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36)
836화 악마와 거래하다
초휴는 평범한 후배들과는 달랐다. 그의 성취는 마도 거물들마저 진땀을 흘리게 할 정도가 아닌가.
위서애 자신은 나이를 먹은 만큼 무슨 일이건 온건했고 과감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런 일에는 별로 간섭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한마디 해야겠다 싶을 때 슬쩍 귀띔을 해주어, 초휴가 너무 과격하게 굴지 않도록 하면 족했다.
이쪽 일을 전부 처리한 초휴는 즉각 공간 취약 지점으로 가서 다시 녹도에 들어갔다.
수보리선원 혹은 순양도문이 언제 움직일지, 서로 손을 잡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로서는 지체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그들의 공세에 대한 대비를 마쳐야 했다.
* * *
다시 모래로 가득 찬 세계에 돌아오자 엄청나게 불편한 기분이 되었다. 살육이 가득한 바깥세상이 잔혹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렇게 죽은 땅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누런 모래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방향감각을 잃을 정도였다. 두 번째 들어왔어도 그 점에선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나 초휴는 전에 왔을 때 표지를 남겨두었다. 시간이 좀 지났어도 표지의 기운은 아직 느껴졌다. 그 기운을 따라 초휴는 상성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때 상성 사람 대부분은 제각기 지하에 굴을 파는 중이었다. 제일 깊은 것은 벌써 십여 장이나 되었다. 검은 폭풍을 피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상성은 온통 돌로 지어져서 겉으로는 견고하게 보여도, 검은 폭풍이 덮쳐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다 무너져 허허벌판이 되기 일쑤였다. 수십 장 땅속은 되어야 검은 폭풍의 강대한 힘을 막아낼 수 있었다.
검은 폭풍이 끝나면 그들은 밖으로 나와서 상성을 재건했다. 그것은 녹도 사람들이 여러 세대의 목숨을 바친 끝에 얻어낸 최선의 대책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검은 폭풍이 부는 기간을 견딜 식량을 비축해 두어야 했다. 지하 수십 장의 열악한 환경에서는 기력 소모가 지상의 몇 배에 달했다. 검은 폭풍이 부는 동안 지하에서 숨이 막혀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성 사람들의 얼굴에는 보기 드문 웃음이 어려 있었다. 초휴가 주고 간 회혈단 덕분에 상성 사람들은 이번 검은 폭풍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던 것이다.
녹도 사람 치고 죽음에 마음이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살 방법이 있다면 누가 죽음을 택하겠는가.
상기와 함께 성문에 선 상천량이 탄식했다.
“이런 광경은 정말 오랜만이구나. 기아야, 할아비는 늙었다. 내가 상성을 지킬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상성은 이제 네가 맡아야 한다. 본래는 네 아비가 져야 할 짐이었는데 네 몫이 되어 버렸구나.”
사실 상천량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막 백 살을 넘겼으니까.
바깥세상에는 노천사처럼 오백년을 멀쩡히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녹도 사람들은 수명이 매우 짧았다.
녹도의 무사는 대량의 진기를 응축해 몸을 단련할 수 없는 반면, 육신의 힘을 과도하게 사용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니 같은 경지의 바깥세상 무사에 비하면 수명이 절반밖에 안 되었다. 지금 상천량의 상태로는 오백 살은커녕 이백 살을 살기도 힘든 것이다.
상기의 눈에 슬픈 기색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살아 있었더라면 할아버지와 함께 상성을 지탱해 나갔을 것이다. 그녀는 느닷없이 말했다.
“다 그자가 신용을 지키지 않아서예요. 할아버지가 그자를 도와줬는데도 단약을 안 주고 갔잖아요. 만일 그자가 약속대로 단약을 주고 갔더라면 이번이 물론이고 다음 검은 폭풍까지도 버틸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때 문득 누군가가 말했다.
“아가씨, 남이 없는 자리에서 험담을 하면 곤란하오. 나 초휴는 신용을 잘 지키기로 이름난 사람이오. 당신들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일은 절대 없소. 빨리 주느냐 좀 늦게 주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상천량과 상기가 홱 돌아보았다. 상성 문간에 초휴가 서 있었다.
초휴를 본 순간 상천량마저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 녹도에 다시 들어왔지? 아무 때나 녹도를 드나들 수 있는 보물이 있는 건가? 아니면 전송 진법을 쓴 건가?”
상천량처럼 녹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큰 꿈은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는 초휴 무리가 일회성 보물을 사용해서 억지로 공간을 부수고 들어왔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초휴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그 추측을 뒤집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들어 주었다.
초휴가 담담히 말했다.
“상 성주, 일단 진정하시지요. 나는 약속대로 나머지 단약을 드리러 온 거요. 그리고 다른 거래도 제안할까 합니다. 여기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좀 그러니,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어떻겠소?”
상천량은 흥분한 마음을 억누르고 초휴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해 보였다. 그들은 성주부로 들어섰다.
초휴는 나머지 회혈단 절반을 모두 쏟아 주었다.
“상 성주도 눈치채셨겠지만, 나는 다른 자들과 다르오. 다른 사람들은 임시로 공간을 깨는 보물을 써서 들어왔었지만, 나는 계속, 이 공간에 드나들 수 있소. 누군가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소이다.”
상천량이 짐작한 대로였다. 그러나 막상 초휴가 직접 하는 말을 들으니 상천량도 상기도 마음속에서 거센 파도가 이는 듯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녹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미래와 수십 대 조상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흥분이 가신 후 상천량은 평정을 되찾았다.
“우리를 데리고 나가는 대가는 무엇인가?”
상천량은 이 잔혹한 곳에서 백년 넘게 살며 세상을, 그리고 무수한 사람을 상대로 싸워왔다. 그 때문에 그는 두뇌 회전이 빨랐다.
만일 자신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면 초휴는 여기에 다시 나타나 신용이 어쩌고 떠드는 일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초휴가 돌아왔다는 것은 자신들이 초휴에게 필요하며 어디엔가 쓸 데가 있다는 증명이었다.
초휴는 돌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바깥세상 무림에 나와 원수진 자들이 좀 있소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주 많소. 나를 죽이려 하는 자가 셀 수 없을 정도니까.”
상천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보이더군.”
그는 초휴를 짧은 시간 겪어보았지만, 초휴가 악랄한 성품에 꾀가 많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은 필경 마도의 거물일 테고 절대로 착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원수가 적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터였다.
“먼젓번 내 손에 죽은 노도사를 기억하겠지요. 그자가 몸담은 세력이 아주 크고, 다른 원수들 역시 세력이 큽니다. 개중에는 천지통현의 강자도 있소. 정면으로 맞서면 나도 이길 수가 없지. 그래서 상 성주가 함께 가서 나를 도와주셨으면 하오.”
상천량은 눈을 반쯤 감았다. 막 조건을 말하려는데 초휴가 그를 가로막았다.
“상 성주, 먼저 말해둘 것이 있소. 내가 거래를 제안하러 오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여러분에게는 없소. 내 거래에 응하지 않으면 영원히 여기서 나갈 수 없는 운명이니 말이오. 나는 상 성주 한 사람만 필요하지, 다른 사람은 필요 없소. 그래서 당신 한 사람만 데리고 나갈 거요.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마시오. 더 많은 단약과 물자를 가지고 왔소. 이번 검은 폭풍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가져왔단 말이지.”
상천량은 다시 눈을 떴다. 눈에 사나운 기색이 스쳤다.
“상성 사람들의 목숨을 들먹여 나를 협박하는 것인가!”
그 말에 초휴는 움츠리기는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인정해 버렸다.
“맞소. 협박이오. 상 성주, 당신은 천지통현에 올랐소.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경지인지는 본인이 잘 알겠지요. 지금 당신의 실력은 이미 만년 전의 조상들과 비슷하오. 녹도에 있다 보니 천지통현이 본래 가져야 할 힘을 발휘할 수 없을 뿐이오. 여러분을 전부 데리고 나갔다가 만일 반기를 들면 내가 무슨 수로 천지통현을 상대하겠소?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봅니다. 상 성주 당신은 엄혹해 보일지 몰라도 상성 사람 모두를 아끼는 마음은 매우 크지 않소.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이 녹도에 남아 있어야 나도 마음 놓고 당신을 쓸 수 있소.”
상천량이 다시 뭔가 말하려는데 초휴가 선수를 가로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말이겠지요. 미안하오만, 난 그 말을 믿기 어렵소. 나 자신의 목숨을 상대방의 일방적인 맹세에 걸 수는 없단 말이지. 내 손에 상대의 약점을 쥐고 있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나 성주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소. 훗날 내가 천지통현에 오르면 상성의 모든 사람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 주겠소. 성주께서 나를 도와 이번 위기를 잘 넘긴다면 일부를 먼저 데리고 나갈 수도 있소. 승낙하건 거절하건,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소. 강요할 생각은 하지 마시구려. 내 실력은 이미 봤을 테지요.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소. 설령 나를 죽인다 해도 이 공간에서 바깥 세계로 나가는 방법은 찾을 수 없을 거요.”
초휴의 말이 끝나자 상천량은 어두운 눈으로 생각에 잠겼다.
육강하는 혈혼주 속에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초휴가 본래 이런 인물인 것을 잘 알았다. 여간해서 남을 믿지 않는 자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육강하가 아직도 이 속에 갇혀 있겠는가.
상천량의 처지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초휴는 그에게 제한을 걸었고, 희망도 주었으나, 화를 낼 기회는 주지 않았다.
초휴가 말한 대로였다. 지금 주도권을 쥔 것은 그였다. 초휴는 선택할 수 있으나, 상천량은 그럴 수 없었다.
사람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초휴가 볼 때 상천량은 호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물론 녹도 같은 곳에는 호인이 있을 수 없었다. 어린 소저인 상기조차 무수한 선혈을 손에 묻혔으니까.
그러나 상천량이 훌륭한 성주라는 점은 분명했다.
개인의 실력으로 보자면 상천량은 녹도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일 것이다. 상성이라는 짐이 없었다면, 그리고 이 많은 사람을 챙길 필요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처참하게 살고 있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성주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권력 때문이 아니라 이 성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초휴가 주었던 회혈단도 성의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눠주었다.
상천량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젊은이, 자네 말이 맞네. 나는 선택권이 없지. 승낙하겠네. 하지만 나를 속이는 일만은 없길 바라네. 그런 일이 생기면 내 목숨을 던져서라도 자네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안심하시오. 내 신용이 어떤지 이미 봤잖소. 이 초휴는 주겠노라고 약속한 이상은 절대 식언하지 않소. 이번에도 상 성주께 드릴 선물을 좀 갖고 왔소이다. 상성에서는 아주 유용한 물건일 거요.”
초휴는 상천량에게 공간 비전함을 건넸다. 그 안에는 온갖 하급 영약, 그리고 대량의 양식과 금속 재료, 병기가 들어 있었다.
바깥세상에서는 큰 가치가 없는 것들이었다. 적어도 지금 초휴의 지위로는 분명히 그랬다. 그러나 녹도에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영약과 양식은 말할 것도 없고, 금속 재료는 지하 밀실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검은 폭풍 속에서도 붕괴를 막아줄 것이다. 그리고 병기가 있으면 상성의 힘을 더 키우는 게 가능하다.
녹도에도 철광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누가 한가하게 광산을 파고 있겠는가? 조금이라도 힘을 남겨두었다가 식량을 찾아내는 게 훨씬 더 중요했다.
상천량은 그것들을 받아 소중하게 챙기고, 즉각 심복들을 불러 어디에 어떻게 쓸지 의논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