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25)
725화 불청객
이번 정마대전에 월녀궁이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월녀궁 역시 정도 종문의 일원이었다. 참가하지 않은 것은 실력이 약해서일 뿐, 그들의 입장이 달라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초휴는 은마의 당당한 마도 거물이 아닌가. 그를 들여보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월녀궁 제자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초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북연 진무당 대도독 초휴가 월녀궁 임 궁주께 인사드리러 왔소. 월녀궁의 영검대회 개최를 경하드리는 바요.”
초휴가 자신의 신분을 북연 진무당 대도독이라고 밝히자 월녀궁 제자들은 뭐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북연 조정의 사람을 마도니까 꺼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밥은 아무거나 먹어도 말은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되는 법이다.
손님을 맞던 월녀궁 제자는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초 대인, 양해해 주시지요. 우리 월녀궁은 초 대인을 영검대회에 초청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영검대회에 참석하러 온 다른 무사들도 상황을 눈치챘다.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여들어 귀엣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무도 월녀궁에 들어서려 하지 않았다.
초휴의 명성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오늘 같은 날 월녀궁에 좋은 일을 해 주러 왔을 턱이 없다고 짐작한 것이다.
정마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은 정마 모두 휴전하고 휴식을 취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초휴는 월녀궁에 시비를 걸러 왔단 말인가? 하지만 초휴와 월녀궁 간에 뭔가 은원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었다.
초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를 초청하지 않은 건 알고 있소이다. 뭐 괜찮소, 모르고 초청장을 안 보냈을 수도 있지요. 나는 관대한 사람이라 그런 실수를 꼬치꼬치 따지지 않소이다.”
초휴는 공간 비전함을 털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물로 줄 만한 것이 없었다. 그는 회혈단 두 병을 꺼내 월녀궁 제자에게 건네주며 호탕하게 손을 내저었다.
“우리 북연 진무당의 특산품이니 사양 말고 받으시오. 선물을 가져온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나는 그래도 꼼꼼한 성격이어서 말이오. 남의 문파에 손님으로 오는데 빈손이어서야 곤란하지. 그렇지 않소?”
월녀궁 제자는 회혈단 두 병을 손에 든 채 굳어 버렸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강호에서 여자들이 주류가 될 수는 없었으나 어느 정도는 특권을 누렸다. 월녀궁에서 손님을 맞는 제자들도 어려움에 부닥치는 일은 없었다. 가녀린 여제자를 괴롭히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초휴의 안색이 확 음침해졌다.
“뭐요. 이름도 댔고, 선물도 드렸건만, 그래도 문전박대하겠다는 말이오? 지금 월녀궁에서 이 초휴를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세상에는 천성적으로 비범한 기세를 타고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예컨대 황제의 친족이나 귀족의 후예 중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품을 지니는 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기세가 배양되기 마련이었다. 지금의 초휴가 그런 경우였다.
지난 수년간 치열히 싸워오면서 그의 손에 직간접적으로 죽어 나간 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건 초휴 본인도 일일이 세어보지 않았으니 알 수가 없었다.
특히 최근에 그와 격전을 치렀던 상대들 대부분은 하나같이 정상급 대문파의 강자들로, 무려 방금오와 같은 진화련신의 고수까지 있었다. 이런 강자들까지 그의 수중에 죽어 나갔으니, 그의 기세가 평범하다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의 표정이 굳어진 순간 주위의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다 못해 얼어붙는 듯했다. 심지어 그의 정수리 위로 빽빽이 검은 구름 떼가 모여들며, 분노를 머금은 뇌성마저 울리는 것 같지 않은가.
분노의 힘으로 바람과 벽력도 일으킬 수 있는 절대 강자의 경지! 그것은 지금 초휴가 다다른 경지를 가리키는 말인 듯했다.
손님 접대를 맡은 여제자가 그의 위세에 눌려 입도 벙긋 못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초 대인, 위세가 참으로 대단합니다그려. 하지만 그 대단한 위세를 가녀린 여인 앞에서 써먹어서야 쓰겠소. 사내대장부가 아녀자를 괴롭혀봤자 그 누구 입에서도 좋은 말이 나오지는 못할 듯하오만?”
그 소리에 좌중의 사람들은 마치 자기 일인 양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초휴 앞에서 이토록 과감하게 비아냥거릴 수 있는 배짱의 소유자가 누구란 말인가? 다들 그 소리의 주인공을 뒤돌아보고 나서야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강동 손가라면 저럴 수 있지.’
초휴에게 과감하게 한소리 한 인물은 먼젓번 낙비홍에게 치근거리다가 초휴한테 욕만 진탕 먹고 쫓겨난 손장명이었다.
강동 손가는 월녀궁과 강 한 줄기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가까운 거리인지라 이런 자리에 빠질 리 없었다. 월녀궁에 온 손가 사람은 손장명뿐이 아니었다. 지난번에 초휴 앞에 나타난 적 있는 손계례, 그리고 나이는 좀 많아도 기세가 매우 강건해 보이는 무사도 그와 함께 있었다.
초휴가 손장명에게 시선을 돌리며 살기등등하게 물었다.
“아녀자를 괴롭혀서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말은 그럴듯하군. 그럼 차라리 당신을 괴롭히는 게 훨씬 낫겠군그래. 어찌 생각하나?”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초휴로서는 월녀궁을 많이 봐준 셈이었다. 물론 여인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월녀궁 여자들이 그의 절친 여봉선을 함정에 빠뜨리는 수작을 꾸미기 전에나 해당할 얘기였다.
그런 음험한 일을 꾸밀 정도면 제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하는 짓이라고 봐야 하는데, 초휴한테 괴롭힘을 좀 당하기로서니 원망할 자격이나 있을까.
그나마 여자들뿐인 월녀궁이니 초휴가 이 정도인 거지, 다른 종문이었으면 죄다 쓸어버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때 육강하가 또 그의 귓전에 대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엥? 저놈 저거 강동 손가의 제자 아냐? 그 늙은 남생이의 후손이군 그래. 그 남생이가 인내심 하나는 끝내줬지. 본존이 왕년에 그자 앞에서 친손자를 일장에 때려죽였는데도 웃으면서 잘 죽였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본존이 제 머리 위에 설사를 갈겨도 똥내가 참 향긋하다고 말할 위인이더라고. 이봐 젊은이, 그러니까 손가 놈들은 두려워할 필요 없어. 늙은 남생이는 진작 죽었을 테니 지금쯤 젊은 남생이 한 마리만 남아있을 거란 말이지. 저들이 자네를 괴롭히더라도 나를 풀어주기만 하면 다 해결되니 염려 말라고. 자네 목숨은 내가 거뜬하게 지켜줄 테니까.”
초휴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자니, 그 나이 지긋한 손가 무사가 앞으로 나서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초 대인, 그대의 연배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오. 하지만 신분과 지위 그 어느 모로 봐도 낮은 위치에 속하는 것도 아니질 않소. 그런 분이 이깟 후배들과 말씨름이나 벌이고 있다니, 부끄럽지 않으시오?”
“뭐라고? 자기가 후배면 응당 후배답게 행동해야지, 주제넘게 어딜 감히 끼어든단 말이오? 그리 따지면 후배 놈이야 뭘 몰라 그랬다 칩시다. 하지만 당신 같은 선배까지 덩달아 거기에 장단을 맞출 건 또 뭐요?”
초휴는 말을 끝내자마자 성큼 한발 나서며 일신에서 광포한 기운을 터뜨렸다. 고요하고 평화롭던 월녀궁은 흉맹하기 그지없는 그 기세에 순식간에 검은 안개로 뒤덮이고 말았다.
초휴의 위력과시에 손가 무사가 얼굴에 노여움을 띠자 옆에 있던 손계례가 손장명에게 매서운 눈짓을 보내는 한편, 그 무사의 팔을 붙잡고 전음으로 말했다.
“둘째 형님, 그만 하세요. 초휴의 실력은 실로 비범하기 그지없소. 여기 우리 둘만으로 저자와 붙어봤자 좋은 꼴은 보기 어렵단 말입니다.”
그 무사는 손가의 둘째 아들인 손계범(孫啓凡)으로, 문중에서의 실력이 약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호에서의 활약이 드물어 명성은 별 볼 일 없는 인물이었다. 집안에서는 큰소리를 칠 수 있을지 몰라도 밖에 나와서 초휴를 이길 수 있노라고 감히 장담할 처지가 못 되었다.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머릿수가 많아서 유리한 강동 손가가 초휴와 싸워서 약세를 면치 못한다면 망신살이 뻗치지 않겠는가.
순간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두 분, 노여움을 가라앉혀 우리 월녀궁의 체면을 좀 세워주시면 어떨까요.”
월녀궁 궁주 임풍아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그 뒤에는 여봉선과 안비연의 모습도 보이는 듯했다. 그때 입구에 몸을 숨긴 채, 밖을 향해 두리번대던 방칠소가 초휴를 발견하고 손 인사를 해 보였다.
부옥산 정마대전 이후로 임풍아는 강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신의 풍불평이 그녀의 상세를 봐주긴 했으나 아직 말끔히 쾌차한 건 아니었다. 지금 초휴가 느끼기에도 그녀의 숨결은 미약한 게 안정적이지 못했다.
손가 사람들은 냉랭히 코웃음 치더니 임풍아가 부탁하니 어쩔 수 없다는 척, 무리를 이끌고 월녀궁 내로 들어갔다. 임풍아는 접객을 맡았던 여제자한테 다가가서 눈에 불꽃이 튈세라 호되게 따귀를 날리며 꾸짖었다.
“대체 일을 어찌 하는 게야? 영검대회에 오시는 길이 수고로울까 저어되어 초 대인을 초청치 않았으나 감사하게도 친히 와주셨건만, 환대는 못 할망정 이런 실례를 하다니! 이렇게 눈치가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을 맡긴단 말이냐!”
여제자는 얼굴을 감싸 쥐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듯했다. 그 처연한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애처로움을 느낄 정도였다. 웬만한 자라면 그 모습이 가엾어서라도 너그러이 넘어갈 법도 하건만 초휴는 달랐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도 눈치가 모자라 쓸모없는 제자를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냥 확 죽여버리시죠.”
순간 임풍아의 표정이 차갑게 경직되었다. 주위 사람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초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가 난 건 난 거지만 이 정도 일로 제자를 죽이라니!’
당연히 임풍아는 자기 제자를 죽일 마음이 없었다. 그녀는 억지 미소를 띠며 얼버무렸다.
“초 대인도 참, 농담이 과하시군요. 어서 들어가시지요.”
그러자 육강하가 초휴의 뇌리에서 비웃었다.
“월녀궁 것들은 하나같이 억지 부리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 왕년에 본존은 이곳 여인네들 따위는 상대도 하지 않았네. 그래도 지금의 궁주는 자색이 쓸만하군그래. 물론 자네가 데리고 있는 그 음마종 처자보다야 한참 떨어지는 미모지만 말이야. 하긴 저렇게 단아한 자태를 선호하는 사내도 더러 있긴 하지. 왠지 범접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고결한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우리 성교만 해도 취향이 저런 쪽인 자들이 많았다네. 그게 아니라면 말끝마다 사마외도 처단을 외치며 성가시게 구는 여자들을 뭐하러 살려뒀겠나? 차마 죽이기 아까워서 그랬던 거지.”
초휴는 임풍아를 따라 들어가며 속으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 말을 듣고 있으려니 월녀궁에 악감정이라도 있는 듯하군. 혹시 그 옛날 월녀궁 궁주에게 딴마음이라도 품었다가 보기 좋게 차였던 건 아니오?”
“흥! 본존이 그딴 여자를 마음에 품었다면 되레 그 여자가 영광으로 알아야지. 왕년에 본존 마음에 한 번 들어보겠노라고 죽자 살자 매달린 여자들이 한둘이었는 줄 아는가? 근데 감히 월녀궁 것들이 본존을 찼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초휴는 육강하가 계속 헛소리를 떠들건 말건 내버려 두었다. 이윽고 월녀궁 깊숙이 들어가자 여봉선이 다가와서 그를 맞이했다.
그러나 멀찍이서 그들을 지켜보는 안비연의 표정은 매우 불편해 보였다. 초휴에겐 알리지 말라고 여봉선에게 당부했던 터라 그가 정말로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비연에게 있어 초휴는 늘 껄끄러운 존재였다.
물론 여봉선은 초휴도 초대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초휴는 지금 특수한 처지에 있으니 부르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안비연이 강하게 말렸다. 정마대전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파 행사에 오기 불편할 거라는 둥, 폐관 중일지도 모른다는 둥, 북연에서 오기에 동제는 너무 멀다는 둥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면서 말이다.
여봉선도 그녀의 생각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초휴를 번거롭게 하지 않을 생각으로 초대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서초의 사소루에게도 길이 너무 멀다는 핑계로 알리지 못하게 했다.
상수 영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봉선이 영백록하고 사적으로 인연이 조금 있을 뿐, 종문 자체가 월녀궁과 친밀한 관계는 아닌지라 역시 그쪽에도 알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여봉선과 친한 사람 중 초대받은 이는 방칠소 한 명뿐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