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28)
928화 무조건 죽어야 한다!
황사월은 초휴가 일으킨 소용돌이의 여파로 물속까지 처박혔다가 일신의 강기를 폭발시켜 강물의 흐름을 갈라놓고서야 간신히 수면 밖으로 몸을 드러낼 수 있었다. 비 맞은 쥐새끼처럼 물이 뚝뚝 흐르는 그의 얼굴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한편, 정도 무사들은 초휴가 천문의 신장과 붙는 바람에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야소남 하나를 막기만도 벅찬 와중에 초휴까지 상대하자니 압박감이 상당히 가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문이 개입함으로써 초휴로 인한 부담을 덜게 되었으니 그들로서는 무조건 잘된 일인 셈이었다.
그들은 애당초 천문에 대해 별 뚜렷한 개념이 없었다. 개념이 없으니 딱히 반감도 없었다. 천문이 마도 일맥만 아니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초휴가 후속 출수를 하려 들자 임창룡이 다급히 앞을 막아서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초휴, 우리는 자네를 노리고 온 게 아니야. 황사월이 혼자 미쳐 날뛴 것뿐, 천문과는 아무 상관도 없네. 그저 오해에 불과하니 심각하게 여기지 말아주면 좋겠군. 자네가 물러나면 내가 저자를 막아주겠네. 자네는 마종을 차지하고 나는 천문에 필요한 물건을 차지하는 걸세. 그러면 서로 부딪힐 일 없이 깔끔하게 일이 끝나지 않겠는가?”
그래도 임창룡은 이성적인 편이었다. 그가 생각하기로 천문에 원수 따위는 없었고 당장 본인에게 주어진 사명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옛날 곤륜마교가 천문을 멸문시킬 뻔했다지만, 솔직히 인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케케묵은 과거지사에 불과한 것이다.
그 어떤 일도 통천 열쇠를 확보하는 일만큼 중요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황사월, 이 미친놈이 그토록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초휴라는 벌집을 건드리고 있지 않은가!
초휴의 실력은 임창룡의 간담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와 손잡고 대흑천마교에 다녀온 지가 엊그제 같건만, 그새 이렇게까지 실력이 일취월장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방금 초휴가 내지른 일도는 황사월이 아니라 임창룡 자신이었어도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앞을 막아선 임창룡을 향해 초휴가 차갑게 엄포를 놓았다.
“임창룡, 내가 바보 천치로 보이시오? 한쪽이 염장을 지르고 나니 다른 쪽은 달래느라 바쁘고, 아주 죽이 잘 맞는구려. 천문은 애당초 나와 적대할 생각이 없었다, 거기까진 좋소이다. 나 역시 천문과 적대할 생각은 없으니까! 임창룡, 당신이 뭘 차지하건 간에 나도 방해하지 않으리다. 그러나 결단코 황사월만은 오늘 내 손에 죽어줘야겠소!”
임창룡의 안색이 돌변했다.
“초휴! 정말 이렇게 나올 작정이냐? 한 번쯤은 내 체면을 세워줄 수도 있잖나!”
임창룡이 황사월을 좋게 생각하긴커녕, 그의 미친 짓거리를 혐오하는 지경이긴 해도 어쨌거나 그 역시 천문의 신장이 아닌가. 자기 앞에서 스스럼없이 천문의 신장을 죽이겠다니, 임창룡이 제아무리 초휴와 맞서길 원치 않아도 그런 일은 결코 용인할 수 없었다.
이때 무이천도를 힘껏 움켜쥔 초휴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하지만 그의 눈이 온통 핏빛으로 물든 살기가 가득한 것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었다.
“이게 체면을 세워주고 자시고의 문제로 보이시오? 보아하니 당신 둘 다 내 말을 농으로 여기는가 보군. 천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못 죽일 줄 아나 본데, 지금까지 나 초휴가 점찍은 사람이면 언제 죽이느냐를 따질 뿐, 결국 내 손에 죽는다는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았소!”
초휴에 익숙한 이들은 그의 표정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단 제대로 살심이 동하면 그 누가 말려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무렵 한창 격전 중이던 위서애도 이때만큼은 정색하며 전음으로 말렸다.
“초휴, 이 녀석! 냉정해야지. 천문 사람을 죽이고 싶거든 그리하거라. 단, 독고 교주님 정도의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로 안 된다. 실력만 받쳐준다면야 천문을 통째로 쓰러뜨려 곤륜의 동서쪽을 모조리 평정하려 들어도 누가 뭐라 하겠느냐?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골치만 아파질 뿐이야. 그것도 이만저만 아파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위서애라고 해서 초휴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랄 리는 없었다. 다만 지금 초휴의 상황으로는 천문 사람을 죽인들 당장 속이 좀 후련해지는 것 말고는 딱히 득 될 게 없었다.
강호에 천문이 존재해 온 세월이 한두 해도 아니건만, 그들의 저 지랄 맞은 성정으로 강호에 맺은 원한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천문의 가공할 실력과 가급적 무림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저들의 심리가 맞물리면서 거대 세력들조차 눈감아 주는 게 현실인 것이다.
초휴 개인은 물론이고 마도 일맥 전체로 봐도 지금 당장 상대해야 할 적은 정도 일맥이 아닌가. 진정한 숙적을 상대하는 것만도 벅찬 판국에 천문과도 원한을 맺는다는 건 여러모로 이롭지 못한 일이었다.
“선배님, 더러는 잠시 참고 넘기는 편이 현명하다는 이치를 저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참기 싫습니다! 더구나 일보 후퇴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도리어 저놈의 기만 더 살려놓을 뿐입니다. 저들은 너무 오랜 세월을 제멋대로 굴어왔습니다. 그렇게 해도 으레 무림이 참고 용인해주리라고 믿고서 저러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 제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습니다. 용인도 양보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한옆에 있던 육강하가 무슨 비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초휴와 위서애가 전음으로 나눈 대화를 엿듣고 허허 웃으며 끼어들었다.
“초휴, 네 녀석이 웬일로 내 마음에 쏙 드는 말만 골라 하는군그래. 네 말이 옳다. 천문이고 나발이고 간에 오백년 전 교주한테 망할 뻔한 세력이 지금도 기고만장하는 꼴을 내버려 둘 수야 없지. 그 옛날 교주가 천문 문주의 머리통을 떼어다가 공놀이를 할 때, 저들이 설설 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구먼. 가서 저 몹쓸 버르장머리를 손봐주고 오라고.”
위서애가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오백년 전 혈마당주씩이나 지냈다는 자가 말하는 본새하고는!’
어쩌면 전설 속에 전해져오던 그 미덥지 못한 모습과 저리도 판박이일 수가 있을까. 지금이 오백년 전과 같은 상황이냔 말이다!
그 당시야 은마 일맥이 곤륜마교의 위세에 힘입어 천문은 말할 나위도 없고 강호 전체를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위서애는 결국 탄식을 내뱉었다. 육강하가 부추기지 않았어도 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 초휴를 진정시킬 자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초휴의 저 성질머리가 어디 하루 이틀 새에 만들어진 것인가. 솔직히 매사에 이리저리 심사숙고만 많았더라면 아무리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도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번 정도야 누구나 충동적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강경함이 수차례 거듭되면 이는 충동을 넘어서 패도적인 것이다.
그리고 누구와 맞서건 간에 늘 강경함의 극치를 보일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천하무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지난날 곤륜마교가 딱 그랬다. 용인이나 양보가 어딨으며, 대국적 견지와 다각적 검토 같은 게 왜 필요하단 말인가. 그냥 깡그리 죽여버리면 끝인 것을!
위서애의 탄식을 뒤로 한 채 초휴는 곧장 출수했다. 황사월이 그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감히 모습을 드러낸 이상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오늘 기필코 그를 황천길에 세워놓으리라!
그 어떤 탐색이나 주저함도 없었다. 초휴가 내지른 일도에 공간이 멈추는가 싶더니 도세가 이르는 족족, 모든 게 반으로 갈라졌다. 급기야 물방울 하나까지 깔끔하게 두 쪽이 났다.
그런데 표묘참의 도세가 이상하리만치 미려하게 느껴졌다. 종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초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주위의 모든 게 정지된 화폭 속에 응집되자 임창룡이 노호성을 토하며 그 가공할 도의에 맞섰다. 이내 먹색 창룡이 잠에서 깨어나 그의 전신을 휘감더니 삽시간에 구중천도 뒤흔들 포효성과 함께 극강의 위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창룡의 몸짓과 더불어 먹색 강기가 층층이 퍼져 나오더니 결국 표모참의 도의를 와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임창룡이 양손으로 용조(龍爪) 초식을 취하더니 맞바로 표묘참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용조의 강기가 점차 파훼 되더니 급기야 그의 몸은 폐부 깊숙이 도의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그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황사월, 이 머저리야! 뭘 구경만 하는 거냐? 빨리 돕지 못해!”
지금 그는 황사월이 미워죽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초휴보다도 더 증오스러웠다. 저 미친놈이 꾸역꾸역 따라오더니 결국 이 사달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만 없었으면 진작 열쇠를 확보하여 이곳을 떠나고도 남았을 것이다. 허운 등 정도 무림의 거물들도 이미 그의 체면을 세워주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고 말이다.
애당초 정마 간의 싸움질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으니 아주 가뿐하게 임무를 완수했을 것이다. 그런데 황사월이 끼어들어 초휴를 건드리고 말았다. 이제 통천 열쇠를 성공리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둘째 문제고, 과연 초휴를 막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이때 황사월은 확실히 넋을 잃고 서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까 혼비백산해서 놀란 가슴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초휴가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는 사실을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이다.
임창룡한테 한바탕 욕을 얻어먹고서야 그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하지만 평소의 그답지 않게 얻어먹은 욕을 그대로 되돌려주기는커녕 부랴부랴 만도를 집어 들어 내리쳤다. 그의 도망에서 달의 광채가 뻗어 나오더니 주위에 퍼져있던 강대한 마기를 흡수해 마월(魔月)을 빚어냈다.
천문 신장 중에 약한 자가 있을 리는 없었다. 물론 신장들 모두가 동황태일이나 허운 급의 실력자라고 싸잡아 말할 순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동급 무사들과 견줄 때 단연 상위급이나 정상급 실력에 드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초휴의 실력은 이미 천지통현 아래로는 적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의 공격과 마주한 초휴의 몸 뒤에서 마·불 법상이 동시에 떠올랐다.
불법의 호연지기를 품은 불인(佛印)의 출수로 황사월의 삿된 일도는 완벽히 진압되었다. 이와 더불어 극강의 마위(魔威)가 실린 일권의 가격으로 광대무변한 멸세의 화염이 활활 타올랐다. 그 바람에 지면을 흐르고 있던 어둠의 강줄기가 닿는 족족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이처럼 상극인 속성의 마·불 두 힘이 합일을 이루며 빚어낸 위력은 모든 이의 눈을 의심케 했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당사자인 황사월은 놀라고만 있을 겨를이 없었다. 이내 수인을 결하자 그의 전신에서 달의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는 멸세의 화염이 자신의 몸을 침습하지 못하도록 죽을힘을 다해 맞섰다. 인간의 몸으로 그새 저렇게까지 실력이 폭증하다니, 저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 분명할 터였다.
황사월의 공세가 무위로 돌아가자 임창룡의 흑룡이 다시금 위용을 드러냈다. 몸 자체가 용으로 화한 그가 초휴에게 달려든 것이다.
임창룡의 무도 역시 근접 살상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용의 형상을 띤 화신은 실제 용의 진의(眞意)가 고스란히 구현된 것인지라 광포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아까 야소남 등의 교전으로 천공의 물길이 터지면서 강물이 쏟아져 내린 탓에, 지금 이곳은 사방이 물바다였다.
원래 용은 구름을 몰고 다니며 비를 뿌리는 존재가 아닌가. 따라서 물이 가득한 환경은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흑룡이 강물을 휘저어 일으킨 거대한 격랑이 초휴에게 덮쳐왔다. 또한, 용 꼬리로 후려치는 족족 거세게 일어난 물보라가 연신 작렬하여 사방에 자욱한 물안개를 형성했다.
이때 초휴의 몸에서도 금·은색의 내력진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육신의 힘에 있어서라면 하늘 아래 진청제를 비롯한 극소수가 아니고서야 두려운 상대가 없는 그였다.
그의 몸 뒤 법상은 어느샌가 눈이 세 개 달린 대흑천마신의 형상으로 변신한 상태였다. 곧이어 무궁무진한 멸세의 화염이 화력을 높이더니 순식간에 끝도 없이 덮쳐오던 격랑을 증발시켜 버렸다. 그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가 짙은 안개로 화해 퍼져 나가자 그 안에 갇힌 사람의 형상도 흐릿해졌다.
뒤이어 초휴가 나직이 일갈하며 일권을 내질렀다. 그러자 멸세의 화염이 실린 내력진화와 함께 산해권경의 권세가 격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