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69)
969화 첫 번째
멸세지화의 힘은 사악하기 그지없는지라 육장류는 그런 것과 접촉하고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급히 물러서며 도온의 힘을 폭발시켜 멸세지화를 막아냈다.
초휴가 사월도를 휘두른 순간, 비틀린 핏빛 달이 예리하기 그지없는 선으로 변해 만물을 찢어발겼다. 파자 결의 도의가 터져 나오며 눈앞의 모든 것을 두 동강 냈다. 공간이 갈라지고 시간이 찢겨나갔다.
그렇지않아도 천지 음양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대 용광로는 광포하고 불안정했다. 한구사가 덧붙인 놓은 도문이 녹으면 그대로 폭발할 터였다.
그러나 파자 결의 일도에 천지 용광로는 그 전에 두 쪽이 나버렸다. 하늘은 하늘로, 땅은 땅으로, 음은 음으로, 양은 양으로! 그 힘은 마치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온 세상으로 흩어졌다.
파자 결의 일도는 찰나도 멈추지 않고 한구사를 향했다. 그는 주문이 새겨진 도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에서는 여든한 가지 주문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그 속도는 오대 검파의 검도 강자들과도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파자 결의 도의는 그야말로 세상천지에 부수지 못할 것이 없는 듯했다. 여든한 가지 주문이 번개같이 흩뿌려졌으나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그때 작렬하는 순양의 검광이 내리 떨어졌다. 간신히 초휴의 표적에서 벗어난 운몽자가 제때 나서서 한구사 앞을 막아선 것이다.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운몽자는 한구사 대신 초휴의 일도를 막았으나, 이미 이가 나갔던 그의 신병은 파자 결의 일도 아래 두 동강이 나버렸다.
한구사는 놀란 가슴으로 운몽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소.”
운몽자의 낯빛은 복잡했다. 초휴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소.”
한구사도 안색이 변해 있었다.
“그렇소. 실수했구려.”
그들의 목표는 초휴였고 그들이 잘못 생각한 결정적인 요인도 초휴였다. 초휴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몰랐다. 아니, 강하다 못해 말이 안 될 지경이 아닌가.
운몽자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을 끕시다! 이길 수는 없더라도 버텨야 하오! 우리가 은마와 북연 무림을 막아내면 북연 조정도 오래 버티지 못할 거요. 그고 북연 조정이 완전히 무너지면 초휴의 기반도 망하는 셈이요. 그리되면 그가 이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고 해도 기반이 모두 재가 되는 셈이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한구사 역시 침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휴 한 사람만 잘못 본 것이 아님을 전혀 모르는 채로.
파자 결의 일도가 운몽자의 병기를 동강 냈을 때, 조원풍이 날린 파랑지는 이미 초휴의 코앞에 와 있었다.
초휴는 피하지도 숨지도 않았다. 돌연 대흑천마신의 법상이 나타나더니 세 번째 눈에서 작렬하는 멸세지화가 터져 나오며 파랑지의 힘에 맞섰다.
두 힘이 부딪치자 멸세지화가 사방으로 흩어져 떨어지고 지면에 거대한 구덩이가 타올랐다. 초휴는 마치 포탄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내력진화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곧장 조가 장로에게 덤벼들며 일권을 휘둘렀다.
초휴가 이렇게 느닷없이 목표를 바꿀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도 엄청난 일권이었다.
조가 장로 바로 앞까지 다가간 순간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천지를 깰 듯한 유아독존의 권의가 온 세상과 하늘을 다 찢어발길 것만 같았다.
얼마 전 초휴는 바로 이 일권으로 동해 제일전장 백리파병을 죽였다. 조가 장로는 이미 나이가 적지 않아서 저승 갈 날이 코앞인 게 뻔히 보였으니 백리파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일장이 남의 눈에야 퍽 기세 좋아 보였을지 모르나 초휴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초휴의 일권에 담긴 힘을 느낀 조가 장로는 대경실색했다. 그는 힘을 거두며 경악해서 소리쳤다.
“도와주게!”
조원풍은 그 장로가 평소 항렬 운운하며 자신을 깔아뭉개려 드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장로는 강산각의 진화련신 고수이자 중요한 전력이었다. 여기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그들도 조가 장로와 별 교분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들에게는 초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다.
다들 진화련신 무사였으므로 식견이 그리 얕지 않아서, 지금은 자기들끼리 다툴 때가 아님을 잘 알았다. 일단 초휴를 격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다들 출수하려던 찰나 조원풍을 막고 있던 대흑천마신의 법상이 느닷없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멸세지화의 힘이 모든 사람을 덮쳤다.
법상을 응집해 내는 데에는 적지 않은 진기가 들어간다. 거기다 느닷없이 스스로 법상을 부수었으니 초휴도 안색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소모가 컸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초휴가 지닌 육신의 힘이라면 일권으로도 조가 장로의 장력과 호체강기를 완전히 부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장로의 한쪽 팔이 완전히 터져나가 혈무(血霧)로 변했다. 조가 장로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그의 몸에서 빛처럼 흐르는 물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폭발 속에서 수증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으나 초휴의 일권을 맞고 또 절반이 넘게 사라졌다.
그래도 진화련신인지라 조가 장로는 특별할 게 없는 실력임에도 비장의 패 하나는 갖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방금 초휴의 일권에 그대로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초휴가 눈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틀어쥐었다.
“해외의 땅으로도 모자라서 중원 일에까지 끼어들어? 청나라가 망한 지가 벌써 언제인데 무슨 황족 부흥을 떠드는가! 파락호 무리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조가 장로가 청나라가 뭔지를 알 리는 없었다. 원래 조가 황실의 국호도 당연히 청이 아니었고 말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초휴의 일권이 벌써 눈앞에 닥쳐들고 있었다.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초휴의 주먹은 그대로 조가 장로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머리 없는 시체가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일순간 전장에 기괴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정마 양측이 싸우기 시작한 지 이미 한참이었다. 천지통현인 상천량조차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진화련신 강자가 죽은 건 첫 번째였다. 그것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맥없이 처참하게 죽은 것이다.
조가 장로의 머리 없는 시체는 마치 썩은 고깃덩이처럼 땅에 버려져 있었다. 정도 종문 무사들은 오싹 소름이 끼쳤다.
대부분 무사에게는 진화련신만 되어도 까마득히 높은 강자였다. 그 정도 경지의 강자에게 죽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강자라고 못 죽인다는 법 또한 없었다.
강자 중에도 더 강한 자가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초휴가 두 번의 주먹질로 진화련신 강자를 닭 모가지 비틀듯 죽이는 광경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조원풍 무리가 멸세지화의 속박에서 벗어났을 때, 조가 장로는 이미 맞아 죽은 뒤였다. 그들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부끄럽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오대일로 싸웠건만 상대방은 손쉽게 아군 중 한 명을 죽여버렸다. 이보다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그러나 부끄러운 와중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휴나 그들이나 다 같은 진화련신의 경지라지만, 초휴의 전투력은 이미 진화련신의 최절정이라 할 만했다.
조원풍은 지금의 초휴한테서 동해검성 강동명을 느낄 정도였다. 강동명은 한때 그의 객경이었으나 조원풍은 강동명에게 항상 깍듯하게 대했고 감히 반 푼의 악의조차도 품을 수 없었다.
동급 내에는 그 어떤 적수도 없다. 초휴는 그렇게 인정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첫 번째.”
초휴는 손가락을 하나 세우더니, 곧장 운몽자에게 달려들었다.
또!
운몽자의 안색이 확 변했다.
네 사람은 모두 힘을 합쳐서 초휴를 막아섰다. 초휴가 인결을 맺었다. 검은 기운이 가닥가닥 몸에서 터져 나와 천지로 흘러들더니 이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악의의 힘을 끌어냈다.
다음 순간 귀신이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웅얼대는 소리는 점점 비통한 곡성으로 변하더니, 그 울음소리와 함께 새빨간 핏빛 비가 떨어져 내렸다.
사나운 얼굴의 마신이 허공에서 천지를 찢어 갈랐다. 일장이 내리 떨어진 순간 네 사람의 합공은 그대로 무너졌다.
넷은 그대로 땅에 처박히고 지면에는 거대한 손자국이 남았다. 마통천곡대비주의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할 지경이었다. 막아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초휴의 몸에서 내력진화와 멸세지화가 동시에 타올랐다. 조원풍이 달려들었으나 일권에 나가떨어졌다.
육장류가 도검을 들었지만, 초휴의 일도에 신병이 동강이 나버렸다. 한구사가 펼치려 했던 살진(殺陳)은 멸세지화에 불타서 재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운몽자는 초휴의 공세에 힘겹게 저항했다. 그러나 병기도 없는 그는 몇 초 만에 나가떨어져 피를 토했다.
운몽자는 이를 악물고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는 팔백년 전에도 오만하기 그지없는 성격이었다.
지금도 강호에 나오자마자 이렇듯 거대한 풍랑을 일으키지 않았는가. 그는 자신이 이대로 죽을 거라고도, 이렇게 질 거라고도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핏빛으로 빛나는 해가 운몽자의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끓어오르는 해에서 용암처럼 타오르는 기혈의 힘이 흘러넘쳤다.
운몽자가 목숨를 내던질 기세로 나서자 한구사 무리는 즉각 구원하려 했다. 그러나 초휴가 느닷없이 말했다.
“조 각주, 내 이미 당신에게 기회를 주었지. 하지만 당신은 그걸 차버렸소. 이제 다시 한번 줄을 바로 설 기회를 주겠소이다. 내가 강산각 늙은이를 죽였으나, 그건 당신의 발목을 잡아당기는 폐물을 제거해 준 것이기도 하잖소? 지금 돌아선다면 위군 땅은 당신 거요. 국호를 포기하고 연경성에 와서 죄를 아뢰겠다면 강산각도 지켜주리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여기서 끝장이 날 때까지 버티면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는 잘 알잖소. 다른 자들은 몰라도 당신은 승패를 헤아릴 머리가 있는 사람일 텐데? 내가 곽행존의 머리를 가져왔건만. 설마 다시 동해에 가서 백리파병, 부용소, 납란해의 머리까지 죄다 가져와야 말을 알아듣겠소?”
초휴의 말을 듣는 순간 조원풍의 가슴은 서늘한 한기로 가득 찼다. 저 이름들을 줄줄이 댄다는 것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뜻이었다. 지존도 일맥은 완전히 몰살당한 것이다.
만일 곽오야와 다른 이들이 건재하다면 중원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해외로 다시 건너가 재기를 노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죽고 없다면, 동해에 돌아간들 몸 둘 곳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그는 동제와 정도 무림 편에 가담했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위군이 자신의 땅으로 남는 건 불가능하게 될 터였다. 중원에도 바다 너머에도, 이 드넓은 천하의 어느 구석에도 그가 발붙일 데가 없게 되는 것이다.
조원풍이 머뭇거리는 찰나, 그 망설이는 표정을 한구사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보았다.
배반자란 어디에 가든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다. 조원풍은 이미 한 번 북연을 배반했다. 그러니 다시 그들을 배반할 가능성도 있었다. 초휴의 말을 듣자 그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구사 무리의 표정을 본 조원풍도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저들은 이미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건 초휴의 이간계를 탓할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본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쳤고 애초부터 결속력에 허점이 너무 많았다. 특히 조원풍 에게 정마의 구분 따위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이익뿐이었다.
어차피 의심받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조원풍은 이를 악물고 파랑지를 써서 한구사를 공격했다. 이제는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