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75)
975화 지존신단(至尊神丹)
육강하는 청동 왕좌를 가리켰다.
“사실 저 왕좌는 그냥 평범한 동으로 만든 거야. 하지만 진법이 새겨진 물건이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지. 게다가 앉기만 해도 아주 편안하다니까. 본좌도 하나 달라고 했는데 교주가 속이 좁아서 안 줬단 말이지. 마존들은 하나같이 자기 의자를 보물처럼 아꼈거든. 내 장담하건대, 저들이 남긴 전승은 분명 의자 아래에 있을 거야.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걸. 거기에 또 뭐가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초휴와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일단 두 마존의 시신을 한쪽으로 치워 놓고 진기를 움직여 천천히 왕좌를 밀어냈다.
순간 왕좌 밑의 진법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코를 찌르는 듯, 썩은 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육강하는 안색이 확 변해서 버럭 외쳤다.
“탄천충(呑天蟲)이잖아! 천곡마존 저 망할 늙은이가 저걸 남겨놓다니! 분명 다 없앴을 텐데?”
육강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법의 빛에서 기이한 벌레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불과했으나 아주 기분 나쁜 생김새였다. 형태는 애벌레 같았지만 커다란 입이 몸뚱이의 삼 분의 이는 되는 듯했다.
육강하가 재빠르게 말했다.
“탄천충이라는 거야. 천곡마존이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몰라도 병기, 단약, 인육, 강기, 정신력까지 모든 걸 집어삼키지. 이것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나? 일단 깨어나면 천지 원기며 땅의 흙까지 모조리 씹어 삼켜서 소화해 버린다는 거야. 숫자만 충분하면 눈앞의 상대를 부스러기도 안 남기고 다 먹어치울 수 있다는 말이라고. 순식간에 전부 해치워 버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 전에 교주가 이런 말을 했어. 저 벌레는 무슨 황천천(黃泉天)인가에서 왔는데 천지의 악한 기운이 변한 것이라나. 하여간 아주 기이한 것이고 하늘의 조화를 해치는 존재니까 세상에 내보내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천곡마존이 다 없애버린 줄 알았는데, 남겨놨을 줄은 몰랐군그래.”
그렇게 말하는 육강하의 눈에 두려워하는 기색이 살짝 스쳤다. 옛날에 저 조그만 것들을 상대하다가 퍽 애를 먹었던 게 분명했다.
그가 탄천충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초휴와 상의하려는데, 초휴의 등 뒤에서 대흑천마신의 법상이 나타났다. 이마의 세 번째 눈에서 멸세지화의 불길이 터져 나오더니 벌떼처럼 몰려오던 탄천충을 모조리 불살라 버렸다.
탄천충 자체는 별 힘이 없었다. 그것의 특성은 모든 힘을 먹어 삼킨다는 점이었다. 보통 사람도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긴 했지만, 한 마리라도 몸에 닿게 두면 그 입에 삼켜지는 것이다.
그리고 초휴의 멸세지화는 이 세상 모든 생사의 힘을 극한까지 변화시킨 것이었다. 멸세지화를 끌 방법은 없고 오로지 같은 크기의 힘으로만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탄천충이 멸세지화를 삼켜 버린들, 벌레 자체의 힘은 약하니, 미처 소화하기 전에 멸세지화의 반작용을 받는 원리였다. 육강하가 엄청 위험하다고 떠들어댄 탄천충은 그렇게 일 초에 해결되었다.
육강하가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끝났다고?”
초휴가 끄덕였다.
“그럼 다른 방법이라도 있나? 세상 만물의 생사는 윤회 속에 있는 거야. 도저히 없앨 수 없는 존재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지.”
그렇게 말한 초휴는 사람들과 함께 왕좌 쪽으로 다가갔다. 아래에는 특별한 재료로 만든 듯한 비전함이 놓여 있었다.
초휴는 이번 작전이 퍽 순조롭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예측 못 한 사고는 없었으니, 이 정도만 해도 대단했다.
그는 여봉선만큼 운이 좋지는 않았다. 이번만큼 목표를 수월하게 손에 넣은 적은 드물었다.
초휴 일행은 비전함을 열고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비전함 하나에는 기록이 잔뜩 들어 있었다. 단약, 병기, 점술 등에 관한 것이 한 무더기였다. 초휴에게는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다.
아마 천곡마존이 남긴 것이리라. 원길이나 풍불평처럼 이 분야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한 보물일 것이다. 병기 제조에 관한 것은 막야자 대사에게 주어도 괜찮을 듯했다.
두 번째 비전함에는 온갖 마공이 들어 있었다. 이것도 천곡마존이 남긴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잡다했고, 사악하고 기이한 쪽으로 치우친 것들이었다.
위력도 그리 강하지 않은지라 초휴는 익힐 생각이 없었다. 위서애한테 줘서 은마권 무사들에게 수련시키기로 했다.
은마권 무사들은 이번 정마대전에서 큰 힘을 보탰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웠고, 무상마종 역시 흔들림 없이 초휴 편을 들었다.
그러니 그들에게도 좋은 것을 나눠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누가 초휴를 위해 몸을 던지겠는가?
세 번째 비전함에 들어 있는 것은 옥간 하나뿐이었다. 옥간의 내용을 살펴본 육강하가 말했다.
“이건 무심마존의 무공 ‘천심불사결(天心不死訣)’이군. 천지통현 수준의 강력한 마공이지. 한번 배워보겠나? 관심이 있더라도 큰 쓸모는 없겠지만 말이지. 넌 이미 불멸마단이 있으니까.”
초휴도 천심불사결을 훑어보았다. 주요 특징은 싸울 때 상대의 힘을 억지로 빨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힘을 소화하건 못 하건, 중상을 입었을 때 그 힘을 이용해서 회복할 수 있었다. 좀 더 극단적으로 사용하면 기혈의 힘이나 천지 원기 따위를 억지로 빨아들여 회복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그 힘이 몸에 쌓이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들여 그것을 흩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결국 자신의 전투력에 영향을 끼쳤다.
초휴는 독고유아의 불멸마단을 응집했으니, 이 세상 생사의 법칙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심불사결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라서, 그에게는 정말 별 필요가 없는 마공이었다.
그러나 돌아가서 여봉선에게 줄 생각으로 일단은 챙겼다. 여봉선은 지금 구소연마금신을 주로 수련하고 있었다. 거기에 천심불사결을 융합시키면 그의 방어력은 한층 더 강해지지 않겠는가.
네 번째 비전함은 좀 커서 삼 척 높이는 될 것 같았다. 열어 보니 기이한 조각상이 하나 들어 있었다.
아주 괴이하게 생긴 조각상이라서 부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머리에는 부처의 보관(寶冠)을 썼는데 얼굴은 흉측했다.
팔이 네 개 달려 있었고 홀딱 벗은 웃통에는 마문(魔紋)이 빽빽했다. 대흑천마교 느낌과 조금 비슷하기는 했으나 자세히 보면 별로 닮지도 않았다.
초휴가 확인해 보았으나 정말 그냥 조각상이었다. 표면의 마문이 좀 기이하기는 했지만 평범한 돌을 조각해 만든 것이었다.
초휴는 그 마문을 해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보면 볼수록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돌로 만든 평범한 석상이라지만 정말로 그냥 석상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심마존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전승과 함께 여기에 두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육강하는 그 석상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본 적이 있는 거로군. 옛날 무심마존이 어느 상고 시대 유적에서 파낸 거야. 거기 새겨진 것이 무슨 무공인 줄 알고 교주에게 보여주었었지. 그때 교주가 아마 이렇게 말했어. 그것은 무공이지만, 무공이 아니기도 하다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신통(神通)일 거라더군.”
“신통?”
육강하가 끄덕였다.
“정확히 그 단어였어. 그리고 이런 말도 했지. 신통은 무공이 아니라서 수련으로 배울 수 없다고. 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말이지. 어쨌건 뭔가 말을 빙빙 돌려서 잔뜩 하더라고. 듣다 보니 내 머리가 다 아팠는데 무심마존은 다 알아듣는 것처럼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더란 말이지. 하지만 내 장담하건대 그 작자는 절대 못 알아들었을 거야. 알아들었으면 이걸 여기에 가만히 모셔두지는 않았겠지.”
초휴 역시 이 석상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쳐다보다가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돌아간 뒤에 찬찬히 연구해 볼 셈이었다.
초휴가 마지막 비전함을 연 순간 육강하는 눈이 다 벌게졌다. 그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동원해 자신의 탐욕을 억누르고서야 그것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있었다. 초휴가 무서워서라도 덤벼들 수 없었다.
상자를 연 순간 정순하기 그지없는 마기가 터져 나왔다. 거의 액체(液體) 같아서 마기(魔氣)라고 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렇게까지 농축된 마기는 전설로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비전함을 완전히 열어젖히자 비로소 그 안에 든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단약이었다. 정확히 말해, 너무 정교해서 단약 같지가 않은 단약이었다.
크기는 엄지손가락 정도에 불과했으나 겉면은 세밀한 금빛 무늬로 가득했다. 저절로 생겨난 것 같기도 했고 섬세한 작업으로 새겨넣은 것 같기도 했다.
한참 후에야 초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게 뭐지?”
육강하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평범한 회혈단이라고 말하면 믿을 수 있겠나?”
초휴가 답하기도 전에 육강하는 푸념하듯 말했다.
“내가 널 이길 수만 있으면 당장 달려들어서 빼앗았을 거야. 이게 뭐냐고? 전설 속의 신단이다! 구급마저 뛰어넘는 지존신단(至尊神丹)! 옛날 성교가 절정이던 시기, 천곡마존 늙은이가 기발한 생각을 했지. 바로 이 세상의 모든 단약을 뛰어넘는 신단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어. 그 계획을 실현하려고 당시 강호의 온갖 귀한 재료를 팔할 가까이 긁어모았단 말이지. 덕분에 온 강호에 분노와 원성이 가득했지. 그때 우리 성교의 위세가 절정이던 시절이 아니었으면 그 늙은이는 아마 강호인들의 손에 산 채로 갈가리 찢겨서 죽었을 거야.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교주 역시 천곡마존이 그 난리를 치도록 놔두더라고. 그 뒤의 일은 나도 몰라. 강호에 지존신단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 말이지. 나는 천곡마존의 즉흥적 발상이 실패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정말 성공했던 게로군.”
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초휴마저 경악한 얼굴이었다.
옛날 곤륜마교의 사대 마존은 과연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었다. 하나같이 특별한 인재였다.
지존신단 같은 걸 만들 대담한 생각을 품다니, 거기다 실제로 그것을 실현하다니.
물론 그 시절이 곤륜마교의 절정기였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천곡마존은 진귀한 재료를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지금 같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지존신단의 효과가 뭐지?”
초휴가 물었다.
“몰라.”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초휴가 어이없어하자 육강하가 힘없이 말했다.
“정말 몰라. 천곡마존이 이걸 만들어 보겠다고 한 건 즉흥적 발상이었어. 그러니 어떤 가능성이건 다 추측이 될 수밖에 없었지. 완성품이 존재하지 않는데 효과를 어떻게 알아? 병기 주조 대사와 마찬가지야. 병기가 완전히 신병으로 완성되기 전까지, 자신이 만들어낼 병기가 얼마나 예리할지를 정확히 장담할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냔 말이지. 지존신단도 마찬가지야. 먹어보지 않고 효과가 어떤지 어떻게 알겠나? 하지만 당시 천곡마존의 추측에 의하면 수명, 실력, 정신력을 전부 늘려 줄 거라고 하더군. 어쨌거나 지존신단이니 말이지. 좋은 쪽으로 생각해. 누가 아나? 어쩌면 천지통현에 들게 될지도.”
그 말을 듣자 다들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천지통현이라니, 전설이라 할 만한 ‘지존’의 경지다.
이번 정마대전 때도 초휴 편에 천지통현이 한 사람만 더 있었더라면 그렇게 고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단약 하나로 천지통현의 지존 강자가 만들어진다니,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 아닌가.
누구도 초휴에게서 그것을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저무기는 처음부터 아예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관중성에서 수진자 무리에 협공당해 토혈까지 했을 때 초휴가 나서서 구해주었다.
그 혼자서 세 사람이 피를 토하며 달아나게 만들지 않았는가. 저무기는 그 일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매경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제 막 진화련신에 오른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천지통현이 되겠다는 주제넘은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초휴의 사람이니 초휴와 뭘 다투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위서애에게 있어 초휴는 자신의 모든 걸 물려줄 후계자였다. 신단을 빼앗기기는커녕 누군가 초휴한테 신단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가 나서서 목숨 걸고 막을 터였다.
그들 중 정말 마음이 흔들린 것은 육강하뿐이었다. 그 신단은 겉모양부터 너무도 범상치 않아서 거짓말로 속일 수조차 없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냥 모양만 그럴듯한 회혈단이라고, 천곡마존이 죽기 전에 눈이 흐려져서 여기다 둔 모양이라고 억지라도 써 봤을 것이다.
혹은 자신이 말한 대로, 초휴를 이길 힘만 있다면 정말 억지로 빼앗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대 이길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실현 불가능한 일은 생각하지 말고 얌전하게 숙이는 수밖에.