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17)
917화 독고유아의 흔적
매경령이 전음으로 말했다.
“오독교 교주 ‘독관음(毒觀音)’ 하새화(何塞花)군요. 오독교는 줄곧 배월교를 섬겨왔으니 배월교와 함께 온 건 이상할 게 없어요.”
오독교는 퍽 얌전한 편이었다. 독을 다루는 그들의 수단은 마도에서조차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오독교는 오랫동안 다른 세력과의 충돌 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었고, 대부분 시간을 서초에서 자기들의 독충하고 어울렸다.
초휴는 오독교 교주가 여자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그것도 하새화(何塞花, 변방의 꽃)라는 조금 촌스러운 이름의 여자가 아닌가.
물론 지금 하새화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동황태일과 하새화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야소남은 깨끗한 흰색 삼베로 된 장포를 입었으며 맨발이었다. 핏빛으로 물든 달의 칼날이 그의 몸을 감싸고 돌며 춤추는 모습은 마치 애완 정령이라도 되는 듯했다.
지존방 오 위, 사실상 이미 천하 제삼의 강자라 할 수 있는 마도 제일인 야소남이 등장한 것이다.
사방은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정도 무사들의 눈에 당혹한 빛이 가득했다.
야소남은 한 명이었으나, 아무도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일전 그에게 패했던 허자는 물론이고, 이제 막 천지통현에 오른 능운자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야소남은 담담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비키시오.”
겨우 한마디였으나 마치 머리 위에 칼날이 매달린 듯한 전율을 모두에게 일으켰다.
허자는 한숨을 쉬더니 대광명사 사람들과 함께 물러났다.
그가 야소남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허자는 배월교 정마대전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야소남을 협공했으나, 아무도 야소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금 이곳에서 천지통현은 그와 능운자뿐이니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초휴도 한편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정도 종문에 정말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두가 이 흙탕물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노천사는 오지 않았다. 나마는 오긴 하겠지만 남만 땅은 북지에서 너무 멀었다.
동제와 서초 사람들이 다 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마도 일맥의 제육천마종도 멀리 남해 땅에 있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마 다들 오는 중일 터였다.
지금 여기 있는 정도 사람들로는 야소남을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비키지 않으면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대광명사가 물러나자 다른 정도 무사들도 무력한 표정으로 비켜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당금 천하의 마도 제일인이니, 그들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다들 물러가자 동황태일은 득의양양한 냉소를 지었다. 그가 손을 휘젓자 뜨거운 불길이 터져 나와서 대광명사가 원시마굴 앞에 반쯤 둘러놓았던 봉인을 불태워버렸다. 그는 야소남을 따라 느긋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것을 본 다른 마도 무사들도 야소남의 뒤를 따라 원시마굴로 들어섰다. 다 같은 마도 사람 아닌가. 이만한 뒷배를 만나기도 쉽지 않으니, 이런 기회에 쏠쏠히 이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초휴는 야소남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기긴 했으나, 역시 그들을 따라 원시마굴로 들어갔다.
야소남에게는 확실히 다른 영웅들을 겁주어 쫓아버릴 능력이 있었다. 부러워하거나 시샘해 봐야 무엇하겠는가?
더군다나 야소남의 등장은 좋은 일이었다. 초휴에게 몰린 정도 사람들의 은원이 희석되었기 때문이다.
좀 전까지 마도 무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초휴 자신이었다. 그러나 야소남이 나타난 순간 주인공은 야소남이 되었다.
초휴는 남들의 관심을 받지 않는 편이 좋았다. 원시마굴에서 실력도 쌓고 좋은 물건을 손에 넣고 싶었다.
정도 사람들과 아귀다툼하는 일은 어쩌냐고? 실력자 야소남이 있으니 그가 나서면 될 게 아닌가.
정도 무사들은 마도 무사들이 원시마굴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막으러 왔건만 결국 실패한 것이다.
능운자는 두말하지 않고 수하들을 이끌고 원시마굴로 들어섰다. 밖에서 막지 못했으면 들어가서라도 막아야 할 테니까.
어쨌거나 마도 사람들이 멋대로 설치고 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 그들 자신이 쓸 수 있는 건지, 아닌지는 둘째 문제였다. 어쨌건 마도 일맥이 마음대로 쓰게 둘 수는 없었다.
원시마굴에 들어간 뒤에도 사람들은 무작위로 흩어지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모여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시마굴에는 진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모여 있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못 되었다. 그래서 다들 서로를 쳐다보다가 제각기 흩어졌다.
그러나 아주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야소남과 동황태일이 향하는 방향으로는 아무도 따라가는 사람이 없었다.
원시마굴에 들어온 초휴는 서두르지 않고 일단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첫인상은 음산하다는 것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더 음산하지 않은가.
해가 없었고 땅바닥은 온통 딱딱하게 말라붙은 붉은 진흙이었다. 푸른 이파리 한 장 보이지 않았다.
가장 이상한 것은 머리 위의 풍경이었는데, 하늘이 아니라 어두운 강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 시커먼 강이 걸려 있는 것이다.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이었다.
어둠의 강 너머로 흐릿한 푸른빛이 보였다. 강 속에서 사납게 헤엄치는 거대한 물고기까지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바깥세상에서 이런 걸 보기는 불가능했다.
초휴가 물었다.
“원시마굴 내부 지형이나 다른 정보를 아는 분 계십니까?”
육강하와 위서애 둘 다 고개를 저었다.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독고유아가 이곳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고, 그 오랜 세월 동안 원시마굴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겁니까?”
위서애가 말했다.
“당연히 있었지. 그 숫자가 적지도 않다. 하지만 소용이 없어. 원시마굴을 왜 원시마굴이라 부르는지 아느냐? 처음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절로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라 참조할 만한 지형지물이 전혀 없다.”
초휴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자연적인 지형은 참고할 수 있잖습니까?”
“그렇지 않다. 원시마굴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야. 이 세상에 나타날 때마다 내부 지형도 변한다. 먼젓번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지. 지도를 가져와서 탐색하려 한들 시간 낭비일 뿐이야. 오히려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는 게야.”
초휴는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그렇다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미지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원시마굴의 지형은 변하지만, 대략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위서애도 아는 바가 있었다. 원시마굴의 모든 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여기에 얼마나 강대한 마기가 서려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원시마굴에서 자라는 것이라면 무엇이 됐든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풀 한 포기라도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실마리가 없으니 그저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마도 낭인 일부가 그들을 따라왔지만 초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정도 종문의 무사들도 잔뜩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물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초휴 일행을 감시하려는 것이었다. 뭔가 흉악하고 요사한 물건을 얻는 것을 막을 셈이었다.
그때 초휴 일행의 눈앞에 홀연히 강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삼 장 너비의 작은 시냇물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강에는 검붉은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분명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선혈이 흐른 것일까?
육강하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피가 아니야. 하지만 좋은 것도 못 되는군. 몹시 음습하고 사악한 힘이 깃들어 있어. 부식성이 엄청날 듯한데.”
시냇가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딱히 이상한 점이 없었다. 그저 잎사귀가 온통 피처럼 붉을 뿐이었다. 사람 머리만 한 열매가 맺혀 있었는데 그 열매도 붉은색이었다.
이런 곳에서, 그것도 핏빛 강가에 자라는 나무가 좀 붉다고 한들 이상할 건 없었다. 그 핏빛 열매에서는 그윽한 향기도 흘러나왔다. 냄새를 맡고 있으니 몸이 붕 뜨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휴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다른 마도 무사 몇몇은 고개를 쑥 내밀고 나무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은 낭인 무사였다. 원시마굴 소식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자들이었다. 개중에는 원시마굴이 뭔지도 모르면서, 대단한 보물이 있다는 소리에 혹해서 온 자도 있었다.
마도 거물 초휴는 가만히 있고, 정도 종문 사람들도 움직임이 없었다. 낭인 무사들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그 열매를 따서 그게 보물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
대광명사 사람 일부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허자는 야소남을 따라갔고, 허운과 허언 등은 초휴를 따라왔다.
마도 낭인들이 움직이자 대광명사 제자 하나가 막으려 했으나 허운이 말렸다. 허운은 그에게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좀 더 두고 보려는 것이었다.
마도 무사들은 이미 나무 아래까지 다가갔다. 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열매를 따려는데, 핏빛 열매들이 동시에 휙 뒤를 돌아보았다. 그 새빨간 열매의 뒷면은 흉측한 사람 얼굴이었다!
마도 무사들은 기겁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인면과(人面果)는 사납게 입을 벌리더니 기다란 혓바닥을 뻗어 그들을 감아 버렸다.
동시에 붉은 나뭇잎이 그들 몸의 경맥을 그어댔다. 순식간에 능지처참을 당한 것처럼 선혈이 흩날렸다.
땅바닥에서 나무뿌리와 덩굴이 솟아 나와 그들을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땅이 부르르 떨리더니 낭인 무사 넷은 그대로 죽고 말았다.
그다음 그 요사한 나무에는 인면과가 네 개 더 생겼다. 흉측한 얼굴이었으나 누군지 알아볼 수는 있었다.
방금 죽은 네 사람의 얼굴이었다!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저 사악한 나무에 가득 달린 열매는 모두 옛날 여기 왔던 무사들이었다. 저건 사람을 잡아먹는 나무가 아닌가.
순양도문의 노도사가 코웃음을 쳤다.
“사마외도의 물건이구나. 남겨두면 해가 되리라!”
그가 일장을 날리자 강대하게 타오르는 순양강기가 나무를 향해 거세게 부딪혔다.
마도 무사들은 곱지 못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마외도라니, 누구한테 하는 말인가?
마도 사람들 앞에서 사마외도 운운하는 것은 도발 아닌가? 그러나 천지통현 강자인 능운자가 있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타오르는 순양강기가 나무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울부짖는 소리가 한참을 울리니 몹시 기괴한 분위기가 되었다.
잠시 후, 몇 장은 될 듯했던 나무는 뿌리만 남았다. 그러나 순양강기가 아무리 뜨겁게 타올라도 뿌리는 소멸하지 않았다. 노도사가 도검을 빼 들고 내리쳤는데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사람들은 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육강하가 조그맣게 아이쿠 소리를 내더니 나무뿌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땅을 조금 파헤쳐 보다가 갑자기 말했다.
“교주가 여기 왔었어!”
초휴가 다가갔다.
“확실한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육강하는 조금 거무스름한 흙바닥을 가리켜 보였다.
“교주의 무천마장(無天魔掌)이 남긴 흔적이야. 교주가 옛날에 썼던 기술이고 나중에는 쓰는 일이 없었지. 성교를 통틀어 교주와 무심마존밖에 쓸 줄 몰랐어. 무심마존도 교주에게서 배운 것이지만 말이지. 내가 알기로 무심마존은 원시마굴에 들어왔던 적이 없어. 그러니 이건 교주가 남긴 흔적일 수밖에.”
그렇게 말하면서 육강하는 힘차게 진각을 밟았다. 일순간에 주변의 돌멩이가 가루로 흩어지고 진흙이 한 겹씩 벗겨졌다. 수십 장은 될 법한 크기의 장인(掌印)이 사람들 앞에 드러났다.
그 나무뿌리가 자라난 자리는 그 장인의 정중앙이었다. 독고유아도 여기를 지나가다가 저 나무가 거슬려 일장을 날린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저 사악한 나무는 정체가 무언지는 몰라도 독고유아의 일장을 맞고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때 뿌리만 남았으나 지금처럼 다시 자라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