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73)
973화 다시 동해로
초휴는 진무당에 석 달을 머물렀는데 한가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큰 싸움을 치른 뒤여서 은마권과 진무당 등 여러 세력의 주재자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북연 조정에 보고도 해야 했다. 이번 싸움으로 북연은 꽤 이득을 보았다. 다시 동제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여호창에게 남아 있던 바늘 끝만 한 야심까지 짓밟아 버린 것이다.
이제 여호창이 죽을 때까지는 동제의 위협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조원풍 역시 아주 공손한 태도로 고분고분 북연 조정에 와서 잘못을 빌었다.
초휴는 시간을 내어 녹도에 가서 남아 있던 상성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나왔다. 사실 상성의 다른 세력들한테도 흥미가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회유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초휴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상성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상천량이 있어서였다. 이제 상천량은 완전히 초휴의 편이라 할 수 있었고, 완벽히 상성 사람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녹도 사람들이 어떨지는 초휴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 * *
매경령은 한 달도 못 되어 순조롭게 진화련신을 돌파했다. 초휴는 문간에 서서 폐관을 끝내고 나오는 그녀를 맞아 주었다.
초휴가 서 있는 것을 본 매경령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전에는 내가 늘 여기 서서 당신을 기다렸는데, 웬일로 나도 이런 대접을 다 받아보는군요.”
초휴의 천부적 자질은 정말 보는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 정도였다. 매경령은 그가 폐관 수련 끝에 경지를 돌파하는 것을 여러 번 지켜보았다.
그럴 때마다 초휴는 반가움과 경악을 동시에 그녀에게 선사했다. 그녀의 진화련신 돌파를 초휴와 비길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일방적으로 부러워만 하던 처지에서는 벗어난 셈이었다.
이제 막 진화련신이 된 매경령에게서는 매우 기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나 분위기가 더욱 아름다워졌고 훨씬 더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막 나온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초휴 역시 그 아름다움에 놀랄 정도였다.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별말씀을. 내 폐관을 기다리는 데에 또 익숙해지실 텐데요.”
매경령은 놀라서 입을 가렸다.
“천지통현에 오를 작정인가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었으면 멍청한 잠꼬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휴라면 절대 허튼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초휴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맞혀보세요.”
그렇게 말한 초휴는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뜬 매경령을 두고 가 버렸다. 그녀는 초휴가 진담을 하는 것인지 농담을 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석 달 후, 초휴는 대강 일 처리를 끝내고 다시 해외로 건너갈 준비를 했다. 이번 일은 마도 일맥과 관련되어 있었으므로 은마 사람들만 데리고 갔다.
위서애, 육강하, 매경령, 그리고 저무기까지 넷이었다. 동제와 전쟁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동제를 거쳐 가기는 불편했다. 그래서 먼젓번처럼 일단 남해 제육천마종으로 간 뒤에 이파순에게 배를 한 척 빌려 남해에서 동해로 향했다.
이제 동해 지존도는 이름이 바뀌어 청풍도(淸風島)가 되어 있었다. 백동래는 지역 인심을 꽤 잘 추슬렀다.
그는 자신이 곽행존과 비교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절대적 힘에 의지하는 패도의 길을 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노선을 택했다.
백동래는 공공연히 선포하기를, 청풍해에 지존은 없다고 했다. 지존도의 이름을 청풍도로 바꾼 것은 청풍해 무사 모두가 공유하는 섬이라는 뜻이었다.
누구나 섬에 상륙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백동래 무리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마침 백동래는 복잡한 일을 처리하러 청풍도에 와 있었다. 청풍해의 실질적 관리자가 된 백동래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잔뜩 생겼기 때문이다. 하인이 와서 초휴의 방문을 알리자 백동래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그렇다. 놀람뿐이었고 반갑지는 않았다. 지존도 싸움에서 백동래는 초휴의 강대하고 두려운 실력을 충분히 보았고 엄청난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초휴와 합작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초휴의 요구대로 동제를 공격했고, 하는 김에 자원도 잔뜩 약탈했다. 그리고 쌍방의 왕래는 이것으로 끝이겠거니 생각했다.
초휴가 떠나면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지만, 의례적 인사말일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정말로 다시 온 게 아닌가.
백동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의심도 피어올랐다. 뭘 하러 온 것일까? 설마 동해 땅을 탐내는 것은 아닐까?
속으로는 의혹을 품었지만 백동래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나갔다. 대청에는 초휴만이 아니라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백동래는 흠칫 놀랐다. 위서애, 육강하, 매경령, 저무기, 진화련신이 모두 넷이 아닌가. 개중 셋은 그로서는 실력을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초휴가 중원에서 쥐고 있는 힘이 이 정도라니, 두렵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백동래의 태도는 더욱 공손해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초휴에게 예를 올렸다.
“이렇게 빨리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중원 땅의 위기는 이미 해결하신 모양이군요. 축하드립니다.”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도 백동래의 태도에 다소 놀랐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고 동해의 주인이라는 자가 초휴 앞에서 너무 자신을 낮추고 있어서였다.
거의 머리를 조아린다고 보아도 될 수준이었다. 초휴는 대체 동해에서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기에 사람을 저렇게 납작 엎드리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백동래의 행동을 본 초휴 역시 그의 생각을 대강 알아차렸다. 그는 허허 웃었다.
“백 선생, 그리 긴장하실 것 없소이다. 나는 동해 강호에 아무 관심이 없어요. 이번에는 그저 뭘 좀 찾으러 온 겁니다.”
백동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기도 웃어 보였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왜 긴장을 하겠습니까? 초 대인의 용건이라면 저도 전력을 다해서 도와야지요.”
초휴는 심마가 영의 기억에서 긁어낸 해도(海圖)를 그려냈다. 당연히 아리송한 부분도 꽤 있었다.
“내가 찾으려는 건, 이 해역에 있는 작은 섬이오. 해외의 땅에는 익숙하지 않다 보니 백 선생의 도움이 필요해서 말이오.”
고작 이 정도의 작은 일이라는 것을 알자 백동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지도를 본 그의 미간은 다시 찡그려졌다.
“그리 찾아가기 쉬운 곳은 아니군요. 대략적인 위치를 보니 아마 열풍해와 청풍해 사이의 해역 같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한없이 넓은지라 그 끝을 알 수 없지요. 청풍해와 열풍해 사이를 오가는 배는 모두 정해진 항로로만 다닙니다. 저도 옛날 몇 번쯤 오간 적이 있습니다만, 이런 곳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해도가 너무 모호하군요. 이것만 가지고 정확한 위치를 찾기는 어려울듯합니다”
그렇게 말한 백동래는 초휴의 눈빛이 왠지 음침해진 것을 보고 얼른 덧붙였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못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가서 송노삼(宋老三)을 데려와라.”
백동래의 분부를 받은 하인이 마르고 왜소한 노인을 데려왔다. 실력은 고작 선천경 정도였고, 백동래를 보더니 너무나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백동래는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는 본래 부용소의 수하였습니다. 창룡함대에서 가장 경력이 오래된 키잡이지요. 나면서부터 바다에서 살았고 부용소를 따라 열풍해와 청풍해를 무수히 오갔습니다. 따라서 경험이 대단히 풍부합니다. 저는 그 섬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송노삼은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백동래는 송노삼에게로 눈을 돌렸다.
“송노삼, 이건 기회다. 초 대인을 도와 이 섬을 찾아내도록 해라. 창룡함대는 없어졌지만, 우리 천일수각의 함대는 건재하다. 만약 성공하면 네게 배를 한 척 내리고 선장 자리를 주겠다.”
송노삼은 그 말을 듣자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대인,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늙은이는 한평생 바다 위를 돌아다녔습니다. 어느 섬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까지 환히 알고 있습니다. 시키시는 일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부용소의 창룡함대는 이미 백동래의 숙청을 겪은 뒤였다. 송노삼이 그 재난에서 살아남은 것은 워낙 보잘것없는 위치에 있는지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서였다.
초휴는 해도를 송노삼에게 건네며 물었다.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송노삼은 한참 동안 지도를 상세히 살펴보았다.
“십 분지 십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해역 바로 근처까지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대략적인 위치는 추측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러니 섬을 찾아낼 확률은 십 분지 팔은 되겠습니다.”
송노삼이 그렇게 말하자 초휴는 더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즉각 송노삼을 데리고 그 섬을 찾으러 열풍해 방향으로 떠났다.
백동래가 추천한 사람답게 송노삼은 정말 능력이 탁월했다. 어렴풋한 해도 한 장만 가지고 한 달도 못 되어 그 해역을 찾아냈는데, 열풍해와 청풍해의 경계에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몹시 외진 데다 풍랑이 거셌다. 오가는 배는 대부분 이쪽 항로를 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고로 여기까지 오게 된 영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섬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송노삼이 멀리 보이는 섬을 가리켰다.
“대인, 근방 해역에 섬이라곤 저것 하나뿐입니다. 별 착오가 없다면 저기가 맞을 겁니다.”
섬을 찾아냈으니 송노삼도 한숨 돌린 셈이었다. 높은 분이 시키는 일이란, 잘 해내면 상을 받지만 실패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법이 아닌가.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우리는 섬으로 갈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초휴와 위서애 등은 섬에 상륙했다. 발을 디디자마자 극도로 정순한 마기가 느껴졌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틀림없다. 여기가 확실했다.
사람들은 그 마기를 따라 조심스레 수색을 시작했다. 조사 끝에 찾아낸 마기의 근원은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이었다. 무심마존과 다른 한 마존은 바로 여기서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칠흑 같은 동굴 속에서 정순한 마기가 가득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휴는 경솔하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들어갔던 영이 거의 빈사의 상태로 도망쳐 나온 광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영은 열풍해 출신의 낭인 고수였고 그의 친구들도 또한 진화련신경이었을 것이다. 그런 자들이 모두 저 안에서 죽었으니 동굴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만하지 않은가.
그는 육강하에게 물었다.
“옛날 마교의 무심마존과 다른 사대 마존은 어떤 사람들이었지? 그들이 저 안에 어떤 수작을 부려 놓았을 것 같나?”
육강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곧장 말했다.
“홍련마존 말고는 제대로 된 작자가 없었어. 너도 생각해 봐라. 마존쯤 되는 인간이 호인일 리가 있겠는가 말이야. 하나같이 벼락을 맞아 싼 놈들이라고 해야지. 여기다 뭔가 수작질을 해놨다면 분명 엄청나게 위험한 것일 거야.”
초휴가 생각해 보니 그럴 것 같기는 했다. 필경 위험할 테니 그저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가 선두에 서기로 했다. 일행 중 그의 실력이 제일 강했고 맷집도 제일 좋으니, 뜻밖의 위험이 닥쳐도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파편만 남은 시체가 보였다. 육강하는 그 시체가 놓인 자리의 진법을 보더니 혀를 찼다.
“역전천마대진(逆轉天魔大陣)이군. 진에 발을 들인 자는 진기가 모조리 뒤틀려서 마기로 변하지. 버텨내지 못하면 그대로 몸이 터져서 죽게 되는 거야. 이 대진은 아마 무심이나 다른 자가 기혈의 힘으로 새겨서 위력을 증강한 것 같군. 여기 걸린 녀석은 그리 약하지 않은 자였던 모양이야. 발버둥을 치면서 진법을 다 망가뜨려 놓았으니 말이지. 결국 못 버티고 죽기는 했지만, 너를 대신해서 칼을 맞아 준 셈이라고 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