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12)
912화 진화련신
혈홍제가 보여준 옛날 곤륜마교가 싸우는 광경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독고유아의 도의를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꽉 막혔던 난관을 넘어가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진화련신이 되는 것은 거의 확정이었다.
물론 의외의 변수는 늘 있다.
어쨌거나 진화련신(眞火煉神)과 진화연신(眞火煉身)을 둘 다 해내려는 사람은 강호를 통틀어 초휴 하나뿐이다.
진청제는 이미 진화련신에 오를 생각을 버린 것 같았다. 그는 힘으로 자신의 길을 증명해 보일 작정이었다. 절정이자 극한까지 육신을 단련하고, 결국 천지의 장벽마저 돌파함으로써 육신으로 천지통현에 오는 길을 말이다.
그러니 지금 초휴가 진화련신이 되려는 것은 강호의 역사를 통틀어 첫 번째 시도인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될지 앞일은 아무도 몰랐다. 물론 초휴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른 진무당 사람들은 초휴의 선언에 몹시 들떴다. 초휴의 실력이 강해질수록 수하로서는 안심이 되는 일이었다. 자신들의 수장이 강해지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모든 일을 분부한 뒤 초휴는 밀실로 가서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육강하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매경령을 바라보았다.
“계집애야, 앞으로는 나를 마존 대인이라 불러라. 이제 뭘 하면 되겠느냐?”
매경령은 육강하의 우람한 체구를 훑어보았다. 정말이지 방패막이로 쓰기에 안성맞춤 아닌가. 역시 초휴가 안목 하나는 뛰어나다니까. 그녀는 아리따운 얼굴로 생긋 웃었다.
“지금까지 우리 진무당은 힘을 거둔 상태였기 때문에, 강호인 일부는 우리가 겁을 먹었다고 여기고 규칙에 어긋나는 주제넘은 일을 많이 저질렀지요. 그러니 이제 그자들을 손봐야 하지 않겠어요? 갑시다, 마존 대인!”
진화련신은 무도의 길을 걷는 사람을 퍽 괴롭히는 경지였다.
선천경에서 진단경까지는 필요한 게 무도에 대한 감응뿐이었다. 진단을 응집해내는 것은 별로 위험하지 않았다.
그 단계에서 사고가 나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었다. 그러나 진화련신에 이르려면 자신의 내력진화로 원신을 단련하여 천지와 소통하는 수준이 되어야 했다.
진화연신(眞火煉身)은 줄곧 단련을 지속해야 하지만, 진화련신(眞火煉神)은 일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그 일순간이야말로 가장 큰 고비였다. 대체 언제 원신을 단련해야 좋을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원신을 다루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중상을 입고, 심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진단경 무사 다수가 그 고비를 넘지 못했다. 괴로운 시간을 지속하며 감응해 보려다 결국은 어디서 막히는 것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영영 막혀버리는 천재도 적지 않았다. 젊었을 적에는 용호방에 올라 강호를 누비고 진작 진단경에도 올랐으나 계속 우물쭈물 그 상태에 머물다가 어디서 막혔는지 평생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돌파를 강행하려는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을 하는 거야 가능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성공률이 처참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그러다 원신에 손상을 입고 실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심하면 폐인이 되기도 했다.
무도에 지름길이란 없다. 이해하면 할 수 있는 것이고, 뚫는 데 성공하면 고비를 넘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였다.
초휴는 자신이 진단경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 그의 무공이 상승하는 속도는 경천동지할 수준이었다.
이제는 막힌 고비가 무엇인지 거의 알아냈고 돌파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혈홍제의 환상이 큰 도움을 주었다.
그 환상을 더 오래 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밀실에 앉은 초휴의 몸이 옅은 원신의 금빛으로 둘러싸였다. 등 뒤에 무수한 원신의 빛이 엉켜 들더니 흐릿하게 초휴 자신의 모습으로 변했다. 천지 원기가 원신의 금빛 속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평범한 무사가 원신의 힘으로 천지 원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의 초휴는 원신을 내보내는 즉시 자동으로 천지 원기를 빨아들일 지경이니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지 않은가.
진무당의 다른 사람들도 이상 현상을 감지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초 대인이 곧 진화련신을 돌파할 모양이니 이상한 일이 벌어져도 놀랄 건 없었다. 그들이 할 일은 아무도 초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진무당을 지키는 것이었다.
밀실 속에서 초휴의 원신은 천지 원기의 도움에 힘입어 금빛으로 휘황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초휴의 무도진단에서 금은 색의 내력진화가 타오르더니 원신으로 옮겨붙었다.
그의 전신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참을 수가 없어 신음이 터지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화연신을 겪으면서 초휴는 이미 내력진화로 몸을 불사르는 고통을 견뎌냈다. 따라서 이제는 자신이 그 통증을 참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진화연신과 진화련신의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내력진화가 원신을 불살라 태우는 느낌은 그야말로 골수에 스며드는 것 같아서 훨씬 날카로웠다.
물론 이제 얻게 될 힘에 비하면 이런 고통이 대수겠는가. 어쨌거나 진화련신에 오르려던 무사가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내력진화의 불길 속에서 원신의 금색 광휘는 더욱 거세졌다가, 마지막에는 불길에 녹아드는 것처럼 액체가 되어 땅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초휴는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느낌에 휩싸였다. 마치 이 세상과 천지의 일부분이 된 것 같지 않은가! 바람 한 가닥,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처럼.
그것은 매우 기이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눈으로 보았던 세상의 모습과 먼지 한 톨의 시각에서 보는 세상의 모습은 또 달랐다.
겨자씨에도 수미산이 들어 있으니, 모래알 하나가 곧 하나의 세계였다. 하늘과 땅은 아득하고 깊으며, 우주는 넓고도 거칠었다. 음양이 역전하는 순간, 도는 사그라들고 마가 불어나는 것이다.
도불마 삼맥의 길은 다르나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 어떤 힘이건 그 근원은 이 세상천지며, 진화련신이 움직이는 것 역시 이 세상천지인 것이다.
그 오묘한 감각에 빠져든 초휴는 내력진화로 원신을 단련하는 고통마저 잊어버렸다.
원신이 다시 몸속으로 돌아오는 순간, 원신의 금빛이 그대로 몸을 뚫고 나왔다. 무수한 천지 원기가 미친 듯이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무당 상공에 거대한 원기의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그 광경은 연경성 사람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북궁백리 같은 진화련신 고수들은 놀라서 아연실색했다. 그들이 진화련신에 오를 때는 이만한 기현상이 나타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초휴는 진화련신의 구할 가량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이제는 진화연신과 진화련신을 모두 이뤘으니 실력이 천지통현 수준으로 급상승하지 않겠는가.
북궁백리마저 다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초휴가 이제 몇 살이나 되었던가? 물론 용호방은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초휴도 강호에서 가장 젊은 세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젊은이였다. 그런데 벌써 무림지존 수준의 강자가 되다니, 누가 이런 현실을 납득하겠는가.
황궁에 있던 항려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다. 다른 자들에게 상황을 듣기는 했으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황위는 이미 안정되어 이전만큼 초휴가 절실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초휴와 척을 질 정도로 항려가 바보도 아니었다.
항려는 북연의 제왕으로서 조정을 다스리고, 초휴는 북연 무림을 장악하는 건 이미 명백히 합의를 본 일인 것이다. 현재 쌍방은 충돌할 일이 없었고 심지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였다.
항려는 명성과 위세를 갖춘 초휴가 그의 지지세력으로서 인심을 안정시켜 주길 바랐다. 초휴 역시 북연 무림을 장악할 명분을 위해 항려의 후원이 필요했다. 그러니 머리가 돌지 않은 다음에야 항려가 어리석은 짓을 할 까닭이 없었다.
진무당 상공의 강대한 원기 폭풍은 족히 일각은 지난 뒤에야 흩어졌다.
초휴의 상태는 아주 기이했다. 원신이 몸속으로 들어가서 두 눈에서 신비로운 빛이 번쩍였다. 마치 일월성신이 그 속에서 도는 것처럼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는 반 각쯤 지난 후에야 그 기이한 상태에서 벗어났다. 초휴는 눈을 뜨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것이 진화련신의 힘인가?
정확히 말하면 진화련신에 올랐다고 직접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 이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얼마만 한 힘을 쓰게 될지는 순전히 그 깨달음이 얼마나 깊은가에 달린 문제였다.
* * *
폐관을 끝내고 나왔을 때 진무당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제일 먼저 그를 맞이한 사람은 목자의였다. 초휴가 나온 것을 본 목자의의 눈이 반짝였다.
“초 공자, 진화련신에 오르셨군요?”
초휴의 실력으로 진화련신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목자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보게 되자 역시 놀랍고 기뻤다.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순조로웠던 셈이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북연 무림의 질서를 바로잡느라 바쁘지요. 제가 데려온 청룡회 살수들까지 이끌고 갔답니다. 정보와 감시를 담당하고 있어요. 저는 초 공자가 폐관 중에 무슨 일이라도 날까 걱정되어 남아 있었고요.”
그간 진무당은 아주 바빴다. 그래서 목자의가 데려온 청룡회 살수들마저 징발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목자의는 매경령이 마음에 안 들기는 했으나 일의 경중을 모르지는 않았다. 해서 주저하지 않고 청룡회 살수들을 넘겨주었다.
청룡회 살수들은 살인에만 능한 게 아니었다. 살수로서 정보와 감시 방면에도 뛰어났다. 물론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본래의 장점을 발휘하면 되었다.
발각당하면 곧장 상대를 죽이고 시체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진무당에 별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초휴는 상성으로 향했다.
* * *
초휴는 진화련신에 올랐으니 천지통현과의 차이가 얼마나 될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다른 천지통현과 싸우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역시 상천량과 겨뤄보는 게 제일 좋지 않겠는가.
자그마한 상성은 아주 세심하게 가꿔져 있었다.
모래 먼지 가득한 녹도에서 지내는 동안 다들 마음에 그늘이 생기지 않았겠는가. 상성에서는 누런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집이며 성벽에 푸른 덩굴이 자랐고, 거리에도 온통 푸른 잎사귀가 가득했다. 상성 사람들은 푸른 식물에 강한 집착이라도 가진 듯했다. 서초에 온 것 같다고 착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북연은 사시사철 봄 같은 땅이 아니다. 오히려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는 혹한의 추위가 닥치는 곳이었다.
겨울은 아니었지만 이미 가을에 접어들었는데도 상성은 온통 비취처럼 푸르렀다. 누군가 진법으로 이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었다. 퍽 사치스러운 짓이 아닌가.
초휴가 상천량을 발견했을 때, 그는 호미를 쥔 채 채소를 심고 있었다. 그 많은 채소를 심어서 다 먹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천지통현쯤 되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 깊을수록 천지의 힘에 대한 장악력도 강해진다. 안으로는 자신을 갈고닦으며 밖으로는 천지를 다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천지통현에 오르면 연체공법을 수련하는 사람 정도나 육신을 괴롭힐 뿐, 굳이 어리석게 내력을 쌓으려 들지 않았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생사 폐관 말고는 무슨 일이든 다 했다.
듣기로 대광명사의 허자는 선방에 틀어박혀 불경 외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노천사는 햇볕 쬐는 것을 즐겼다. 그러니 상천량이 농사를 짓는 것도 괴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초휴가 다가오자 상천량은 한눈에 그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사실 예전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상성은 연경성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만큼 거대한 원기 폭풍을 못 보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호미를 거둔 상천량이 담담히 말했다.
“실컷 두들겨 맞을 준비는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