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62)
762화 천지교정마통천곡대비주(天地交征魔慟天哭大悲呪)
원천방의 눈이 시뻘게졌다. 초휴가 대광명사의 승려와 손을 잡고 자신을 죽이려 들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속셈이란 말인가. 은마를 멸망시킬 셈인가?
초휴도 허도도 그 궁금증에 답해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적을 죽이러 왔다. 말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평소 끊임없이 잡소리를 늘어놓던 허도조차 지금은 공격만 할 뿐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하늘로 솟구치는 마기는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원천방이 수련한 마공과 힘의 내실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마기가 치솟는 순간 불광의 봉쇄가 부서져 버렸다. 원천방이 팔을 내뻗자 거대한 마기의 손이 일렁이며 초휴의 칼날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아귀의 힘이 터져 나와 마기의 손을 반 넘게 집어삼켜 버렸다. 그러자 여덟 개의 손이 동시에 권법, 장법, 혹은 지법으로 공격해 왔다. 여덟 개의 손에 저마다 다른 무도를 발휘한 것이다.
원천방처럼 초야에서 굴기한 낭인 무사들의 전승은 초휴보다 약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다룰 줄 아는 무공의 종류는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마기의 손이 들이닥치는 순간 초휴의 몸에 핏빛 그림자들이 번쩍였다. 혈영대법이 펼쳐지자 하늘 가득 펼쳐진 혈영이 여덟 개의 손을 맞받아쳤다.
핏빛 검기가 솟아오르고, 핏빛 불광이 빛나더니, 급기야 핏빛 번개까지 번쩍이기 시작했다. 오백년 전 강자들의 무도가 극한까지 발휘된 순간, 마기의 손은 그대로 박살 나고 말았다.
원천방의 뒤에 선 허도의 얼굴에 평소의 실없는 웃음기는 흔적도 없었다. 장엄한 법상과 불광 속에서 무수한 부처의 그림자와 한 몸이 된 허도가 일장을 내뻗었다.
만불귀일(萬佛歸一)!
원천방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강대한 마기는 그대로 꿰뚫리고 말았다. 일장이 작렬한 순간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무수한 혈영이 하나로 합치더니 초휴의 천마무에 들러붙었다. 핏빛 칼날이 굉음을 내며 원천방의 가슴에 거대한 상처를 남겼다. 선혈이 사정없이 솟구쳤다.
원천방의 상태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몸에 스며든 불광의 힘은 타오르는 용암처럼 끊임없이 그의 경맥을 갉아 먹고 망가뜨렸다. 본래 불문 강기는 마도 무사를 제압하는 데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초휴의 도는 더욱 요사스러웠다. 칼에 베인 상처에서 또 다른 마기가 계속 그의 기혈을 갉아먹어 힘을 소모하게 했다.
원천방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진단경 무사 둘에게 이런 지경까지 몰릴 날이 올 줄이야!’
심지어 옛날 용호산 노도사에게 졌을 때조차 이 정도로 낭패를 당하지는 않았건만.
그를 패배시켰던 용호산의 노도사는 범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강호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으나 노천사를 곁에서 모시던 도동(道童) 출신이었다. 일평생 노천사를 모셔온 인물이었다는 말이다.
노천사보다 나이는 아래였지만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 중상을 입은 것은 창피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휴와 허도 두 후배의 연합 공격에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일순간 원천방의 흉포한 성질이 치솟았다.
찰나 그의 얼굴에 핏빛 마문(魔紋)이 가닥가닥 떠올랐다. 몸을 두른 마기에도 핏빛이 한 가닥 섞여들며 기운이 비할 데 없이 흉악해졌다.
육강하가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저 늙은이가 혈마변천대법(血魔變天大法)을 다 쓰네. 대체 어느 놈이 그걸 누설한 거지?”
“혈마변천대법이라니, 그것도 혈신마공의 일부분인가?”
육강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옛날 본존이 연구해서 혈신마공과 배합해 보려던 비법이야. 기혈의 힘을 촉진하고 마기를 끌어모아 천지마저 바꿀 위력을 지녔지만, 결국은 내가 폐기하고 봉인해 버렸어. 그 비법을 연구하다가 본존이 극단까지 가 버렸거든.”
“혈신마공은 회복력이 대단해서 교주의 불멸마단 바로 다음갈 정도야. 하지만 저 비법은 기혈의 원천을 소모한다는 게 문제지. 목숨 걸고 그런 것을 쓰느니 차라리 정혈을 태워 도망쳤다가 회복한 뒤에 다시 덤벼 복수하는 게 훨씬 낫지.”
“옛날 혈마당이 도륙당했을 때 정말 이 잡듯 뒤져서 털어갔던 모양이군. 저런 것까지 끄집어내다니. 애송아, 조심해라. 저건 본존도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일단 쓰면 효과는 엄청날 거야.”
초휴는 속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사실은 그냥 육강하 자신이 겁쟁이라 목숨 걸고 싸우기 싫어서 그런 종류의 비법을 봉인해 버린 것 아닌가.
하지만 효과는 확실히 대단했다. 진화련신에 오른 원천방 같은 자가 목숨 걸고 출수하는 위세는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
거대한 마기의 팔 열 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팔뚝 뒤에서 연이어 커다란 마영(魔影)이 나타나더니, 일순간 수십 리가 온통 마의 영역으로 뒤덮인 것이다.
그 강대한 위세에 허도는 몇 발짝이나 뒤로 물러섰다. 마영이 울부짖으며 내리찍는 기세에 허도의 불광이 녹아 스러지기 시작했다. 얼핏 봐도 당해내기 힘들어 보였다.
초휴는 불인을 맺어 환일대법을 펼쳤다. 대일여래의 허상이 무궁무진한 불광을 내뿜었다.
불광을 이용해 이 엄청난 마기를 눌러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마영이 내리누르자 대일여래조차 당해내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육강하가 초휴의 머릿속에서 흐흐 웃었다.
“본존이 말했지? 옛날 본존이 직접 만든 비법이라니까. 계륵 같아서 봉인해 두었지만, 위력을 얕볼 순 없단 말씀이야. 그리고 기습을 하면 했지 멸삼련성전은 왜 쓰나? 힘을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 패로 쓰는 게 낫지 않냔 말이지.”
“정신 사나우니 입 닥쳐!”
초휴는 울컥했다. 이 수다쟁이 마존은 정말 말이 너무 많았다. 뭘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 이래라저래라 잘난 척 지시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육강하의 전투법은 아무래도 좀스러웠다. 육강하가 싸워 이긴 상대의 태반은 초휴처럼 강맹하고 폭발적인 기세를 앞세워 정면으로 공격한 게 아니라 힘을 다 소모한 바람에 죽은 것이었다.
허도는 더는 버틸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봐, 초휴! 징징거리기는 싫다만 이 늙은이가 너무 지독하군그래! 이런 수법까지 있다는 말은 안 했잖나!”
초휴는 허도에게 아직 비장의 패가 분명히 남아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허도의 말투를 보니 그 패를 꺼내서 원천방과 끝장을 볼 생각까지는 없는 듯했다.
원천방을 죽이는 건 장기적으로 대광명사의 이익과 부합한다. 그러나 원천방은 이미 중상을 입었고, 목숨을 대가로 한 비법까지 사용하는 판이다.
이제 중상을 입은 원천방은 북연 땅을 휘젓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 역시 대광명사의 이익에는 부합하는 결과였다.
지금 허도가 물러난들 대광명사는 손해 볼 것이 없으니, 목숨 걸고 싸울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초휴에게는, 그냥 미안하게 됐다고 한마디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초휴의 안색은 그대로였다. 솔직히 말해 그가 대광명사의 힘을 빌린 것은 싸울 구실 겸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적을 죽일 때 의지할 것은 결국 자신뿐이다.
마기의 위세 앞에서 초휴는 제 몸의 불광을 흩어 버렸다. 그의 몸에서 돌연히 사악하고 기이한 힘이 솟구쳤다. 초휴는 인결을 맺기 시작했다. 그 복잡한 인결은 육강하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초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사람의 것이 아닌 양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육강하는 소름이 끼쳐서 부르르 떨었다.
원천방의 기운 때문에 하늘에는 거대한 먹구름과 마기가 몰려든 상태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칠흑처럼 검게 변했다. 근처 수십 리가 별빛 한 점 없는 영원한 밤으로 바뀌었다.
허도는 몸서리를 쳤다. 그는 초휴를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대체 이건?’
그 기운의 흉악함은 원천방의 마기보다 더 심했다. 마치 상고 시대의 대흉수가 풀려난 듯했다.
그 순간 원천방도 속이 서늘해졌다. 이미 목숨 걸고 전력을 쏟고 있는데도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처절하기 그지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사람의 소리 같지 않았으나 사정없이 마음을 파고드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허도는 즉각 낯빛이 새하얘지더니 경문을 읊어 그 힘을 막았다. 그러지 못한 원천방은 선혈을 울컥 토하고는 죽은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해졌다.
울음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칠흑 같은 세상에 핏빛 비가 점점이 내리는 광경은 마치 하늘이 울부짖는 듯했다.
원천방의 마기는 핏빛 빗방울에 전부 녹아 스러졌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으나, 주문 같은 울음소리 속에서 그 발버둥은 점점 약해지더니 결국 숨이 끊어졌다. 마지막 붉은 빗방울이 떨어졌을 때, 원천방의 몸은 기화하듯이 무수한 먼지로 변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피의 비가 멈추고 영원한 밤도 물러갔다.
허도는 경악의 눈으로 초휴를 바라보았다. 초휴는 여전히 그대로 선 채였으나 몸에 서린 기운이 붕 뜬 것처럼 불안정했다. 특히 그 눈에는 사람의 감정이라고는 한 점도 없었다. 끝없는 흉포함만이 가득한, 사악하기 그지없는 눈이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초휴의 두 눈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극한의 피로감이 전신을 감쌌다. 조금 전 상황은 초휴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 무공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을 어찌 알았으랴.
이것은 일곱 대비부를 하나로 모아 위력을 극대화한 천지교정마통천곡대비주(天地交征魔慟天哭大悲呪)였다.
일전에 초휴는 이 무공의 기수식을 살짝 시험해 본 것만으로도 반작용을 받았었다. 제대로 써 보니 원천방은 재도 남기지 못하고 박살이 나버렸다. 게다가 반작용의 수준도 끔찍했다.
이 무공을 펼쳤을 때 마통천곡대비주의 힘은 그의 뱃속까지 파고들었다. 지극히 음(陰) 하면서도 사악한 힘이었다. 그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흉하고 사나운 것을 함께 모아놓은 듯했다.
이에 아주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가는 시전자 역시 그 속에 빠져들어 완전히 미쳐 버리는 것이다. 감정이라고는 없는 흉포한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파괴하고 도륙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 초휴는 뭔가 느낄 수 있었다. 먼젓번 독고유아가 그에게 남겨 주었던 힘이 발동되어 마통천곡대비주의 반작용을 막아준 듯했다. 어쨌거나 이 무공은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안 쓰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육강하는 이제야 정신이 든 것 같았다. 그는 경악해서 외쳤다.
“와, 나, 이런 참! 이거 천지교정음양대비부를 합친 거 아냐? 너 언제 그걸 다 모았느냐?”
천지교정음양대비부는 오백년 전에도 유명했다. 수많은 사람이 대비부를 완전히 모으고 싶어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초휴가 다 모았다니. 일곱 무공을 합쳤을 때의 위력은 육강하조차 간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초휴를 바라보는 허도의 얼굴에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그저 두려움과 깊은 경계심만이 가득했다.
그는 지금 초휴를 죽여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초휴에 비하면 원천방은 길가의 돌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 해도 좋을 정도가 아닌가!
초휴가 진화련신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의 위세를 지니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정말 마염이 온 하늘을 뒤덮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허도는 결국 출수를 단념했다. 이기리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통천곡대비주의 여파마저 버티기 어려워 한동안 정양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초휴에게 놀랐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은 보통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초휴는 분명 젖먹던 힘까지 다 썼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초휴에게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면?’
한참 후 초휴가 문득 웃었다.
“허도대사가 원천방을 죽이셨으니 축하드리오. 진단경 무사가 진화련신을 죽이다니, 풍운방 십 위 안에 들기에 아무 문제가 없겠군요.”
허도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가 죽였잖은가!.”
초휴는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요. 원천방은 부스러기도 안 남고 사라졌고, 여기는 우리 둘뿐이오.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게 사실인 겁니다. 이 전적은 허도대사께 양보하겠소이다. 나도 은마에 할 말이 있어야 하니까. 둘 다 각자 필요한 것을 얻었습니다그려. 아주 유쾌한 합작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