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05)
905화 구원의 손길
동해검성에 관한 자료는 아주 적어서 풍만루조차도 이렇다 할 자료가 없었다. 원래 풍만루는 바다 너머의 세력에 약했다. 강동명이 나서리라는 예상은 했으나, 그의 실력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검왕성과 좌망검려, 풍운검총이 왜 패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이자는 아예 괴물이 아닌가!
다른 무사가 무도를 수련하는 반면, 강동명은 아예 극한의 검도만 추구했다. 검도를 위해서 무도를 희생하는 경지에 이른 존재인 것이다.
지금 그의 실력은 천지통현에 무한히 근접해 있었다. 실력을 억눌러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천지와 소통하고 감응하는 대신 아예 검도에 전심전력을 쏟아부은 것이다.
검도 때문에 강동명은 천지통현을 돌파할 시간마저 버렸다. 이런 자가 괴물이 아니고 뭐겠는가?
미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강동명이 바로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초휴도 강동명 때문에 깜짝 놀랐다. 천지통현에 오를 기회가 빤히 보이는데도 그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않고 있는 사람을 처음 보았으니 말이다.
그 난폭한 심천왕이 패한 뒤에 강동명을 다시 찾아가지 않은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일단 둘은 공정한 시합을 벌인 것이니, 진 다음에 또 싸우자고 덤비는 것은 너무 체면이 깎이는 짓이었다. 다른 이유는, 강동명 같은 미치광이와 더 얽히기 싫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초휴 자신이 정말로 재수 옴 붙은 셈이었다. 강동명의 검도 수양은 그가 지금껏 만나본 검사 중 가장 강했다.
초휴는 방금 그의 일검이 어떻게 펼쳐진 것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천자망기술에 의존해 간신히 위험을 추측하고 무의식적으로 피했을 뿐이었다.
강동명은 자신의 일검이 초휴를 어쩌지 못하자, 표정을 굳히더니 연속으로 세 번 검을 휘둘렀다.
일순간 초휴는 주변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몰려오는 살기를 느꼈다.
고작 삼검을 휘두른 것만으로 강동명은 초휴가 피할 곳을 모조리 봉쇄해 버렸다. 천자망기술로도 피할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인결을 맺자 초휴의 등 뒤에 반마반불의 사악하고 기이한 법상이 떠올랐다. 대일여래와 대흑천마신이 한 몸으로 나타난 것이다. 찬란한 불염과 멸세지화가 융합되어 기이하기 그지없는 색을 띠었다.
강동명의 삼검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 검기에 특별해 보이는 힘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았고 극도로 순수한 검의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초휴의 불마법상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초휴는 천도전갑을 무이천도로 바꾸어 휘둘렀다. 일순간 무궁한 천지 원기가 파도가 몰아치듯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칠대한 파해의 일도였다.
광포한 도세와 검기가 맞부딪힌 순간 초휴는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마터면 그 강대한 검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제압당할 뻔한 것이다.
초휴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 그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도를 휘둘렀다. 일순간 공간이 굳어 버린 것처럼, 모든 힘이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가 초휴의 일도에 둘로 갈라졌다.
초휴의 홍진표묘참은 이미 극한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그 초식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았고 깨뜨리는 것은 더 힘들었다.
강동명은 슬며시 검을 찔러 넣었다. 공간째로 초휴에게 붙들린 정지 상태에서 화폭을 찢고 나오려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화폭을 찢지 않았다. 화폭처럼 멈춘 공간 속에서 검을 찌른 순간, 천지의 색이 변했다. 초휴의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한 자루의 검으로 화했다.
초휴의 표묘참이 세상을 화폭 속에 고정한다면, 강동명의 일검은 더 강력했다. 그는 눈앞의 모든 것을 검으로 바꾸었다. 그 자신의 검으로!
가벼운 파열음이 울렸다. 두 사람이 교전하는 정중앙에서 허공이 마치 거울처럼 깨져나갔다. 천지 원기가 모여들며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강동명이 검을 들고 다가섰다. 그는 형체 없는 사람처럼 폭풍이 몰아치는 허공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왔다.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찌르는 검이었으나 온 천지의 기운이 극도로 날카롭게 변해 버렸다. 검의는 이미 하늘로 솟구치는 정도가 아니라 천지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초휴가 이렇게 강한 상대를 만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 순양도문 능운자와의 일전에서도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웠고 열세에 처하기는 했으나, 그 역시 능운자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러나 지금 강동명한테는 무력감마저 치솟았고 극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적은 거의 없었다.
천지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초휴의 앞에 펼쳐진 하늘과 땅, 산과 강에 모두 검의가 깃들어 끝없는 파도처럼 그를 향해 덮쳐왔다.
초휴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항상 그가 남을 몰아붙였지, 남이 그를 이토록 아슬아슬하게 몰아붙이는 건 손에 꼽았다.
천지를 검으로 삼았다면 천지를 부숴 버리면 그만 아닌가!
초휴가 두 손으로 인결을 맺자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온 천지를 울렸다. 몸에서 광포한 마기가 솟아올라 고동치기 시작했다. 일순간 세상이 그대로 멈추는 것 같더니 난데없는 핏빛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천지교정마통천곡대비주였다!
초휴는 정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면 거의 이 무공을 쓰지 않았다. 반작용이 너무 클뿐더러, 아무래도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악한 기운으로 천지의 힘을 끌어내는 무공인지라 시전할 때마다 악의가 초휴의 심지를 갉아먹었다. 마치 무공 자체가 이 세상 모든 악의의 화신 같았다.
그러나 일곱 대비부를 하나로 합친 위력은 전율이 일 정도로 강력했다. 끝없는 피의 비 아래 검기가 녹아내렸다. 세상 전체가 그 힘 앞에 비틀리기 시작했다.
강동명의 검세가 처음으로 변했다. 그는 검을 거두더니 하늘을 베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세 번의 검격이었다. 끝없이 쏟아지던 피의 비는 그 검격 세 번으로 찢겨나갔다.
초휴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까지의 적들은 천지교정마통천곡대비주를 모든 수법을 동원하고도 간신히 막아내어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강동명은 겨우 세 번의 검격으로 끝없는 피의 비를 깨뜨린 것이다. 이건 등골이 오싹해지는 실력이 아닌가.
그는 초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강한 기술이군.”
그것은 강동명이 초휴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정확히 말해, 초휴는 그가 입을 여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의 발성은 어색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타인과 교류하지 않은 것처럼, 발음조차 몹시 느렸다.
그러나 그 뒤로 강동명은 더 말이 없었다. 그는 다시금 검을 쥐고 닥쳐들려 했다.
바로 그때, 마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내리꽂혔다. 위서애가 저무기 등의 은마권 고수들을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다행이다. 그래도 늦진 않았구나.”
위서애가 허허 웃더니 손짓했다. 저무기 일행은 싸움판에 뛰어들어 열세에 몰린 초휴 측의 인원 부족을 상쇄했다.
초휴는 의아했다.
“위 선배님,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는 이번 일로 위서애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
첫째로 위서애는 그에게 진심으로 잘 해 주는 선배였다. 초휴의 사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초휴를 자신의 후계자 삼아 키워준 것이다.
위서애가 진화련신의 실력을 지니긴 했으나 나이가 많았다. 전투력은 있다지만 육신의 기혈은 이미 쇠약해지고 있었다.
먼젓번 초휴를 도와 대광명사 허운을 막았을 때도 이미 피로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니 초휴로서도 위서애더러 계속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격렬한 상황은 위서애의 실력을 발휘하기에 좋지 않았다.
게다가 초휴가 계획을 짰을 때는 아직 대광명사나 도불 양맥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 전이었다. 그때는 초휴의 진무당과 북연 조정 간의 싸움이었을 뿐, 마도 일맥과는 별 관련이 없었다.
위서애가 정말 끼어들면 은마권이 참여한다는 뜻이 되지 않는가. 그 때문에 순양도문이나 대광명사가 많은 인원을 보내서 귀찮게 할 염려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대광명사와 순양도문이 양패구상한 상태였다. 두 문파 모두 물러서서 구경이나 하고 있으니 별 상관은 없었다.
위서애가 말했다.
“네가 이리 큰 판을 벌였는데 어찌 모르는 척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내게 말하지 않은 것은 네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서였겠지. 나도 본래는 올 생각이 없었다. 사도기가 사람들을 이끌고 너를 찾아왔었다기에 무슨 일이 났나 싶어서 와본 게다.”
위서애는 초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하지는 않았다. 사도기 무리의 실력과 콩가루 같은 꼴로 초휴에게 무슨 위협이 되겠는가.
그가 걱정한 것은 그들 때문에 초휴의 계획이 어긋날 가능성이었다. 그가 나이가 들어 밖에서는 초휴에게 별 도움이 못 되더라도, 안의 일에서는 아직 쓸데가 있지 않겠는가.
사도기 무리는 회의를 열면서 그에게는 알리지조차 않았으니 의도가 뻔했다. 위서애는 대놓고 싸움을 벌일 준비까지 하고 온 참이었다.
그러나 사도기 무리가 이렇게까지 겁쟁이일 줄은 그도 몰랐다. 마주 앉자마자 초휴는 상천량을 내세웠고, 그들은 겁을 먹고 꽁무니를 뺀 것이다.
어쨌거나 때는 잘 맞춘 셈이었다. 초휴가 강동명한테 한계까지 몰려 있을 때 위서애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격이니 말이다. 강동명의 실력이 강하다지만, 이 대 일로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리고 초휴는 지금 강동명과 무슨 공정한 결투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황위 쟁탈전이었고, 수많은 사람의 앞날이 걸린 일이었다.
이기면 제왕이고 지면 역적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위서애가 오자 초휴는 즉각 그와 힘을 합쳐 강동명과 싸우기 시작했다.
위서애가 늙었다지만 그의 무도는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구천산 오대천마가 남긴 무도를 모두 지닌지라 출수가 변화무쌍했다.
초휴는 나이도 한창이고 육체도 강인해 맷집이 좋았다. 위서애더러 정면 공격을 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우선 초휴 자신이 나서서 강동명과 정면으로 맞서고, 위서애는 옆에서 기회를 틈타 출수하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위서애 정도로 강력한 우군이 생기자 초휴도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나 강동명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게 강했다.
초휴가 만나본 진화련신 중 가장 강하다고 해도 좋았다. 초휴와 위서애가 이 대 일로 싸우는데도 그를 무너뜨리기는 불가능했고, 그저 패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다.
엉망으로 뒤섞여 사방팔방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황궁을 바라보는 항충의 얼굴에는 공황이 가득했다. 항숭이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구룡인에 의지해 버티는 것이지, 그의 힘은 천지통현과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반쪽짜리 사부님인 강동명의 실력이 강하긴 하지만 돈을 받고 왔을 뿐이고, 그의 출수는 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다.
다른 황실 공봉당 사람들은 모두 난전 중이었다. 초휴의 진무당, 상성 무사들과 위서애가 데려온 마도 무사들이 국면을 뒤집고 있었다.
앞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언제 자기편이 패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충은 별안간 뭔가 떠올리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황보 노야! 여기 계신 것 알고 있소! 당신들의 조건대로 따르겠소이다! 모두 그대로 할 테니 당장 나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