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5)
섭동류는 사례금에만 정신이 팔린 한심한 군상들과는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사실 취의장의 실력이라면 남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초휴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요즘 취의장이 너무 바빠서 추격조로 차출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섭동류가 개인적으로 거느린 무리들이 따로 있고 그들을 동원하면 초휴를 잡을 자신도 있지만, 그는 그렇게까지 하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 대신 악노천 등 여러 세력이 앞다투어 추격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거기에다 취의장의 명성과 정보력으로 힘을 실어주면, 저들은 분명 단시간 내에 초휴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악노천 등이 초휴를 막다른 구석까지 몰고 간 결정적인 순간에 취의장이 등장하여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절감하는, 한마디로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절묘한 한 수라고 볼 수 있었다. 최소의 노력을 들여 최대의 성과를 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섭동류가 일 처리를 하는 방식이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섭동류에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고수를 파견해 초휴를 추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하 궁에서 도망 나온 초휴와 여봉선은 그 무렵 최대한 빠른 속도로 여양진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초휴가 한숨을 내뱉더니 여봉선에게 말했다.
“여형, 이제 각자도생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서 임중군, 아니 연나라 자체를 떠나야만 하네.”
그러자 여봉선이 의아해서 물었다.
“우리는 고작 비전함 두 개를 갖고 튀었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가장 진귀한 비전함은 섭동류나 백무기의 차지가 되었을 거 아닌가. 설마 그자들은 비전함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다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들인가? 그렇다면 정말 지독하군, 그래.”
“그게 아냐. 우리가 들고나온 이 두 비전함이 가장 진귀한 것들이거든. 저들은 헛다리 짚은 거란 말이지.”
초휴가 자기 수중의 비전함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아까 자신의 언동 하나하나가 죄다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음을 털어놓았다. 다만 어떤 게 가장 귀한 비전함인지 알았던 것은, 예전에 어느 고서적에서 그 유적에 대한 정보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렇게 설명을 해준 후에 초휴가 덧붙였다.
“여형, 미리 말하지 않은 건 정말 미안하네. 그러나 처음에는 나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의 진위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미리 여형한테 말할 수가 없었어. 지하 궁에 들어가고 나서는, 보는 눈이 많아져 더더욱 말하기가 곤란했어. 다행히 여형이 나를 도와 백무기의 발을 묶어둔 덕분에 일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지. 그러나 이번에 우리가 범의 먹이를 뺏은
셈이니, 섭동류 등이 절대로 그냥 물러나진 않을 거야.”
“취의장이 어떤 세력인지는 여형도 잘 알 테지. 이깟 비전함 때문에 취의장 전체가 동원될 리야 없겠지만, 북연에서의 저들의 위상을 감안할 때 저들은 입 한번만 뻥긋해도 우리를 연동 강호 전체의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가 따로 움직여야 저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용이
할 거야. 지금은 함께 움직이면 상황이 더 힘들어진단 말이지.”
그의 말을 듣고 난 여봉선은 놀란 표정을 짓긴 했으나, 초휴를 책망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초휴가 없었더라면 그도 혼자서 백무기와 섭동류를 당해낼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여봉선은 화통하게 자기 가슴을 두드려 보이며 말했다.
“미안해할 것 없네. 어차피 나는 이번에 강호 유람이나 할 작정으로 집을 나선 것이니 어디를 간들 마찬가지야. 듣자니 서초 쪽의 풍광이 좋다던데, 이참에 거기나 한번 가봐야겠군, 그래.”
“그럼 잠시 여형과 헤어져 지내기로 하지. 더 지체했다가는 취의장의 사주를 받는 추격조가 따라붙을지도 모르니 빨리 움직이는 편이 좋을 거야.”
여봉선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자신의 비전함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여봉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초휴를 신뢰하기로 한 이상, 그가 비전함 때문에 자기를 함정에 빠뜨릴 리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 그는 초휴와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지녔다.
그와는 달리, 초휴는 뼛속까지 의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다. 사실 그는 웬만해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매사에 있어 일단 상대방의 성격과 일 처리 방식을 자세히 분석한 다음, 그를 믿을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를 계산하는 식이었다.
물론 초휴가 절대 강자의 실력을 갖췄더라면 아무나 믿어도 상관없을 터였다. 설령 상대가 나를 속일 심산이라 해도 그의 속내가 드러난 순간 내가 먼저 그를 죽이면 그만이니까. 그런 의미에선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즉, 최강의 실력 앞에서는 제아무리 교묘한 술수도 통하지 않는 법이다.
초휴는 여러 잡념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단 안전한 장소를 찾아서 비전함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다. 게임 줄거리가 원래대로 유지되고 있다면 이 비전함 안에 들어있는 건 결코 절천마존이 주로 수련했던 무공이 아니다.
왜냐하면, 절천마존의 무공이 워낙 특이해서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수련이 완성되기 때문에 그도 굳이 이를 후세에 남길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이 안에는 또 다른 강력한 마공(魔功)의 일부가 들어있을 터였다.
이윽고 피를 묻혀 비전함을 열어보니, 세 가지 물건이 들어있었다. 하나는 무공이 적혀있는 옥간(玉簡)이고, 나머지는 어떤 짐승의 가죽에다 글을 쓴 건지 알 수 없는 기이한 서책 두 권이었다. 그 서책에 적힌 글자는 온통 핏빛을 띠고 있었다.
다만 괴이하게도 글자 자체는 무슨 문자인지 식별이 가능했다. 글씨체가 죄다 구불텅구불텅 일그러져 있는 글자를 읽을 수 있다니 스스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얼핏 보면 소름 끼치는 마귀가 자신의 피를 묻혀 이 무공을 써 내려간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 두 서책에 적힌 무공 중 하나는 ‘천절지멸이혼대법(天絶地滅移魂大法)’이요, 다른 하나는 ‘천절지멸대자양수(天絶地滅大紫陽手)’로, 명칭도 꽤 비슷했다. 이 두 권의 비급은 바로 구급 마공 가운데 하나인 의 일부였다!
는 극히 사악하고 이단적인 마도의 무공이었다. 도합 일곱 개의 무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에 손에 넣은 ‘천절지멸이혼대법’과 ‘천절지멸대자양수’가 그 일부였다.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이 비급이 완성된 날, 수백에 이르는 귀신들이 밤새 곡을 하는 가운데 하늘에서 혈우가 내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비급을 누가 작
성했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 무공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건 간에 천지교정음양대비부는 수많은 마도 무공들 가운데 단연 상위서열에 올라있으며, 구급이라는 급수도 사실 확정된 게 아니었다. 원래의 게임 줄거리에 의하면 일곱 개의 무공을 완전히 다 모은 사람이 없는 탓에, 그 일곱 개를 다 모아 완전체를 이루었을 때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대략 구급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급을 넘어선 지존무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강호에 등장한 천지교정음양대비부의 여러 무공 가운데 가장 박한 평가를 받은 게 오급이고, 최고 점수를 받은 건 팔급 이상에 달했다. 총 일곱 개의 무공 가운데 한가지만으로도 팔급을 받을 정도였으니, 그 일곱 개 무공이 합쳐지면 당연히 구급에 이르고도 남을 위력을 띠게 될 터였다. 그게 최고 평점으로 구급을 받은 이유였다.
지금 초휴가 들고 있는 천절지멸대자양수는 천지교정음양대비부의 무공 둥 가장 약한 축에 드는 오급 장법(掌法)이었다. 자양마염(紫陽魔焰)이 응집된 손으로 상대의 몸을 때려 그 화염의 힘이 몸속을 파고들면, 아무리 약하게 때려도 상대는 마염에 심장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이 무공을 궁극의 경지까지 터득하면, 단 일장으로 상대의 기혈과 내장을 불살라 재로 만들 수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런 상흔도 없이 자주색 손자국만 한 줄 남을 뿐이지만, 사실은 이미 몸속이 다 타버리고 겉가죽만 남은 상태라고 보면 정확했다.
그러나 천지교정음양대비부를 수련하려면 수련자 본인의 실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했다. 적어도 내강경은 되어야 입문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야 겨우 선천경에 눈뜬 초휴의 실력으로 자양마염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아직도 길이 멀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천절지멸이혼대법은 자신의 정신력과 영혼을 다스리는 육급 비법이었다. 다만 정신력이나 영혼이란 것이 워낙 오묘하기 짝이 없는 영역의 것인지라, 이 비법을 터득하려면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수련이 가능했다.
게다가 일대일로 적과 맞붙은 상황에서는 활용도가 크지 않은 탓에, 다른 기묘한 방법도 동반해 상대의 허를 찌르지 않는 한, 이것만으로는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고 봐야 했다.
마지막으로 초휴의 시선이 전공옥간(傳功玉簡)으로 향했다. 전공옥간은 문자로 작성된 서책에 비해 수련자가 훨씬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전공옥간의 내용을 읽던 초휴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해갔다.
옥간에 적힌 무공이 바로 도법(刀法)의 일종인 였기 때문이다. 게임 줄거리에도 등장한 적 있는 이 도법은 전형적인 마도 무공의 범주에 속하는 사악한 이단의 도법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도법의 부작용이 너무도 심각해서 마도 무사들조차 섣불리 이 도법을 익힐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아비도’는 지옥 중에서도 최악의 악질들만 모아놓은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고통이 한없이 이어진다 하여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도 불렸다. 아비지옥에 떨어지면 끊임없이 윤회의 고통에 시달리며 영원히 해탈할 수 없게 된다. 아비도법은 바로 이 ‘아비지옥’에서 따온 명칭으로, 세상의 온갖 원한이란 원한은 죄다 응축시켜 칼에 고스란히
담아내니, 이 칼은 자연히 사악함과 극악함의 극치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수련이 완성되면 아비지옥에서 발원된 힘에 수련자의 정신이 지배당해,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꼭두각시나 다름없게 되고 만다. 그러고는 아비지옥에 떨어져 미치광이처럼 변한 다음 무고한 사람까지 마구잡이로 죽여 대다가, 결국 정도 무사들 손에 죽거나 본인 스스로가 아비지옥의 힘에 짓눌려 죽게 된다고 했다.
이 무공에 대한 평가는 매우 흥미로웠다. 공식적으로는 오급이지만, 실제 위력 면에서는 육급이나 그 이상으로도 볼 수 있다는 비공식적인 평가가 뒤따르곤 했다. 아비도삼도가 상대적으로 이처럼 낮은 서열을 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즉, 그간 아비도삼도의 수련을 시도해본 무사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게 끝을 맺은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던지라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탓에, 번번이 궁극의 경지까지 이르러 보지도 못한 채 중도에서 수련이 중단되고 말았다.
게다가 진정 피맺힌 원한이 골수까지 파고들어 상대와 동귀어진을 불사할 각오가 되어있는 수련자를 제외하면, 이 도법을 익히길 원하는 자도 극히 드물었다. 그건 악명 높은 마도 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것이 본디 아비지옥에서 흘러나온 저주받은 도법이라는 풍문이 강호에 나돌면서, 세간에서는 이것을 익히면 불길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있었
다.
이처럼 소문과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강호에서는 이 도법을 수련하는 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 도법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진 건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모든 내막을 다 알고 있는 초휴는 이 도법을 익혀야 할지의 여부를 두고 한동안 갈등에 시달렸다. 아비도삼도가 악명이 자자한 건 잘 알지만, 그 위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문제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오급 무공의 위상을 유지한 것이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그는 아비도삼도를 익히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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