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4)
834화 귀환과 문제
그 말이 끝나자 좌중은 정적에 휩싸였다가, 금세 왁자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봉선만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살며시 웃었다.
마음이 좀 진정되자 소습은 담담한 여봉선을 바라보며 기이한 듯 물었다.
“여 공자는 안 놀라셨습니까?”
여봉선이 웃음을 지었다.
“사실 어떤 직감이 있었습니다. 초 형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죠. 지금 보니 역시 제 직감은 잘 맞는 것 같군요.”
* * *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초휴 주변에는 차츰차츰 이익 집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 집단끼리는 별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들의 중심이 초휴라는 점만은 일치했다.
위서애 일맥이 그랬고, 그 외의 은마권 역시 그랬으며, 초휴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진무당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실 초휴 휘하 세력 중 현재 가장 위태로운 처지인 곳은 진무당이었다.
진무당은 그가 북연 조정과 합작한 결과물이었다. 초휴가 있는 동안 진무당은 의무만 다하면 그만이었다.
그곳에 소속된 자들은 초휴만 따랐다. 북연 조정?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그러나 초휴가 사라지자 북연 조정은 진무당을 집어삼키려 했다. 다행히 위서애가 나서서 북연 조정에 경고한 덕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때 위서애는 막 은마를 이끌고 남만 땅을 뒤집어 놓은 참이었다. 수보리선원의 기반에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으나 꽤 낭패를 보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북연 조정은 격노한 위서애가 은마를 움직여서 대드는 것은 원하지 않았으므로 진무당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위서애의 위협도 먹히지 않게 되었다. 이제 북연 조정은 임천리 같은 자를 내세워 이빨을 드러내며 진무당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매경령과 마주 앉은 방호의 얼굴은 분노가 가득했다.
“임천리 그놈, 제 사부가 초 대인에게 죽었으면 알아서 숙이고 있을 것이지, 감히 그따위 망동을 부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거요!”
매경령은 골치가 아파져서 이마를 문질렀다.
“전에야 엄두가 안 났겠지. 하지만 지금은 초휴가 없잖아. 임천리 그자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나설 때는 뒤에 누가 있는 거야. 북연 조정이 그를 부추기는 게 틀림없어.”
매경령은 본래 음마종의 성녀였고, 관중형당에 있는 동안에도 관사우에게 영향을 끼쳐 이런저런 작은 일을 자기 뜻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일단 큰 문제가 불거지면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니 음마종을 재건하지 않은 것은 옳은 결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능력으로는 재건한들 제대로 꾸리기 어려울 게 뻔했다.
그때 당아가 웃으며 들어섰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어느 것부터 들으시렵니까?”
방호가 아무렇게나 손을 내저었다.
“지금 같은 때에 무슨 애들 장난 같은 말을 하나? 나쁜 것부터 말해 보게. 어차피 상황이 이 모양인데 나빠져 봤자 더 떨어질 데가 어디 있겠나.”
현재 당아와 안불귀는 모두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이건 진무당 사람들로서도 좀 놀라운 일이었다.
초휴가 두 사람을 중히 여기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의 자질이 그렇게까지 뛰어날 줄은 의외였던 것이다. 그가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은 매경령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아와 안불귀는 청룡회 살수 시절부터 초휴를 따랐었다. 전에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들을 이렇게 중요한 때에 다시 보게 되었다.
당아가 빙긋 웃었다.
“나쁜 소식은 황제란 양반이 우리 진무당을 점점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앙도인이 귀띔해 준 사실인데, 조정이 진무당 권력을 갉아먹는 데에 협조하라고 명령했다는군요. 하지만 그 노도사도 제법 눈치가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대인께 놀라 겁을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황제인 항륭의 진짜 속셈을 꿰뚫어 봤는지, 겉으로는 알겠다고 말해 놓고 사실은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고 있지요. 게다가 그걸 우리에게 알려 주기까지 했습니다.”
방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옛날 북방 삼십육대도였던 시절에도 북연 조정을 상대해 본 적이 있었다.
항륭은 일세의 명군이기는 했으나 제왕의 고질적인 직업병도 앓고 있었다. 의심이 많다는 게 그것이었다.
항륭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무엇 하나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 진무당이 바로 그랬다.
“좋은 소식은?”
매경령의 질문에 당아가 생글생글 웃었다.
“강호에 소문이 떠도는데, 초 대인께서 살아나셔서 청룡회 대용수가 되셨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장운자를 죽여 다시금 온 강호에 위명을 떨쳤고요.”
방호가 일순간 진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바람에 굉음과 함께 의자가 박살이 나 버렸다. 매경령마저 고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고정하십시오. 벌써 온 강호에 파다하게 퍼진 이야기입니다. 사실은 대인께서 이미 연락을 보내셨습니다. 우리더러 청룡회로 좀 오라고 말이죠. 본격적인 골칫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매경령과 방호는 즉각 청룡회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초휴가 없어지고 나서야 그들은 깨달았다. 초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말이다.
이 집단에 있어 초휴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그야말로 기둥이라 해야 할 터였다.
초휴 없이 그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은 초휴가 남긴 것을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였다. 오직 초휴만이 대국을 살필 줄 알았고, 미래의 계획을 짤 수 있었다.
* * *
며칠이 지나자 위서애와 저무기 등 은마권 사람들, 그리고 여봉선과 관중형당의 여러 장형관, 또한 매경령과 당아 등 진무당 사람들까지 모두 청룡회에 모였다.
단목천산은 반쯤은 청룡회 주인이기도 했고 배분도 적당히 높은지라, 이들을 접대하는 일을 맡았다. 초휴가 부른 모두가 모이자 단목천산은 속으로 경탄했다.
남들이 모르는 사이 초휴는 벌써 이만한 세력을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 세력이라면 청룡회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일류 문파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것이었다. 천지통현의 강자가 있는 절정급 대문파를 제외하면 강호에서 또 누가 이만한 힘을 동원할 수 있겠는가?
특히 초휴 곁에는 뛰어난 자질을 타고난 자가 부지기수였다. 여봉선, 낙비홍 같은 사람들은 본래 용호방 청년 세대에서도 강자에 속했다. 당아와 안불귀 등의 자질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들의 종착점은 무도종사 너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실 단목천산이 청룡회를 초휴에게 맡기려 했던 것 역시 그의 자질을 보고 건 도박이었다. 모든 것을 초휴에게 걸었으나 불안한 마음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모여든 사람들을 보니 충분히 믿음이 생겼다.
그는 초휴가 청룡회를 집어삼킬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 초휴 휘하의 세력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관중형당이건 진무당이건 본래의 특색과 힘을 보존하고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초휴의 명령을 따른다는 것뿐이었다.
초휴가 원하는 것은 복종뿐이었다. 그는 휘하 세력의 이름이 무엇인가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은 청룡회 대청에서 초휴와 재회했다. 다들 놀라워하는 동시에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이것저것 물어대느라 시끌벅적했다. 초휴는 일단 모두를 진정시킨 뒤 그간 있었던 일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좌중의 놀라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들 중 일부는 애초에 초휴의 죽음을 믿지 않았었다. 예컨대 여봉선이 그랬다. 그러나 초휴가 강호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동안 이만한 일을 벌였을 줄은 상상 밖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일을 벌이지 않고 조용히 지내지를 못한다. 초휴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시끌벅적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초휴가 말했다.
“오늘 여러분을 오시라 한 것은 회포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좀 곤란한 문제가 생겨서 말이지요.”
매경령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정체를 드러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또 무슨 일을 벌였기에?”
초휴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살아서 나타난 것 자체가 엄청난 문제지요. 수보리선원에서 저를 죽이려 했는데, 정선지장은 죽고 나는 살았습니다. 그들이 그냥 물러나겠습니까? 그리고 천문의 황사월이라는 그 미친놈도 마찬가집니다. 천문 사람이 또다시 강호에 나타날지는 모릅니다만, 만일 나타난다면 그자는 반드시 저를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장운자 건도 있군요. 무려 호전육진인의 수장이라는 인물이 이 초휴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냥 참아 넘긴다면 그건 순양도문이 아니지요. 강호에 나와 원수지간인 자는 너무도 많습니다. 하나씩 온다면야 나도 두려울 게 없지만, 그들이 연합해서 공격해 올까 봐 걱정입니다.”
“그럼 어쩔 생각이에요?”
여기 모인 사람 중에는 그의 부하도 있고, 선배도 있으며, 친구도 있었다. 어떤 형태건 하나같이 초휴와 긴밀한 관계였다. 망해도 함께 망하고 흥해도 같이 흥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초휴의 골칫거리는 곧 그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번 위기를 이겨내면 초휴의 이득은 곧 그들의 이득이 될 터였다.
초휴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런 일에는 정면으로 맞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하는데 목을 늘어뜨리고 죽여주길 기다릴 순 없죠. 이 기회를 빌려 강호인들에게 우리 힘을 보여주는 것도 좋고요. 음모와 계략은 쓸 만큼 써 봤습니다. 그래서 알게 된 건데, 결국 결정적인 순간을 좌우하는 것은 실력이지요.“
강호인이 생각하는 초휴는 악랄하고 지독하며 온갖 계략에 능해, 음험하고 사악한 수단을 끝없이 부리는 자였다.
그러나 만일 힘이 충분하다면 초휴 역시 굳이 그런 술수를 써서 남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간단하게 한 대 갈겨서 없애는 것이야말로 가장 편하면서도 힘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배월교는 오래도록 지금의 자리를 지켜왔다. 왜 지금껏 누구 하나 마도를 제거하러 나서지 않고, 배월교가 이렇게 발전하도록 좌시한 것일까?
이미 한 문파의 힘만으로는 배월교를 멸망시키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합해서 공격하면 손실이 너무 클 것 같으니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먼젓번 정마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천하를 걱정해서 자신의 이익과 상관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걸고 나서는 것은 아니다.
지금 상황은 위기였지만,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강호에게 똑똑히 보여줄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보기 좋게 이기면 누구도 초휴를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인 이익이 달렸거나 원한을 품은 자가 아닌 이상, 그와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고 또 따지기부터 할 테니까.
초휴는 일단 위서애에게 물었다.
“위 선배님, 정말로 수보리선원 정도의 대문파와 일전을 벌인다면 은마권에서는 몇 명이나 나설 수 있을까요?”
초휴의 물음에 위서애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숨을 뱉었다.
“네가 있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늙은이의 명망이면 은마권 전체를 합심해서 움직이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네게 일이 터지고 나니 알겠더구나. 은마권은 폭삭 무너진 집과 별다르지 않다. 이 늙은이는 그 집에 벽지나 열심히 발라왔던 게야. 하지만 사방에서 바람이 새는 집을 종이와 풀로 막는다 한들, 별 소용이 없는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