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780)
780화 돌파
장승정은 협의가 무엇인지, 또 대의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그가 마음속의 저울을 버리지만 않는다면 천사부의 명성과 지위는 영원할 터였다.
과연 장승정의 단호한 말에, 그를 바라보는 손씨 형제의 얼굴은 감동으로 가득 찼다. 절망에 빠진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은 장승정뿐이지 않은가.
손씨 형제가 이득만을 바라고 움직이는 속물들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초휴는 차가운 얼굴로 내뱉었다.
“천사부에 천사부의 법도가 있다고? 그렇다면 이 초휴에게도 초휴의 법도가 있소.”
“어떤 법도요?”
장승정의 물음에 초휴는 앞으로 나서며 싸늘하게 외쳤다.
“내가 적을 죽이려 할 때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법도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끝없는 혈기가 그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가닥가닥 뻗어가는 핏줄기는 괴이하면서도 끔찍했다.
초휴는 황사월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손씨 형제 때문에 자신이 죽을 뻔했던 일을 굳이 장승정에게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지금껏 그가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자들은 이르건 늦건 모두 죽었다. 그 누구도 초휴를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승정이 눈썹을 찌푸렸다. 손에 쥔 승사에서 뇌광이 솟았다. 칼집에서 검이 뽑히자마자 뇌문으로 변해 허공을 갈랐고, 핏줄기는 뇌광에 산산이 찢겨나갔다.
그러자 초휴는 천마무를 휘두르며 장승정에게 달려들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초휴가 장승정을 격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초휴의 살초를 막는 것은 장승정으로서도 버거웠다.
장승정은 초휴가 내뻗은 핏줄기를 산산이 부쉈으나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남은 핏줄기는 자욱한 혈무로 변해 손씨 형제를 완전히 감싸 버렸다.
혈무 속에서 심장 박동과 비슷한 고동이 들려왔다. 손씨 형제의 심장도 일순간 쿵 하고 울렸다.
그 박동이 점점 속도가 빨라지자 손씨 형제의 심장도 거기에 맞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애써도 통제가 되지 않았다.
장승정 역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막아 보려 했으나 이렇듯 기괴한 수단 앞에서는 초휴를 죽이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어 보였다.
박동이 점점 빨라지자, 창백하게 질렸던 손씨 형제의 얼굴은 핏빛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그리고 결국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가슴이 그대로 터져 나가며 선혈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다들 소름이 오싹 돋았다. 초휴를 바라보는 눈에 꺼리는 기색이 가득했다.
손씨 형제는 이미 전력을 다해 초휴를 막느라 원기까지 상한 상태라서 그대로 죽어버린 것이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 한 것인지 영문을 모를 정도로 기괴한 수단이 아닌가. 보는 사람들의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다.
육강하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본존의 혈신마공으로 기혈을 섬세하게 조종하면 된단 말씀이야. 알고 보면 자잘한 기술인데, 저렇게까지 놀라다니 정말 촌것들이군.”
초휴는 콧방귀를 뀌었다.
“우쭐거리지 말고, 옛날 혈마당 진법이나 내놔.”
육강하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혈마당 진법은 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굴지 마라. 당신 눈이라면 저 원령 귀신의 허점이 보였을 거 아닌가. 날 도와주면 얻는 게 있을 거야. 나는 받은 것을 잊는 법이 없으니까.”
육강하가 입을 삐죽거렸다.
“네가 정말 양심이 있었으면, 본존을 내보내서 정혈을 꼬박꼬박 공양해 본존이 몸을 다시 만들게 해 줬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육강하도 지금의 자신이 초휴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잘 알았다. 해서 군소리 몇 마디만 하고 혈마당의 진법을 초휴에게 넘겨주었다.
어쨌거나 그는 혈마당 당주였고, 혈마당은 곤륜마교 최강의 당구 중 하나였다. 곤륜마교에는 진화련신의 낭인 무사가 적지 않았으나 그들은 모두 독고유아 직속이었다.
육강하처럼 혼자 힘으로 당구 하나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면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안목이나 능력, 견문 모두 상당히 출중하다고 봐야 했다.
여기에 있는 뭔가를 심포진은 알아보지 못했고, 위서애 역시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육강하는 초휴의 말을 듣고 뭔가 알 것 같았다.
손씨 형제가 죽자 장승정도 공격을 멈췄다. 더 싸워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나 장승정의 낯빛은 별로 좋지 않았다. 결국은 초휴의 살인을 막지 못했다. 또 초휴에게 한 방 먹은 셈이 아닌가.
초휴는 손을 휙 내저어 손씨 형제의 시신에서 혈신마공으로 선혈을 뽑아냈다. 양이 부족한 바람에 형제의 시신은 순식간에 빼빼 말라비틀어지고 말았다.
모두가 눈썹을 찌푸렸다. 죽였으면 그만이지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초휴가 하는 짓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 듯했다.
여봉선을 구하기 위해서건, 사사로운 원한을 갚기 위해서건, 죽이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니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를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시신을 모욕하기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였다.
심포진도 이미 독고이와 교전을 멈춘 뒤였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초휴,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조차 가만두지 않는 건가? 참으로 도가 지나치군.”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여러분을 구하려는 거요. 말했잖소. 이 둘은 귀신에게 몸을 빼앗겼다고. 죽였으니 이제 나갈 수 있소.”
초휴가 손을 휙 내젓자 선혈이 한데 모여 진법을 형성했다. 새빨간 문양이 땅바닥에 은은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무수한 원령이 모여든 귀신은 그것을 보자 노호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초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귀신이 그렇게까지 흥분하는 것을 보자 사람들도 얼어붙었다.
초휴에게 정말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독고이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분천의 힘을 지닌 뜨거운 검기가 쏘아져 나가 귀신을 날려 버렸다. 귀신은 즉각 힘을 회복했으나, 독고이의 저지를 뚫고 초휴를 해칠 수는 없었다.
초휴의 진법이 완성된 순간, 새빨간 빛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사방으로 뻗쳤다. 흉측하고 요사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귀신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검은 안개로 형성된 것 같았던 귀신의 몸속에 무수한 머리통들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마치 머리들이 모여 이루어진 몸처럼 보였다.
안목이 날카로운 사람은 그 머리통 중, 손씨 형제의 머리도 끼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그 순간, 손씨 형제의 머리통이 검은 안개 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속으로 녹아드는 것 같기도 하고 밀어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끝에 머리들이 서로 물어뜯는 기이하고도 요사한 광경이 펼쳐졌다. 곧이어 검은 공간이 녹아내리더니 사방에서 동굴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귀신의 슬픈 울부짖음과 함께 검은 안개는 흩어졌다.
순수한 정신력만이 남아 줄곧 기절해 있던 여봉선에게 흘러 들어갔다. 여봉선은 갑자기 거대한 힘이 흘러들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몽롱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휴는 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여간 여봉선의 운 하나만은 엄청났다.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나 강대한 정신력을 얻게 된 것이다. 십여 년 고되게 수련한 원신 비법과 맞먹을 만한 힘을!
사람들을 가두고 있던 검은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고 대신 나타난 것은 거대한 동굴이었다. 주변에는 온통 백골이 흩어져 있어 끔찍하고, 오싹했다. 옛날 천하검종에 버림받은 사람들의 유해가 분명했다.
위서애가 기이하다는 눈으로 물었다.
“무슨 방법으로 진을 깨고 귀신을 죽인 게냐?”
다른 사람들도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초휴의 방식은 너무 괴상망측했다. 정말 그 진법 덕분일까?
초휴는 웃으며 말했다.
“원래 있던 것에 작은 것을 하나 더했을 뿐입니다. 사실 약점은 그것이 이미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아니고, 단순한 귀신도 아니었습니다. 옛날, 이 무사들이 죽고 남은 원념과 사기에 각종 특수한 환경이 더해져 생성된 흉령이었지요. 그러니 사실은 지능도 절반 정도밖에 없는 겁니다. 생각도 할 수 있고 모든 걸 알긴 했지만,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존재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순수하기 짝이 없지요.”
“그것의 뿌리가 바로 여기였습니다. 뿌리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방법은 없었습니다. 방금 제 손에 죽은 두 사람은 원한이 하늘을 찔렀겠지요. 그래서 그들의 피를 이용해 진을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낸 진을 천지의 진에 융합시킨 겁니다.”
“그 귀신은 희생된 천하검종 제자들의 원념이 모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모두 똑같은 원념을 지녔으니 이렇듯 강대한 원한과 지능을 가진 귀신이 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손가의 둘은 오로지 저만을 원망할 뿐이니 증오의 대상이 다릅니다. 맑은 물에 먹물 두 방울을 흘려 넣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든 것이 망가지는 거죠.”
다들 잠시 멍해졌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물론 그들이 어리석었노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긴 했다. 혹시 생각해 냈다 한들, 남을 죽여 시험해 볼 만큼 간이 큰 자가 초휴말고 또 있겠는가.
두 사람을 죽여 모두가 곤경에서 벗어났다. 초휴의 수완도 보통은 아니었다. 옛날 제자 구할을 생매장한 천하검종 종주만큼 지독하고 악랄하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더 운이 좋았던 것은 여봉선이었다. 그는 그저 한잠 잤을 뿐이다. 그것만으로 저도 모르게 원령에서 온 정신력을 얻은 것이다.
여봉선은 원신 비법을 쓸 줄 몰랐으나, 정신력이 강해서 손해가 될 것은 없었다. 다른 무사가 정신력으로 공격할 때, 어느 정도는 방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여봉선이 막 초휴더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려 하자 방칠소가 끼어들어 조금 전 상황에 갖은 양념을 쳐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혀를 쯧쯧거리며 가슴 아프다는 듯 말했다.
“그 원령도 참,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나는 검을 쓰는 사람이잖나? 내가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말이지. 여 형, 자네가 얻은 그 정신력도 아깝군그래. 당신의 무도를 보건대 그 정신력은 방어하는 데나 쓰일 테니 말이지. 우리 검왕성에는 정신력으로 검을 만들어내는 비법도 있어. 하지만 내가 의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검왕성 비법은 외부인에게 전수할 수가 없단 말이지. 하지만 초 형은 원신 비법을 적잖게 알고 있으니 가르쳐달라고 하면 되겠군그래.”
여봉선이 웃었다.
“괜찮네. 옛날 여온후의 전승 중 구소연마금신과 마신무쌍극, 그리고 잡다한 무공 비법들도 있었지. 하지만 수무상 말로는 그것들 모두 여온후가 남에게 빼앗아 오거나 할 일 없을 때 소일거리로 만든 것이라더군. 마신무쌍극과 구소연마금신을 극한까지 연마하여 일당백을 너끈히 하게 되면 이렇게 잡다한 것은 배울 필요가 없지. 굳이 수련해 봐야 시간 낭비나 될 게 아니겠나. 이제는 정신력도 있으니, 며칠만 수련하면 그 비법들은 다 대성을 이루게 될 걸세.”
방칠소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곧장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여봉선과 더 말을 섞기도 싫었다. 저렇게까지 운이 좋다니 자존심이 상해서 못 견딜 판이 아닌가. 그야말로 필요한 족족 뭐든지 하늘이 내려주는 것 같은 인간이 아닌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동굴 속을 수색해 보았으나 그다지 좋은 것은 찾지 못했다. 천하검종은 이곳을 떠나면서 좋은 물건을 구 할은 가지고 갔다. 여기에 생매장당한 자들이 그럴듯한 것을 지니고 있을 리가 없었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병기나 패검 정도가 고작이었고, 질도 좋지 않았다. 신병이 몇 자루 있기는 했으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검령도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신병으로서의 기본은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가져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전의 기괴한 광경이 아직 모두의 눈에 선연했다. 초휴가 그 원령은 완전히 사라졌노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 환경에서 만년을 넘게 있었던 물건들이 아닌가. 이미 원기가 들러붙었을 테니 가져가기에는 불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