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
이 광경을 본 도씨 상단사람들은 겁에 질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건 객잔 내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몇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무사들은 급한 마음에 심지어 벽을 부수고 뛰쳐나가기까지 했다. 요즘 들어 이곳 임중군에서 초휴의 유명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취의장이 수배령을 내리고 임중군 무림 전체가 그의 추살에 매달릴 정도였으니, 쉽게 사그라질 유명세도 아니었다.
초휴가 여양산 쟁탈전에서 섭동류와 백무기를 속여 넘긴 일까지 언급할 것도 없이, 그가 임중군에서 저질렀던 다른 일들만으로도 속속 세상에 알려졌다. 산양부 장씨 가문의 멸문, 장백도 등 네 명의 몰살, 그리고 한강부에서의 섬멸전까지 더해져 세간은 충분히 그에게 놀라고 있었다.
특히 한강부 사건의 경우,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흑호방의 부방주가 간담이 서늘해지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와중에도 초휴가 한 짓을 생생하게 사방팔방에 떠들어댔다. 이에 지금까지 초휴의 손에 죽은 선천경의 숫자를 세어보니 이미 열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악인, 그것도 절대적 악인이 나타난 것이다!
사방이 짐승 같은 비명으로 가득한 가운데, 초휴는 뒤쫓을 생각도 않고 손을 놓고만 있었다. 사실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잡으러 다닐 수도 없었다. 자그마치 수십 명이 사방으로 흩어져 각자도생에 나섰다. 사람이 아닌 돼지 수십 마리일지라도 이런 식으로 도망치면 초휴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들 일시에 모조리 붙잡아 죽이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텅 빈 사방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 순간에 삐끗하는 바람에 일이 이 지경까지 커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초휴! 도망갈 생각 말고, 나와서 순순히 죽어라!”
부서질 대로 부서진 객잔 밖에서 어느덧 네 명의 내강경 고수들이 초휴를 포위하고 섰다. 그들의 두 눈은 온통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 이곳 인근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던 그들은 객잔 내 소란을 감지하자마자 서둘러 달려온 참이었다. 그들은 초휴를 발견한 순간 소장주의 예감이 적중했다면서 찬탄을 금치 못했다.
본디 임중군의 주요 무림세력들은 제각기 흩어져 초휴 일행의 종적을 수색하던 차에 먼저 여봉선의 움직임이 발각되었다. 하지만 여봉선은 진작 잽싸게 빠져나갔고, 초휴는 워낙 감쪽같이 숨어들어 제아무리 풍만루까지 나섰어도 그림자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러자 섭동류가 결단을 내리길, 다른 지역은 내버려 두고 그저 위군 한 곳만 뚫어지게 감시하
면 된다고 했다.
그런 결단을 내린 근거는 간단했다. 여봉선이 서초 방향으로 도망친 상황에서 초휴의 선택지는 위군이나 북쪽 끝인 요동지방밖에 남지 않는다. 후자는 극북표설성의 본거지가 있는 곳이니, 초휴가 그곳으로 도망치면 극북표설성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섭동류가 손을 써 볼 수 있는 방향은 인근의 위군 방향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는 한편, 내강경 무사들을 이곳으로 대거 급파하는 조치를 내렸었다. 그리고 초휴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자그마치 네 명의 내강경 고수가 한 명의 선천경 무사를 포위 공격한다고 하면 누가 봐도 심한 처사라고 할 터였다. 사실 초휴에게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긴 했다. 원래 수색에 참여했던 자들은 대부분 내강경 이하의 무사들이었고, 그 네 명은 그저 폭우가 내린 탓에 잠시 비를 피하려고 한군데 모여 있던 참이었다.
어쨌거나 다른 무사들이 초휴를 찾기만 하면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올 것이니, 악천후에 자신들까지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객잔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 소리를 들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이윽고 그들 중 한 명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저자가 가진 비전함을 누가 차지할지는 일단 접어둡시다. 다만 저놈의 목숨은 우리 북릉부 악씨 가문에 양보해주시오.”
그러자 나머지 세 명이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비전함을 노리고 왔으니 초휴의 목숨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게다가 초휴가 여양산 쟁탈전에서 북릉 악씨 가문에 못 할 짓을 했다는 건 그들도 들은 바가 있었다.
악씨 가문의 선천경 무사만도 두 명을 죽이고 하나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지금 초휴의 수중에 있는 비전함도 원래 악씨 가문에게서 탈취해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악씨 가문에 초휴의 목숨을 양보하여 체면을 세워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일단 초휴를 한옆에 내버려 둔 채, 어떻게 그를 죽일 건지를 두고 서로 의논하기에 바빴다. 이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초휴가 번쩍 고개를 들더니 눈에 살기를 띠기가 무섭게 홍수도를 잡고 악씨 가문의 내강경 무사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이번 일격에 최대치로 응집시킨 상태였다. 바야흐로 청룡이 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오르며 핏빛 보슬비가 흩뿌리는 순간을 바로 앞두고 있었다.
그때 악씨 가문의 무사는 자기의 체면을 세워준 세 무사를 향해 두 손 모아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가 몸을 돌린 순간, 놀랍게도 초휴의 칼날이 벌써 자기 눈앞에 와있는 게 아닌가! 선연한 핏빛 도광이 마치 해수면 아래서 피로 목욕하고 나온 청룡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그 용은 출수하지 않을 때는 빛 한 점 들지 않는 심해 아래 머물러 있다가, 출수할 때가 되면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특히 초휴가 일기관일월로 응집시킨 살기들까지 더해지며 칼날에서 발출된 그 힘은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악씨 가문의 무사가 화들짝 놀라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는가 싶더니, 수중의 장검에서 푸른 검광을 아홉 차례 터트렸다. 그 모습은 마치 푸른 꽃 아홉 송이가 차례대로 봉오리를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아직 강기를 밖으로 발출할 실력은 못 되었지만, 손이나 병기에 강기를 응집시키는 건 문제가 안 되었다. 이윽고 양측의 검과 도가 맞부딪히자 홍수도에 실린 일기관일월의 힘이 ‘펑’하고 터지면서 상대의 강기를 무력화시켰고, 그 바람에 상대의 장검도 조각이 나고 말았다.
상대는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초휴에게 길을 내주고 말았다. 초휴도 더 이상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등을 돌려, 곧장 숲속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합세할 기회만 엿보고 있던 나머지 무사들은 악씨 무사가 한 초식 만에 길을 내주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볼멘소리들을 해댔다.
“악형, 도대체 뭐 하는 짓이오? 내강경이 선천경 앞에서 겁먹고 꼬리를 내리다니, 악씨 가문은 복수할 생각이 있기나 한 겁니까?”
그러자 그 무사는 수치심이 어느덧 분노로 바뀌어 말했다.
“그대들이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게요? 저놈은 괴이하기 짝이 없소. 방금의 그 일격에 실린 힘이 어찌나 엄청나던지, 따로 비법이 있지 않은 한 고작 선천경이 강기보다 더 위력적인 힘을 발출해 내기란 불가능하오. 아까 내가 뒤로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그 칼에 필시 중상을 입고 말았을 거요. 한번 생각들 좀 해보시오. 초휴가 보통의 선천경에 불과한
놈이었다면 애당초 여양산에서 소장주와 극북표설성이 그처럼 허무하게 당했을 리가 있겠소?”
“쓸데없는 소리 작작하고 빨리 뒤쫓아!”
나머지 무사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를 뒤쫓기 시작했다. 이때 초휴는 지금의 악천후에 감사하고 있었다. 내강경 무사들의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하긴 했어도, 이처럼 큰비가 퍼붓고 있으니 지각능력이 방해받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땅바닥에 남은 초휴의 발자국마저 빗물에 지워진 탓에, 그들은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초휴의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이에 서로 눈짓을 나눈 네 사람은 제각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고는 점차 숲 중심부를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며 압박 수색을 펼치기 시작했다.
왕년에 북연이 막 건국되었을 당시, 임중군은 ‘임중군(林中郡)’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짐작이 가듯이 온통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인적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임중군은 제대로 된 숲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폐해진 탓에, 네 사람이 힘을 합해 수색망을 좁혀간다면 결국 그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 무렵 초휴는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수풀 속에 숨어 있었다. 그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짙은 살기에 방어태세를 갖춘 상태였다. 저들의 숨결이 미약하긴 하나 분명 이곳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태 내강경을 죽여 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허중양을 힘겹게 해치우긴 했지만, 여하튼 그를 죽인 후 내강경에 대적할 요령도 적잖이 터득했다. 게다가 자엽수유를 흡수한 후 실력도 크게 증강되었다.
사실 저들을 하나씩 따로 떼놓고 본다면 실력이 허중양만큼 강하지는 않다. 거령방 출신인 허중양은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 아등바등 버텨온 끝인지라, 일반 무림세가 출신의 무사들보다 절대적으로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칠십이식 거령무전’은 수 대에 걸쳐 거령방의 고수들이 집대성한 비급으로, 만물을 포용한 강력하기 그지없는 무공이었다. 따라서 무공 실력에서도 허중양이 우세를 차지했었다.
그런 허중양을 실력으로도 해치웠던 초휴가 아닌가. 그러니 지금의 향상된 실력으로 저들과 일대일과 맞붙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다만 저들이 협공해올 것이 문제였다. 그런 경우에는 그저 죽어라 도망치다가 어떻게든 기회를 엿봐서 하나씩 격파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한 방향에서 살기가 부쩍 짙어지기 시작했다. 초휴는 일부러 땅바닥에 발자국을 많이 남겨두어 한 무사를 유인한 다음, 폭우에 발자국들이 씻겨버리면 그 흔적이 지워져 다른 무사들이 뒤따라올 수 없게끔 하는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요컨대 한 명씩 분리해서 잡기 위한 덫을 놓는 셈이었다.
이렇게 한 차례 왔다 갔다 하여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히자 어느덧 그중 한 명이 걸려들어 나머지 사람들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초휴가 발걸음을 멈추고 일부러 도로 후진했다가 먼 길로 돌아와 나무 위에 매복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한 명이 발자국을 따라 이곳까지 헐레벌떡 당도했다.
보아하니 아까 맞붙었던 악씨 가문의 무사였다. 사실 후진해서 걸어간 발자국은 정상적으로 앞을 향해 보행했을 때와 차이가 나기 마련이지만, 워낙 심한 폭우가 내린 탓에 흔적이 적잖이 지워진 상태였다. 이에 악씨 무사가 이상한 점을 간파하지 못한 채 그저 희미한 흔적만 좇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초휴가 매복해있던 나무 아래로 그 무사가 지나가는 순간, 초휴의 기세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더니 퍼붓는 빗줄기를 가르며 살기로 뒤덮인 홍수도가 그 무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극악한 살기에 혼비백산한 악씨 무사는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초휴의 일격을 받아내야 했다. 이에 부랴부랴 일장을 뻗더니 푸른빛이 감도는 강기를 자신의 손바닥에 띄워 그의 칼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악씨 무사의 병기는 검이고, 악씨 가문에서 그가 주로 수련해온 무공도 검법이었다. 따라서 손과 다리를 사용한 타격법은 허중양과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허접한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지난날 허중양이 맨손으로 내리쳐 홍수도를 튕겨낼 뻔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악씨 무사가 내리친 일장의 장력은 홍수도의 살기와 부딪히기가 무섭게 소멸한 것은 물론, 칼날에 찔린 그의 손바닥에 선혈이 낭자하게 흘러나기까지 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홍수도의 도광이 잇따라 번뜩이며 몰아쳐 오자, 악씨 무사가 전력을 다해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청난 양의 피를 쏟으며 왼팔이 잘려나가고 말았다. 팔을 잃은 분함을 못 이겨 되레 독기가 더해진 그는 오른손가락을 나란히 붙여 검처럼 만든 다음, 악씨 가문의 비전 검법인 진산검결(鎭山劍訣)을 시전했다.
손가락 힘은 약할지 몰라도 거기서 뿜어나는 기세만은 태산도 누를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과연 그의 손가락이 홍수도와 맞부딪힌 순간, 거대한 금속성 마찰음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초휴의 몸이 휘청하고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초휴는 이때를 틈타 홍수도를 칼집에 집어넣고, 대기자금나수를 펼쳐 상대의 남은 팔뚝을 휘감고 올라갔다. 이에 상대가 제아무리 진산검결로 벗어나려 애써도 한 짝만 남은 팔만 갖고는 초휴의 금나수를 뿌리칠 수 없었다. 마침내 그의 오른팔도 제압한 초휴는 힘껏 이를 잡아당겼다.
무사가 양팔을 잃는다는 건 목숨을 잃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내강경 무사의 생명력은 질기고도 질겼다. 그는 양팔을 잃은 대신 온몸의 내력을 두 다리에 응집시켜 초휴를 향해 발차기를 시도했다. 이는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었다.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는 멀리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러니 동료들이 올 때까지 이렇게라도 자기방어를 하며 시간을 끌어야만 한다. 그들이 오기만 하면 상황이 역전되어 자기는 살길이 열리고 초휴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상대의 속내를 눈치챈 초휴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강경 무사는 이처럼 한 번에 죽이기가 힘드니 일이 성가시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성가심도 오래가진 못했다. 발차기라고는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악씨 무사가 초휴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그는 얼마 못 가 초휴에게 가슴을 찔리고 말았다. 그의 숨이 막 넘어가려는 찰라, 나머지 무사들도 허겁지겁 이곳에 당도했다.
한 맺힌 그의 눈이 무사들을 향했다.
그 눈은 스르르 감기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한발 늦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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