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42)
742화 혈영대법(血影大法)
초휴가 육강하에게 물었다.
“대광명사 쪽에 당신이 묻어두었다던 그 보물들 말인데······.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겠소?”
이미 초휴에게 죄다 털어놓았으니, 인제 와서 꼼수를 부릴 이유가 없었다.
육강하는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사실 보물을 묻어놓은 곳은 세 군데야. 하나는 본존이 대광명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직접 묻었네. 나머지 두 개는 그 개자식들, 아니 본존의 수하들이 묻은 거라서 나는 대략적인 위치만 알뿐이야. 하지만 그 두 군데는 별 대단한 것도 없어. 기껏해야 비상시에 대비해 쟁여둔 그저 그런 수준의 수련자원 같은 거 정도니까. 본존이 직접 묻은 건 사실 피야. 오백년 전 생존했던 여러 강자의 선혈을 모아두었으니까. 정말 끝내주지 않아?”
초휴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대단했던 강자들이길래 끝내준다는 거요?”
“허허허, 얼마가 대단한 강자들이었냐고? 자네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예를 한번 들어보지. 오백년 전 당시의 용호산 천사부 천사라면 절대 강자로 인정할 수 있겠어? ‘선인’ 영현기에게 친히 가르침을 받은 진무교 부장문인 태현진인(太玄眞人)은 절대 강자라 할 만할까? 불멸금신을 대성했다는 대광명사 당대 방장은 어떨까? 천하 명검보 삼 위에 올라있는 ‘곤오(昆吾)’를 차지했으며 ‘검성(劍聖)’이라 불리는 풍운검총 고수, 고경성(顧傾城)에 대해서는 또 어찌 생각하는가? 이 사람들만으론 부족해? 양에 안 차? 그러면 거기에 독고 교주의 선혈 한 방울까지 추가한다면 어떨 것 같나? 설마 그래도 부족한가!”
육강하의 이 말에 천하의 초휴조차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수로 그렇게나 많은 강자의 선혈만을 골라 모아두었단 말인가.
육강하가 언급한 자들은 오백년 전 천지통현의 경지에 올랐던 강자들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기함할 대목은 거기에 독고유아의 선혈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제야 육강하가 왜 그것을 곤륜마교 내부가 아닌 바깥에 두었는지 이유를 알 듯했다. 독고유아의 선혈을 한 방울이나마 가로챘다는 것은 당시로선 엄청난 금기를 건드린 것일 테니까.
“왕년의 당신 실력이라고 해봤자 뻔할 텐데, 어떻게 그런 강자들의 선혈을 모을 수 있었지?”
초휴가 상대의 체면을 봐줄 생각도 않고 질문했다. 궁금해 죽겠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졸지에 똥물을 뒤집어쓴 듯한 모멸감에 육강하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게 지금 무슨 뜻으로 한 소리냐? 본존의 실력이 뭐가 어떻다고! 너 지금 본존을 무시하는 거냐? 왕년에 성교에서 본존의 위상이 사대마존 바로 다음이었다고 분명 말했잖냐고!”
초휴는 여전히 대꾸도 없이 정신력을 통해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어찌나 뚫어질세라 쳐다보는지 육강하가 민망하다 못해 꺼림칙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는 부담스러운 분위기를 모면코자 헛기침으로 목청을 다듬은 후 말을 이었다.
“흠, 그 뭐냐, 본존이 각종 무도를 깊이 연구하는 취미가 있다고 했잖으냐. 그래서 아까 말한 자들이 사대마존과 교전을 벌일 때마다 늘 옆에서 구경하곤 했단 말이다.”
그제야 초휴는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알고 보니 무슨 심오한 재주가 있었던 게 아니라, 시치미 뚝 떼고 옆에서 얼쩡대다가 슬쩍 한 방울씩 손에 넣었던 모양이다. 별 대단한 것도 아니고 싸우다 흘린 핏방울 좀 줍겠다는데, 그 정도쯤이야 같은 곤륜마교 사람들끼리 봐주지 못할 리는 없었을 터.
“다른 사람들 피는 그렇다 치고 독고유아의 피는 어떻게 된 거지? 누가 독고유아의 몸에 상처를 내기라도 했던 건가. 설마 영현기가 그랬나?”
이 부분이 제대로 초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다른 이들이야 싸우다 보면 더러 피도 흘렸을 테지만, 독고유아가 어쩌다 부상을 했단 말인가.
당시 독고유아와 영현기 간에 벌어졌던 그 역사적인 일전을 육강하가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했던 걸까? 그러나 육강하가 초휴의 이 벅찬 상상에 와락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영현기는 아니었지. 영현기와 교주의 싸움이었다면 내 주제에 어찌 엿보는 게 가능했겠느냐? 상대는 지난 천년 이래 최강의 검도 고수라 불리었던 풍운검총 출신의 ‘검성(劍聖)’, 고경성이었다. 그자가 확실히 걸물은 걸물이더라고. 그는 교주와 내기 싸움을 벌였지. 고경성이 교주를 일 초식이라도 이긴다면 그날로 곤륜마교 사람은 절대 풍운검총 반경 백 리 안에 발을 들일 수 없고, 반대로 만일 진다면 풍운검총 전원을 이끌고 교주 앞에 무릎 꿇는 조건이었지. 그리고 자신은 곤륜마교의 다섯 번째 마존이 되겠다는 거였어.”
“설마 고경성이 이긴 건가?”
“뭐, 이기기도 했고 진 셈이기도 했다. 자네는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으니 교주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를 거야. 영현기 외에는 그 누구한테도 패하지 않았단 말이지. 그러나 고경성이 곤오의 검혼과 합일을 이룰 줄 누가 알았겠어? 그 무지막지한 일검에 교주의 손이 베이고 말았어. 물론 그 대가로 고경성이 목숨을 잃었지만 일 초식 이긴 건 이긴 거니까. 내기 조건 대로라면 이긴 거였지만, 목숨을 잃었으니 진 셈이기도 하지.”
초휴는 아무 말 없이 담담해 보였으나 심중에서는 한바탕 사나운 격랑이 몰아치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 살지 않았으니, 독고유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육강하의 설명만으로도 곤륜마교의 위세를 형용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마위(魔威)가 세상을 뒤덮었다’라는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 듯했다.
천년 이래 최강의 검도 고수가 천하 명검보 삼 위에 오른 신검을 들고 목숨까지 내걸며 싸웠건만, 결국 독고유아의 손 한 짝 베는 데 그친 것이다.
고경성은 숨이 끊어지면서도 얼마나 끔찍하게 절망스러웠을까?
초휴는 그 뒤에 어찌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아직 풍운검총이 건재하는 것으로 봐서 당시 독고유아가 풍운검총을 건드리지 않겠노라는 약속을 지켰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긴 독고유아와 같은 수준의 존재라면 애당초 거짓말 따위를 할 필요도 없으니 굳이 약속을 안 지킬 이유도 없었겠지만.
“그건 그렇고 그 많은 강자의 선혈은 뭐에 쓰려고 모은 거요? 수련하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았나?”
“아니. 인당 그저 한 방울씩이었다.”
“한 방울씩만 모아서 뭘 어쩌려고?”
혈신마공은 초휴도 수련했으니 그 기막힌 신이함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하지만 타인의 기혈 힘에 기대어 수련하려면 극도로 방대한 분량의 필요했다. 절대 강자들의 선혈 한 방울씩으로야 턱도 없을 터였다.
이번에도 육강하가 순순히 털어놓았다.
“참 나, 이거 너무 술술 알려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당시 본존은 혈신마공의 운용법을 터득하자 기혈의 힘을 통해 지난 시절 강자들의 무도 진의를 본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그들의 선혈이 매개체로 쓰여야만 했지. 이 공법을 본존은 ‘혈영대법(血影大法)’이라 이름 지었느니라. 그 수련 과정도 아주 완벽했고 말이야. 일단 그 선혈들을 진법 속에 두었어. 진법의 힘을 빌려 선혈의 역량을 극대화하면 선혈 속 무도 진의를 좀 더 완벽히 복원해 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본존이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가기도 전에 곤륜마교가 그리되고 만 거야. 결과적으로 자네만 횡재한 셈이군. 이처럼 엄청난 정보를 날로 먹게 되었으니 말이야. 오백년이나 지났으니 지금쯤 곧장 수련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선혈 속 무도 진의가 완벽히 복원되었을 거야. 다만 한 가지 미리 일러둘 게 있어. 어차피 몸뚱이도 없는 나는 쓸 데가 없으니 거기 선혈들은 죄다 자네의 것이야. 단, 한 사람만 빼고 말이지. 그자의 선혈은 내가 쓸 수 있으니까 내 몫으로 남겨주면 좋겠어.”
“그래? 누구의 선혈을 말하는 거요?”
“점창산(點蒼山) 칠절궁(七絶宮)의 제 구대 궁주! 아주 괴상망측한 여자였는데, 마심당 남궁무명의 심마륜전대법에 버금가는 위력의 이혼대법을 구사했더랬지. 그녀의 기혈이 성공리에 복원되었다면 내 잔혼을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니, 그건 내게 양보해주게나.”
초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의 물건을 통째로 꿀꺽하기가 찜찜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다만 칠절궁이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하긴 오백년 전 닥쳤던 정마대전은 ‘강호 대겁난’이라 불릴 만한 규모였다.
게다가 그 겁난의 와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종문도 부지기수였다. 예컨대 철황보만 봐도 그랬다. 지금으로 치면 검왕성과 맞먹고도 남을 세력이었으련만, 결과적으로 오백년 전 독고유아의 화살 한 방에 연기처럼 붕괴하지 않았는가.
초휴는 육강하가 숨겨둔 보물에 대한 사정을 다 파악했지만 그걸 얻는 계획을 당장 실행하지는 않기로 했다.
일단 진무당으로 돌아가 좀 더 숙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자에 너무도 많은 일이 우후죽순 터졌으니, 일련의 일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진행해야 하겠다 싶었다. 따라서 우선 은마 사람들을 북연 조정에 배치하는 일부터 잘 마무리한 다음 대광명사 쪽 일에 손대는 것이 옳을 듯했다.
사실 대광명사 쪽 일이 생각만큼 단순할 리는 없었다. 대광명사 인근에서 육강하의 보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항륭이 명한 임무까지 완수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전자이건 후자이건, 죄다 대광명사 화상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초휴는 항륭의 칼이 되어 대광명사를 공격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다면 섣불리 착수하기에 앞서 아무래도 신중을 기해야 할 터였다.
* * *
초휴가 진무당으로 복귀하자 뜻밖에도 거령방 심비응이 기다리고 있었다. 심비응은 거령방 방주가 된 후 자신이 어찌 처신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초휴가 버티고 있는 이상, 그는 북연 무림에서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방대통 시절보다 거령방을 한층 더 강성하게 발전시킬 수도 있을 터였다.
반대로 초휴가 무너지면 그동안 억눌려왔던 세력들로부터 가열찬 보복을 받을 게 뻔했다. 해서 요즘 심비응은 초휴에 대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 양측은 이미 불가분의 운명공동체로 묶여버린 꼴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한쪽의 흥망이 다른 한쪽의 흥망과 직결되는 것이다.
초휴가 돌아온 것을 보자 심비응이 황망히 다가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초 대인, 일전에 진단경을 뚫으신 걸 축하드리려고 소인이 바쳤던 선물이 아무래도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마침 제 수하 놈들이 좋은 걸 찾아냈길래 이처럼 득달같이 달려왔지 뭡니까. 당시 부족하다 싶었던 하례를 마저 해드릴 요량으로 말이지요, 허허허!”
말과 함께 심비응이 손짓하자 거령방 무사들이 족히 사람 키만 한 크기의 거대한 새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머리는 송골매를 닮았고 깃털은 옅은 청색을 띠었으며, 금황색 눈에 흉맹함이 번뜩이는 새였다.
진법이 새겨진 사슬을 발목에 채워 금제를 가하지 않았으면 주변 무사들 몇 명쯤은 쉽게 쪼아 죽이고도 남을 기세였다.
“상고 흉수인 청공준(靑空隼) 새끼입니다. 금시대붕(金翅大鵬)의 혈통을 가진 터라 날갯짓 한 번에 종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하는군요. 진작 멸종됐다고 알려졌으나, 어쩐 일인지 제 수하 놈들이 강에 나갔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새끼를 발견하고 건져왔지 뭡니까. 이 새를 보자 대인께 선물로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이다.”
‘이 사람 키만 한 덩치가 놀랍게도 아직 새끼에 불과하다니······!’
다 자라면 무도종사도 거뜬히 패대기칠 수 있을 듯했다.
아직 새끼였으니 거령방 무사들에게 생포되었을 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초휴는 그 새에 아무런 흥미도 못 느꼈다. 그는 여태 한 번도 탈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청제는 흑호를 키우고 배월교 성녀도 흑표범을 키운다. 그런데 자기는 하필 새를 키운다고? 누가 들어도 우스꽝스럽게 들릴 것 같지 않은가. 해서 초휴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내저었다.
“사슬의 진법을 좀 더 보강해서 대문이나 지키게 하면 딱 좋겠군.”
심비응의 안면이 실룩댔다. 정말이지, 이 초 대인은 무엇에 있어서건 간에 튀는 건 알아줘야 한다.
무려 상고의 흉수를 문지기 개 삼아 키우겠다니, 이게 정상적인 발상이란 말인가. 물론 이미 초휴에게 선물로 내준 거니, 어떻게 취급할지는 순전히 본인 마음에 달린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