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45)
945화 주제에 방천화극이 가당키나 한가?
관중형당이 전쟁의 화마를 겪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툭하면 전쟁의 한가운데 놓이기 일쑤였고, 오죽 전쟁이 잦았으면 성을 새로 짓기가 무섭게 허물어졌을 정도니까.
그래서 나중에는 아예 거액의 비용을 들여 웅대한 강철 거성을 축조했고, 그런 후에야 비로소 수차례 공격을 당하고도 온전할 수 있었다. 이 철옹성을 공략하자면 병사들이 구름사다리를 놓고 기어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남궁위우의 수중에서 타는 듯한 기운이 작열하더니 적홍색 방천화극이 떠올랐다. 그는 이를 낚아채어 사납게 휘두르며 성문을 향해 돌격했다. 장극(長戟)이 하늘을 가리킨 순간, 허공에서 풍운의 노호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온 하늘이 방천화극과 같은 시뻘건 빛으로 물들어 불바다를 방불케 했다.
그가 일극을 내지르기가 무섭게 강력한 열기를 머금은 파동이 삽시간에 성문을 향해 덮쳐갔다. 강철 거성이라 할지라도 진화련신 강자의 필살 일격은 막아내기 어렵지 않겠는가!
바로 이때! 형상이 도인 듯 아닌 듯한 만월 모양의 기이한 병기가 찬란한 핏빛 월망을 번뜩이며 나타났다. 뒤이어 고막을 때리는 충돌음과 함께 천지도 가를 살벌한 강기가 남궁위우의 일극을 막아낸 것이다.
어느샌가 저무기가 성벽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가 냉랭히 웃으며 빈정거렸다.
“벌써 남궁위우 대장군이 친히 출격할 차례가 된 거요? 아랫것들은 죄다 뭘 하길래? 이거 너무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들던가?”
“저무기, 당신이었군. 어엿한 위나라의 황족이었던 자가 동제 편에 서지 않고 원수인 북연을 돕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흥! 그 옛날 우리 위나라가 당신네 동제 편에 섰을 때 그 끝이 어땠나? 미안하지만 좋은 기억이라고는 하나도 안 떠오르는군그래. 게다가 항륭은 죽었고, 당시 위나라를 멸한 전쟁에 참전했던 자들도 죄다 죽었지.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죽고 없거늘, 언제까지 과거의 원한에 사로잡혀 있어야 한단 건가?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지금 북연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엄연히 마도 편을 들고 있는 거요.”
위나라가 비록 북연에 망했다고는 하나, 저무기는 사실 동제에 대해서도 결코 좋은 마음이 아니었다. 당시 약소국이었던 위나라로는 중간에 낀 상태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동제 편에 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떠했는가? 동제는 위나라가 북연 군마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는 것을 구경만 하다가 아예 철군해 버렸다. 그렇게 과거에 당한 경험이 있는데도 저무기가 동제에 호감이 남아 있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였다.
“남궁 장군, 마도 놈과 무슨 말을 그리 길게 나누는 거요? 후딱 진격합시다.”
어느새 혁련장봉과 함께 진영에서 나온 수진자가 남궁위우 곁에 서 있었다. 세 사람의 기세가 합쳐지자 잠시나마 저무기는 심장이 옥죄여옴을 느꼈다.
동제가 정도 무림과 연합한 결과로 나타난 실력은 그야말로 위압적이었다. 관중형당 한 곳에만도 벌써 진화련신 강자를 셋이나 투입했으니 다른 전장에 대한 압박은 얼마나 거셀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적군의 압도적인 공세를 앞두고도 저무기는 위축되기는커녕 콧방귀를 날리더니 자신의 신병 묘월(妙月)을 힘껏 휘둘렀다. 핏빛 월망(月芒)이 하늘에서 흩뿌려지며 세 사람을 덮쳐갔다.
일대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남궁위우는 가소롭다는 듯 냉소를 머금었다. ‘묘월법존(妙月法尊)’ 저무기는 마도 일맥에서 명성이 상당했다. 초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마도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최강 실력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전장에 있는 자들 가운데 평범한 자는 하나도 없었다. 동제의 대장군, 백호당 총당주, 그리고 순양도문의 노익장을 대표하는 진인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그 누가 만만하단 말인가.
혁련장봉이 수중의 장도를 내리치자 살의가 구중천까지 솟구치더니 백호살신강(白虎煞神罡)이 허공을 가르며 덮쳐왔다. 수진자도 손으로 도인을 결하자 순양강기의 위력이 한량없이 터져 나와 사악한 기운을 제압했다. 마지막으로 남궁위우가 쐐기를 박기라도 하듯 방천화극을 힘껏 내질렀다.
세 강자의 연합 공격을 견디다 못한 저무기의 몸이 급기야 허공에 붕 뜨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는 연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양측의 대결은 세 합까지 가기도 전에 저무기가 중상을 당하며 끝이 났다. 그가 움켜쥐고 있던 신병 묘월마저 서글픈 울음소리를 내는 듯했다. 남궁위우가 혀를 찼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시겠다? 흥, 용기는 가상하지만 인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 마무리를 장식할 차례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다시 한번 수중에서 타는 듯한 방천화극이 떠오르더니 강기가 작열하여 허공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그 기세 그대로 일극을 내리꽂으니 화룡(火龍)이 불을 토해내는 듯했다. 저무기는 정혈이라도 태워 최후의 일전을 불사하려 했다. 정 안 되겠으면 초원승 무리를 데리고 퇴각해야겠다고 결심하던 바로 그때!
어디선가 ‘휙!’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칠흑빛 화살이 지나는 족족 천지 원기가 모조리 적멸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적멸의 화살이 화염의 응집체인 화룡을 맞춘 순간! 화룡의 전신에서 타오르던 시뻘건 불길이 서서히 꺼지더니 시커먼 멸세의 화염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화룡의 몸체를 뒤덮은 멸세의 화염은 급기야 남궁위우 수중의 방천화극으로 옮겨가 붙었다. 그가 화들짝 놀란 것과 거의 동시에 일신에서 작열하던 뜨거운 강기가 돌연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그 힘은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멸삼련성전!”
저무기는 혼잣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남궁위우 무리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초휴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연경성에서 아무리 날다시피 왔다 해도 그렇지, 이토록 빨리 당도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들의 의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휴가 일신에서 극강의 마기를 내뿜으며 한발 한발 허공을 밟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남궁위우에게 독설을 날렸다.
“거기 당신! 주제에 방천화극이 가당키나 한가?”
초휴의 출현과 동시에 관중성 전체는 비로소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이러쿵저러쿵 뒤에서 그를 비방해댔던 자들도, 그로 인해 관중형당이 전쟁에 휘말렸다는 둥 원망만 늘어놓았던 자들도, 그 모두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자고로 사람은 자리를 비워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관중형당을 떠받쳐왔던 중심축은 초휴였음을, 그가 나타난 이 순간에 모든 관중형당 사람들은 뼈저리게 자각했다.
남궁위우가 낯을 붉히며 무어라고 말하려 하자 초휴가 냅다 손가락을 들어 그를 지목하며 말했다.
“철군해라!”
“웃기지 마라!”
남궁위우가 냉소를 날렸다.
“초휴, 네가 천하무적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정녕 우리 우림군의 수만 정예 병력을 네놈 혼자서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게야?”
그러자 초휴가 고개를 돌려 저무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관중형당 병력 전원을 출정시켜 저놈들을 쓸어 버리세요. 이 세 놈은 내가 맡을 테니까.”
저무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길로 성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관중형당에는 초휴 혼자만 왔다. 항숭은 초휴와 헤어져 연경성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관중형당을 구하는 일은 초휴 혼자서도 충분한 데다, 구룡인을 관장하는 항숭이 연경성을 너무 오래 비우는 것은 곤란했기 때문이다.
남궁위우 무리는 초휴가 자기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일제히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물론 그들은 초휴의 실력이 독보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원시마굴에서도 혼자서 대광명사 허자를 물러나게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들 셋이 무명지배도 아니건만 마치 자기가 이미 다 이긴 싸움인 양 광오한 소리를 마구 지껄여대다니! 그러나 이들의 의문에 화답이라도 하듯 초휴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사월도는 이미 초휴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심마의 힘이 사월도의 기령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각뿐이었다. 하지만 저들 셋을 해치우는 데는 일각까지도 필요 없고 반각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가 장도를 내리친 순간, 허공에 둥그런 혈월이 떠올랐다. 얼핏 아까 저무기가 신병 묘월로 시전했던 장면과도 흡사해 보였다. 그러나 초휴의 일도에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주위의 모든 힘을 집어삼키는 괴이한 힘이 있었다.
이번 일격의 표적은 남궁위우였다. 상대의 일도에 실린 가공할 힘을 느낀 그는 안색이 돌변했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방천화극을 미친 듯이 휘두르자 화룡이 포효하며 횡으로 길게 그의 몸 앞에 펼쳐졌다. 그 바람에 마치 화룡의 불길이 방호막인 것처럼 그의 온몸을 감싼 모양새가 되었다. 이에 초휴가 조소를 머금으며 또 독설을 날렸다.
“무릇 방천화극이란 전장의 제일가는 흉병으로 그 광포한 기세가 일품이지. 그리고 전투용 극은 공격에만 쓰일 뿐, 방어용이 아니잖나. 하지만 기껏 그걸로 자기 몸이나 지키고 앉았으니, 방천화극이 당신의 손에서 단단히 수모를 당하는군그래!”
남궁위우는 명색이 동제 대장군으로서 우림군을 구변강군 중 세 번째로 강한 군대로 키워낸 인물이다. 하지만 방천화극을 다루는 재주는 여봉선의 발치에도 못 미쳤다. 지금이야 여봉선이 아직 진단경이니 망정이지, 그가 진화련신에 오르면 남궁위우 정도는 어린아이 다루듯 하지 않겠는가.
초휴가 그를 향해 사월도를 내리침과 동시에 사악하고도 신묘한 도날의 힘이 거침없이 화룡의 힘을 잠식하며 자신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이리하여 종전보다 강해진 사월도와 약해진 화룡 극이 맞부딪힌 결과, 눈을 찌르도록 핏빛 강렬한 도날이 단번에 화룡을 갈라버렸다. 순간 극강의 힘에 세차게 후려 맞은 남궁위우는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군영 출신 무사인 데다, 사용하는 병기는 단연 거칠고 매섭다는 방천화극을 썼다. 이런 자가 연체공법인을 수련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그가 육신을 강하게 단련했다 할지라도 자그마치 진화연신을 이룬 초휴보다 강할 순 없었다. 이때 수진자와 혁련장봉의 공세도 바짝 초휴를 압박하고 있었다.
수진자가 수중의 도검(道劍)에서 순양광망을 터뜨리자 이글대는 태양처럼 강렬한 빛살이 사방천지로 쏟아져 내렸다. 그는 평생토록 순양강기만을 수련해왔고 힘에서도 극도로 정순한 경지에 이른지 오래였다.
순양강기의 힘 앞에서는 그 어떤 이질적인 힘도 용납되지 않았다. 혁련장봉이 휘두르며 달려든 전투용 도의 기세도 천지를 갈라버릴 기세였다. 더없이 예리한 도날 앞에 천지 원기인들 안 갈라지고 배기겠는가.
강맹한 유금(酉金) 속성을 가진 서방 백호 특유의 예기가 그를 통해 궁극의 수위까지 발현되고 있었다. 도영(刀影)이 드리워지는 족족 백호살신강 속에 백호의 핏빛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이에 초휴가 수인을 결하자 그의 일신에서 웅혼한 마기와 작열하는 불광이 동시에 화력을 토했다. 그러자 기이하면서도 사악해 보이는 법상 하나가 그의 등 뒤로 떠올랐다.
왜 기이한가 하면, 법상은 엄연히 하나로되 대일여래와 대흑천마신의 모습이 함께 보인 때문이었다. 한 면에서 존엄한 대일여래 법상이 찬란한 불광을 터뜨리는가 하면, 다른 면에서는 험상궂은 모습의 대흑천마신이 구중천까지 분노의 마염을 피워냈다. 이렇듯 얼굴은 두 개요, 팔은 네 개인 법상에서 서로 판이한 두 개의 속성을 지닌 힘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었다.
먼저 대일여래가 무색정대수인을 결했다. 그러자 천지 건곤이 죄다 그 결인의 영향권에 갇히면서 백호살신강이 순식간에 파훼 되더니 동시에 백호 법상도 일격에 조각나고 말았다.
그리고 대흑천마신이 양손을 합장하자 세 번째 눈에서 멸세의 화염이 포효하듯 쏟아져 나오니 그 위세가 실로 경천동지할 만했다. 맞바로 수진자를 덮친 그 화염은 그의 온몸에 휘감고 있는 순양의 힘을 거침없이 앗아갔다.
궁지에 몰린 그는 자신의 남은 모든 힘을 다해 도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검날을 따라 화염이 갈라지자 그 틈으로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고작 두 초식을 주고받았을 뿐이건만, 초휴는 가뿐히 세 강적을 물리친 것이다. 일순간 전장 전체가 초휴의 위세로 뒤덮였다. 이때 관중성의 성문이 벌컥 열리더니 저무기 및 소습 등의 통솔하에 관중형당 무사들이 벌떼처럼 쏟아져 나와 우림군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죽고 죽이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며 살기가 구중천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