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74)
974화 까미
초휴 일행은 계속 나아갔지만 놀랍게도 특별히 엄청난 위험을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실 동굴에는 위험하고 악독한 각종 함정이 잔뜩 깔려 있었으나 육강하가 속속들이 알아보았다.
모조리 옛날 곤륜마교의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함정 대부분은 영과 함께 왔던 친구들이 목숨과 맞바꿔 막거나 망가뜨려 놓았다. 결과적으로 초휴 일행이 득을 본 셈이었다.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마기는 점점 짙어졌다. 게다가 강렬한 피비린내까지 섞여 있었다. 동굴 가장 안쪽의 광경을 본 순간 모두가 놀라서 잠시 숨을 멈추었다.
동굴 끝에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대전 안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검은 뱀이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큰 뱀이었다. 몸 둘레만 몇 장은 될 듯했다.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 길이가 얼마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을 가장 오싹하게 만든 건 뱀의 머리였다. 흐릿하게 두 개의 뿔이 자라 있는 게 교룡으로 변하려는 조짐이 뚜렷했다.
초휴가 보았던 영의 기억 파편에서, 그는 뭔가에 쫓겨 동굴에서 도망쳐 나왔었다. 지금 보니 그를 쫓아온 것은 이 뱀이었던 듯했다.
뱀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두렵기 이를 데 없었다. 초휴조차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평범한 진화련신 무사라면 교룡이 되기 직전의 흉수를 볼 일은 거의 없을 터였다.
그때 육강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까미잖아. 까미가 언제 이렇게 컸지?”
“까미?”
육강하가 끄덕였다.
“무심마존이 키우던 녀석이야. 상고 흑룡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커다란 구렁이였어. 무심마존은 누가 좀 거슬린다 싶으면 사지를 잘라서 까미한테 먹이로 주곤 했지. 나중에는 저 녀석도 맛을 들였는지 진단경 아래로는 입도 안 대더라고. 하지만 그때 까미는 요만큼밖에 안 됐거든. 흉수는 인간과 달라서 오백년이 지났다지만 저렇게 커질 수는 없단 말이지.”
육강하는 그렇게 떠들다가 검은 뱀의 이마에서 핏빛 표지를 발견했다. 그걸 보자 그의 낯빛이 변했다.
“무심마존이 제 심장의 피를 까미에게 먹였구먼. 그래서 이만큼이나 자라버린 거야.”
그때 검은 뱀은 사람들의 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초휴 일행을 바라보았다.
육강하가 웃는 얼굴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까미야, 본좌가 기억나느냐? 본좌가 대광명사 대머리를 두 명이나 먹이로 갖다 주었잖느냐?. 무심마존이 대광명사 대머리는 식감이 쫄깃해서 네가 제일 좋아한다고 해서 말이지.”
검은 뱀은 새빨간 눈으로 육강하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다음 순간 그것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자 시커먼 독액이 육강하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깜짝 놀란 육강하는 빛처럼 몸을 날려 피했다. 독액이 땅에 떨어지자 바닥이 부식되며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얼마나 끔찍한 독인지, 거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초휴가 기괴한 표정으로 육강하를 바라보았다.
“정말 네가 말한 그 까미라는 뱀이 맞나? 당신을 기억 못 하는 모양인데.”
육강하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분명 무심마존의 표지 때문이야. 저 녀석이 흑룡의 피를 이어받았다지만 그래 봐야 아주 조금일 테니까. 무심마존의 심혈로 남긴 표지를 어떻게 버텨내겠나. 너는 무심마존이 얼마나 강했는지 몰라서 이해가 안 되겠지만 말이지. 능운자 따위는 따귀 한 대로 때려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고. 이 녀석은 무심마존의 심혈을 받기는 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거야. 그러니 지능이 망가져서 완전히 미쳐 버렸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뱀이 꼬리를 휘둘렀다. 가히 산과 바다를 뒤엎을 듯한 위세였다.
그것이 힘을 발휘하기에는 동굴이 너무 작아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산을 통째로 부숴 무너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육강하와 일행은 뱀을 피하는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낭패스럽게도 그들의 출수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검은 뱀의 온몸을 덮은 비늘의 방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무기가 휘두른 신병의 칼날이 비늘을 베었으나 불꽃만 튈 뿐이었다. 위서애와 육강하의 공세 역시 비늘을 뚫고 상처를 입히는 데 실패했다.
매경령은 말할 것도 없었다. 차녀대법은 짐승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초휴의 손에서 사월도가 나타났다. 그는 전력을 다해 파자 결의 도의를 펼쳤다. 만물을 부수는 칼날이 검은 뱀의 비늘을 찢어발기자 엄청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크기가 이 정도나 되는 뱀에게는 그조차도 큰 타격을 입히진 못했다. 오히려 더 광포해지기만 했다.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 짐승이 버티고 있는 한, 저 안에 있는 것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게 분명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훌쩍 뛰어올라 검은 뱀의 머리 위로 올라섰다. 다음 순간 대일여래의 법상이 나타나며 불광이 환하게 터져 나왔다.
그는 한 손으로 뱀의 머리를 짓눌러 땅에 처박아 버렸다. 검은 뱀은 미친 듯이 버둥거리며 몸부림쳤다.
초휴가 외쳤다.
“이 녀석을 붙들어!”
육강하와 다른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뱀의 몸을 짓눌렀다. 다음 순간 초휴의 일권이 뱀의 몸뚱이에 작렬했다. 그러나 그 주먹에 담긴 건 강기가 아니라 지극히 정순한 정신력이었다.
검은 뱀은 흑룡의 혈통을 이어받아서 신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도검과 강기, 심지어 정신력까지도 비늘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연달아 주먹을 날려 최강의 정신력을 꽂아 넣자 뱀의 몸속에 그 힘이 흘러들어 정신을 뒤흔들었다. 강대한 정신력이 계속 검은 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서 쌓이더니 뱀의 정신력을 완전히 짓부숴 버렸다.
검은 뱀은 더는 몸부림치지 않고 땅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눈은 여전히 피처럼 붉었으나 사납지 않고 그저 멍해 보였다.
죽지는 않았지만, 숨만 붙은 시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초휴에게 맞아서 식물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뱀 한 마리가 이렇게 까다로울 줄이야.
길게 누운 뱀 너머로 동굴 가장 깊은 곳, 청동 왕좌에 반듯하게 앉은 두 그림자가 보였다.
하나는 마르고 길쭉한 체구에 음침하고 싸늘한 얼굴로 왠지 소름이 끼치는 인상을 한 자였다. 그 옆의 사람은 노인이었는데 온몸에 검은 포를 두르고 있었다. 이미 죽은 시신인데도 여전히 강대한 마기가 피어오르고 있어서, 생전에 얼마나 강한 실력자였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초휴는 육강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심마존이 맞나?“
육강하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심마존과 천곡마존(天哭魔尊)이군. 무심마존은 음침한 성격에 수완이 악랄했지. 사대 마존 중 전투력이 가장 강하지는 않았지만, 정도 종문에서 가장 꺼리고 피하던 자였어. 한마디로 지독한 미치광이였다는 말이지. 일단 싸웠다 하면 그야말로 목숨도 내버릴 기세였어. 무심마존은 타협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으니까. 죽기 아니면 살기였어. 곤륜마교에서도 대부분은 무심마존을 건드릴 엄두를 못 냈고 말이지. 교주 외에는 그 누구한테 잘해 주려 하지 않는 태도였으니까.”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천곡마존이야. 배분이 아주 높지. 교주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마도 거물이었다더군. 천곡마존은 아주 잡다한 것을 다뤘어. 천기를 점치는 건 마도 제일, 진법을 펼치는 것 또한 마도 제일, 병기 주조 역시 마도 제일, 단약 제조까지 마도 제일이라는 소리를 들었지. 여하간 별의별 걸 다 했어. 천하제일은 아닐지 몰라도 확실히 마도에서 그와 비교할만한 자는 없었어.”
“저 바깥 진법도 아마 천곡마존의 작품일 거야. 내 진작 알아봤다니까. 죽기 직전에 그렇게 강대한 진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천곡마존 외에 누가 있겠냔 말이지. 저 늙은이는 그럭저럭 괜찮은 작자였어. 병기가 망가져서 고쳐 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거든. 딱 하나 별로 안 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남을 붙들고 넌더리가 나도록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렇게 한참 떠들다가 갑자기 세상사를 한탄하면서 울기 시작하는 거야. 자기가 죽여 놓고 울고, 다 울고 나면 또 죽이고. 그렇게 울 때는 겁이 덜컥 날 정도였다니까.”
두 마존의 옛날이야기를 하는 육강하의 심정은 아무래도 복잡한 듯했다.
곤륜마교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했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옛날 자신과 나란히 서서 싸웠던 마도 강자들이 아닌가.
육강하 자신은 그들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머리통을 줍고 다닌 것이 아니라 나란히 싸웠다고 생각했다. 여하간 두 사람의 시신을 보자 아무리 실없는 그라도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천은 의구하건만 사람은 가고 없구나······.
곤륜마교의 두 마존은 여기서 최후를 맞았다. 둘의 상태를 본 초휴는 당시의 싸움이 얼마나 처참하고 격렬했는지 알 것 같았다.
육강하가 두 사람의 시신을 확인해 보더니 말했다.
“무심마존은 강대한 검기에 경맥이 짓이겨져 죽었군. 내 눈이 정확하다면 상대는 아마 좌망검려의 ‘검황(劍皇)’ 심창무(沈蒼武)였던 것 같은데. 당시 강호의 윗세대 검도 강자였지. 한때는 검도의 제일인이라 불리기도 했던 자야. 하지만 검성 고경성이 나타났지. 그의 검은 천하무쌍이었다. 고경성은 심창무와 논검(論劒)을 한 적이 있었는데 승패가 어떻게 났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 뒤로 심창무는 폐관 수련에 들어가서 다시는 강호에 나오지 않았지. 다들 그가 고경성에게 지는 바람에 검을 들 낯이 없어서 그랬던 것 아니냐고 했었지. 지금 보니 그 늙은이가 일부러 실력을 숨겼던 거로군! 고경성은 당시 검도 제일인자였지만, 심창무도 제이인자라 할 만했으니 고경성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
“천곡마존은 다친 곳이 많군. 몇 명이 덤빈 것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니 말이지. 사대 마존 중 천곡마존의 전투력이 제일 약했지만, 구사하는 수단은 제일 다양했어. 적은 아마 천곡마존이 온갖 수단을 다 쓴 뒤에야 죽음에 이를 정도의 중상을 입힐 수 있었을 거야. 천곡마존이 본래의 실력을 다 발휘했다면, 저 바깥의 진법은 진화련신은커녕 천지통현 강자라도 뚫을 수 없었을걸.”
초휴는 두 사람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죽기 전 청동 왕좌를 가져다 놓고 단정히 앉았다. 곤륜마교가 건재하던 시절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그들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곤륜마교의 위엄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도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두 마존의 전인은 아니었지만, 옛날 곤륜마교 최절정기의 두 마존이 여기서 죽은 걸 보니 착잡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 초휴가 물었다.
“무심마존과 천곡마존 둘 다 여기서 죽었는데, 무엇을 남기려 했을까? 전승, 아니면 함정? 전승이라면 어디 있지?”
영은 여기에서 적잖은 것을 얻어갔다. 무심마존의 법상도 익혔고 멸삼련성전과 천마장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영은 도망칠 때 검은 뱀에 쫓겨 중상을 입었다. 아무래도 두 마존이 일부러 전승을 여기에 남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육강하가 흐흐 웃었다.
“둘 다 못돼먹은 인간들이라니까. 전승이 곧 함정이라는 말이지. 자신들이 죽으면 분명 누군가 여기 와서 뭔가 훔쳐 갈 거라고 의심했겠지. 그래서 동굴 밖에 그렇게 무수한 함정을 파 놓은 거야. 전승도 남기긴 했지만, 미끼에 불과하고 아마 진짜배기 전승이 있는 곳엔 엄청난 위험도 함께 있겠지.”
매경령이 미간을 찡그렸다.
“언젠가 같은 마도 일맥의 후배가 전승을 찾았다가 위험에 빠지면 어쩌려고요?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요?”
육강하가 담담히 말했다.
“마도 후배가 전승을 찾아낸다 한들 이곳의 기관과 진법을 깨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폐물일 뿐이라고 생각했겠지. 폐물이라면 당연히 두 마존의 전승을 이어받을 자격이 없지 않겠나?”
매경령은 말문이 막혔다.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긴 하지만, 어째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