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71)
971화 철군
심천왕은 겉으로 보면 거칠어 보이지만 실은 매우 주도면밀한 사람이었다.
검왕성은 어느 편도 아니었다. 항상 검왕성 자신의 편에서 생각했다. 먼젓번 배월교 정마대전 때는 정도 편에 섰다. 야소남이라는 마도 제일인의 위세가 너무 강해서였다.
이번에는 초휴 편에 서기로 했다. 방칠소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검환이라는 이미 실전된 수련 비법이 검사에게 너무 유혹적인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도 일맥이 너무 수세에 몰렸다고 판단이 된 때문이기도 했다. 마도의 세력이 커지는 것처럼, 정도의 힘이 너무 커지는 것 또한 검왕성으로선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도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검왕성 무사들이 참전하면서 전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상천량은 중상을 입기는 했으나 진화련신 무사를 상대하는 것쯤은 문제가 없었다.
여봉선이나 육강하 등도 능히 여러 사람을 상대할 만한 실력자였다. 그렇게 싸움이 계속되자 승패의 저울은 기울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능운자의 눈에 격렬한 살기가 번득였다.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 본래 그는 초휴가 힘을 다 소모하게 만든 다음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검왕성이 끼어든 이상, 초휴가 죽기 전에 자신의 힘이 먼저 바닥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마도 측은 연맹이고, 연맹의 핵심은 초휴였다. 초휴가 살아 있는 한 연맹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정도 역시 지금은 연맹을 이루었지만, 정작 연맹의 핵심이 어디인지는 그들 자신조차 알지 못했다. 사적인 원한으로 온 자, 마도를 제거하러 온 자, 이익 때문에 온 자, 다양한 사람이 섞여 있었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문제 없겠지만, 역경에 맞닥뜨리면 이편이 먼저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능운자는 장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베었다. 뜨거운 선혈이 순양에 흩뿌려졌다. 장검을 하늘 높이 뻗어 올린 순간, 세계가 멈춘 것처럼 태양의 빛이 능운자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천지통현 강자는 천지를 장악하지만, 그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능운자도 본래 중천에 떠오른 태양의 힘을 다룰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신병 순양을 매개로 삼아, 태양의 힘을 자신의 천지로 끌어들여 또 하나의 해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힘을 느끼자 초휴는 재빠르게 물러났다. 천지통현 강자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다니 매우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초휴가 몸을 날리는 순간 엄청난 힘이 그를 잡아끌었다. 어떤 힘이 초휴를 타오르는 태양이 떠오르는 곳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해는 아침의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듯 점점 커졌고, 잡아당기는 힘도 점점 강해졌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초휴도 도망치는 것은 포기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무궁한 혈기가 끓어올랐다.
온 천지가 마신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혈마변천대법의 위세는 지금의 능운자와도 겨뤄 볼 만큼 엄청났다. 그러나 그 위력은 잠깐밖에 발휘되지 못하고 다음 찰나 무궁무진한 태양의 빛에 둘러싸였다.
심천왕의 안색이 변했다. 초휴가 죽는 거야 알 바 아니었다. 그러나 죽더라도 검환은 주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이렇게 죽어버리면 검환은 어디 가서 받으란 말인가?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일단 예약금부터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위서애도 초휴가 태양의 빛에 둘러싸인 것을 보았다. 그는 안색이 변해서 즉각 구하러 가려고 했다. 안 그래도 자신이 뒤를 막고 죽을 결심을 하지 않았는가.
금방 관에 들어갈 위서애 자신이야 죽어도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초휴가 죽으면 은마권은 완전히 흩어지고 말 터였다! 하지만 그가 몸을 날리기 전에 육강하가 막아서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걱정하지 말라고. 저놈은 그리 쉽게 죽지 않아. 교주의 불멸마단이 있는 이상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죽어도 한 가닥 생기는 남을 거야. 그리고 정말로 저 애송이가 남을 위해 목숨을 던질 거라고 생각하나? 웃기지 마. 애초에 만전의 계책을 세워두지 않았다면 맞서지도 않았을 거라고!”
육강하는 초휴와 가장 친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초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할 수는 있었다. 초휴가 그리 쉽게 죽으면 그건 초휴가 아닌 것이다.
능운자의 강력한 일격에 두 사람 근처의 땅은 몇 리에 걸쳐 초토화되었다. 작렬하는 고온으로 흙이 녹아내려 유리처럼 광택이 도는 기이한 결정으로 변해버렸다.
초휴가 본래 있던 위치에는 핏빛 고치가 하나 서 있었다. 다음 순간 고치가 찢어지더니 초휴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천지통현 강자가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막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능운자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아무리 혈마변천대법을 썼어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불멸마단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상대할 때야말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 엄청난 순양의 힘이 고치를 뚫고 초휴의 몸을 덮쳤을 때, 다른 사람이었다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초휴에게는 불멸마단이 있었다. 일순간에 초휴의 육신을 망가뜨릴 정도로 강한 힘만 아니라면 전부 회복할 수 있었다.
능운자는 꺼리고 거슬려 하는 기색이 가득한 눈으로 초휴를 바라보았다.
진화련신이면서 천지통현의 전력을 다한 일격에 맞섰고, 성공적으로 막아내기까지 했으니 경악할만한 실력이었다. 게다가 그만큼 강대한 실력을 갖추고도 아직 나이가 젊었다.
사람들은 초휴의 실력과 악랄한 수완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진정 두려운 것은 그의 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초휴의 앞날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그가 두 번째 야소남이 되지는 않을까?
어쩌면······ 두 번째 독고유아가 되는 건 아닐까?
능운자는 차마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초휴에 대한 그의 경계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은마권 모두를 다 합친들 초휴 한 사람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는 결심을 굳혔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초휴를 죽이고야 말리라! 설령 자신이 다치더라도 초휴를 죽여야 했다.
바로 그때 진무교 무사 하나가 진반을 꺼내 들었다. 진법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주문으로 엉켜 들어 그의 몸에 흘러들었다. 전송된 내용을 다 읽어낸 진무교 무사는 낯빛이 변해서 고함을 질렀다.
“큰일입니다! 장문, 동제가 철군했습니다! 방금 들어온 첩보입니다. 바다 건너 무사들이 동제 해안을 공격했답니다. 그곳의 동제 군대는 마땅히 방어할 병력이 없는지라 그대로 무너졌답니다. 하루 사이에 벌써 두 개 군을 빼앗겼습니다! 동제는 지금 구변강군 전부에 귀환 명령을 내렸고, 북연의 진국오군도 위군을 구하러 상망산으로 진군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안색이 돌변했다. 이쪽이 아니라 동제의 조정에서 먼저 물러날 줄이야! 그러나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정도 무림과 동제 조정은 잠시 연합한 관계에 불과했다. 동제가 물러나겠다는데 무슨 수로 그러지 말라고 막겠는가.
여호창의 성격상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물러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과감하고 강단이 있는 제왕이었다면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북연은 이미 패배 직전이 아닌가. 북연군을 완전히 궤멸하고 나서 동해 쪽을 해치워도 늦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해안이 공격받는 것이 치명타일 수는 없었다. 동해 무사들만으로 동제 전체를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호창이 박력과 과단성이 아예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여호창은 조상들이 물려준 가업을 지켜내기만 하면 제대로 왕 노릇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공적이야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그의 마지막 한계선 역시 조종의 가업을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어떤 도박도 할 리가 없었다.
동제가 철군했다는 소식이 밀물처럼 퍼져 나가자, 정도 세력의 낭인 무사와 군소 세력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소리 없이 싸움터에서 빠져나갔다.
동제가 철군한 이상, 이 싸움은 졌다. 더 싸워 봐야 죽고 다치는 사람만 늘어날 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본래 이익 때문에 온 것이었다. 이제 이익이 사라졌으니 더 싸워 봐야 의미가 없었다.
그들이 떠나자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연쇄 반응이 잇따랐다. 본래 떠날 생각이 없었던 자들도 연이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정도 측은 본래 연맹이었다. 첫 번째 싸움에서도 결속력에 균열이 일어나는 기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더 확연했다.
정도 연맹이 하나둘 물러나자 한구사 등은 막으려 했으나 어쩔 방법이 없었다. 본래 병력이 우세했던 정도 측은 순식간에 인원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초휴는 창백한 얼굴로 능운자를 보고 냉소했다.
“능운자 장문, 계속 싸워봅시다. 한 번 걸어보는 거요. 내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당신 쪽이 무너질지.”
능운자의 안색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 상황은 예전에 순양도문을 이끌고 초휴를 공격했을 때와 똑같지 않은가. 한 번 더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초휴는 상태가 좋지 못했다. 천지통현에 맞설 힘이 있다고 한들, 그가 정말로 천지통현은 아니지 않은가. 잠깐은 버틸 수 있겠지만 필경 능운자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도 측은 이미 절반이 사라졌다. 순양도문 제자들 역시 기세가 확 꺾였다. 반대로 마도 측은 부상자들이 많긴 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순양도문, 진무교, 그리고 다른 정도 종문이 버틸 수 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한참 후 능운자는 눈을 꽉 감았다가 뜨더니 낮게 외쳤다.
“퇴각한다!”
그는 초휴와 동귀어진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할 수 있어도 순양도문은 그럴 수 없었다.
순양도문이 퇴각하자 정도 연맹은 모래더미처럼 무너졌다. 마도 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버티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다들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심천왕이 무리를 이끌고 다가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초휴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명확했다. 초휴도 여러 소리 하지 않고 곧장 검환을 심천왕에게 내주었다.
어차피 그가 갖고 있어 봐야 소용없는 물건이었다. 검왕성의 도움과 맞바꿨으니 충분히 수지맞는 장사를 한 셈이었다.
방칠소가 옆에서 헤헤 웃었다.
“초 형, 내게 감사하게나. 순양도문 녀석들이 초 형을 공격할 때 나는 아주 굳건하게 초 형 편을 들었으니까. 이제 북연 땅의 주인은 초 형 아닌가. 앞으로 내가 북연에 오면 기루도 당연히 공짜겠지?”
“끌고 가!”
심천왕이 시커메진 얼굴로 소리 지르자 백잠이 즉각 방칠소를 끌고 갔다. 더는 검왕성의 체면을 망치게 둘 수 없었다.
옛날 초휴와 방칠소는 함께 용호방에 이름을 올린 준걸이었다. 그러나 심천왕이 초휴를 보고 방칠소를 보니, 당장 검왕성에 끌고 가서 호되게 패 주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초 대인, 이 검환은 어디서 찾아낸 건가? 혹 검도 고수의 유적을 발견한 것이라면 우리 검왕성이 대가를 치를 용의가 있는데 말이지.”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군요. 검환은 해외의 땅에서 우연히 얻은 것일 뿐, 유적 같은 것은 못 보았소.”
초휴가 그렇게 말하자 심천왕도 더 물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호기심이 들었다.
“초 대인, 내 한 가지 굉장히 궁금한데 말이지. 대체 어떻게 해외의 사람들을 설득한 거요? 나도 해외의 무사들과 만나본 적이 있는데, 다들 이득 없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족속들이었거든. 확고하게 이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았을 것 아닌가. 특히 지존도의 광오야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던데? 물론 이 일이 초 대인의 어떤 비밀과 관련되어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소. 그냥 궁금한 것뿐이니까.”
심천왕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초휴 편을 들었으나, 그게 앞으로도 계속 초휴 편을 들겠다는 뜻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양측은 맹우라 할 수도 없고 그저 일시적으로 이득을 주고받은 것뿐이었다. 그러니 초휴가 말해 주지 않아도 섭섭해할 건 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