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16)
916화 편한 대로 기억하기
그러나 초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가 냉소하듯 말했다.
“초휴, 말이야 옳다만, 이 자리에는 종문의 종주도 있고 마도 일맥의 거물 선배도 있다. 위 옹이 나서면 모르겠다만, 네가 뭐라고 떠드느냐? 하하, 너무 주제가 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떠들어댄 자는 사도기였다.
그는 속이 좁았다. 초휴에게 몇 번이나 당한 뒤에 울화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수많은 마도 무사 중 초휴보다 배분이 낮은 자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초휴가 나서서 우두머리 행세를 하니 자신도 모르게 조롱을 해댄 것이다.
분란이 생기자 사람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특히 낭인 무사들은 더 그랬다. 은마권 내부에 갈등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 아닌가. 아예 공공연히 싸워대고 있으니 말이다.
초휴의 눈에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곧장 사도기에게 몸을 날렸다.
일권을 내지르자 끝없는 마기가 폭풍과도 같은 엄청난 기세로 휘몰아쳤다.
다들 안색이 변했다. 사도기가 시비를 좀 걸었다고 초휴가 대뜸 주먹질해댈 줄이야.
사도기는 대경실색했다. 그가 인결을 맺자 일순간 귀곡성이 울리면서 기이하고 음침한 안개가 그의 몸을 감쌌다. 무수한 악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적련마종의 진조선 역시 나섰다. 주먹을 휘두르자 핏빛 폭포가 허공을 가르는 듯했다. 막대한 장력이 바다와 강물처럼 그 앞을 가로막았다.
사도기 곁에 서 있던 곤막도 다급히 출수했다. 검붉고 기이한 마화(魔火)가 일거에 터져 나왔다. 머리 양쪽에 뿔이 달린 마신의 허상이 흐릿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초휴가 날린 일권의 위력에 세 사람의 힘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부서졌다. 귀무는 사라지고, 핏빛 폭포는 찢겨나갔으며, 검붉은 마화 역시 사그라들었다.
세 사람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특히 제일 앞에서 초휴에게 공격당한 사도기는 내장이 뒤흔들리는 고통과 치미는 토혈을 억지로 참았다.
초휴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는 속으로 경악하는 한편 화가 치솟았다.
초휴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심지어 대광명사가 보는 앞에서 마도 일맥의 체면을 팽개치면서까지 자신을 공격한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건 사도기가 초휴를 몰라서 하는 생각이었다. 초휴에게 마도 일맥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초휴가 아는 것은 자신의 체면뿐이었다.
사도기가 분수를 모른다며 대놓고 그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싸우자고 시비를 건 셈이니, 대광명사가 보는 앞에서 출수하는 게 대수인가? 죽여 버린다 한들 안 될 게 뭐란 말인가?
진조선은 초휴를 적대할 생각이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은마권에 내분이 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해서 그는 다급하게 나섰다.
“초 대인, 진정하시오. 대광명사 사람들이 보고 있소이다. 우리 마도가 저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면 곤란하지 않소!”
유마애 같은 사람들도 나서서 그를 달랬다. 지금 내분을 일으키면 남의 웃음거리라는 것이었다.
초휴는 냉소했다.
“웃음거리? 그럼 사도기는 왜 남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개소리를 뱉었답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배분을 논해서 뭘 어쩌자는 겁니까? 파락호 주제에 나한테 선배 대접을 받겠다고? 주제도 모르고! 원시마굴에 들어갈 셈이면 같이 싸우고, 아니면 당장 꺼지시오! 앉아서 구경만 하다 이득을 챙기려는 자는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여러분, 아직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마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기억하는 것도 하나같이 자신한테 유리한 것만 머리에 넣고 있는 데다가, 좋은 말로 해 봐야 통하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좋게 말해서 안 통하면 주먹을 쓰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모인 사람 중에는 후배인 초휴가 설치는 게 불쾌한 사람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똑 부러지게 말하자 아무도 건방지다고 시비를 걸지 못했다.
방금 초휴의 일권을 모두가 똑똑히 본 때문이었다.
놀라운 위세가 아닌가. 세 명이 힘을 합치고도 그 일권을 막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원시마굴의 유혹이 다른 것을 잊게 했다. 꼴같잖게 놀려거든 떠나라고 초휴가 매몰차게 내뱉었지만 떠나려는 사람은 없었다.
위서애는 한편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는 한발 물러나라고 초휴에게 말했을 것이다. 같은 은마 사람끼리 그렇게 박정하게 굴면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도기 같은 무리 때문에 위서애는 진정 상심하고 말았다. 그는 은마권을 위해 일평생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이기적인 자들은 언제나 있었고, 심지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은마권 전체를 끌어들이는 자까지 있었다.
그런 자를 깍듯이 대접해줘서 뭐하겠는가? 싸울 테면 싸우라지. 어차피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 그런 자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이리하여 초휴가 마도 일맥을 이끌고 대광명사를 공격하려는데, 일이 벌어졌다. 다른 정도 종문들이 도착한 것이다.
순양도문에서는 천지통현에 오른 뒤 안정을 위해 폐관 중이던 능운자가 여러 노도사를 데리고 나타났다. 사람 수는 적지만 천지통현의 위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진무교 장문 육장류 역시 직접 나섰다.
그리고 상수 영가도 있었다. 영가 노야는 오지 않았고, 영삼서 한 명뿐이었다. 상수 영가는 마도가 아닌지라 원시마굴에 큰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정도 일맥으로 칠 수도 없었으니 대광명사처럼 마도 일맥을 찍어 누르는 일에 관심이 있을 리도 없었다. 그러니 영삼서 한 사람이면 족했다.
그들을 본 마도 무사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허자와 능운자라는 두 명의 천지통현 강자를 무슨 수로 당해낸단 말인가?
정도 종문의 도착은 마도 일맥으로서는 심각한 타격이었다.
도불 양맥에 구대 세가, 오대 검파를 합하면 천지통현이 몇 명이나 될까? 또 천지통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비장의 패는 얼마나 있을까?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
반면 마도 일맥은 어떤가? 그나마 배월교 정도가 나설만할 뿐, 다른 자들은 천지통현쯤 되는 지존 강자를 상대로는 일합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특히 위서애 같은 은마권 사람들은 더욱 심경이 복잡했다.
배월교가 옛날 곤륜마교를 배반한 것은 아니었으나 양측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마도 일맥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들은 배월교가 아닌가. 위서애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다시 눈길을 초휴에게 돌리자 그래도 퍽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은마에는 초휴가 있으니 말이다.
상천량도 은마는 아니지만 초휴의 사람이니 같은 편이었다. 어쨌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능운자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점점 미묘해졌다.
정도 종문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다. 초휴가 마도 무사를 전부 규합한다 해도 천지통현이 두 명인데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다른 세력들도 속속 도착했다. 대문파도 있고 낭인 무사도 있었다. 원시마굴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곳에서는 거의 다 온 것이다. 설령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도 정도와 마도의 싸움을 구경할 참이었다.
초휴는 방칠소도 보았다. 검왕성의 독고이와 맹양하에게 끌려온 것 같았다. 초휴와 여봉선을 보더니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기까지 했다. 그러나 독고이에게 한쪽 구석으로 끌려가 눈치가 없다고 욕을 먹었다.
“지금 정도와 마도가 어떤 상황인지 안 보이느냐? 금방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판인데 왜 초휴한테 친한 척을 하는 거냐!”
검왕성 성주 심천왕은 오지 않았다. 아마 다쳐서 못 왔거나 강동명한테 당한 패배로 인해 올 낯이 없는 게 아니겠는가.
강동명의 실력은 초휴도 맛본 바 있었다. 정말 기겁을 할 만큼 강했다.
심천왕도 약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강동명과 비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 다쳤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동제 쪽 세력이 먼저 왔고, 좀 더 지나자 서초 세력도 도착했다. 이 정도면 강자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할 만했다.
천사부에서는 노천사가 오지 않고 현룡자와 늙은 도사 한 명만이 왔다.
그 노도사는 엄청나게 늙은 사람이었다. 귀밑털과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져서 승려로 보일 지경이었다.
얼굴의 주름은 파리가 앉았다가 끼어 죽을 만큼 깊었고, 눈은 뜨나 안 뜨나 다를 게 없었다. 지팡이를 짚은 데다 허리도 구부정해서 금방이라도 땅에 묻힐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그 자리의 누구도 이 노도사를 얕볼 수 없었다. 이미 천지통현에 오른 능운자나 육장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예의를 갖춰 그를 경(慶) 노선배라고 불렀다.
그 노도사의 내력은 대단했다. 그는 본래 노천사를 모시며 찻물을 길어 오거나 옷과 이불을 세탁하던 도동이었다.
그는 도호조차 없었다. 노천사는 그를 소경(小慶)이라 불렀고, 나중에는 아경(阿慶)이라고 불렀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 선배라고 존칭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경 선배님은 노천사가 중년이던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모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의미겠는가?
그의 나이가 노천사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천사는 오백 년을 넘게 살았으니 경 선배도 오백 년 가까이 살았다는 말이다.
경 선배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가 진화련신인지 천지통현인지조차 아는 이가 없었다.
천지통현이라기에는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이상했다. 그렇다고 진화련신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어쨌거나 용호산에서 경 선배의 지위는 아주 높아서 노천사 바로 다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현룡자조차 그에게는 고분고분했다.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단언해도 좋았다. 저 용호산 노도사는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옛날 원천방이 중원 무림의 도문 무사들을 도륙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 뭘 잘못 먹었는지 용호산을 건드렸는데, 다 죽어가는 노도사의 따귀 한 대에 나가떨어져 수십 년 동안 중원에 돌아갈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초휴가 원천방을 죽이기는 했으나, 그는 원천방을 얕본 적이 없었다. 원천방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초휴에게 원천방을 죽이는 것은 간단했다. 완전히 압도할 수 있을 것이고, 원천방은 반격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 경 선배처럼 따귀 한 대로 원천방을 나가떨어지게 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삼대 도문을 자세히 따져보면 가장 두려운 상대는 역시 용호산 천사부였다. 다른 종문과는 달리 노천사가 살아온 오백 년 동안 천사부에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었다. 그러니 천사부가 어느 정도의 저력과 패를 쌓아 뒀을지는 알 만하지 않은가.
어쨌든 천사부가 왔고 다른 서초 세력도 도착했다. 좌망검려에서는 심포진, 풍운검총에서는 연지가 왔다. 연지는 등에 커다란 무쇠 함을 지고 있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마 양맥의 형세는 역전되어, 정도 종문의 세력이 마도 일맥을 압도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더더욱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허자가 능운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능운자 장문, 원시마굴의 출현은 강호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오. 우리 정도 종문이 다 모였으니, 힘을 합쳐서 완전히 봉인해 버립시다. 적어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나타나지는 못하게 말이오.”
능운자가 답하기도 전에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머리 놈아, 위선 떨지 마라! 마도에 좋은 일이면 강호에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냐? 강호에 온통 정도 일맥만 있고 마도는 사람이 아니라서 없는 걸로 치겠다는 소리냐? 교주께서 친히 납셨다. 누구든 건드리기만 해 봐라!”
동황태일의 흑금색 옷자락이 바람을 맞아 부풀었다. 허공에서 날아내린 그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역시 진화련신이었는데 일곱 빛깔 장포가 몹시 괴상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