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858)
858화 외유내강
가뜩이나 막천림이 수련한 장검술에서 사악함이 느껴지던 차에 육강하의 설명을 들으니 정상적인 무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 날카로운 검을 생으로 인체에 품으려면 그 고통이 오죽하겠는가. 검기에 온몸이 난자당하는 거와 뭐가 다를까.
하긴 초휴 및 진청제와 같은 진화연신은 물론, 종현의 보월광왕 유리연금신도 수련을 위해 끔찍한 고통이 수반되기는 했다.
다만 이들은 수련한 힘이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유지되는 것과 달리, 장검술로 인한 힘은 일회성에 그친다지 않는가.
막천림이 천인합일의 실력으로 진단경 종사를 참살한 건 보통 전적이 아니었다. 게다가 하후진을 비롯한 여러 명과 합을 겨루면서도 그 놀라운 활약은 그칠 줄 몰랐다.
하지만 제아무리 놀라워도 저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티겠는가. 눈부신 봄날에 잠시 만개했다가 스러지는 꽃과 같을 게 뻔하지 않은가. 불과 한순간의 찬란함을 위해 자기 몸이 사그라지는 것을 감수할 가치가 과연 장검술에 있을까?
육강하도 초휴의 생각을 읽은 모양인지 부연설명에 들어갔다.
“저런 공법은 원래 상고시대 검도 대파에서 유사시에 비장의 패로 쓰는 용도로 만들었던 거야. 대개 어느 문파를 막론하고 자파의 체면과 미래를 짊어질 비범한 실력자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자질은 특출나지 못할지라도, 자신을 키워준 문파의 은혜에 보답하고픈 열망이 강한 제자도 있다는 말이지. 이런 자들은 대문파 입장에서야 곁가지에 불과할지 모르네. 하지만 정작 문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시산혈해를 헤쳐 나가야만 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그런 제자들이거든.”
“저 녀석이야 장검술을 수련한지 몇 년도 채 안 됐겠지만, 왕년의 검도 대파들에서는 자그마치 수십년에서 오래는 백년 가까이 수련한 자들도 있었어. 장검술은 출수할 기회가 단 한 번뿐이니, 마지막 결정적인 한순간을 위해 그 오랜 세월을 희생하는 셈이지. 검도 일맥의 선봉에는 대개 미치광이나 천재가 서는 법이야. 장검술을 창안해 낸 자를 미치광이라 해야 할지, 천재라고 해야 할지는 본존도 잘 모르겠구먼.”
초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막가에서 상고 검도 대파들 흉내를 내보려 했던 걸까?
육강하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초휴는 이미 막천림 곁에 와 있었다.
초휴는 막천림을 부축해 일으킨 후 입에 단약 한 알을 넣어주었다. 물론 그래봤자 별 효험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지금 그의 상태가 단순히 외상이나 내상 때문이 아니라, 그간 몸에 쌓아둔 검기를 모조리 쏟아낸 끝에 몸 안이 텅 비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막천림이 씁쓸히 웃어 보였다.
“초 형, 끝까지 자네한테 폐를 끼치게 되었군그래.”
이에 낙비홍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막천림 이 자식, 지금 제정신이야? 잠자코 초 형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으라고 내 분명 말했지? 그새를 못 참고 목숨을 던지는 것과 진배없는 짓을 해! 이게 다 무슨 꼴이냔 말이야!”
사실 초휴의 친우들 가운데 막천림과 제일 먼저 끈끈한 우정을 맺은 건 낙비홍이었다. 둘 간에 혼인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향은 정반대였다. 낙비홍은 여자의 몸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왔으나, 막천림은 온화하다 못해 유약하다는 인상마저 주었다.
낙비홍의 타박에도 막천림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아무래도 초 형이 와줄 때까지 지탱할 수가 없겠더라고.”
이는 막천림 본인의 선택이니 남이 왈가왈부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해서 초휴는 정색하며 핵심적인 부분을 물었다.
“어쩌다가 장검술을 수련한 거야? 막가에서 그리하라고 밀어붙인 건가?”
순간 막천림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쳐다보았다. 도를 쓰는 그가 장검술을 알아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쓴웃음을 지은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가문의 결정과는 무관해. 저들은 내가 장검술을 수련했는지조차도 모르거든. 장검술은 방 형에게서 배운 거라네.”
“방칠소한테? 언제 배웠나?”
막천림이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년도 더 된 일이야. 초 형과 방 형이 서로 알게 됐을 무렵, 나도 그 인연으로 방 형과 안면을 텄잖나. 방 형의 성격이 좀 뭐랄까······, 암튼 사람됨만은 참 괜찮아 보이더군. 막가도 검을 쓰니 겸사겸사 방 형에게 검법과 관련해 가르침을 구했고, 어쩌다 보니 장검술에 관한 얘기까지 나왔지. 장검술은 방 형 개인의 소유였어. 내가 부쩍 흥미를 보이자 방 형이 선물로 가르쳐 주더군.”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게 되지. 나도 내 자질이 어떤지 모르는 바는 아니야. 강호 전체로 보면 쓸만한 축에 들 수도 있겠지만, 초 형 등에 비하면 아직도 까마득하지 않은가. 물론 감히 자네들과 맞먹고 싶다는 부질없는 망상을 하는 건 아니네. 그저 내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막천림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는 초휴가 아니고 방칠소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강해지고 싶다면 어찌해야 할까?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결판이 날 리가 없으니, 목숨을 걸더라도 편법을 쓰는 수밖에 더 있을까.
초휴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 또한 막천림의 선택이니까. 초휴가 그를 알고 지낸 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서야 그의 참모습을 알게 된듯했다. 외유내강이란 바로 그를 두고 한 말이구나 싶었다.
막천림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온화한 모범생 정도로 평가했다. 매사에 서두르지도, 지체하지도 않고 교만하거나 성질을 내는 법도 없었다.
한마디로 웬만해서는 남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어려울 호감형 인간이라고나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피상적인 평가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는 누구보다도 불같은 마음을 가졌다. 그 역시 검을 수련해온 입장에서 장검술을 연마한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장검술을 수련하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웬만한 담력과 의지력으로는 해내기 어려울 일을 해낸 것이다.
초휴가 막천림의 등을 토닥여 위로하더니 낙비홍으로 하여금 그를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그는 하후진에게 눈길을 돌리며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
“하후 가주, 실로 오랜만이오.”
하후진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가 뭐라고 대꾸를 하려는데, 일순간 초휴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더니 그의 냉랭한 말이 이어졌다.
“하후진, 지옥에 먼저 가 기다리고 있는 당신 아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습디까?”
“초휴, 무슨 뜻이냐!”
하후진이 일갈했다.
아들을 죽인 것에 그치지 않고 아들 잃은 아비 앞에서 저런 폭언을 입에 담다니! 이건 도발의 수준을 넘어서 모욕을 주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뭐겠는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소? 막천림이 내 벗인 건 잘 알 테지. 듣자니 당신은 낙비홍의 부탁도 거절하고 청룡회도 무시했다더군. 그러니 어쩌겠소. 내가 직접 당신을 찾아오는 수밖에. 하후 가주, 감히 이 초휴도 깔아뭉개보실 작정이오?”
초휴가 성큼 한 걸음을 내딛자, 그의 일신에서 솟구친 위세가 청명하던 만 리 밖 하늘까지 음침하게 물들였다.
하후진은 이 강맹한 기세에 위압을 당한 나머지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혀까지 굳어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초휴의 기세는 수도 없이 많은 혈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었다.
하후진이 한때나마 초휴 앞에서 위세를 부린 적이 있다 해도 그건 이미 옛날 일이었다. 지금 초휴가 그를 죽이기로 마음만 먹으면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할 수 있을 게 뻔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원신 금망 한 줄기가 초휴를 겨냥하고 뻗어 나왔다. 그리고 천지의 힘을 움직임으로써 초휴의 기세가 빚어낸 충격을 적잖이 완화시켰다. 황급히 튀어나온 하후속이 하후진 앞을 보호하듯 가로막으며 정중히 말했다.
“초 대인, 우리 하후가가 그대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오. 이는 엄연히 구대 세가 내부의 분쟁이니, 대인과는 무관하다는 말이외다. 막천림이 그대의 친우라는 이유만으로 이 일에 개입하겠다? 그러면 앞으로 강호에 너도나도 대인의 친우임을 자칭해대지 않겠소? 그때마다 대인이 일일이 다 관여를 할 수 있겠소이까?”
초휴가 지그시 하후속을 응시했다. 하후가의 노야와는 초면이었다. 하후속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바는 없었으나 굳이 알고픈 마음도 없었다.
“하후속, 당신 눈에는 내가 바보 천치로 보이오?”
초휴의 뜬금없는 질문에 하후속이 내심 당황하여 되물었다.
“그건 또 무슨 뜻이오?”
초휴가 어떤 역정을 거쳐 지금의 위상에 이르렀는지 강호인이라면 모를 리 없었다.
이 때문에 초휴를 혐오하는 자들이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민한 머리와 수완마저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는 건 곤란한 일이 아니겠는가.
진정 초휴가 바보 천치라면 강호 전체를 통틀어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을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초휴가 싸늘히 받아쳤다.
“하후세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하후속, 아직도 진실을 숨길 생각이오? 막가와 하후가 간에는 분쟁의 불씨가 될 만한 일이라곤 전혀 없었소. 그간 막가는 다른 세력들과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최대한 신중히 지내왔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하후가가 비싼 밥 먹고 할 짓이 없어 하필 막가를 멸문하려고 날뛴단 말이오? 이렇게 전력을 동원해서까지 하루라도 빨리 막가를 쓸어버려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오?”
“여기에는 분명 숨겨진 내막이 있을 테지. 내 눈은 절대 속일 수 없으니 섣불리 속일 생각이랑 마시오. 지금 나까지 나선 상황에서도 하후가 측에서 여전히 뻗댈 요량이라면, 좋소! 오늘 어디 한번 해봅시다. 하후가가 믿는 구석이 따로 있어 이처럼 기고만장인 건지, 아니면 순전히 나를 무시해서 이렇게 막가는 건지 한번 확인해봐야겠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휴가 하후속을 향해 일도를 내질렀다. 경천동지할 도망이 만물을 갈라버릴 기세로 터져 나왔다.
마기에 잠식당한 장도의 예날에서는 살 떨리도록 섬찟한 마신의 포효성마저 들려왔다. 천도전갑은 막야자 대사의 보완으로 한 층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겉으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여도 직접 사용하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위력이 느껴졌다.
하후속은 초휴가 이토록 갑작스레 출수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다가 부랴부랴 원신 금망을 쏘아 천지의 힘을 끌어냈다. 그리고 양손으로 결인을 맺자 주위의 천지 원기가 무궁무진하게 그 강력한 인결에 응집되어 초휴의 일도를 막아냈다.
하후가의 어신술은 하후속과 같은 고급 실력자에 이르러 정면 용법과 측면 용법이 어우러지면서 궁극의 위력을 보였다.
정면 용법이란, 그가 원신의 힘을 통해 천지를 움직임으로써 터뜨려낼 수 있는 위력이 동급 무사들을 훨씬 능가한다는 점을 이용한 출수를 뜻한다.
사람의 힘은 유한하나 천지의 힘은 무한하니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측면 용법이란, 원신비법 자체에 실린 사악하고도 괴이한 속성의 위력을 통해 상대가 방어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출수를 의미했다.
지금 하후속이 시전한 취신인(聚神印, 원신을 응집해내는 인결)은 어신술의 정면 용법에 속했다. 인결이 맺어진 순간,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천지의 힘이 용천수처럼 솟구쳤다.
한바탕 굉음이 울리더니 초휴의 도망과 하후속의 인법이 정통으로 충돌했다. 그로 인해 터져 나온 막강한 파동이 주위 대지를 온통 뒤흔들 정도였다.
하후속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초휴의 초인적인 힘에 말을 잇지 못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두문불출해온 하후속이 초휴에 대해서 아는 건 막연히 떠도는 소문이 전부였다. 하지만 오늘 실제로 겨루게 되자 그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압도적인 힘의 강력함은 일단 상대를 처절히 절망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초휴는 낯빛 한점 변하지 않은 채 무이천도를 잇따라 내질렀다.
어느 샌가 일신의 마기가 극한치까지 응집된 데 이어서 내력진화도 몸 전체를 감돌며 격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도를 내지를 때마다 산도 쪼개고 바다를 가를 극강의 위력이 터져 나왔다.
하후속은 원신술로 천지 원기를 끌어내어 막으려다가 되레 튕겨 나가면서 그 충격에 피까지 토할 뻔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하후속은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임창룡 그자는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여태 코빼기도 보일 생각을 않는단 말인가!’
임창룡이 지금처럼 계속 나 몰라라 한다면 자신도 더는 버티지 못할 성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