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26)
926화 마도(魔刀)와 마종(魔種)
황사월이 임창룡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다 못해 화제를 돌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래도 그러는군. 좋아. 내 솔직히 말하지. 실은 만나고 싶은 자가 하나 있어 그러네. 초휴, 그 쥐새끼 같은 놈이 아직 살아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뭔가! 이제야 하는 얘긴데, 솔직히 자네도 좀 너무했어. 내가 그놈과 껄끄러운 사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놈과 함께 잘도 통천 열쇠를 찾으러 다녔단 말인가?”
그러자 임창룡이 차갑게 정색하며 을러댔다.
“이유는 간단해. 그자가 자네와 껄끄러운 거지, 나와 껄끄러운 건 아니니까. 문주께서 하명하신 임무를 수행하는 게 최우선인데, 그딴 걸 따지다가 대사를 그르치면 어쩌란 말인가? 황사월, 내가 경고 한마디 하지. 만약 여기서 사고 칠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의 초휴는 예전의 그 초휴가 아니란 말일세. 그런데도 굳이 놈을 따라다니며 시비를 걸었다가는 결국 낭패를 보는 건 자네가 될 거야. 다른 때야 자네가 미친 짓거리를 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문주님이 직접 명하신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함부로 미쳐 날뛰다가 내 일을 망치는 날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황사월이 여전히 실실 웃어댔다.
“임 형, 무서워 죽겠구먼. 이 짧은 시간 동안 초휴란 놈이 대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서 그럴 뿐, 다른 의도는 없네. 게다가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도 있단 말이지. 지난번 환허육경에서 도대체 통천 열쇠가 어디로 사라졌나 하는 거야. 당시 나는 통천 열쇠가 진법의 붕괴와 더불어 훼멸된 걸로 생각했네. 하지만 나중에 천문의 자료를 뒤져보니, 통천 열쇠는 공간 간의 경계도 허물 수 있는 물건이라서 웬만한 상식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게 아니더군. 다시 말해 통천 열쇠의 본체는 파괴되더라도 그 힘만은 영원히 세상에 존속한다는 거야. 그 힘이 어디에든 붙어서 남아 있기만 하면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일세. 당시 수보리선원 노화상은 죽었고 초휴는 살았어. 그렇다면 말이지, 혹시 그 통천 열쇠가 초휴의 몸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닐까?”
통천 열쇠가 초휴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사실 황사월이 넘겨짚은 것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임창룡을 따라나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변명을 해야 할 상황이니까.
임창룡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그가 한 말에 대해서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그 열쇠가 초휴에게 있다면 그것을 되찾아오는 것만으로도 큰 공을 세우는 셈일 것이다.
바로 그때, 야소남과 허자 등의 격전으로 인한 파동을 그 둘도 감지할 수 있었다. 야소남의 엄청난 힘을 느낀 순간, 두 사람의 안색도 미미하게나마 변했다. 잠시 넋을 잃고 있던 황사월이 혼잣말하듯 물었다.
“임 형, 혹시 야소남의 실력이 벌써 문주님을 따라잡은 건 아닐까?”
임창룡이 코웃음 쳤다.
“흥!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독고유아와 영현기가 사라진 지금, 하늘 아래 우리 문주님의 적수가 어딨다고? 야소남이 제아무리 강해도 문주님한테는 어림도 없지. 감히 누구 자리를 넘봐? 턱도 없는 소리야!”
황사월의 입술이 들썩였으나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여태 문주의 실력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강호에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최강자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상대적으로 더 강한 존재라면 또 모를까. 황사월은 그 사람의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았지만, 소리를 내서 말하지는 않았다.
천문 구대 신장치고 천문에 충성심이 없는 자가 있을 리 만무했다. 충성심이 없다면 애당초 천문의 신장이 될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문제는 문주에 대한 임창룡의 충성심은 단순한 충성심을 넘어서 숭배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는 문주를 마치 신이라도 대하듯 섬겼다. 황사월이 자칫 입안에서 되뇌던 이름을 꺼냈다가는 당장 임창룡과 낯 붉힐 일이 생기게 될 터였다.
다행히도 임창룡의 신경이 온통 격전의 현장에 쏠린 탓에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저들이 대체 무엇을 발견했길래 저리 싸우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에 하나 그것이 통천 열쇠라면 이 두 사람도 빠질 수야 없지 않겠는가.
* * *
그 무렵 야소남과 정도 측 강자들 간의 교전은 한창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물줄기가 터졌던 어둠의 강은 모종의 기이한 규칙으로 봉합되어 더는 물이 쏟아져 내리지 않았다.
다만 지상은 아직 물에 잠긴 상태여서 지세가 비교적 높은 곳만 수면 밖에 드러나 있었다. 이때 허자 등만 야소남을 포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동황태일을 비롯한 명마 일맥도 정도 무리의 협공에 대항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초휴와 맞서 싸웠던 마도 무사들도 혼전의 와중에 어떻게든 배월교 측의 봉쇄를 뚫고 그들이 차지한 것을 탈취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사면팔방이 아귀다툼 그 자체였다.
그 광경에 초휴는 적잖이 위안이 되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초휴는 자신의 세력이 약한 탓에 한추홍이나 사도기 같은 어중이떠중이들까지 감히 도발해 온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제 보니 그게 아니라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욕심에서 비롯된 일임을 알 것 같았다. 사람이 일단 큰 탐욕에 사로잡히면 죽음의 공포마저 희석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동황태일의 뒤쪽으로 향했다. 대체 무엇이길래 야소남 무리가 그토록 기를 써가며 지키려는 건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곳에는 높은 누대가 우뚝 서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높은 산의 산봉우리라고 해야 맞을 터였다.
산의 형체는 물에 잠겨 볼 수 없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누대만 남은 것이다. 누대 꼭대기는 마문이 새겨진 쇠사슬로 칭칭 감겨 있었다.
일전에 초휴가 봤던 심연의 것들처럼 이 마문 사슬들도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다만 수량에 있어 심연의 백 배는 될 듯했다. 무수히 많은 마문 사슬들이 빽빽이 뒤엉킨 가운데 마기가 극도로 응집된 모습은 얼핏 보기에도 공포를 자아냈다.
“용맥(龍脈)들이 합쳐지는 지점이로구나!”
돌연 위서애가 꺼낸 말에 초휴가 아연하여 물었다.
“위 선배님께서는 풍수지리에도 통달하셨습니까?”
위서애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잘 몰라. 다만 성교의 전적(典籍) 중에 남아 있는 성교의 지세 관련 묘사와 이곳의 지세가 너무도 흡사해서 그런다. 여기도 용맥이긴 하나, 황조(皇朝)의 용맥은 아니야. 음산하고 사악한 마기가 극도로 응집된 마룡(魔龍)의 용맥이지! 성교가 위치한 산정상에 용맥들이 합쳐짐으로써 진신(眞神)을 담금질할 수 있는 무근성화의 응집이 가능해지는 것이지. 이 원시마굴 속의 마룡 용맥은 성교보다 그 위세가 더욱 왕성하니, 또 어떤 걸 응집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용맥의 최고봉으로 향했다. 야소남 등의 쟁탈전을 불러일으킨 물건이 아마도 저곳에 있으리라.
그러나 용맥의 정상에서 응집된 것들이 다소 기괴한지라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자는 이 중에 아무도 없었다.
석도(石刀) 한 자루가 보이긴 했다. 엄밀히 말해서 도의 형상을 한 돌덩이라고 하는 게 옳을 테지만.
그리고 그 석도에서는 지독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겉면이 온통 검은 마문으로 뒤덮인 불규칙한 형상의 검은 돌덩이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 검은 돌덩이에서 시선이 멈춘 초휴의 눈빛이 순간 강렬한 빛을 발했다.
자신이 몸에 지닌 통천 열쇠와 똑같이 생긴 그것을 어찌 몰라보겠는가!
물론 판에 박은 듯 똑같다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검은 돌 표면에 나 있는 칠흑빛 마문의 형상에서 약간 차이가 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똑같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두 물건 모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진 못했다. 그것들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게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물건은 기이한 검은색의 광물 종류였다. 윗면이 아주 맑고 투명했으며 더없이 둥글고 매끄러운 모양새가 마치 눈알처럼 보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마기가 깃든 그 광물에 향한 순간, 그들은 최면에라도 걸린 양,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도 일맥은 그 물건을 알아보았다. 마도 고수라면 그것에 대해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천마종(先天魔種)’이라 불리었다. 마도 시조의 눈알로서 마도 본원의 힘을 품고 있는지라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 옛날 독고유아에게 한 알이 있었는데 곤륜마교 제자 중 누구든 큰 공을 세운 자에게는 마종 앞에서 하루 동안 수련할 자격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도의 진정한 지보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그 앞에서 고작 하루 수련하는 것만으로도 무수한 혜택을 볼 수 있었으니, 직접 그것을 복용하여 체화시키면 얼마나 그 효과가 크겠는가!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독고유아는 그것을 체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눈앞의 저 선천마종은 좀 특이했다. 독고유아가 보유했던 마종은 손바닥 크기만 했다는데, 저것은 훨씬 작아서 고작 엄지손가락만 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물건은 무수한 마문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마문이 응집해낸 진세(陣勢)가, 그 물건들이 외부 세계의 영향으로 파손되지 않게 보호하고 있었다.
초휴가 뭔가에 생각이 미친 듯 골똘히 아래턱을 매만졌다. 이처럼 수많은 마도 지보를 응집해 낼 정도라면 이곳이 확실히 천혜의 명당이 맞구나 싶었다.
아까 심연에서 응결되어 나온 선천마주만 해도 그랬다. 비록 힘에 있어 눈앞의 저것만큼은 강하지 못해도 엄연히 마종의 하나이긴 했으니까.
왕년에 독고유아도 이곳을 다녀갔으니, 정말 좋은 물건은 그가 싹쓸이해갔을 공산이 컸다. 다만 나름 사려 깊게 마룡의 용맥을 보존하기 위해 싹만 잘라갔을 뿐, 뿌리까지 파가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 후 오백년에 걸쳐 마기들이 응집되면서 또 다른 마종들이 생겨났으니 말이다. 물론 예전보다는 크기가 훨씬 줄어들긴 했지만······.
하지만 도 모양의 돌덩이나 통천 열쇠와 비슷하게 생긴 것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애당초 독고유아가 가져가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가 다녀간 뒤에 나타난 걸까? 이때 육강하가 전음으로 말했다.
“이봐, 이따가 기회를 봐서 저것들을 차지하도록 해. 이왕이면 마종을 손에 넣는 게 제일 좋아. 그러나 마종을 갖는 게 어려울 것 같으면 석도를 차지해라. 그럼 뜻밖의 행운이 생길 테니까.”
“뜻밖의 행운이라니? 그게 뭔데?”
초휴의 질문에 육강하가 허허 웃더니 설명에 들어갔다.
“장담컨대 이 일은 강호에서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 왕년에 교주가 원시마굴에서 ‘청춘우(聽春雨)’라는 도를 가지고 나온 건 자네도 들어서 알지? 그런데 이런 생각은 안 해봤나? 정말로 천지의 힘으로 그런 도의 탄생이 가능하다 쳐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생김새가 정교할 수 있으며, 또 겉면에 그런 시구까지 있겠느냔 말이지. 교주가 마굴에서 청춘우를 가지고 나왔을 때도 바로 저런 석도였다고! 교주가 성교로 돌아와서 석도 겉면을 싹 다 정제해서 지금의 도신이 형성된 거란 말이지. 그러고도 교주가 세심하게 깎고 다듬은 끝에 지금 모습의 마도 청춘우가 완성된 거야. 다만 교주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이름 짓는 재주만은 영 젬병이었지. 해서 보다 못한 홍련마존이 ‘청춘우’란 이름을 붙여준 거야.”
초휴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육강하의 말인즉슨, 청춘우 또한 천지 간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도였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 석도도 청춘우와 동일 원천에서 비롯된 존재인 셈이다.
이때 싸움의 현장은 초휴 등의 합류로 양상이 더욱 격렬해졌다. 초휴가 끼어들기도 전에 능운자는 벌써 순양도문 도사들과 함께 출수하고 있었고, 허운 등도 싸우는 무리에 뒤엉켜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의 협공에도 불구하고 야소남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몸 주위를 휘돌던 월인의 움직임이 갈수록 다급해지고 있었다.
월인 한 자루만으로 좌망검려의 만검도록과 검존 엽비어의 부러진 검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휴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침내 결심한 듯 나직이 일갈했다.
“공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