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3)
773화 자신감
그 옛날 단천랑이 초휴를 추격하던 때만 해도 초휴는 전력을 다해야만 그의 열공신조를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휴가 대강 휘두른 일도에 단천랑이 전력을 쏟아 상대해야 했고, 그러고도 온전히 막아내기가 어려웠다.
사람의 그릇은 하늘이 정한다고 했던가. 지금 초휴와 단천랑은 완전히 처지가 바뀐 셈이었다. 당한 대로 갚아주니 기분이 퍽 좋았다.
고작 일도였으나 단천랑은 죽음에 가까운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과 초휴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단천랑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초휴가 다시 칼을 휘두르기 전, 기혈의 힘을 거대하게 일으켜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예 정혈을 태워 도망치기로 한 것이다.
초휴는 냉소를 머금었다. 그의 앞에서 정혈을 태우는 것은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혈신마공을 펼치면 초휴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기혈의 힘을 죄다 장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순간 단천랑은 온몸이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혈을 통제할 수가 없다!’
초휴의 몸에서 혈영이 하나하나 날아올라 경악스러운 기세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단천랑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은 청록색 빛에 둘러싸이더니, 빛살로 솟구치는 용처럼 변해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초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혈영대법을 거두었다.
단천랑의 이번 수는 예측 밖이었다.
‘이런 수단도 쓸 수 있다고?’
방금 단천랑의 속도는 그를 뒤쫓아오던 황사월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육강하가 큭큭 웃었다.
“네가 죽을 만큼 겁났나 보군.”
초휴는 의아했다.
“무슨 소리야?”
“저놈이 쓴 것은 청룡회 비전의 청룡화신비술(靑龍化身祕術)이다. 그 진정한 장점은 근접전에서의 강맹함을 키워주는 것이지만 반작용이 만만치 않지. 그래서 역대로 진화련신에 오른 무사들만 수련할 수 있었다. 방금 그자가 쓴 초식은 청룡출해(靑龍出海)라고 하는데, 일순간에 속도를 극한까지 올리는 기술이야. 바다에서 솟구쳐 발톱으로 움켜쥐니 강과 바다가 피로 물드는 도다!”
“하지만 적을 공격하는 후반부는 놔두고 앞의 기수식만 썼다. 그래서 진단경의 실력으로도 억지로나마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이야 도망쳤지만, 그 힘을 감당할 수 없을 거야. 목숨은 건진다 해도 필경 중상을 면치 못할 거란 말이지. 보통 사람 같으면 비법을 수련하면서 도망치는 기술을 제일 먼저 익히진 않을 테지. 놈은 네 손에 죽을까 봐 자나 깨나 겁이 났던 거야. 그래서 다른 건 안 익히고 도망치는 비법부터 익힌 거지.”
육강하의 분석은 정확했다. 단천랑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대놓고 보천남에게 아부를 떨고 비위를 맞춰서 어렵사리 청룡화신비술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의 경지로는 익힐 수가 없어서 몹시 울적했다.
초휴의 보복을 시시각각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으므로, 그는 이를 악물고 일단 도망치는 초식을 익힌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을 쓸 날이 올 줄이야.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단천랑이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 단천랑은 비법을 오래 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는 상대가 자신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십여 리를 쫓아갔어도 흔적은 점점 옅어지기만 했다. 초휴로서는 정말 뜻밖이었다. 이렇게까지 버텨내다니, 단천랑도 제법이 아닌가.
초휴는 더는 단천랑을 쫓아가지 않기로 했다. 장검이 우뚝 솟은 듯한 봉우리 위에서 누군가 싸우는 파동이 느껴졌던 것이다. 거기에는 익숙한 기척도 섞여 있었다. 방칠소, 여봉선, 그리고 장승정과 종현이었다.
저 네 사람이 한곳에 모이다니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있나?
초휴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단천랑을 쫓는 것은 그만두고 산으로 올랐다. 산은 위로 갈수록 험준해졌는데, 일부러 누군가가 조각이라도 한 것처럼 장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초휴가 정상에 올라보니 네 사람이 한창 싸우는 중이었다.
명왕인을 맺은 종현이 여봉선과 격렬하게 맞부딪치고 있었다.
여봉선의 실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으나 종현보다는 진단경 돌파가 늦었다. 그리고 신력을 타고났다고는 해도 종현이 쌓아 올린 기초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그는 신병 무쌍을 가지고서도 상대에게 밀리고 있었다.
방칠소 쪽은 한층 더 시끄러워서, 장승정과 싸우면서 연신 빽빽거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저 아무 말이나 되는대로 떠들어대는 것인지 언어 공격으로 장승정을 정신 사납게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이, 어이, 장승정, 너무한 것 아니오? 여긴 우리가 먼저 찾아냈다고. 당당한 소천사가 강도질을 하면 쓰나! 엄마야, 병기까지 꺼냈어? 당신의 승사는 명검보 십 위잖소. 내 경예는 이십일 위밖에 안 된단 말이지! 그런 걸 휘두르면 재밌소? 자신 있으면 병기는 내려놓는 게 어때? 공정하게 싸워보자니까. 이것 보라고, 쪽팔린 줄 아시오? 어디를 때리는 건가? 본인이 도사라 여자와 못 어울린다고 내 하반신의 행복을 질투하는 거야 뭐야?”
방칠소가 아무 말이나 쏟아붓는 바람에 얼핏 기세등등해 보이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장승정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격차가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때 초휴가 등장하자 네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교전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종현은 무표정했고 장승정은 눈썹을 살짝 꿈틀했다. 방칠소와 여봉선은 희색이 만면했다.
방칠소가 크게 웃었다.
“하하! 초 형, 마침 잘 왔어! 우리 같이 이 뻔뻔한 도사를 손봐주세!”
여럿이서 하나를 공격하자는 이야기를 이렇게 떳떳하게 하다니, 뻔뻔한 쪽이 방칠소인지 장승정인지 모를 일이었다.
초휴는 그들에게 다가서면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보물이라도 찾았나?”
방칠소가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여기는 상고 시대 검도 대문파였던 천하검종(天下劍宗)이 검을 시험하던 유적일세. 물론 시험받는 것은 병기가 아니라 검사 쪽이지. 위쪽은 검괴뢰가 지키고 있네. 옛날 천하검종이 건재하던 때는 검을 지닌 자가 검괴뢰의 시험을 통과하면 괴뢰의 몸 안에 있는 수호부 따위의 보물을 가져갈 수 있었지. 그것을 지니면 하산하여 강호를 누빌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니, 비장의 패라 할 만하지.”
“이건 우리 검왕성의 기록에 쓰여 있는 이야기야. 여기가 바로 그 천하검종의 수련지 중 하나고, 위에 있는 검괴뢰 중 세 개는 온전히 남아 있네. 그렇다면 괴뢰 속의 물건도 멀쩡하겠지. 좀 전까지는 우리 편이 하나 모자랐지만 이제 딱 맞는군그래!”
이대이로는 장승정과 종현을 이길 수 없었으나 이제는 삼대이다. 그렇게 말하는 방칠소는 별로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초휴가 나직하게 말했다.
“둘이서 검괴뢰를 없애고 보물을 가져오게. 여긴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방칠소는 잠시 멍해졌다. 초휴를 보는 눈빛마저 바뀌었다.
‘이 친구가 갑자기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장승정과 종현이 굴러다니는 개뼈다귀도 아닌데 혼자서 둘을 상대하겠다고?’
그러나 초휴의 표정은 진지했다. 방칠소는 곧장 여봉선을 이끌고 검괴뢰를 공격하러 올라갔다.
초휴는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농담할 리가 없었다. 저렇게 말한 이상, 분명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장승정은 다소 괴이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진단경에 든 이후로 당신 혼자 발전했고, 우리는 다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거라 믿는 건 아니겠지?”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아니오. 하지만 나는 나를 믿소.”
장승정이 웃었다.
“그것참 공교롭군. 나도 나 자신을 믿으니 말이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승정이 출수하려는 순간, 종현의 일권이 먼저 폭발했다. 거대한 부처의 위세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종현의 사고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싸울 생각이면, 싸운다. 그는 상대가 다수네 뭐네 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근래 대광명사에서 허도와 가까이 지냈다. 허도와 초휴가 손을 잡고 원천방을 죽인 후, 허도는 초휴를 크게 칭찬했다. 이에 별다른 승부욕이 없는 종현조차 대체 초휴가 얼마나 강해졌다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장승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있었다. 그는 종현이 초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알아보도록 내버려 두었다.
초휴가 긍지를 지닌 인물이라면 장승정 역시 그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옛날 장승정은 용호방 일 위에 십년 동안 있었다. 동년배 중 그와 겨룰 만한 사람은 종현뿐이었다.
나중에 초휴가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결국 장승정은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제일 먼저 진단경에 오르고 뇌명금단까지 만들어냈다.
그러나 천사부가 봉문에 들어가자 그는 거의 출수를 하지 않게 되었다. 반면 초휴는 진화련신의 강자를 죽이며 일약 강호에 이름을 드날린 것이다.
그 후로 강호 전체의 의견은 둘로 갈라지다시피 했다. 한쪽은 청년 세대 중 가장 두려운 자는 초휴라고 주장했다. 이미 제 경지를 넘어서서 진화련신의 강자를 죽일 실력을 보유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한쪽은 초휴가 진화련신을 죽인 것은 속임수에 기댄 결과일 뿐이고, 진짜 실력으로 논하면 기초가 튼실한 소천사가 한 수 위라고 했다.
사람들은 옥신각신했으나 정작 두 당사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초휴건 장승정이건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언제 남의 의견에 신경을 쓰고 살았던가?
그들의 생각 한 가지만은 완전히 일치했다. 자신은 다른 누구보다도 약하지 않다는 것!
그때 초휴는 이미 종현과 교전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줄곧 광포하기 그지없는 길을 걸어왔다. 시원시원하게 힘으로 맞붙는 것이다.
옛날 종현이 초휴와 겨뤘을 때는 초휴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러나 그는 무도종사가 된 이후 대광명사에 돌아가 고된 수련을 했고, 허자, 허운, 허도, 세 사람에게 돌아가며 가르침을 받았다.
평범한 대광명사 제자는 받을 수 없는 대우였다. 특히 허도는 미덥잖게 보여도 무도에 대해 새롭고 독특한 견해를 갖고 있었다. 종현은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종현이 출수하자 등 뒤에서 무궁무진한 불광이 아른거렸다. 진옥명왕, 부동명왕 등 수십 명왕의 허상이 그의 뒤에 자리했다. 종현의 인결이 작렬하는 순간 마를 주멸하는 명왕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초식에는 원천방과 맞서 싸우던 허도의 수천수만 부처 같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 다른 점은 종현이 수련한 것은 부동명왕의 힘뿐이라는 점이었다.
초휴의 눈앞에 무수한 핏빛이 가득했다. 천마무에서 혈기와 마기가 용솟음쳤다. 칼을 휘두르자 핏줄기들이 끊임없이 비틀리며 천마무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갔다.
칼 자체가 마치 피와 살과 혼을 지닌 것 같았다. 피안개와 마기가 솟구치며 종현의 명왕인을 사정없이 베어 버렸다.
혈신마공은 육강하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공이었다. 그 기능은 강화판 마혈대법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마혈대법의 주요 기능은 교전하면서 적의 기혈을 빨아들이고, 상대의 기혈을 집어삼킴으로써 수련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속성 무공이라고 봐야 했다.
그러니 혈신마공의 핵심은 ‘마’가 아니라 ‘신’, 즉 기혈의 힘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기혈의 힘은 무사의 뿌리이자 정신과 형체의 근원이다.
초휴의 도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기혈의 힘이 즉각 천마무로 뻗어 나갔다. 초휴는 천마무가 자신과 하나가 된듯한 일체감을 느꼈다.
방대한 기혈의 힘이 폭발하자 명왕의 허상은 갈가리 찢겨나가고 격렬한 굉음이 울렸다. 위쪽에서 검괴뢰를 쳐부수던 방칠소와 여봉선도 움찔할 정도였다.
방칠소가 중얼거렸다.
“인도합일(人刀合一)? 설마. 초 형 같은 무도로 어떻게 인도합일을 하지?”
무사와 병기의 결합이 극한에 이르면 이런 변화가 생겨나고 위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검왕성 같은 오대 검파의 검사들은 검을 목숨처럼 아꼈고 진정한 인검합일(人劍合一)의 경지를 추구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관념이 아니라 실체적인 원신과 신체의 합일이었다. 검이 있어야 사람도 살고, 검이 망가지면 사람도 죽는 것이다.
풍운검총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풍운검총의 강자들이 죽으면 그들의 검령 역시 따라서 사라졌고, 검도 함께 매장되었다.
방칠소는 다른 자들이 그 경지에 다다르는 거야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초휴처럼 온갖 잡다한 무공을 다 익힌 자가 도법마저 그런 경지에 올랐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