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61)
761화 연합해서 노리다
초휴가 가 버리자 허언은 하소연했다.
“허도 사형, 그리 냉큼 허락하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초휴가 우리 대광명사더러 손을 잡자니,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텐데요. 더군다나 상대는 무려 은마의 진화련신 고수란 말입니다.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지, 듣자마자 대뜸 수락하시는 건 경솔한 처사가 아닙니까?”
그러나 허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내 물어봄세. 은마의 진화련신 고수 하나가 줄어들면 우리 대광명사, 나아가 정도 무림 전체에 좋은 일인가, 아닌가?”
“물론 좋은 일이기야 하지요. 진화련신 고수가 아니라 평범한 마도 무사 하나만 줄어도 정도 무림으로야 좋은 일이지요. 마도가 줄어드는 만큼 정도는 불어나니, 마도가 정도를 누르지 못하는 것이 고금의 이치 아닙니까.”
허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된 거지 뭘 그리 따지나? 허언 사제, 자네도 가끔은 과감해질 필요가 있네. 원천방 그 늙은이가 북연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단 말이야. 초휴 그 애송이도 착실한 녀석은 아니지만 적어도 규칙은 지킬 줄 안다고. 그렇지 않다면 자네도 그자와 석 달 약조를 맺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원천방 그놈은 악독한 데다 멍청하기까지 하고, 머저리 같은 그 제자 놈들은 북연 무림 전체를 말도 못 하게 괴롭히는 중일세. 정도 무림의 우두머리이자 북연 제일의 큰 종문이라고 자부하는 우리 대광명사가 원천방의 제자와 도손 나부랭이들이 설치게 놔둬서야 되겠어? 다른 자들이 우리 대광명사를 어찌 생각하겠나? 해결이 늦어지면 대광명사의 명성에는 큰 타격이 있을 걸세!”
허언은 괴상한 눈빛으로 허도를 바라보았다.
‘허도가 종문의 이해관계에 이렇게 밝은 사람이었던가?’
정말 대광명사의 이익을 위해 원천방을 죽이려는 건지, 아니면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어서 원천방을 없애려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 * *
진무당에 돌아온 초휴는 원천방을 진무당 밖으로 끌어낼 계획을 세웠다.
상대는 늘 연경성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초휴는 연경성 안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너무 움직임이 크면 북연 조정 쪽에서 개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륭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와 항륭 간의 합작은 이미 껍데기만 남았다. 지금은 양측 모두 서로에게 등을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원천방을 유인하는 일은 간단했다. 초휴는 수무상에게 도움을 청하고, 작은 가문 하나의 협조를 받아, 그 집 안에 상고 시대의 진법을 새겼다. 그리고는 원천방의 제자와 도손을 속여 상고 시대부터 내려온 지보가 있는데 아무도 진법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알렸다.
상고 시대의 진법에 정통한 수무상이 새겼으니 당연히 평범한 무사가 그것을 풀기는 불가능했다. 그들은 단구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 역시 풀지 못했다. 그러니 원천방이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없었다.
연경성을 나선 원천방은 어딘가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왜 그러는 건지 원인은 도통 알 수 없었다.
진화련신 무사의 감지력은 지극히 예민하다. 특히 원천방 같은 사람은 더 그랬다.
한창 장년이던 시절 그는 강호를 누비며 살육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 무렵이 아마 원천방의 감지력이 가장 예민한 시기였을 터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를 먹었다. 기혈의 힘이 쇠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더 늘어날 일은 없었다. 기실 감지력은 이미 퇴화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었다.
원천방은 상고 시대의 진법에 흉물이나 함정처럼 위험한 뭔가가 숨겨져 있으리라 짐작하고, 진법을 어떻게 깰지를 고민했다.
그때 원천방의 걸음이 멈췄다. 길 끄트머리, 허리춤에 호리병을 찬 볼품없는 승려가 분노에 찬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마치 원천방이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원천방은 그 승려가 필경 대광명사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상대의 놀라운 힘이 은은하게 감지될 정도로 실력도 대단한 자가 아닌가.
그는 상대가 종평을 죽인 것 때문에 온 줄 알고 입을 열었다.
“대광명사······.”
그러나 허도는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노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원 노마, 죽어라!”
강호인들에게 허도의 실력은 수수께끼였다. 대광명사 사람들조차 이 불성실한 공집선당 상좌가 얼마나 강한지를 몰랐다. 일전에 허도와 싸웠던 저무기조차 허도의 실력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허도는 이미 진단경의 절정에 올랐고 놀라운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진화련신과도 어느 정도는 다툴 만한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허도의 몸에서 불광이 번쩍이자 빛나는 노목금강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가 일권을 갈기자 노목금강이 하늘을 향해 노호성을 질렀다. 불광이 분노의 불꽃으로 변해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원천방은 콧방귀를 뀌었다. 한 발을 내딛자 무한한 마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구름을 뒤흔들었다. 일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빽빽이 몰려들며 십여 리 밖에까지 강대한 힘이 느껴질 정도였다.
진화련신이 출수할 때의 위세는 감추려고 해서 감춰지는 게 아니다. 그 일대의 무사들은 몸이 떨렸다. 가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그걸 실천할 배짱은 없었다.
구경하고 싶어도 실력이 있어야 했다. 그들의 실력으로 뭣도 모르고 가까이 갔다가는 여파에 휩쓸려 죽기 십상일 테니 말이다.
거대한 마기의 손 여덟 개가 여덟 방위에서 동시에 허도를 향해 짓쳐 들었다. 거대한 굉음이 울리며 불광은 사라지고 노목금강의 법상도 그대로 깨져나갔다. 원천방이 두 손을 합장해 인결을 맺자, 여덟 방위를 점한 마기의 손이 거대한 우리로 변해 허도를 가두려 들었다.
원천방 역시 눈치를 챈 것이다. 저 승려의 실력이 대단하기는 하나 아직 진화련신에 오르지 못한 무도종사 아닌가. 그러니 충분히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진청제처럼 진단경이면서도 일권에 진화련신을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실력을 가진 자가 흔할 리가 없지 않은가.
원천방은 공격을 잠시 멈추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내가 당신들 대광명사와 딱히 원한은 없지 않나? 왜 날 공격하는 거지?”
허도가 냉소했다.
“늙은이, 대광명사 제자를 죽여 놓고도 원한이 없다고 지껄여! 게다가 이 어르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게 했잖아! 그게 너의 대죄다!”
원천방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자기가 술을 못 마시게 된 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나 말을 잇기도 전에 허도의 몸에서 불광이 용솟음치더니 관음보살의 형상으로 변했다. 천수천안관음(千手千眼觀音,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지닌 관음보살의 한 형상)의 무궁무진한 불광이 퍼져 나가자 마기의 손은 완전히 녹아 스러지고 말았다.
허도가 불인을 맺자 천수천안관음은 순식간에 부동명왕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네 개의 머리에 여덟 개의 팔이 달린 부동명왕이 허도의 움직임을 따라 원천방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원천방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승려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무도가 굉장히 과장된 감이 있는지라 의아했다.
대체로 대광명사 무사들은 주로 한 가지 무공을 수련했다. 종현은 명왕인을 익히고, 금강원 승려들은 노목금강심경을 통해 금강의 힘을 수련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허도의 무도는 가히 천변만화라 할 만했다. 금강, 관음보살, 이제는 명왕인까지 쓰지 않는가.
부처를 모실 때는 보통 한 분을 모신다. 허도는 속성이 다양한 불법의 힘을 하나로 융합시킨 셈이었다. 그의 됨됨이가 착실하여 수많은 부처를 똑같은 마음으로 받드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그 많은 부처를 따로 섬길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원천방은 중원에 나서지 않은 세월이 오래였다. 게다가 허도도 평소에는 조용히 지냈으니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정도 실력이라면 낮게 쳐줘도 대광명사 상좌일 거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원천방은 출수하면서도 코웃음을 쳤다.
“대광명사는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 거요? 노부가 정말 겁나서 살수를 쓰지 못할 줄 아는가!”
그는 상대방이 제자 한 명 때문에 자신을 죽이려 들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광명사가 그리 경솔한 자들의 집단이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허도는 대답하지 않고 미친 듯이 공격만 퍼부었다.
원천방이 냉소했다.
“좋소! 좋아! 그래! 그리 싸우고 싶다면 노부도 대광명사라 해서 봐주지 않겠다!”
오랜 세월 동안 원천방은 늘 미치광이처럼 남을 쫓아다니며 싸움을 거는 쪽의 인물이었다. 남이 먼저 찾아와서 싸움을 걸었던 적은 없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천방의 몸에서 무궁한 마기가 거세게 일어나 공중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권인을 맺자 굉음이 울리며 주먹 한 방에 허도의 법상이 하나씩 깨져나갔다. 이를 악문 허도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원천방은 순양도문과 진무교의 진화련신 강자도 죽인 적이 있었다. 실력으로 보자면 절대로 약한 인물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아무도 몰랐지만, 원천방은 자신의 진정한 전승을 누구에게도 물려 준 적이 없었다. 형사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원천방의 ‘십방무극감천마공(十方無極撼天魔功)’은 그가 만들어낸 마공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집해 온 상고 시대의 무수한 마공과 곤륜마교의 비법을 융합한 것으로, 위세가 강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물론 이름도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원천방은 이름이 길수록 무공도 강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만든 무공의 이름이니 이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대한 마기의 위세가 덮쳐오자 허도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어쨌거나 그도 아직은 진화련신에 오르지 못한 상태였다.
바로 그 순간 원천방은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느꼈다. 심장이 미친 듯 뛰더니 싸늘한 한기가 가슴으로 밀려드는 게 아닌가.
찰나 원천방은 즉각 목표를 바꾸어 몸을 뒤틀며 물러섰다. 마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 개의 거대한 팔이 생겨났다.
그는 일순간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원천방이 인결을 맺는 대로 마기의 손도 따라서 움직였다. 십방천마인(十方天魔印)!
그가 인결을 맺는 동시에 칠흑 같은 화살이 폭발하듯 그를 향해 날아왔다. 화살이 지나치는 곳마다 천지 원기가 모조리 사그라들었다.
칠흑의 화살은 그대로 십방천마인과 부딪쳐 터져 나갔다. 마기가 검은빛이라면 그 화살은 극한에 달한 검은색, 파괴이자 적멸의 힘이었다.
작은 점이 찍히더니 십방천마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기의 손 열 개도 함께 무너졌다. 원천방의 몸에서 마기가 요동쳤다.
거대한 마기의 소용돌이가 닥쳐들어 화살의 힘을 감싸려 했으나 다음 순간 그마저 터져 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소용돌이가 찢겨나가는 순간 화살의 힘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소멸했다.
“초휴!”
원천방은 이를 갈듯 두 글자를 내뱉었다. 뒤에 선 초휴를 노려보는 얼굴에 짙은 살기가 가득했다.
‘멸삼련성전이라니! 그 옛날 독고유아가 철황보를 멸망시켰을 때 썼던 절기가 아닌가.’
외부인은 잘 모르는 무공이었으나 은마권 사람을 속일 수는 없었다. 초휴가 은마권의 비경에서 독고유아의 전승 일부를 얻었다는 사실은 은마의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원천방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초휴가 그를 죽이려 들다니? 어떻게 이토록 간이 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는 은마의 원로이자 은마권 전체의 주재자 중 하나였다. 초휴가 아무리 잘나 봐야 새카만 후배에 불과한 것이다. 감히 하극상을 벌였다가는 무슨 꼴을 당하겠는가?
그런 생각과 동시에 두려움도 솟구쳤다. 독고 교주의 기술은 그야말로 전율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방금오 역시 초휴의 멸삼련성전에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던가. 그의 실력이 방금오보다 훨씬 강한데도 전력으로 출수해서 간신히 멸삼련성전을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공격은 완전히 기습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대응이 늦었다면 죽거나 최소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원천방이 할 말을 찾기도 전에 뒤에 있던 허도는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에서 금강명왕, 보살, 부처의 무수한 허상이 번쩍이며 떠올랐다.
천만 가지 불법 중 영원한 것은 오직 마음속 일념이라!
굉음과 함께 무수한 부처의 허상이 모여들며 중생을 비추는 불광을 쏟아냈다. 원천방은 그 안에 완전히 갇히고 말았다.
초휴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방금 멸삼련성전을 쓰느라 소모가 극심하긴 했으나 지금의 초휴는 방금오를 죽였을 때와는 또 달랐다. 화살 한 발 쏘았다고 내력이 텅 빌 정도는 아닌 것이다.
천마무를 꺼내 들자 마기가 노호하더니 모든 것을 삼킬듯한 사악한 힘이 터져 나왔다. 흐릿하게 나타난 아귀의 허상이 끊임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이놈들, 죽고 싶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