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40)
840화 너희 따위가 뭐라고?
상황이 이런 이상, 진정 나서줄 만한 사람은 위서애 등 소수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 눈앞의 이익만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있으나 없으나 아무 차이가 없었다.
은마권에는 진화련신 고수가 이만큼이나 있었고 무도종사도 많았다. 실력 자체가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말 싸움이 벌어지면 아마 일 할의 힘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지금 보니 그것조차 높이 잡은 것 같았다. 힘을 발휘하기는 고사하고 자신의 발목을 걸고넘어질 수준이 아닌가.
위서애가 담담히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소? 함께 수보리선원과 순양도문에 맞서겠다는 말을 하려고?”
사도기가 먼저 나섰다.
“위 옹, 농담하지 마시오. 안 그래도 은마권의 골칫거리는 충분하오. 여기다 더 싸웠다가 은마권 전체가 죽어 나가면 어쩔 작정이시오!”
위서애는 눈도 들지 않았다.
“은마권 전체가 죽어나간다고? 이 늙은이는 그간 볼꼴 못 볼꼴을 다 겪었지. 이보다 더 엄혹한 상황도 있었지만 멸망하지 않았소. 고작 이 정도 일을 버티지 못할 거라고 우는소리를 하는 거요!”
그 말에 이추적이 언성을 높였다.
“위 옹, 이번에는 넘어간다 칩시다. 하지만 다음에도 일이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소? 초휴가 정선지장의 손에서 살아난 것까지는 물론 좋은 일이었지. 그런데 순양도문은 왜 건드렸답니까? 그것도 호전육진인의 수장을 말이지. 그런 자를 겁도 없이 죽여 버리다니 초휴는 자신이 독고 교주인 줄 아는 거요?”
솔직히 말하면 이추적의 얼굴은 썩 괜찮았다. 나이가 좀 들긴 했으나 젊었을 때는 미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눈매가 날카로운 데다 얇고 위로 솟구친 입술 때문에 인상이 각박해 보였다. 게다가 말본새도 험악하니 남자에게 차였을 법도 하구나 싶었다.
곤막은 말이 많지 않았다. 그는 다소 서투른 중원 말로 담담히 말했다.
“위 옹, 은마권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지 않소. 다음에 이만한 일을 벌이게 되면 우리와도 미리 상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위서애의 낯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상석에 앉은 초휴를 바라보며 가볍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 네게 하는 말이니, 할 말이 있으면 하거라.”
진조선은 다소 불안했다. 초휴를 오래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강경 일변도인 데다가 물러나는 일이라고는 없지 않은가.
사도기 일행이 말을 좀 돌려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의 태도는 너의 죄를 묻겠노라는 식이었다.
초휴가 그들과 은마권 전체를 끌어들여 골탕을 먹이려 한다는 소리를 대놓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조선이 그들의 자제를 권하기도 전에 초휴가 벌써 일어섰다. 그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할 말은 다 하셨습니까?”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초휴가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문을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할 말을 다 하셨으면 이만 꺼지시지요.”
진조선은 속으로 큰일 났다 싶었다. 사도기 무리는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진화련신 고수이자 은마권의 원로인 것이다. 어딜 가건, 누구 휘하의 후배건 그들 앞에서는 공손하게 굴었다. 감히 대놓고 이렇게 불손한 언행을 하는 자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무엄하구나!”
“방자한 놈!”
“&&&#&&&*!”
사도기와 이추적에 이어 곤막이 흥분해서 서역 말을 마구 내뱉었다.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투로 봐서 좋은 말이 아닐 거라는 건 분명했다.
그들을 보며 초휴가 차갑게 말했다.
“연배 대접을 좀 해 드렸더니 정말 자기들이 지엄하고 존귀하신 선배라도 되는 줄 아시는군. 고작 파락호 몇 명이 은마권 전체를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옛날 구천산 오대천마는 정통 마도였고, 무상마종 임 선생 역시 성교의 적통이라 할 수 있소. 그러나 당신들은 뭐요? 대접 좀 해 줬더니 감히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려 들어? 주제를 알아야지!”
초휴는 세 사람을 쏘아보았다.
“수보리선원의 공격은 내가 나서서 맞설 것이고, 순양도문이 공격해 와도 역시 내가 상대할 거요. 당신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죽든 살든 맘대로 하시오. 다시 내 앞에서 우는 소리를 늘어놨다간 당신들을 죽여 그 피로 제사부터 지낼 테니까! 내가 진화련신을 죽여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운자만 해도 얼마 전 내 손에 죽은 건 잘 알 거요. 장운자의 머리통이 단단한지, 당신들 머리가 더 단단한지 시험해 보고 싶으면 그리하든가.”
초휴의 태도는 강경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도기 무리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사실이 그랬다. 이제 초휴에게는 그들을 거들떠보지 않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지금껏 초휴가 그들의 체면을 봐준 것은 자신이 은마권 후배였고, 은마의 힘에 의지해야 강호에 자리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초휴가 말했듯이 세 사람은 파락호에 지나지 않았다. 남 앞에서 개소리를 지껄일 자격 따위 같은 게 있을 리 없는 자들인 것이다.
반면 초휴는 청룡회를 통째로 손에 넣었고, 진무당에도 인재가 많았다. 관중형당에 낙비홍의 구분당까지 초휴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이 강대한 세력을 휘하에 거느린 이상, 초휴는 강호 최절정의 몇몇 세력 외에는 누구도 겁낼 필요가 없었다.
사도기의 귀명종은 다 합쳐봐야 오합지졸 두셋이었다. 이추적은 혼자였고, 곤막은 제자가 몇 명 있다고는 하지만 변변치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고작 그들 정도의 세력으로 초휴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일 수밖에 없었다.
사도기와 다른 두 사람은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자신들은 강호 선배였다. 경험으로 보나 배분으로 보나 초휴보다 위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까지 모욕을 주다니 죽음을 자초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조선이 벌떡 일어나서 그들을 달랬다.
“여러분, 고정하시오. 우리 은마의 코앞에 위기가 닥쳐든 상황이요. 남이 찾아와 싸움이 벌어지기도 전에 우리끼리 내분이 일어난다면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소.”
그는 초휴에게 말했다.
“초휴, 자네도 저들의 말이 험악하다고 너무 탓하지 말게. 마도인이 말본새가 본래 그렇지 않나. 돌려서 말할 줄을 모르지. 다들 은마 전체를 위해 그런 것일 뿐 악의를 품은 것은 아닐세.”
진조선은 다시 몸을 돌려 사도기 무리에게 말했다.
“세 분, 그대들이 은마권을 위해 이러는 줄은 나도 잘 아오. 하지만 수보리선원과 순양도문은 이미 우릴 치겠다고 나섰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따지겠다는 소리를 한들, 한참 늦은 게 아니겠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조선은 세 사람에게 슬그머니 전음을 보냈다.
“지금 초휴를 건드리는 것은 현명한 일이 못 되오. ‘신승’ 나마도 나섰다고 하니 초휴도 이번에는 당할 수 없을 거요. 진화련신의 손에서 다시 살아날 수는 있어도 천지통현 강자가 상대라면 불가능하지 않겠소? 까놓고 말해 초휴는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할 거요. 그러니 지금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소이다. 오히려 더 발광만 할 뿐이오.”
“이건 여러분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요. 여러분은 초휴가 죽을 각오로 정선지장과 싸울 때 어땠는지 보지 못했지. 정말 목숨을 완전히 팽개친 두 미친놈이 서로의 발목을 잡으려고 덤비는 것 같았소. 자기가 죽게 생긴 판에 은마권의 법도며 배분 따위를 따질 마음이 생길 것 같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이번 일에서 손을 떼고, 적당히 물러나시오. 뭐가 됐든 나중에 얘기합시다.”
진조선이 그렇게 말하자 세 사람의 낯빛이 다소 변했다. 정말이지, 무력만큼 효과가 좋은 위협도 없었다.
초휴의 실력은 대단했다. 진화련신과 목숨 걸고 붙어볼 만한 정도라고 공인받은 자가 아닌가. 그리고 초휴가 미친놈이라는 것 역시 공인된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가지 사실에 진조선의 말까지 더해지니, 초휴가 정말로 발광해서 그들의 피로 제사를 지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 사람은 독한 말 한마디 못 하고 기가 죽어 그대로 떠났다.
진조선도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자리에 남은 사람들에게 공수를 올리고 그 역시 떠났다.
위서애는 고개를 들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 무력감, 안타까움, 한스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이 배어 나왔다.
그때 임천추가 입을 열었다.
“위 옹, 저런 자들 때문에 근심할 거 없습니다. 언젠가 교주께서 성교를 재건하신다 한들, 저런 폐물들에게는 눈길조차 안 주실 것입니다. 은마를 지키려는 위 옹의 고심에 저들은 관심조차 없습니다. 초 소협의 말이 옳아요. 파락호에 불과한 주제에 정말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임천추의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이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음성에는 은은한 오만도 한 가닥 어려 있었다.
무상마종이 곤륜마교의 적통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곤륜마교에 종속된 여러 종문 중에서는 가장 가까웠던 관계였다. 곤륜마교의 마사(魔使)를 한꺼번에 셋이나 배출한 적도 있었다.
마사라는 자리는 호칭에 불과할 뿐, 곤륜마교의 적통을 지휘할 권한은 없었다. 그러나 곤륜마교의 입장, 즉 상대를 인정한다는 뜻을 대변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 무상마종에 비하면 아까 그 셋은 그야말로 파락호 나부랭이였다.
위서애가 또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건 노부의 무능함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네. 그 오랜 세월 동안 은마권 전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꼴이니.”
초휴가 옆에서 말했다.
“아닙니다. 정반대로 위 선배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지금 은마 상황을 보건대, 위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무너져서 뿔뿔이 흩어졌을 겁니다.”
위서애는 손을 내저었다.
“됐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두자. 초휴야, 상대가 곧 찾아올 터인데 준비는 다 된 게야?”
초휴의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거의 다 끝났습니다. 임 종주를 모셔온 것도 무상마종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임천추가 말했다.
“초 소협, 그런 말 말게. 자네는 교주의 전승을 지닌 사람이니 당연히 곤륜마교의 적통이지. 사도기 같은 자들이야 죽건 말건 알 바 아니네만, 초 소협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우리 무상마종은 방관하지 않을 걸세. 지금 무상마종 제자들은 동제 여러 분타에 집결해 있네. 언제든 수보리선원과 순양도문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상태라네.”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상마종의 강대한 힘을 방어에만 쓰는 것은 낭비입니다. 저쪽이 저를 치는데 저라고 상대를 치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무상마종의 전장은 동제 쪽이 아닙니다.”
“그럼 어디인가?”
“남만입니다. 수보리선원의 본거지 남만!”
그의 눈에 칼날 같은 빛이 스쳤다.
“지금은 우리가 약세에 처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은 제 방식이 아닙니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맞서고, 살수는 살수로 막아야지요. 누가 먼저 못 버티고 무너질지 두고 봐야겠죠!”
* * *
초휴가 준비를 거의 마쳤을 때쯤 수보리선원과 순양도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두 문파뿐이라면 속도를 더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문파의 호소에 궐기한 다른 도문과 불종 사람들까지 함께 움직이려니 인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도문에 삼대 도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불종도 남북 불종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련 체계에 따라 나누면 도불마 삼맥이 강호의 주류였다. 큰 문파는 드물었지만, 중급 문파와 군소 문파에 낭인 무사까지 합치면 정말 놀라운 숫자였다.
무수한 도문과 불문 무사들이 소집에 호응했다. 이들은 동제 영토에 구름처럼 모여들어 사마외도 초휴를 완전히 박살 낼 준비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참에 은마권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동제와 서초 국경의 황량한 산기슭에는 수만 명의 무사가 운집해 있었다. 개중 일부는 도불 양맥의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구경하러 온 자들이었다.
십년도 안 되는 사이 세 번의 정마대전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번 싸움은 배월교 정마대전 때만 못했으나 그래도 규모가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