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3)
833화 초휴가 살아 있다!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 가주의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남의 보호를 원한 적이 없습니다.”
초휴가 그렇게 말하자 영소도 굳이 더 말하지 않았다.
그간 상수 영가는 줄곧 중립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영백록과 초휴가 친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굳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육장류가 장운자의 시신과 함께 녹도에서 나왔다.
초휴를 보는 육장류의 눈에 원한이나 악의는 없었다.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언제야 끝이 나겠소? 꼭 사람을 죽여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가? 장운자를 죽여 봐야 더 큰 문제만 일으킬 뿐인데 말이지. 강호가 또 한바탕 어지러워지겠구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육 장문은 진정한 도문의 고인이십니다. 도가는 청정무위를 숭상하지요. 그러나 도인 중에서도 홍진 세상에서 싸우며 구르는 것을 즐기는 자들이 있습니다, 인과에 끼어든 이상 언젠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게 아닙니까. 거칠게 말하자면, 나와서 해 먹은 만큼 돌려받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강호에 발을 내디디고 남을 죽였으면 자신도 언젠가 남의 손에 죽을 각오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저 역시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끝날 날이 오기 어렵다는 말을 믿습니다. 전부 다 죽여 버려야 비로소 은원도 끝이 나겠지요.”
육장류는 너그러운 성품의 소유자였다. 초휴는 그가 도인답게 청정무위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육장류 자신은 알았다. 그는 골칫거리가 생기는 것이 싫었고, 상관없는 일에 끼어들기가 싫은 것이다.
그는 정말 강호가 평온해지기를 바랐다.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서 무공을 익히고 도를 수련하면 그 얼마나 좋단 말인가?
왜 꼭 누굴 죽여야만 한다는 건가?
해서 그는 순양도문의 극단성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초휴처럼 가치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육장류는 한숨을 쉬고는 장운자의 시신과 함께 떠났다.
초휴도 막 떠나려다 땅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다가가 보니 녹도에 들어갈 때 썼던 열쇠 두 개였다. 그러나 온통 금이 가 있어서 망가진 게 분명했다.
초휴는 잠시 멍해졌다. 그 자리는 방금 여잠로와 혁련장봉이 서 있던 곳이었다. 이 열쇠는 그들이 버리고 간 것일까?
주워들어 살펴보니 진기로 부순 흔적이 없는 게 저절로 깨진 듯했다.
그는 공간 비전함에서 열쇠를 꺼내 보았다. 그의 열쇠는 금 간 곳이 전혀 없어서 완벽한 상태였다.
초휴는 이 열쇠가 있으면 무제한으로 녹도를 드나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가와 왕가 정도 되는 수준의 진법 세가에서 만들어낸 물건인지라 성능이 엄청나게 좋을 수는 없는 게 아닐까?
공간을 한 번 건널 때마다 열쇠는 충격을 받는다. 주가와 왕가 역시 여러 번을 왕복해야 하는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일회성으로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만든 탓인 듯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닌 열쇠는 어째서 멀쩡한 것일까?
어렴풋이 짐작 가는 게 있긴 했다. 그는 열쇠를 저쪽 땅에 묻어두고, 공간의 취약점으로 다가가 보았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은 공간 너머로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누런 모래가 가득한 세계였다.
초휴가 여기서 떠나자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 그는 다시 공간의 취약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이 원인인지 알아낸 것이다.
바로 환허육경에서 얻었던 통천의 열쇠였다!
지금까지는 주가에서 가져온 열쇠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 열쇠의 효과로 녹도에 들어갔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금 확인해 보니 그 열쇠는 애초에 쓰인 적이 없었다. 그가 공간의 취약점을 넘나든 것은 순전히 통천 열쇠의 힘이었다.
초휴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으나 공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도 지극한 보물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능소종이 그것을 온갖 신공 비법이며 신병과 함께 놓아두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환허육경에서 초휴의 원신이 혈혼주로 들어가면서 통천 열쇠 역시 휘말렸다. 그리고 초휴가 육체를 재구성할 때 몸과 융합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초휴도 걱정이 되었다. 몸 안에 알 수 없는 물건이 하나 생겨난 셈인데, 뭔가 이상이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지내보니 별 부작용은 없는 것 같아서 신경을 끊고 있었다. 설마 그것에 이런 기능이 있었을 줄이야.
잠시 생각하던 초휴는 몸을 일으켜 곧장 청룡회로 돌아갔다.
* * *
그가 도착했을 때, 강호는 끓는 냄비처럼 시끄러워져 있었다.
각종 소식과 온갖 소문의 요점은 딱 하나였다.
초휴가 살아 있다!
그 한마디 뒤에 따라붙은 이야기들은 더욱 놀라웠다.
초휴는 죽지 않았을뿐더러 실력도 크게 늘었다.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몰라도 진화연신을 익혀, 평범한 진화련신 무사를 압도하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청룡회 보천남과 순양도문 장운자가 초휴 손에 죽었다는 소식도 널리 퍼졌다.
강동 손가와 고평 육가 사건이 초휴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악랄한 수법과 비밀스러운 방식은 평소 초휴가 즐겨 쓰는 방식이 아닌가?
그리고 초휴에게는 그들을 죽일 이유가 충분했다. 그들은 초휴가 죽는데 일조한 자들이니까. 그리고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모두 초휴 손에 죽은 셈이었다. 그 실력과 수단은 놀랍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들은 강호가 또 어지러워질 것을 직감했다.
초휴가 살아난 이상 옛날 그의 원수들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초휴를 죽이지 못한 수보리선원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까?
초휴는 순양도문 호전육진인의 수장 장운자를 죽였다. 순양도문 안에서 그의 지위는 장문 바로 다음이었다. 순양도문이 어떻게 초휴를 그냥 둘 수 있겠는가?
그리고 초휴의 원수 중에는 천문 신장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초휴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강호에 퍼져 나갔을 때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근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뻐하는 사람은 물론 초휴의 측근들이었다.
* * *
동제의 은마권 비밀 거점, 위서애는 눈을 반쯤 감고 평상에 앉아 있었다. 마치 햇볕을 쬐는 노인 같았다. 그러나 밀실은 흐릿한 촛불이 켜져 있을 뿐인지라 실제로는 어둡기 그지없었다.
저무기는 위서애 아래쪽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음침한 기색이 감돌았다.
“오늘도 누군가가 저를 떠보더군요. 은마의 체면을 세울 만한 자를 다시 키워야 하니, 위 선배가 갖고 계시는 곤륜마교의 전승을 모두 내놓아야 하지 않겠냐고요.
“또 어느 놈이야?”
위서애가 느릿하게 물었다. 저무기가 코웃음을 쳤다.
“귀명종(鬼冥宗)의 사도 노괴입니다. 평소에는 그림자도 안 보이더니 이득이 될 것 같은 일이 생긴다 싶으니 재빠르게 움직인 거지요. 귀명종은 그자까지 쳐 봐야 열 명도 안 되는 한심한 처지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자질이 썩 괜찮은 젊은이를 하나 데려오더니, 자기들 것은 벌써 다 털어준 거 같고, 이제는 위 선배까지 건드리려는 모양입니다.”
화를 내는 일이 드문 저무기도 이쯤 되니 참기가 힘들었다.
예전 그들이 초휴를 키울 때는 무상마종 정도나 좀 힘을 보탰을 뿐, 위서애 일맥에 속하지 않는 은마권 사람들은 모두 수수방관했다.
초휴가 살해당한 것은 은마권 전체의 뺨을 후려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위서애가 모든 일을 다 계획하고 야소남에게 그 대가를 준 뒤에야 나섰다.
그러다 이제는 위서애의 전승을 받을 자가 없어졌다고 생각해서 그에게 기어오르고 있으니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명분도 그럴듯했다. 은마권에는 후계자를 여러 명씩 키울 만한 자원이 없다. 전에는 초휴가 있었으니 별말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죽었다. 그럼 다른 누군가를 키워야 할 게 아닌가?
위서애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양 느릿하게 말했다.
“됐다. 입이야 저희 것이니 맘대로 놀리라고 해. 같은 은마권인데 사도 노괴와 대놓고 싸울 것은 없잖으냐? 나는 초휴를 키울 때 그들에게 뭔가 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저들이 잘난 후계자를 찾아내서 키우고 있다면야, 이 늙은이가 죽은 뒤에는 다 그자들 것이 되어도 무방하겠지. 하지만 내가 숨이 붙어있는 동안에 그따위 말을 지껄이려면 직접 찾아와서 말하라고 해라.”
저무기가 뭔가 더 말하려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 온 것은 저무기의 수하였다. 저무기 수하의 마도 무사는 잔뜩 들떠 자료를 가져왔다. 허둥지둥하며 어찌할 줄 모르는 꼴이 너무 흥분해서 말도 잘 안 나오는 듯했다.
저무기가 나무랐다.
“정신 좀 차릴 수 없나? 무슨 일로 이렇게 흥분한 게야? 수보리선원 방장이 수련하다 주화입마라도 당했다더냐? 아니면 대광명사 방장이 용변올 보다 측간에라도 빠진 게냐?”
그렇게 책망하면서 저무기는 무사가 건넨 종이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
위서애가 괴상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냐?”
거기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러나 저무기는 다른 구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흥분을 누르며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초휴가 살아 있답니다!”
위서애는 잠깐 굳는 듯하더니, 고개를 들고 파안대소했다. 혼탁하던 눈에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
* * *
관중형당 총당에는 여봉선이 앉아 있었다. 그는 오른쪽 자리에 앉고 소습 등의 장형관이 옆에 앉았다.
상석은 당주의 자리였다. 전에는 관사우가, 그다음은 초휴가 앉았다. 초원승이 추대를 받아서 앉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는 빈자리였다.
지금 여봉선은 초휴 대신 관중형당을 안정시키며 사실상 당주가 할 일을 전부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주의 자리에 앉은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앉지 않았다.
소습이 한숨을 쉬었다.
“여 공자, 형당 주변 무리가 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로부터 도적질을 천 일 동안 할 수는 있어도 도적을 막는 건 천 일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합니다.”
그간 여봉선은 관중형당을 안정시켜 소습 등 관중형당 고위층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들은 사실 초휴보다도 여봉선에 대한 인상이 훨씬 더 좋았다.
여봉선은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성실함 그 자체였다. 그는 언제나 벗과 주변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 성실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관중형당에서도 그랬다. 정말 순수하게 모두를 도울 뿐이고 어떤 이득에도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그런 점이 사람들을 더욱 감복시켰다.
여봉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삼국이 관중형당을 노릴 것만 걱정했는데, 염라대왕은 잘 넘겨 놓고 정작 귀졸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게 됐군요.”
소습이 쓴웃음을 지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세 나라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거지요. 다시 전쟁을 벌일 생각만 아니라면, 관중형당을 남겨두는 편이 유익합니다.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관중형당은 세 나라 사이에 낀 땅이라 무역으로 얻는 이득을 노리는 자가 너무 많습니다. 관 당주가 계시던 때에는 초광가 대인의 후계자로서 관중형당의 위엄을 확립하셨으니 하찮은 조무래기들이 감히 설치지 못했습니다. 초휴 대인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 악명을 모르는 자가 없었으니까요. 터놓고 말씀드릴 테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론 여 공자의 명성도 대단하긴 합니다. 그러나 관 당주와 초 대인에 비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니 공자가 여기 계시는데도 그자들이 불온한 마음을 품는 겁니다.”
여봉선은 가볍게 미간을 찡그렸다.
바로 그때 관중형당 무사 하나가 예법도 다 무시하고 뛰쳐 들어와 외쳤다.
“강호에 놀라운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초 대인이 살아 계신답니다. 그리고 초 대인께서 순양도문의 장운자를 죽이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