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75)
775화 신검의 출현
참적룡(斬赤龍)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신병이다.
상고 시절에 재앙을 끼치던 흉수 적룡이 있었다. 수많은 협객이 적룡을 죽이려다가 모두 잡아먹혔다.
어느 병기 주조 대사가 적룡에게 아내와 딸을 잃었다. 그는 격분하여 자신의 기혈로 검을 벼려내어 벗에게 주고, 그 검으로 적룡을 베어 달라고 부탁했다.
검이 완성되었을 때 그 주조 대사는 기혈을 다 소모해서 죽고 말았다. 그의 친구는 바로 그 검으로 적룡을 죽였고, 검과 대사의 시신을 함께 묻은 뒤로 종적이 묘연해졌다.
모두가 그 이야기를 전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설 속의 신병이 지금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방칠소는 너무도 후회스러워서 창자가 다 꼬이는 것 같았다. 검괴뢰 안에 천하 명검보 십 위 안에 드는 신검이 있을 줄 알았다면, 검괴뢰를 냅다 두들겨 깨부수지 않고 힘을 좀 남겨 놓았을 텐데!
천하검종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제자들을 시험하려고 만든 검괴뢰 아니었나?
시험을 통과한 자에게 비장의 패로 주는 것이라 해도 이런 신병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게 무슨 최후의 수단이란 말인가. 최고의 선물꾸러미지!
참적룡을 알아본 순간, 주변에서 관전하던 무사들은 눈에 불을 켜더니 일제히 산꼭대기로 달려들었다.
지금까지는 별 이득도 없어 보이는 일이니 그냥 구경이나 하자 싶어 지켜만 보았다. 젊은이들 간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신병 지보가 눈앞에 나타난 이상 젊은이고 늙은이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설령 검을 쓰지 않는 무사라도 그렇지, 명검보 칠 위 신검의 유혹을 어떻게 참겠는가.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오자 방칠소와 여봉선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그 순간 참적룡의 날에서 거센 빛이 솟아나더니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신병에는 기령이 있다. 신병의 주인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초휴 역시 올라가서 참적룡 쟁탈전에 끼어들려 하는데, 원한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휴!”
초휴는 뒤를 돌아보았다. 산기슭에서 두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개중 한 사람은 낯에 핏기가 싹 가셔서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초휴가 달려들자 비법을 써서 도망친 단천랑이었다. 단천랑이 다시 그의 앞에 나설 용기를 낸 까닭은 단순했다. 보천남이 그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초휴를 본 보천남이 냉소했다.
“애송이, 정말 간도 크구나. 단천랑은 우리 청룡회의 오용수다. 네가 뭐라 했었지? 단천랑을 죽이려 하면 내 손에 죽게 된다고 하지 않았나!”
초휴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천남 저 미치광이까지 왔다면 일이 복잡하지 않은가. 그는 보천남 같은 자와 얽히는 것은 정말 질색이었다. 저런 자들은 미치광이나 다름없어 아무것도 거리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간 초휴는 뭔가 본 것처럼 곧장 뒤쪽으로 달아났다.
보천남이 냉소했다.
“은마권 늙은이들이라도 왔나? 그러나 위서애 말고 나머지 진흙 같은 개뼈다귀들은 내 한주먹거리도 안된다!”
초휴가 본 것은 은마권 사람이 아니라 검왕성의 ‘검남왕’ 독고이였다.
그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본 독고이의 미간이 푹 팼다. 독고이는 초휴가 방칠소와의 친분을 내세워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검왕성은 대광명사같이 정통의 정도 종문은 아니었으나, 마도 일맥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었다. 방칠소가 초휴와 모호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거야 상관없었다.
독고이도 그 정도는 방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자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면 주제도 모르는 망상이 아니겠는가.
독고이가 막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는데 초휴가 느닷없이 말했다.
“독고 선배님, 거래 하나 하시면 어떨까요? 저 대신 보천남을 막아주시면 저는 참적룡이 방 형의 것이 되도록 돕겠습니다. 여봉선도 도와줄 겁니다. 저와 방 형의 교분은 익히 아시지 않습니까. 저나 여봉선이나 검을 쓰지 않으니 참적룡은 어차피 필요 없습니다. 선배님만 약속하시면 천하 명검보 칠 위의 신검은 방칠소의 것입니다!”
독고이는 잠시 멍해졌다. 그는 초휴가 보천남한테서 구해달라고 할 줄 알았지, 거래 같은 것을 제안할 줄은 몰랐다.
어쨌건 천하 명검보 칠 위의 명검 참적룡의 유혹은 대단했다. 초휴의 은마권 신분을 잠깐 잊어도 될 정도로 말이다. 해서 독고이는 잠깐 생각한 끝에 응낙했다.
“좋다!”
그는 곧장 나서서 쫓아오는 보천남을 막아섰다.
참적룡을 빼앗으러 몰려오는 무사들과 싸우고 있던 방칠소는 제 머리를 한 대 치고 말았다.
‘독고이 사숙조부(師叔祖父)도 참 순진한 분이 아닌가. 저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다니!’
독고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보천남의 첫 번째 목표는 초휴고 참적룡은 두 번째였다. 독고이 입장에서는 굳이 초휴 대신 보천남을 막지 않고 곧장 참적룡을 빼앗으러 달려들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진화련신은 그와 보천남 둘뿐이었다. 해서 독고이는 저도 모르게 보천남을 최대의 위협이라 여겼다.
초휴는 그 인식을 교묘하게 비틀어 초휴 자신이 참적룡 쟁탈전의 관건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독고이는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곧장 응낙을 해버렸다.
물론 방칠소는 독고이의 착각을 수정해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안 그래도 독고이에게 초휴를 도와 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으니까.
독고이가 앞을 가로막자 보천남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늙다리 독고이! 검왕성이 언제부터 이리 오지랖이 넓어졌나? 진심으로 나와 싸울 셈인가?”
독고이는 수많은 진화련신 무사 중에도 경험으로 따지면 단연 고참에 속했다. 성격 역시 불같고 화끈했다.
그는 늙다리는 말에 화가 폭발했다.
“보천남, 남들은 몰라도 검왕성이 청룡회를 겁낼 것 같나? 그렇게 자신 있으면 청룡회 분타를 서역 땅에도 세워 보시지!”
그 말에 보천남이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독고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천남의 몸은 푸른 빛살처럼 변하더니 꿈틀대는 용처럼 뻗어 나갔다.
새파란 강기가 용의 발톱으로 변해 굉음을 울렸다. 일조(一爪)에 어린 사나운 살기로 인해 주변이 온통 싸늘해질 지경이었다.
독고이는 코웃음을 치더니 분천검결을 펼쳤다. 하늘 가득히 타오르는 검영의 불길이 쏟아져 내렸다. 열기와 한기가 부딪쳐 뒤섞이는 순간 눈을 찌르는 듯한 파동이 폭발했다.
단 일 초를 겨뤘으나 독고이는 큭 하고 신음했다. 그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쳤다.
‘보천남이 이렇게나 두려운 실력의 소유자였다는 말인가?’
옛날 독고이는 배월교 동황태일에게 패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동황태일은 강호의 진화련신을 통틀어 최강자라 해도 좋을 터였다.
그러나 보천남을 상대하는 순간, 동황태일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실력이 동황태일만은 못해도 그리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듯했다.
이거 아무래도 밑지는 거래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제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보천남은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미치광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방으로 살기를 흩뿌리며 탐색전 따위 없이 전력으로 출수했다. 몇 초를 받아낸 독고이는 벌써 숨이 막힐 듯했다.
독고이가 간신히 보천남을 막아내는 동안 초휴는 참적룡을 노리는 방칠소를 도왔다.
이런 혼전은 초휴가 장기를 발휘하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극한까지 혈영대법을 펼치자 무수한 혈영이 휘날렸다. 장승정이나 종현도 초휴 수준의 살상력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했다.
방칠소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가면서 장승정에게 투덜거렸다.
“이보시오, 장 도형. 우리도 퍽 오래 알고 지낸 사이 아닌가. 모처럼 나온 신검은 나한테 양보 좀 하면 안 되겠소? 승사도 갖고 있으면서 저 검 때문에 나와 꼭 싸워야 할 건 없잖으냐고? 내 체면 좀 세워 주면 안 되나?”
장승정은 무림의 청년 무사 중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천사부의 후계자로 확정되어 성장했으니 말이다.
명검보 십 위에 올라있는 천사부의 신병, 신검 승사는 그때부터 성장한 장승정에게 주어지기 위해 봉인되었다.
장승정이 받은 대우에 비하면 방칠소나 초휴는 거칠게 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장승정은 방칠소의 말에 일절 대꾸하지 않았다. 가볍게 휘두른 손으로 끝없이 뇌광을 작렬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초휴가 갑자기 방칠소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장난 그만하고, 내 동작을 잘 보고 있다가 바짝 따라붙게. 날 죽이려는 보천남을 검왕성 노야께서 막아주셨으니 큰 선물로 보답하겠네!”
잠시 멍해진 방칠소는 기괴한 눈으로 초휴를 바라보았다.
이 많은 사람이 참적룡을 노리고 있는데 무슨 자신감일까?
그러나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초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순한 마기가 솟구치는가 싶더니 초휴의 등 뒤에서 거대한 두 팔 모양으로 변했다.
그가 양손으로 인결을 맺자, 소름 돋는 기운이 모여들며 사나운 마기가 장궁으로 뭉쳤다. 한쪽 팔로 활을 잡고 세 팔로 시위를 당긴 순간, 굉음과 함께 멸삼련성전이 발사되었다.
초휴가 거의 전력을 기울여 쏜 그 화살은 장승정을 향한 게 아니었다. 종현이나 다른 누군가도 아니었다. 화살은 곧장 참적룡을 향해 날아갔다!
멸삼련성전이 스치고 지나는 곳마다 만물이 적멸했다. 사람들은 그 강대한 힘에 전율하며 반사적으로 물러섰다.
방칠소는 초휴가 화살을 쏜 직후, 그의 말뜻을 당장 이해했다. 멸삼련성전이 지나가는 곳은 일종의 진공이 형성된다. 천지 원기가 적멸하니, 화살이 지나는 곳에 있던 무사들도 비켜나기 바빴다.
방칠소는 한 줄기 검광처럼 빠른 속도로 멸삼련성전을 쫓아갔다. 그 화살은 그를 위해 길을 뚫어 주는 것처럼 거침없이 나아갔다.
참적룡이 뿜어내던 강대한 검기마저 화살 앞에 무너지기 시작하자 검령이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참적룡쯤 되는 검령이면 지능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었고, 주인을 고를 힘도 있었다. 여봉선의 신병 무쌍도 그랬다.
여봉선은 여온후의 원신 파편을 얻기 전까지는 신병 무쌍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여온후의 원신 파편과 융합하고서야 무쌍은 여봉선의 무기가 되기를 자청했다.
지금의 참적룡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나타난 참적룡 역시 자신한테 걸맞은 주인을 고르고자 했다. 그를 만들어낸 사람은 상고 시대 최절정의 주조 대사였고, 그를 사용했던 주인 역시, 당세의 영웅호걸로 용을 벨 만한 실력자였다. 옛날 적룡의 피를 묻혔던 신검을 쓰고 싶다면 평범한 사람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참적룡이 보기에 여기 모인 무사들은 벌레나 마찬가지였다. 그들끼리 서로 죽고 죽인 후 마지막으로 남는 자만이 자신을 가질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생각지도 못한 패를 꺼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버려 두고 참적룡을 공격한 것이다. 혹시 본 신검께서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초휴는 일개 검령이 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알았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검이든 다른 병기든 마찬가지였다. 무사의 손에 들려 있을 때만 진정, 병기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병기는 쓰라고 있는 것이지, 고이 모셔두고 경배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장검산장 사람들 같은 괴상한 버릇은 없었다.
상황을 이해한 장승정이 승사를 뽑아 들자, 검이 매섭게 빛나며 뇌광이 번쩍였다. 승사의 검광은 구천(九天)의 번개처럼 연달아 일곱 번 허공을 가르며 방칠소가 나갈만한 거의 모든 방향을 막아 버렸다.
그 옛날 독고유아의 멸삼련성전은 온 강호에 위명을 날렸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다른 종문은 잊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승정은 옛날 독고유아가 화살 한 대로 철황보를 무너뜨렸던 가공한 무위를 노천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해서 장승정은 그 화살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노린 것은 방칠소였다.
그러나 뜻밖으로 방칠소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엄숙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경예에서 별처럼 빛이 뿜어나오더니 똑같이 일곱 번 허공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