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31)
731화 대가를 치르다
종현이 무도종사가 되어 이적한 후 용호방 일 위는 누가 되었는가? 바로 방칠소다.
물론 앞 순위 사람들이 무도종사가 되면서 그가 일 위 자리를 물려받은 셈이지만, 내막이야 어떻건 간에 그가 용호방 일 위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그러나 일 위가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뒷순위에 있던 이들이 잇따라 그를 앞지르는 대참사가 벌어진 게 아닌가. 그것도 싸워서 일 위를 뺏은 것도 아니고 곧장 무도종사가 되면서 추월해버린 것이다.
애당초 방칠소가 일 위 방어전을 펼칠 기회도 주지 않고 말이다. 원래 영백록은 삼 위였고 여봉선은 사 위였다.
그랬던 자들이 단숨에 방칠소를 제치고 진단경을 뚫었으니 나중에 검왕성으로 복귀하면 노친네들에게 얼마나 사람대접도 못 받고 시달리게 될지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심천왕 등은 당연히 방칠소가 장승정과 초휴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무도종사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 번째는 고사하고 졸지에 다섯 번째 밖으로 밀려난 게 아닌가.
방칠소는 비를 쫄딱 맞은 똥개 같은 표정이 되어 초휴를 쳐다보았다.
“초 형, 아무래도 절치부심, 심기일전해서 진하게 연애를 한번 해야겠어. 은자를 써야 하는 그런 연애말고 말이네.”
하지만 초휴는 방칠소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뚫어질세라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 허리춤의 도병을 힘껏 움켜쥔 채로 말이다.
여봉선이 거세게 자신의 기세를 드러내 가면서까지 구미 천호에 저항한 끝에, 결국 천호의 잔혼을 날려버리고 본인은 진단경을 뚫었다. 이 일련의 사태를 눈앞에서 본 이상 바보가 아닌들 누구라도 세례에 문제가 있음을 알기에 족했다. 이건 절대로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가 없지 않은가.
이때 복백이 영백록을 향해 탄식하며 말했다.
“대공자님, 이제 확실히 아셨죠?”
영백록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당연히 확실히 알고도 남았다.
비록 여봉선에 대해 잘 알진 못했으나, 적어도 그가 반듯한 성품의 소유자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봉선이 자발적으로 월녀궁을 도와 영검대회에 참가하기로 한 이상, 웬만해서는 방금과 같은 난리가 벌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토록 고결하게 아름답던 천검 검혼이 돌연 흉악한 요물의 본색을 드러내는 꼴을 보았다. 방금 그 모습이 어디로 봐서 순결한 검혼이라는 말인가.
일이 이쯤 되자 이 모든 책임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영백록은 확실히 알 듯했다. 잠시 생각 끝에 그가 소리 죽여 물었다.
“백복, 아버님과 노야께서도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시는가요?”
“많이는 아니라도 조금은 알고 계시지요. 자고로 내가 한 짓을 남이 전혀 모르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월녀궁이야 감쪽같이 이 일을 준비했다 생각했을지 몰라도 세상에 감쪽같이 지켜질 수 있는 비밀은 드문 법이죠. 다만 우리 상수 영가와 월녀궁 사이에 딱히 원한 맺은 일도 없었으니, 굳이 그 일을 문제 삼아 떠벌릴 필요를 못 느꼈던 것뿐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내게는 알려주지 않았던 겁니까?”
이에 복백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대공자님의 성격도 저 앞의 여 공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죠. 둘 다 지독한 외골수 벽창호가 아닙니까. 이렇듯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야, 설령 노야께서 귀띔해주셨던들 공자님이 믿으셨겠습니까?”
* * *
월녀궁의 대전에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참석한 이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영검대회에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하지 않은가. 물론 정확히 어디서 불거진 문제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임풍아와 안비연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천검 검혼의 내력을 몰라도 그녀들은 잘 알았다.
그 옛날 월녀궁 선조가 곤륜마교에서 검혼을 데려왔고, 이미 검혼과 합의를 본지도 오래였다. 백년에 한 번 제사를 지내주면 검혼도 향후 백 년간 그녀들을 보호해준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지난 오백년간 다섯 차례 제사가 치러졌다. 그런데 하필 이번 회차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구미 천혼이 한창 절정이던 때의 실력은 인간으로 치면 천지통현급 존재였다. 물론 지금이야 잔혼만 남았다지만, 그래도 정기신이 보충되기만 하면 진화련신 경지에 필적할 실력이 나왔다. 천인합일에 불과한 여봉선이 그런 검혼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하지만 두 여자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었다. 이때 마기 서린 핏빛이 사라진 여봉선의 두 눈에는 망연자실한 서글픔이 가득했다.
“왜 그랬소?”
안비연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이 상황만 봐도 알만한 사람은 다 짐작할 것이다. 영백록만 해도 이미 어찌 된 일인지 간파하지 않았는가.
다만 이해할 수 없는 건 뭔가 문제가 생겼음은 알겠으나, 일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사실이다.
월녀궁은 버젓한 정도 종문이다. 하지만 기껏 내놓은 비장의 패가 하필 곤륜마교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는 월녀궁의 명성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
예전에야 월녀궁 내부 제자를 제물로 바쳤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자원해서 제물이 되었으니 내부 제자들에게 모종의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외부인이 간섭하거나 따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부인인 여봉선을 속여 제물로 삼은 것이다. 이 사실 만으로도 월녀궁은 강호인들로부터 도덕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테고 큰 타격을 입을 터였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안비연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떤 말을 해도 죄다 변명과 가식으로 들릴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에 여봉선이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 안 해도 다 알겠군그래. 당신에게는 그 누구도 종문보다 더 중요할 순 없으니까. 심지어 당신 자신도 예외가 아닐 테지. 이번 일은 더는 추궁하지 않겠소. 그러나 오늘부로 우리는 완전히 남남이오.”
안비연에 대한 마음은 죽은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그녀를 모질게 죽이는 짓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이때 초휴가 앞으로 나서며 담담히 말했다.
“여 형, 더러는 그저 말로만 끝내선 안 될 일도 있는 걸세. 원래 세상인심이란 게 그렇더라고. 내가 남을 괴롭히지 않고 착하게 살면 남도 나를 그렇게 대하는 게 옳은 일인데, 되레 나를 만만히 보고 괴롭히려 든단 말이지.”
초휴가 서슬이 퍼렇게 나서자 여봉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초 형, 그만두게.”
물론 초휴가 순전히 자기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인 건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안비연을 죽일 생각도 없거니와, 초휴가 그녀를 죽이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지금이 초휴에게 있어 얼마나 민감한 시기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정마대전이 막 끝난 후로 당금의 강호는 정도나 마도를 막론하고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니 초휴도 다른 이들과 궤를 같이하는 게 좋았다. 여기서 무슨 분란 거리를 만들어 세인의 주목을 받으면 좋을 게 없는 것이다.
초휴가 나선 지금, 여봉선은 잠시나마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로 물러나서 이 형국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초휴는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마무를 든 채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만두라고? 이런 일은 그리 쉽게 그만둘 게 아니지. 여 형, 이건 자네만의 문제가 아니야. 저들이 감히 이 초휴의 친구를 건드렸다는 말이네. 그렇다면 일이 탄로 나면 내가 어찌 나올지도 응당 각오했다는 말이 아니겠나. 너무 걱정할 건 없네. 안비연은 죽이지 않을 테니. 그러나 월녀궁도 대가는 치러야 공평할 것이네.”
그러자 임풍아와 안비연이 새파랗게 질려서 소리쳤다.
“초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초휴가 차분히 답했다.
“뭘 할 거냐고? 안비연, 지난번 내가 분명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경고했을 텐데? 하지만 지금 보니 일전의 내 충고를 완전히 개소리로 생각했었나 보군. ‘내일은 오늘의 결과’라는 말이 있지. 잘못한 게 있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월녀궁은 저따위 요물의 비호를 받아 백 년간 평안하길 바랐나? 그럼 좋다. 내가 저것의 숨통을 끊어서 그 비호를 기대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지!”
초휴의 말에 한옆에 웅크리고 있던 천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온후가 살아 돌아온 건지 아닌지도 아리송한 판국에 저자는 왜 또 자기를 죽이겠다고 설친단 말인가?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다고?
자신은 월녀궁의 선조와 거래를 했을 뿐이다. 월녀궁 측에서 누굴 제물로 삼아왔는지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애먼 자신에게 왜 칼날이 향한단 말인가?
천마무에 광대무변한 마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 흉악한 기세는 종전보다 수배나 더 강해진 듯했다.
초휴가 불문곡직하고 천호에게 달려들자 대전 전체가 무시무시한 마기에 휩싸이며 더없이 음산하게 변했다. 구미 천호도 격분하여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맞섰다.
저 무모한 인간에게 자신의 위엄을 보이지 않으면 병든 고양이 취급을 당하며 죽을 판이 아닌가.
상고시대의 구미 천호는 흉수 중에서도 인간의 천지통현 강자에 비견할 만한 최상위급 존재였다. 다만 인간과는 달리 흉수는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인간에게는 없는 실력의 상한선이 흉수들에겐 있는 것이다. 당시 여온후와 같은 수준의 절대 강자를 보면 설설 기며 피해 다녀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요행히 상고 대겁난도 잘 넘겨낸 천호는 갓 정신이 들자마자 인간들을 잡아먹어 허기진 배를 채우려 했다. 그런데 하고많은 인간 중 하필 홍련마존을 건드렸다가 되레 육신을 강탈당하고 잔혼마저 애완용으로 봉인되고 말았다.
그런 절대 강자들에게 당하는 거야 억울하다는 생각할 거 없이 굴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저 초휴란 놈은 예전 같았으면 꼬리만 한 차례 휘둘러도 거뜬히 쳐 죽이고도 남았을, 등급 떨어지는 인간이 아닌가.
그런 주제에 감히 죽이네 살리네 하며 달려드는 꼴을 보니 천호는 자신의 존엄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치욕감을 느꼈다.
지금이야 잔혼만 남은 신세인 데다 여봉선의 정기신을 조금도 흡수하지 못해 허약해진 상태라지만, 그래도 일전을 불사할 정도의 기력은 남아 있었다.
어느새 다시 자라난 아홉 꼬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더니 흉맹한 기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와 초휴를 덮쳤다. 이를 본 참석자들이 본능적으로 비켜섰다.
이제야말로 눈 뜬 소경이 아닌 이상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저 구미 천호가 대체 어디로 봐서 검혼이란 말인가?
검혼을 응집해낼 수 있다는 전설 속의 장검들이 형상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출수와 동시에 검기가 사방으로 발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구미 천호는 출수부터가 전혀 검혼답지 않았다. 초휴가 무진장한 마기가 실린 천마무를 내리치자 아홉 꼬리가 일부 잘려나갔다.
뒤이어 천마무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끊임없이 천호의 힘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시뻘겋던 천호의 눈동자가 살기로 뒤덮이며 핏빛이 더욱 짙어졌다.
날카로운 울부짖음과 함께 아홉 꼬리가 다시 재생되며 무섭게 부풀어 오르더니 대전 전체를 가득 채울 만큼 크기가 불어났다. 하나를 잘라내면 또 다른 하나가 자라나 초휴를 향해 ‘쿵’하고 내리치니, 그 충격에 도를 든 그의 팔이 떨려올 정도였다.
초휴가 눈썹을 치켜떴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가 저 짐승을 너무 얕잡아 본 듯했다. 몸뚱이도 없는 잔혼에게 저렇듯 말도 안 될 괴력이 아직도 남아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과연 살아생전에 천지통현의 강자와 대등하게 겨뤘을 법한 막강 흉수의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당장 육강하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잔혼이 봉인된 처지인 건 육강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저렇듯 살벌하게 날뛰는 천호와는 달리 그는 혈혼주 안에서 환술이나 부릴 뿐, 본연의 실력은 조금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초휴의 출수를 보다 못한 임풍아가 매섭게 일갈했다.
“초휴! 감히 우리 월녀궁의 검혼을 건드리다니, 죽고 싶은 게냐?”
초휴가 냉소를 날리며 빈정댔다.
“아직도 검혼 타령이오? 연극은 집어치우시지. 저건 그 옛날 곤륜마교에 의해 애완용으로 봉인된 짐승에 지나지 않소. 자기가 한 짓에 대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내가 이미 말했을 텐데? 오늘 기필코 저 짐승의 명줄을 끊어놓고 말 테니 구경이나 하시오!”
그러자 임풍아가 이를 악물더니 자신의 상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초휴를 향해 검을 빼 들었다. 구미 천호는 누가 뭐래도 비장의 패를 넘어서 월녀궁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다. 그 오랜 세월 월녀궁은 쇠락의 시기가 올 때마다, 그리고 강적의 침입을 받을 때마다 번번이 천호의 비호를 얻어서 이겨낼 수 있었다.
월녀궁에 안비연은 없어도 무방하다. 궁주인 자신도 없어도 된다. 하지만 이 구미 천호만은 절대로 없어선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