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43)
843화 순양과 마위(魔威)
끝없는 도온의 압력을 받게 되자 초휴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운자의 실력은 가히 통천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미 천지통현의 문턱에 들어선 상태라 해도 좋을 듯했다.
초휴는 순양도문 무사와 적잖이 겨뤄본 터라 그들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장운자 같은 자는 전형적인 순양도문의 무인이라 할 만했다. 평생 순양 두 글자를 수련함으로써 사마외도를 제압하는 순양강기를 극한까지 발휘했다.
지금 능운자의 순양강기 역시 장운자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장운자보다 더 강했다. ‘도’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문 일맥은 본래 천지간의 대도(大道)와 지극한 이치를 궁구한다. 천지는 음양이며 만물은 사상(四象)이라.
순양 일맥은 개중 양(陽)의 힘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의 힘이란 것 역시 대도에 속한다.
순양의 도에 대한 능운자의 깨달음은 이미 반박귀진에 이른 상태였다. 한 가지 도를 깨우치면 만 가지 도가 마음에 담기는 경지인 것이다.
그러나 능운자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초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능운자의 실력이 초휴가 아무런 반격도 시도 못 할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다.
도온의 위압에 눌린 순간 초휴의 몸에서 끝없는 혈살의 기운이 번쩍였다. 하늘 가득 혈영이 흩날리더니 능운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초휴가 보기에 혈영대법은 동급에서는 최강이었으나, 자신보다 강한 무사를 상대할 때는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성장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기술인 셈이었다.
그러나 능운자가 강하다 해도 아직 천지통현은 아니지 않은가. 사방을 덮은 혈영이 각종 무공을 펼치며 끝없는 핏빛 속에서 미친 듯이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능운자가 가볍게 손가락 하나를 뻗자 금빛 광선이 터져 나오더니 작렬하는 순양강기로 변해, 거대한 햇빛처럼 혈영을 모두 집어삼켰다.
흩어지는 혈영 속에서 투명하고 가느다란 그림자가 나타나 능운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바닥만 한 사람 형상으로 긴 도를 쥔 그것은 놀랍게도 초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인간은 지극히 짙은 원신의 위압감으로 순양강기를 일순간에 뚫어 버렸다. 능운자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그의 머리까지 도달해 있었다.
다들 초휴의 강대한 기술에 주의가 쏠려 있던 참이었다. 진화연신을 수련한 후 그의 육신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원신 비법에도 조예가 깊다는 사실은 다들 잊고 있었다.
그 작은 인간은 아무런 변형도 가하지 않고 가장 순수한 원신의 힘을 모아 만든 것이었다. 원신이 도를 휘둘렀다. 초휴는 능운자의 원신이 자신보다 약하리라는 데에 도박을 건 것이다.
일순간 능운자 앞에서 끝없는 별빛이 반짝였다. 그러나 원신의 도 앞에서 겹겹이 부서져 나갔다. 보강답두로 불러온 성신의 힘으로도 이렇게까지 강대한 원신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형체도 질량도 없는 원신의 속도는 지극히 빨랐다. 도저히 피할 수가 없게 되자 능운자는 한숨을 쉬더니 양손으로 도인을 맺었다.
머리에서 무궁한 순양강기가 뻗쳐 나오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은 금빛 도인의 형상이 떠오르며 금빛이 왕성하게 일어났다. 그것은 단순한 순양강기가 아니라 정순하기 이를 데 없는 원신의 힘이었다.
원신으로 겨루는 것은 강기나 육신으로 겨루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강대한 원신의 파동이 부딪히며 폭발하는 힘이 소리 없는 음파를 형성했다.
들리지 않는 거대한 소리에 가까이서 지켜보던 무사들이 신음을 흘렸다. 그 파동에 정신이 뒤흔들리는 충격을 입은 것이다.
원신이 충돌한 순간 초휴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나, 그 틈을 이용해 도문(道紋)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으로 인결을 맺자 정순한 마기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장궁이 손에서 응집되었다. 한쪽 팔로 활을 잡고 세 팔로 시위를 당기자 멸삼련성전이 쏘아져 나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멸삼련성전을 시전한 순간 천도전갑이 진동하더니 문천패창으로 변했다.
짙은 내력진화가 타올랐다. 초휴가 내지른 창은 현무진공의 창법이 아니었다. 단순히 극에 이른 힘에 불과했으나, 그것만으로도 창공을 찢어 버릴 듯했다.
능운자는 순양도검을 횡으로 베었다. 동작은 말할 수 없이 느렸으나 무수한 잔영이 남는 듯했다.
다음 순간 잔영은 순양강기로 이루어진 예순네 자루의 장검으로 변해 순양검진을 이루었다.
작렬하기 직전이었던 초휴의 멸삼련성전이 검진 속에 갇혔다. 강대한 순양강기가 적멸의 힘을 그대로 사그라뜨렸다.
옛날 독고유아는 이 화살 한 대로 철황보를 멸망시켰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독고유아 자신의 힘만으로 적멸의 힘을 무한정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초휴의 화살 역시 패도적이기는 했으나 그 적멸의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국 순양검진의 압박 속에서 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운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넉넉한 소맷자락을 들어 하늘을 가릴 것처럼 휙 떨치는 순간, 태산이 내리누르는 듯한 기운이 초휴의 문천패창을 덮쳤다.
천도전갑이 만들어낸 문천패창은 그 옷자락의 기운에 휘말려 해체되어 버렸다.
초휴는 손을 휙 저었다. 무수한 기관 장치들이 다시 그의 손에서 모여들어 극(戟)으로 변했다. 그는 광포한 기세로 대역전극을 휘둘렀다.
그러나 능운자는 검도 없는 맨손으로 진화연신을 수련한 초휴의 강대한 육신을 맞받았다. 현무진공으로 아무리 변화를 거듭해도 능운자를 제압하기는 불가능했다.
초휴와 능운자의 싸움은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정말 놀랍고 흥미진진한 싸움이 아닌가.
나마와 상천량의 싸움은 둘 다 천지통현인데도 아무 재미가 없었다. 한쪽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가 나가떨어지고, 다시 달려드는 것을 반복하는 게 전부였다.
반면 초휴와 능운자의 교전에서는 천하의 온갖 무도가 극한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초휴의 전투력은 이미 경지를 갖고 따지는 게 무의미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수없이 펼쳐내는 강대한 무공도 놀라웠다.
그러나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능운자였다.
무도의 기술로 보면, 그는 지극히 강대한 순양강기 외에 각종 도문의 비술 또한 극한에 이르도록 수련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힘으로 초휴를 압도하고 있었다.
초휴가 예상을 깨고 원신의 힘 자체로 공격해 왔을 때도 능운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원신 비법을 수련한 적은 없었으나, 순양도문의 순양강기를 수련함으로써 원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능운자의 경지가 더 높으니 원신으로 겨루어도 그가 열세에 처할 일은 없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능운자의 근접전 실력이었다. 초휴의 현무진공만큼 변화가 다채롭지는 않았으나 단순히 힘 하나로 만 가지 기술을 깨부쉈다. 육신의 강도만 봐도 놀랍기 그지없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그에게는 약점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
초휴와 능운자가 이렇게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초휴 측의 인원은 적었으나 실력은 뒤떨어지지 않았다. 위서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옛날 구천산 오대천마 시절의 위서애는 그 전투의 조연에 불과했다. 실력도 다섯 사람 중 가장 약했다. 실력 이전에 서로 의기투합하여 나머지 넷과 의형제를 맺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다. 위서애가 동황태일만 한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으나, 격차가 까마득히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특히 그가 지닌 마공 전승은 옛날 구천산 오대천마가 물려 준 것이었다. 그는 이미 늙었고 기혈도 성장을 멈췄다.
아마 일평생 천지통현에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급의 무사 중에서는 대적할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강력하고 패도적인 마기가 위서애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그는 혼자서 수보리선원의 진화련신 무사 세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지금껏 위서애는 출수한 적이 별로 없었다. 부옥산 정마대전 때조차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이번 싸움에서 전력을 다하자, 그 옛날 위명이 혁혁했던 위서애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였는지를 모두가 알게 되었다. 연속으로 펼쳐내는 마공은 눈으로 좇기도 바쁠 정도가 아닌가.
위서애 자신은 본래 병기를 쓰지 않았건만, 지금은 병기 세 개가 연속으로 나타났다.
종횡으로 휘둘러지는 마검이 검기를 종횡으로 흩뿌렸다. 마치 하늘을 갈라 버릴 듯한 기세였다.
내리 떨어지는 마도에는 천하제일이라 할만한 패기가 담겨 있었다. 노쇠해 보이는 육신에서 극강의 기세가 폭발했다. 마지막으로 마창은 창공을 부수며 상대방의 팔 하나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었다.
배분과 경력이 대단한 고령의 무사들만이 그 병기를 알아보았다.
위서애가 쓰는 병기는 옛날 구천산 오대천마 중 세 사람의 것이었다. 병기를 쓰지 않았던 나머지 한 사람은 원신 비법에 능했다.
사실 위서애의 존재 자체가 옛 구천산 오대천마의 계승인 셈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혼자서 이렇게 많은 기술을 지닌 채로 살아오면서 그것들을 하나로 융합시켜 낸 것이다.
초휴의 현무진공은 옛날 상고 시대의 강자가 극강에 이른 무도의 조예로 억지로 융합시킨 것이었다. 반면 위서애는 옛날 네 명의 형님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에 기대어,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그들의 무도 전승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체내에 융합시켰다.
위서애는 오성이 아니라 의지의 힘으로 이것을 해낸 것이다. 만일 그가 네 명 형님의 무도를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도를 연구하는 데에 전념했다면, 지금쯤 이미 천지통현에 이르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위서애 외의 은마권 사람들도 맹활약하고 있었다. 위서애가 중히 여기는 사람들, 예컨대 저무기도 마찬가지였다.
저무기는 이미 반 발짝 진화련신(眞火煉神)에 이르러 무도종사 중에는 최절정이라 할 만한 실력이었다. 지금은 그도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순양도문 노도사를 찾아 나섰고, 진단경의 실력으로 진화련신과 싸우면서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었다.
초휴가 나타나기 전까지 위서애가 은마권에서 가장 공을 들여 키운 인물은 저무기였다.
그러나 저무기는 초휴와 비교하면 결점이 있었다. 그는 중간에 들어온 사람일 뿐, 은마권의 정통 전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위서애의 수하는 될 수 있어도 은마 전체의 후계자나 간판 역할은 할 수 없었다.
지금의 은마권은 사실 곤륜마교와 연관이 크지 않았으나, 그래도 명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명분 없이는 자리도 차지할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초휴는 달랐다. 곤륜마교의 ‘정통’ 전인이라는 신분이야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해도, 적어도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기는 했다.
물론 저무기는 그 위치를 탐낸 적이 없었다. 그는 총명한 사람이었다.
은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집단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던 것이다. 은마권을 통틀어 그는 단 한 사람, 위서애한테만 충성했다.
지금 저무기가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초휴를 위해서라기보다 위서애를 위해서, 그리고 위서애 일맥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지금 초휴는 그 일맥을 대표하는 위치인 것이다.
진단경으로 진화련신과 싸우려니 시작부터 압도당하며 수세에 몰렸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었다. 저무기는 이번 싸움에서 죽거나, 그렇지 않으면 진화련신에 오를 것이다.
위서애 외에 여봉선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여봉선의 상대는 순양도문의 소사숙 다운자였다.
그는 순양도문의 운 자 항렬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었다. 다운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가 진단경에 올랐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강호인들만 그런 게 아니라 순양도문 사람들마저 다운자의 실력을 잘 몰랐다. 선대 장문이 늙어 정신이 흐려지는 바람에 죽기 직전 그를 제자로 거뒀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운자가 그의 진정한 실력을 드러내자 비로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순양도체(純陽道體)였다. 그래서 신병 순양과 궁합이 잘 맞았던 것이다.
순양도문의 기운 속에서 지내다 보면, 온종일 놀고만 있어도 순양강기가 알아서 쌓이고 실력은 날로 증진되었다. 정상적으로 수련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사기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여봉선이야말로 다운자보다 더 사기 같은 인물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운이 계속 주어지는 것보다 더 큰 사기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두 사람 모두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나는 여 조사의 신병 ‘순양’을 들었고, 다른 하나는 상고 시대의 마신 여온후의 신병 ‘무쌍’을 쥐었으니 신병마저 닮은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