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0)
770화 상고시대의 기록
네 사람이 협공을 가하자 초휴는 인결을 맺어 혈영대법을 펼쳤다. 순간 혈기가 포효를 내지르더니 혈영이 네 사람을 공격했다. 각종 기술이 폭발하자 네 사람은 연신 뒷걸음질했다.
초휴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정정산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강대한 도세 아래 정정산은 반격조차 할 수 없어서 뒤로 물러나기에 급급했다.
그의 손에 들린 신병은 천마무의 공격을 받아낼 때마다 비명을 울리고 있었다.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상태였다.
정정산은 이를 악물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등을 돌리고 도망쳤다.
장검산장의 무사는 검을 목숨처럼 아낀다. 그가 만일 초휴에게 나가떨어져 피를 토했으면 물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병이 망가지는 것을 보자 싸울 생각이 사라진 것이다.
정정산이 도망치자 나머지 넷은 발이 묶였다.
초휴는 몸을 돌렸다. 핏빛 마기가 거세게 일렁이는 순간, 안간힘을 다해 혈영의 공격에 저항하던 네 사람은 온몸의 기혈이 통제를 벗어나서 멋대로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몸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것 같지 않은가.
초휴는 천마무를 쥐고 허공을 훑었다. 일도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네 사람의 혈기는 초휴의 칼에 호응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끓어오르며 부딪쳤다.
누구 할 것 없이 울컥 선혈을 토했다. 단칼에 네 사람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상황이 그 지경까지 가자 그들은 더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몸을 돌려 달아났다. 혹시 초휴가 추격할까 봐 네 방향으로 갈라져 뛰었다.
그들이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는 초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그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육강하가 먼저 주절거렸다.
“정말 폐물들이군. 갈수록 선대만 못해지는 게 아닌가? 장검산장 놈들은 신병을 잔뜩 모아 두는 거야 잘하지만, 쓰는 자가 저렇게 폐물이어서야 병기를 모욕하는 것밖에 더 되겠나. 손가 거북이의 후손도 거기서 거기야. 강변에 가만히 자빠져만 있더니 실력도 맹물이 됐나? 고평 육가는 아쉽군그래. 옛날 육가에는 창 한 자루로 홍련마존에 도전한 자도 있었어. 끔찍한 꼴로 죽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백이 있는 사람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주 겁쟁이 집단이 됐구먼!”
육강하는 아주 안타깝고 한스럽다는 투였다. 오백년 전만 해도 강호에는 강자와 호걸이 무리 지어 나왔건만, 어째 지금은 저런 놈들만 남은 것일까?
그러나 초휴는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위태로울 때는 응당 무수한 영웅호걸이 쏟아지는 법이다.
그러나 강호는 오백년간 태평했고, 무림 세력은 암투와 모략이나 일삼았다. 그런 환경에서 어떤 무사가 배출될지는 뻔하지 않겠는가.
도망친 정정산과 다른 사람들은 다시 모여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다.
손씨 형제와 고평 육가는 정정산이 그들을 내버리고 도망친 것을 욕했다. 정정산에게 비장의 기술이 있었는데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실히 정정산이 등에 진 상자에는 장검산장이 소장한 보물 중 최상급에 속하는 신검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쓰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정정산 역시 다른 자들을 폐물이라고 욕했다. 자신이 그만큼 초휴를 붙잡고 있었는데도 나머지 넷은 혈영조차 당하지 못해 초휴에게 접근도 못 하지 않았느냐며 말이다.
하지만 서로 비난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다른 유적이나 자원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유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누군들 벌써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겠는가?
더군다나 그들 세 무리는 본래부터 한마음이 아니었다. 나는 목숨을 건다 해도, 다른 자들이 꼭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 * *
그들이 한창 언쟁을 벌일 무렵, 초휴는 이미 백옥 궁전 안에 들어간 상태였다.
밖에서 보기에도 아름답고 사치스러웠는데 안쪽도 거의 다르지 않았다. 기둥과 대들보마다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겨진 무늬는 요즘의 것들과는 품격이 달랐다. 새겨진 부호 중 어떤 것은 초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더 안으로 들어서자 반쯤 무너진 대전이 나왔다. 주위에 정교하게 세공된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초휴는 거기에 하나하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긴가민가 싶은 글자들은 알아볼 수 없었다.
현재의 문자는 상고 시대부터 전해져 온 것이고 약간 달라진 부분이 있기는 했다. 상고 문자로 쓰인 무공 비급은 초휴도 해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 쓰인 문자는 알쏭달쏭하여 읽어낼 수가 없지 않은가.
그때 육강하가 웃으며 말했다.
“뭔지 모르겠지? 요즘 어린놈들이란 그저 무식하고 아는 게 없다니까. 옛날 본존이 수행하던 시절에는 이런 것만이 아니라 진법과 연단, 병기 주조까지 뭐든지 다 배웠다고. 본존이 알려주마. 이 문자는 상고 시대 진법의 문양이다. 오래된 데다 복잡하긴 하지만 우리 인간의 선조가 천지의 지극한 이치로부터 깨달았던 문자 중 하나지. 미량이긴 해도 천지의 힘을 저절로 흡수한단 말이야. 하지만 그 문자는 너무 오래되었어. 너무 오래돼서 아주 상세한 것은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버려졌지. 하지만 중요한 일인 경우, 간단한 것을 쓸 때는 그래도 이 문자를 사용하는 상고 종문이 있었다.”
초휴는 육강하의 우쭐거림은 무시하고 물었다.
“그러면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 거지?”
“상고 종문의 이름이군. 삼청전, 능소종(凌霄宗), 천라보찰(天羅寶刹)······ 쯧! 다 상고 시대 대문파인데? 애송아, 이건 보물이야. 이곳은 상고 시대의 대종문들이 회의를 열거나 강연을 하던 곳이다.
종문의 유적이 아니니 무공 같은 것은 없겠지만, 상고 시대 강자들이 도에 관해 이야기한 흔적이 남아 있을 거다. 그들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기록한 뭔가를 손에 넣는다면 대단한 걸 얻는 셈이지.”
상고 시대는 무도의 전성기였다. 지금에 비하면 천지 원기조차 풍족했기 때문에 무사들의 실력도 더 강했고 수련도 좀 더 쉬웠다.
그 시대에는 강연하는 풍습이 성행했다. 각 대문파의 강자들은 모두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강연했고, 사람도 가리지 않아서 적대하는 종문만 아니라면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강연하는 내용은 무도에 관한 깨달음뿐, 소속 종문의 무공 같은 것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이 대전이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데다 삼청전이나 능소종 등 절정급 대문파가 참여한 것을 보면, 여기서 강연을 했던 자들이 어떤 존재였을지 알 만했다. 초휴는 진짜배기 보물을 손에 넣은 셈이었다.
정정산 무리는 이곳을 찾아낸 후, 들어가 보기도 전에 자신들끼리 대치하기 시작했다.
만약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았다면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초휴는 궁전을 온통 뒤엎어 가며 뒤진 끝에 글이 새겨진 옥부와 괴수의 가죽으로 만든 기록 따위를 찾아냈다.
여기서 강연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직접 기록을 갖고 왔다가 다시 갖고 간 듯했다.
초휴가 찾아낸 기록은 그들의 제자나 도손들이 준비할 때 썼던 것으로, 강연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었다. 해독이 쉽지 않아 보이기는 했지만 강연한 사람들의 본래 의도에 가장 가까우리라 짐작되었다.
이것들을 여기서 모두 읽고 소화할 수는 없었다. 초휴는 대강 훑어본 후 공간 비전함에 챙겨 넣었다. 나중에 폐관할 때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때 구석에서 퍽 신기한 기록이 눈에 띄었다. 무도 강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고 시대 여기에서 열렸던 어느 회의를 기록한 회의록이었다. 기록자 본인의 생각도 일부 섞여 있었는데 제법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용무력(龍武曆), 계해년, 구월 십칠일, 진시 삼각. 북역(北域)의 여러 문파가 회의를 열어 개천대계(開天大計)를 논의했다.
천라보찰의 고승이 말했다.
‘수많은 세계 중 성(成), 왕(往), 괴(壞), 공(空)의 사겁(四劫)을 겪지 않은 곳은 없소. 이는 곧 하늘의 겁난이니, 하늘을 거스른다면 한 가닥 살길조차 찾기 어렵소. 그러니 비전함에 전승을 남겨 두었다가 사겁을 겪고 혼돈이 끝난 후, 새로운 세계가 생기면 저절로 새 천지가 열리도록 합시다.’
삼청전 도존이 말했다.
‘대머리 중놈이 헛소리를 지껄이는군그래! 도가 일맥은 수억 번의 겁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소. 오십의 대도 중 사십구는 하늘이고 마지막 하나는 사람이 피할 길인 법. 마지막 살길을 스스로 찾지 않고 앉아서 죽기만 기다린다면 대겁난을 당해 죽어도 싸지.’
내 생각에는 삼청전 도존의 말이 옳은 것 같다. 우리 무사들은 자신을 수련함으로써 천지를 깨달아 허약한 몸으로 하늘과 통하는 위력을 낸다.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기만 한다면 폐물밖에 더 되겠는가?”
초휴는 슬쩍 눈썹을 치켜세웠다. 상고 시대건 지금이건 소위 지존의 강자라 할 만한 이들은 다 엇비슷한 모양이었다. 성질이 솟구치면 대뜸 부모의 안부부터 묻는 것이다.
삼청전 도존도 제법 기분파였다. 이런 회의를 하면서 상대방 면전에 대고 욕을 퍼붓다니.
“황천각 각주가 말했다.
‘큰 재앙이 닥치려 하오.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건, 다른 살길을 찾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개천대계를 행하는 수밖에 없소. 서둘러서 준비합시다. 대겁난의 징조가 보이는데 더 지체하면 늦소이다.’
천라보찰 고승이 말했다.
‘우리가 겁난을 겪는다면 수많은 세계도 모두 겪을 것이오. 떠도는 말에 의하면 만계의 겁난이 지난 후에는 가장 높은 자재천이 열리는데, 자재천에 드는 자는 불로불사 하는 신이나 부처가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개천대계를 행하면 하늘을 거스르는 일을 하는 셈이고 한 세계의 인과 운행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자재천에 들어갈 자격을 잃게 된단 말이오. 남을 해치고 자신도 해치는 일이란 걸 왜 모르시오!’
자재천의 전설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불가에서는 보통 극락천이라 부르고, 도문에서는 장생천이라 한다.
물론 자재천이라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전설에 의하면 그곳은 사겁이 없는 세계로, 생로병사가 없고 신선과 부처가 사는 곳이다.
그곳에 들어간 자는 모두 신이나 부처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남은 믿을지 몰라도 나는 믿을 수 없다. 모두 늙지도 죽지도 않는데 한결같이 아이를 낳아댄다면 자재천은 미어터질 게 아닌가? 전혀 자유스럽지 못하고 안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초휴는 또 눈썹을 치켜세웠다. 자재천은 왜 튀어나오는 거지?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자재천을 아나?”
그는 육강하에게 물었다. 육강하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동해 자재천 천주?”
그 말을 듣자 초휴도 기억이 났다. 동서 양중천 중 하나가 동해 자재천의 천주였다. 그 신비에 싸인 자재천 천주가 상고 시대 전설의 자재천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그 이름을 듣고 마음에 들어서 자신의 종문 이름으로 삼은 것일까?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일단 의문을 접어두고 계속 읽어 보기로 했다.
“능소종 종주가 말했다.
‘자재천의 불로장생은 모두 헛소리요! 대겁난이 닥쳐오는 지금 우리는 영원히 살 꿈을 꿀 게 아니라 오늘 내일을 살아남을 걱정을 해야 하오. 개천대계를 여러분이 실행하지 않겠다면 우리 능소종이 나서서 하겠소.
북역의 종문은 모두 우리 능소종 소속이니 모두 개천대계에 참가할 자격이 있소. 하지만 인원은 제한해야 합니다. 각 종문에서 정해진 수만큼만 참여할 수 있소. 참여하기 싫은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면 되겠지!’
능소종 종주는 과감하고 패기가 있다. 우리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삼청전 도존이 말했다.
‘우리 삼청전은 찬성이오. 도문 소속의 북역, 동역(東域), 남역(南域) 모두 개천대계에 참여하지요. 대겁난이 닥쳐올 거요. 당신네 대머리들은 가만히 앉아 서역이나 지키면 되겠지만, 우리 도문 일맥에서는 이미 무수한 목숨이 희생됐소. 영보관 관주 적하진인도 북역 예남 땅을 지키기 위해 영보하광으로 변하여 용맥을 억누름으로써 희생했고, 영보관을 통틀어 남은 사람은 둘뿐이오. 다른 방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삼천 도문 중에 살아남는 자는 몇 안 될 거요.’
슬프다! 한스럽다! 오늘날의 종문 중 영보관처럼 천하 창생을 생각하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영보관은 대겁난에 맞서 백성들을 구하려다 서른일곱 중 두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잡일을 하던 도사마저 그 와중에 목숨을 잃었다.
영보관은 제자를 뽑을 때 첫째로 심성, 둘째로 오성, 마지막으로 자질을 보기 때문에 제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토록 오랜 세월 심혈을 기울인 곳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더군다나 영보관 관주 적하진인은 현재 천지통현에 오른 무사 중 무선지경(武仙之境)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한 발만 더 내디뎠으면 도문에서 모실 도존이 한 사람 더 늘었을 테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은가.
소문에는 도존과 적하진인 간에 묵은 원한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 적하진인은 죽었고 영보관도 사실상 전멸했다.
도존은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일까, 아니면 거짓으로 슬픈 척하는 것일까?
나는 몇 년 전 적하진인의 대제자 능청자(凌靑子) 도형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풍채에 몹시 감복했었다. 능청자 도형은 재앙을 피했는지 궁금하다.”
——–
참고 : 사겁(四劫) –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생성 주기. 불교에서 하나의 세계는 만들어지고(成), 살아가다가(往), 무너지고(壞), 완전히 사라진다(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