정마대전이 끝나고 몇 달이 되었는데도 강호는 한동안 조용했다. 마도 측에서 일을 벌이지도 않았고, 정도 측에서 도발해 오지도 않았다. 다들 무슨 공감대가 있는 것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이 조용했다.
그러나 당아는 다른 소식도 두 가지 알려주었다.
하나는 경호산장에서 온 소식으로, 막야자가 천마무 수리를 끝냈고 순조롭게 신병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륭이 보낸 통지도 있었다. 기회를 보아 진무당 세력을 좀 더 북쪽으로 밀어붙이라는 것이었다. 극북표설성을 지나 극북의 춥고 메마른 황야까지.
그 말을 들은 초휴는 냉소했다.
“가서 할 일들 하게. 신경 쓰지들 말고.”
항륭도 너무 들뜬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느낀 건가? 다음 대 후계자에게 평온한 북연을 물려주고 싶어서 이리 과격하게 구는 것일까?
초휴는 북연 조정과 합작을 하려는 것이지, 개죽음 당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번 정마대전에서 수많은 사람이 대광명사의 실력을 똑똑히 보았다. 방장 허자는 천지통현에 도달하여 지존방의 강자가 되었다.
허운 역시 풍운방 이 위로, 언제 천지통현의 문턱을 넘을지 몰랐다. 그리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정마대전 와중에조차 전력을 발휘하지 않은 인과선당 상좌 허정도 있었다.
대광명사의 힘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자신의 이익과 충돌할 일도 없는 판에 초휴가 미쳤다고 대광명사를 건드린단 말인가.
항륭이 밀어붙이고 싶은 거야 그의 마음이고, 초휴는 그와 함께 미쳐 날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마침 막야자 대사가 천마무를 다 만들었다고 하니, 항륭의 성화에서 피해 있을 겸 동제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만약 항륭이 재촉하러 사람을 보낸다면 그가 헛걸음만 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
동제에 도착하자 육강하는 감회에 젖은 듯했다.
“역시 중원이 황량한 북만 땅보다 훨씬 낫지.”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속으로 생각했다.
‘북연을 무시하는 건가?’
육강하 정도 되는 무사조차 지역 차별을 한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그러나 육강하는 콧방귀를 뀌었다.
“본존은 원래 동제 사람이다. 본존이 강호에 출도했을 때 중원 무림의 경쟁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아나? 북쪽 오랑캐 땅의 무사들은 상상도 못 할 정도였어.”
어차피 가는 길에 할 일도 없겠다, 초휴는 경호산장까지 가는 내내 육강하와 수다를 떨었다.
이번에는 문지기가 초휴를 금방 알아보고 공손한 태도로 그를 맞아들였다.
초휴는 얼마 전 정마대전에서 무수한 강호인의 시선을 끌었다. 정도 무림과 배월교 무사들 외에 모두의 주목받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사람은 단둘밖에 없었다.
하나는 초휴였고 다른 하나는 진청제였다.
이번에는 초휴도 정말로 강호 전체에 명성을 떨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은 다 알게 된 것이다.
초휴를 본 막야자는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천마무는 이미 다 벼려 놓았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왔고, 위력도 더 좋아.”
막야자로서도 기령을 병기 안에 주입하는 것은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었다. 완성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훨씬 좋지 않은가. 그가 직접 주조해 낸 신병이나 신병의 주인이 직접 길들인 신병보다도 나았다.
막야자는 검은 무쇠함을 꺼내더니 초휴 앞에서 열어 보였다. 무쇠함이 열리는 순간 거칠고 사나운 기운이 터져 나왔다.
천마무는 그대로였다. 형태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칼날은 칠흑같이 검은색이 되어있었다. 평범한 검은색이 아니라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어둠과도 흡사했다.
전에는 그저 마기가 감돌 뿐이었으나, 지금은 마치 흉악하고 삿된 뭔가가 그 안에 봉인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악한 기운이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아서 마음이 서늘해졌다.
초휴가 천마무를 움켜쥐자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고 차갑게 변했다. 대청 전체의 천지 원기가 일순간에 빨려 들어간 것이다.
막야자가 말했다.
“아귀도 화신을 천마무에 주입한 효과지. 내가 시험해 봤는데, 천지 원기를 집어삼키고 마기로 변화시켜서 보충할 수도 있고, 기혈이나 상대방의 진기를 삼키는 것도 가능하네.”
육강하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애송이가 제법 가진 게 많구나. 천마령으로 만들어진 병기를 지니고 있다니, 옛날 성교에서는 거의 성지처럼 쓰이던 물건이다. 이런 물건은 외부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지. 게다가 병기 주조 대사와도 아는 사이였나? 본존이 너를 너무 얕잡아봤군.”
오백년 전이건 지금이건 병기 주조의 대사는 지극히 드물었다. 해서 누구 할 것 없이 존귀한 대접을 받았다. 옛날 곤륜마교만 해도 자체적으로 병기를 만들었으나, 대사는 세 명뿐이어서 언제나 병기가 모자랐다.
초휴는 육강하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 막야자에게 정중하게 공수를 올렸다.
“막야자 대사, 감사드립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을 정 때문에 해 주는 것이다. 초휴는 자신에게 정을 베푼 이들을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했다. 막야자 대사는 허허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말은 됐네. 나는 주인을 보고 병기를 만들 뿐이야. 초휴 자네가 내 요구 조건에 들어맞고 적당한 방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재료가 없거나 부탁을 안 했더라도 내가 나서서 만들어 줬을 걸세. 자네의 천마무를 개조하면서 노부의 기술도 진보했다네. 이 나이 먹고도 더 발전할 줄은 몰랐지 뭔가. 나야말로 자네한테 감사해야 옳지.”
그때 낙비홍이 들어섰다. 그녀는 초휴를 보자마자 신이 났다.
“어, 또 만났네. 마침 잘 됐다. 정마대전 얘기 좀 해 줘요.”
낙비홍 역시 먼젓번에 맡겼던 병기를 찾으러 온 참이었다.
육강하의 목소리가 또 울렸다.
“어허, 이 녀석 정말 여자 운이 좋잖아. 이 여자애는 근골이 빼어난 데다 말로 다 못할 만큼 귀인의 상이 아닌가. 날아드는 봉을 보아라,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다네! 이 애가 시집을 가게 되면 그 남편은 필경 진명 천자야. 장차 큰일을 이뤄낼 것이 틀림없어.”
초휴는 코를 문질렀다.
‘수다쟁이가 관상도 볼 줄 아나?’
그러나 육강하는 돌팔이임이 틀림없었다.
봉황은 원래 한 쌍으로 봉은 수컷이요, 황은 암컷이다. 낙비홍은 혼자 힘으로 큰일을 이룰 사람이었다. 남에게 기댈 필요는 없는 것이다.
초휴는 또 육강하를 무시하고 물었다.
“정마대전이 그렇게 크게 벌어졌었는데 당신은 구경도 안 왔소?”
낙비홍이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가고야 싶었죠. 하지만 나 정도 실력으로 뒷배도 없이 갔다가는 무슨 꼴이 나겠어요. 진청제도 구경하러 갔다가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시비 거는 소리를 들었다면서요?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얌전히 풍만루가 전해 주는 소식이나 듣는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당사자에게 들으면 분명 풍만루보다 상세할 것 아니에요? 어디 얘기 좀 해 봐요. 어땠어요?”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거기 있기는 했지만, 격전의 와중에서 싸우느라 바빴소. 다른 사람 구경할 정신이 있었을 리가 없지. 차라리 풍만루의 정보가 나보다 훨씬 구체적일 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초휴는 자신이 경험한 일련의 상황을 쭉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