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13)
913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
상천량은 노회한 사람이니 초휴가 경지를 뚫자마자 찾아온 목적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진화련신에 올랐으니 실력이 많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서 간도 부었을 게 뻔하지 않은가. 자신을 상대로 솜씨를 발휘하면서 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는 것일 터였다.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씀은 틀렸소이다. 얻어맞으러 온 게 아니고 연구를 하러 온 겁니다.”
상천량이 실소했다.
“연구? 물론 자네가 진화련신(眞火煉神)과 진화연신(眞火煉身)을 동시에 이루기는 했지. 두 가지를 다 해낸 사람은 상고 시대에도 없었을 테고 말이야. 하지만 천지통현은 아예 다른 세상이라네. 그리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두들겨 맞는 것이든, 연구하는 것이든 이왕 왔으니 편한 곳으로 가서 한판 붙어 보세나.”
그렇게 말한 상천량은 초휴를 데리고 성 밖의 인적 없는 넓고 텅 빈 골짜기로 향했다.
초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상 성주, 그럼 갑니다.”
상천량은 담담했다.
“덤벼 보게. 자네의 진정한 실력을 재야 할 테니 노부도 봐주지 않겠네. 너무 괴롭힌다고 징징거리면 안 되네.”
상천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는 일권을 내지르고 있었다. 몸이 일순간 사라져 보이지 않더니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일권이 상천량을 향해 덮쳐오는 게 아닌가.
공간을 가르는 비법 같은 게 아니라 초휴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었다. 육체의 힘에다 주변 천지 원기에서 끌어낸 바람의 힘까지 더해지니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졌다.
진단경에서 진화련신에 오를 때 내력 진기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대충 날린 일격에서조차 막대한 차이가 나는 것은, 진화련신이 되면 진단경 때처럼 천지 원기를 빨아들여 진기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렇게나 일격을 날려도 세상천지 어떤 힘이건 빌려 쓸 수 있는 것이다.
상천량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손바닥을 앞으로 디밀었다. 느릿해 보이는 움직임이었으나 늪 같은 힘이 초휴를 감싸 버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거대한 일권의 기세가 내리 떨어졌다. 천하를 깨부술 듯한 일권에는 산해권경의 강대한 권의가 담겨 있었다.
그 일권은 두 단계로 나뉘어 닥쳐왔다. 육체가 먼저 도달했고, 초휴가 자신의 힘으로 끌어낸 일권은 지금에야 내질러진 것이다.
상천량은 손가락을 검으로 삼아 찔러갔다. 허공에서 폭풍이 엉기며 검으로 변하더니 일권의 힘을 흩어 버렸다.
초휴의 손에 들린 천도전갑이 무이천도로 바뀌었다. 강대한 도의가 허공을 가르며 상천량의 일장을 짓부쉈다.
칠대한 파해의 일도가 번쩍이자 거센 원기의 파도가 온 세상에 몰아치는 듯했다. 산골짜기를 가득 채우는 메아리까지 울릴 지경이 아닌가.
칠대한 정도 되는 도법은 실력이 강할수록 내뿜는 위세도 강해지는 법이다. 만일 바닷속이었다면 지금 초휴가 휘두른 일도가 일시적일지언정 바닷물마저 두 쪽으로 갈라버렸을지도 모른다.
상천량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한 손을 움켜쥐듯 들었다. 그러자 무수한 수증기가 그의 손안에서 엉켜 들며 수십 장 길이의 장곤(長棍)으로 변했다.
그가 일곤을 휘두르는 위세는 천지를 찢어발길 것처럼 강대했다. 굉음이 울리고, 장곤이 초휴의 일도와 부딪친 순간 수증기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음 찰나 흩어진 수증기는 미세한 검기로 변해 초휴를 둘러쌌다. 초휴는 천자망기술을 극한까지 펼쳐 물방울 검기의 공격을 피했다.
상천량이 인결을 맺자 그의 몸을 둘러싼 원기가 춤추듯 움직였다. 불은 도, 물은 검, 바람은 창, 다양한 힘이 각양각색의 무도로 변해 한 공간 안에 얽혀들며 폭발을 일으켰다.
초휴는 재빨리 몸을 날려 산골짜기에서 벗어났다. 거대했던 산골짜기는 상천량의 일격에 박살이 나서 아예 작은 언덕으로 변해버렸다.
결과를 이미 예상했던 초휴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 천지통현을 대적하기는 어려웠다.
상천량이 폐허가 된 골짜기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는 초식인데, 어떤가? 조상들이 남긴 전승이 아니고 내가 지금까지 얻은 깨달음을 집대성해 창안한 거라네.”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강하군요.”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 초식의 위력은 정말로 강했다. 물론 초휴가 천지통현에 오른다면 이 정도 위력은 어렵지 않게 낼 수 있긴 하겠지만.
“상 성주가 보기에 지금 내 실력이면 천지통현과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상천량은 잠시 침묵했다.
“잘라 말하기 어렵군. 지금 자네의 육신은 이미 진화연신에 도달했지. 육체만으로도 동급 무사와 맞설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진화련신도 이뤘지 않나. 일 더하기 일은 단순히 둘이 되는 게 아닐세. 서로 보조하는 관계라 전투력이 곱절은 늘어나지. 내 생각에는, 지금 실력의 자네를 녹도에서 막 나왔을 때의 내가 대적했다면 쓰러뜨리지 못했을 걸세. 물론 자네도 나를 이길 수는 없었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끝없이 힘을 쓰는 소모전으로 계속 가면 마지막에는 자네가 패하겠지.”
그 말을 들으니 초휴도 이해가 갔다. 지금 자신의 수준은 역시 어중간했다. 천지통현의 경계 즈음까지는 다다랐으나 진짜 천지통현 강자와 싸울 정도는 못 되는 것이다.
설령 녹도에서 막 나왔던 시점의 상천량이라도 그 강대한 육신의 힘만으로 자신의 체력을 계속 소모하게 해 죽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진화련신 중에서는 강동명 같은 괴물만 아니라면 누구든 한 번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초휴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진화련신과 진화연신을 모두 이름으로써 진정 천지통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진청제도 진화연신의 외길만 걷지는 않았을 테니까. 진화연신을 먼저 시도해 본 사람은 그가 아닌가.
“참, 상 성주. 만약 지금 신승 나마와 다시 싸운다면 누가 이길 것 같소?”
상천량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내가 지겠지. 지금이야 별로 꼴사납게 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네.”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지통현 역시, 같은 경지 안에서의 능력 차가 어마어마한 것 같았다. 나마는 천지통현에 든 지 오래되었다. 수보리선원의 전승 또한 상성보다 강하니 나마가 상천량보다 강한 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는 상성에 며칠 더 머무르며 상천량과 무공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다. 바꿔 말하면, 계속 두들겨 맞았다. 이제 막 새로운 경지에 올랐으니 가만히 앉아 안정을 취하는 것보다는 실전으로 새로운 경지에 익숙해지는 편이 나았다.
* * *
초휴가 진무당으로 돌아오니 매경령과 다른 사람들이 그를 맞았다. 북연 강호는 거의 다 진압된 모양이었다.
대광명사는 갔고 순양도문도 떠났다. 북연 조정은 북연 무림은 진무당이 관장한다고 직접 선포했다. 이제 진무당은 실력이면 실력, 명분이면 명분 모든 걸 다 갖춘 상태였다.
그래서 진무당이 출동했을 때, 구할의 세력은 같은 태도를 취했다. 꼼짝 못 하고 숙이는 것 말이다. 숙이는 게 뭐 별거겠는가. 명줄이 끊기면 숙일 기회조차 사라질 텐데.
물론 강경한 태도로 나오거나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자들도 있었다. 초휴는 그런 자들에겐 사정을 봐 주지 말라고 이미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매경령은 그런 자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여봉선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들어온 여봉선은 사람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큰 사건이 벌어졌을 줄은 몰랐지 뭔가. 아니, 자네 진화련신에 올랐군그래. 축하하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초 형. 내가 이번에 북지에 가서 뭘 좀 찾아냈거든.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을 먼저 들을 텐가?”
초휴는 서슴지 않고 답했다.
“나쁜 소식.”
여봉선은 잠시 당황했다. 역시 초휴는 상식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좋은 소식부터 이야기해 주겠네. 극북 황야에서 수련하다가 이상한 곳을 찾아냈어. 수무상의 말로는 전설 속의 원시마굴이라고 하던데. 아마 은마의 여러분은 다들 그 이름을 아실 거라는 말도 하더군.”
초휴는 멍해지고 말았다. 원시마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여봉선은 워낙 운이 좋으니 이번에 북지에서도 뭔가 기연을 만날지 모른다고 농담을 나눴던 일이 떠올랐다. 그 농담이 적중할 줄이야.
여봉선은 정말로 심상찮은 뭔가를 발견한 것이다. 초휴가 육강하와 다른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더니 저마다 두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의아해졌다.
“원시마굴이 대체 뭐 하는 곳인데 그런 얼굴들이지?”
평정을 되찾은 육강하가 말했다.
“원시마굴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아무도 몰라. 원시마굴은 다른 공간에 존재하니까. 그래서 매번 다른 곳에 나타나고, 나타나는 시간도 불규칙하지. 아무도 그것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라고. 이미 나타났는데 발견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원시마굴이라는 이름도 후대인이 붙인 것이라고 해야겠지. 천지에서 저 홀로 만들어져 존재하는 공간이니까.”
“그곳은 우리 마도의 성지다. 음침하고 사악한 마기가 가득하고 무수한 위험과 살기가 깔려 있지. 기연도 잔뜩 있고 말이지. 역대로 무수한 마도 거물이 들어갔었고, 살아서 나온 자는 크게 실력이 늘었어. 이렇게 말하면 잘 안 와닿을 것 같군. 오래된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한 것도 있으니 비교적 지금과 가까운 이야기를 해 주지. 옛날 교주도 원시마굴에 들어간 적이 있다. 대체 뭘 봤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말이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교주의 마도, 청춘우는 바로 그 원시마굴에서 나온 거야!”
그 말을 듣자 초휴마저 심장이 쾅 울리는 것 같았다.
원시마굴의 내력이 그렇게 엄청난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초휴는 아직도 그 환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청춘우의 새빨간 빛깔, 달처럼 빛나던 강대한 칼날!
문득 초휴는 얼른 여봉선에게 물었다.
“그럼 나쁜 소식은 뭔가?”
여봉선이 쓴웃음을 지었다.
“수무상 말로는 마도와 연관이 있는 곳이라길래, 일단 봉인을 할 생각이었어.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해 놓고 자네에게 알려주려 했지. 그런데 어설프게 덤볐다가 일을 망쳤지 뭔가. 그게 수무상이 봉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고. 그가 진법을 쓰자 원시마굴에서 더 강한 파동이 터져버린 거야. 아마 지금쯤이면 대광명사와 극북 황야에서 수련하던 이들 전부가 알아차렸을 걸세.”
원시마굴의 발견은 확실히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다른 자들이 알아차렸다는 것은 희소식이라 할 수 없었다.
어쨌건 여봉선의 의리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그 역시 마도 일맥의 무공을 익혔다. 여온후의 구소연마금신은 진짜배기 마공이니 말이다.
자신이 제일 처음 원시마굴을 발견했으니 얼마든지 먼저 들어가 볼 수 있었을 게 아닌가. 그런데도 그 기회를 포기하고 초휴에게 소식을 알려주려고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방호가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 심각한 문젠 아니지 않나. 원시마굴은 사악하고 기이한 장소라 완전히 마도 무사들만을 위한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정도 종문이 그걸 알았다고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한데? 북연을 통틀어 마도 세력은 사극종 하나뿐인데, 그쯤이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테고 말이지.”
매경령이 이런 바보는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가질 수 없을 바에야 부숴 버린다는 말도 몰라? 정도 종문이 얻어 봐야 소용이 없는 건 맞지만, 우리한테 주고 싶지도 않을 거 아냐. 마도가 불어나면 정도는 쇠하는 법이고, 상대가 약해지는 만큼 내가 강해지는 것이니까. 이 간단한 이치도 몰라? 더군다나 원시마굴에는 마도 무사에게 적합한 것만 있는 게 아니야. 천연의 보물 같은 것도 있단 말이지. 마도 무사에게 더 알맞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마의 구분이 없다고. 마도건 정도건 다 쓸 수 있는 게 널려있을 테니까.”
방호는 입을 쩍 벌렸다. 하여간 위선자 놈들은 온갖 잔꾀를 다 부리는구나, 정도가 마도보다 더 음험하지 않은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